네팔 홍수 최소 95명 사망, 외국인 291명 등 384명 소재 미확인, 한국인 9명 연락두절 (8월 27일 현재)
폭우 없었는데 강물이 덮쳤다 … ‘빙하 얼음 붕괴’ 가능성 제기
42㎞ 도로 파괴·헬기 14대 구조 투입
8월 26일 (현지시간) 네팔 북부와 중국 티베트 접경을 덮친 대규모 돌발 홍수가 상류에서 무너져 내린 얼음과 암석이 강을 가로막아 물이 고였다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홍수 피해가 집중된 네팔 라수와 지역에는 홍수를 일으킬 정도의 폭우가 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네팔 당국은 빙하호 붕괴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얼음사태는 빙하나 빙벽 일부가 불안정해지면서 큰 얼음 덩어리들이 한꺼번에 떨어져 내리거나 경사면을 따라 빠르게 쏟아지는 현상이다. 눈이 무너져 내리는 눈사태와 비슷한 형태다. 주된 물질이 눈이 아니라 단단한 빙하 얼음이라는 점이 다르다.
네팔 수문기상국에 따르면 라수와에는 전날과 이날 큰비가 내리지 않았다. 국가재난위험감축관리청도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를 통해 얼음사태가 강을 막았다는 초기 정보를 전달받았다. 다만 예비 분석 단계로 홍수의 공식 원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티베트 쪽에는 위성영상에서 상당한 강우가 관측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상류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조사 중이다.
홍수는 이날 오전 티베트 쪽에서 보테코시강을 따라 밀려들어 라수와의 티무레와 샤프루베시, 라수와가디를 비롯한 강변 지역을 휩쓸었다.
로이터통신은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에서 최소 9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네팔 공영방송 라디오네팔은 네팔에서 시신 8구가 수습됐고 티무레와 샤프루베시 등지에 배치됐던 경찰 26명이 연락 두절 상태라고 보도했다.
여행객 소재도 대거 확인되지 않고 있다. 네팔 관광청이 여행업체 등을 통해 취합한 예비 명단에는 여행객 384명이 포함됐다. 외국인 291명, 네팔인 93명이다. 당국은 이들의 신원과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홍수는 네팔과 중국을 잇는 주요 육상 교통망에도 큰 피해를 냈다. 네팔 도로국은 누와코트 베트라와티에서 중국 국경 라수와가디까지 이어지는 42㎞ 도로 구간 전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도로 곳곳이 끊기고 콘크리트 교량 여러 개가 떠내려갔다.

샤프루베시에서 국경 방향으로 이어지는 16㎞ 구간은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구간에 배치됐던 현장 감독관들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력발전 시설도 직격탄을 맞았다. 네팔 에너지 당국에 따르면 홍수로 수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약 430㎿의 발전에 차질이 발생했다. 네팔 전체 수력발전 용량의 12%를 웃도는 규모다. 라수와가디와 칠리메, 트리슐리 등 가동 또는 건설 중인 여러 발전시설이 침수되거나 파손됐다.
네팔군은 군 헬기 6대, 민간 헬기 8대 등 모두 14대를 구조 현장에 투입했다. 이날 오후까지 티무레와 샤프루베시, 누와코트 트리슐리 일대에서 25명을 구조했다. 수위가 높은 일부 지역에는 헬기가 착륙하지 못해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도로가 끊기면서 의료진도 항공편으로 배치됐다. 네팔군은 외과의 2명을 포함한 전문의 20명을 트리슐리의 군부대에 보내 부상자 치료에 투입했다. 네팔 정부는 피해 지역 주민에게 무료 치료를 제공하고 끊어진 도로와 전력·통신망을 복구하도록 관계 기관에 지시했다.
중국 쪽 지룽 국경 지역에서도 도로와 전력, 통신망이 끊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네팔 쪽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티베트 지룽 항구를 덮쳤다. 중국 당국도 실종자 수색과 피해 파악에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구조와 수색, 2차 재해 감시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에도 빙하 표면에 형성된 호수의 물이 갑자기 빠져나오면서 보테코시강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네팔 당국은 이번 홍수도 얼음사태와 빙하호 붕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한국인 9명 연락두절, “고립 10명 안전 확인”
네팔 라수와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해 8월 26일(현지시간) 우리 국민 9명이 실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이날 밝혔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네팔 라수와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로, 현지에서 ‘어퍼트리슐리-1’ (Upper Trishuli-1)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한국남동발전 및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9명이 연락 두절됐다. 네팔 수력·에너지 개발회사 (NWEDC)가 발주해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진 트리슐리 강에 216메가와트 (MW)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으로 한국남동발전,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소 건설과 터빈, 발전기 등 주요 기자재를 제작·공급하고 있다.
26일 오후 11시30분 (한국시간)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인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건설 관리 인원 3명이 연락 두절 상태다. 주네팔한국대사관은 네팔 정부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면서 신속한 수색과 구조를 요청하는 한편 영사도 현장으로 급파했다. 네팔 정부는 육군과 경찰 등으로 구성된 구조팀을 파견했다. 인근에 있던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10명도 고립됐었는데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두산 에너빌리티 소속 다른 우리 국민 10명은 대피해 급파된 우리 영사와 함께 안전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구조에 총력을 다하라.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긴급 지시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공지를 통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네팔 정부 및 현지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실종자 가족 지원과 현장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에도 만전을 기하고, 추가 피해 방지에도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날 조현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외교부·소방청·경찰청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을 꾸려 최단 시간 내 현지로 파견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입장문을 통해 “신속한 상황 파악과 사고 수습을 위해 비상대책본부를 즉시 꾸렸고 정연인 대표이사를 포함한 현장대응팀을 급파할 예정”이라며 “관계 당국 및 사업 관계자들과 협력해 연락이 두절된 직원들의 수색과 구조를 지원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네팔 대사관 등을 통해 신속한 구조를 요청하는 한편 직원들을 현지에 파견해 캠프를 꾸리고 구조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사고 지역에서는 주택·도로·전력시설 등 기반시설이 광범하게 파손됐다. 라수와 지역을 흐르는 보테코시강이 범람하면서 인근 여러 마을이 물에 잠겼고 도로와 수력발전 시설 등도 피해를 입었다. 현지 방송에는 홍수로 무너진 주택과 떠내려가는 차량, 유실된 철제 교량의 모습이 포착됐다. 네팔 당국은 이번 홍수로 최소 95명이 숨지고 최소 341명의 외국인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카트만두에 본부를 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 (ICIMOD) 소속 기후 전문가들은 이날 돌발 홍수가 빙하에서 발생한 눈사태가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상류에 있는 얼음·암석으로 인한 산사태도 촉발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토사 쇄도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 (GFZ)는 해당 지역에서 규모 4.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라수와 지역에서는 지난해 8월에도 유사한 돌발 홍수가 발생했다. 당시 인접한 티베트의 빙하호가 산악 지역의 고온으로 범람하면서 홍수가 발생해 9명이 숨졌고 네팔과 중국을 연결하는 다리 등이 파손됐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