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23)
생각하게 해 주는 인도체험 이야기들 (3)
* 제가 읽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열림원, 2015)은 시인 류시화씨의 인도 여행기입니다. 그이는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온 2015년 까지 해마다 한번씩 25년 동안 25번 이상 인도 여행을 하고 이 흥미로우면서도 여러가지로 생각해 보게하는 책을 냈습니다. 물론 이 책은 객관적 여행정보를 담은 글이 아니라 주관적 경험담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도 처럼 정말 다양한 모습을 지닌 나라를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가 쓴 시집으로는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같은 것들이 있고 그외 수필이나 강연집으로는 “나의 모국어는 침묵”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등이 있습니다. 이 잡기장의 처음 글 ‘인도’는 류 시인의 글에다 제가 검색해 본 몇 가지를 보탠 것이고, 그 외의 글들은 그 분의 글들을 약간 다듬은 것들 입니다.
* 잘 가던 버스가 한 곳에 서서 30분도 더 멈추어 서 있었습니다. 답답해진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버스가 이렇게 한 시간이나 가까이 서서 움직이지 않는데 왜 당신들은 아무 말도 없이 바보 처럼 가만히들 있습니까?’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습니다.
‘운전사가 없잖아요?’
‘그럼 운전사를 찾아봐야지요?’
‘지금 운전사는 오랜만에 자기 친구를 만나 저기 저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있어요’
말도 않되는, 정말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한 힌두교 남자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는 중입니까?’
‘라니케트로 가고 있습니다’
‘그럼 거기서는 또 어디로 갈려고 합니까?’
‘그 다음엔 델리에 들렸다가 우리 나라로 돌아 갈 겁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그 다음엔 또 어디로 갈 예정입니까?’
‘그야 아직 모르지요. 또 인도에 올지 네팔로 갈지 모르지요’
그러자 그 힌두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린 모두 그 다음은 어디로 갈지 모르면서 지금 이 길을 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그렇게 서둘러서 어디로 갈려고 애쓸 필요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다 정해져 있습니다. 버스는 떠날 시간이 되면 떠나게 되고 도착할 시간이 되면 도착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살이란 모두 신께서 정해 주신대로 오고 가고 떠나고 도착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의 예정과 섭리를 뒤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건 사람이 오고 가는 것 뿐만 아니라 버스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것도 다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면서 그이는 또 한마디를 더했습니다.
‘지금 여기서 선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 입니다. 버스가 빨리 떠나지 않는다고 지금 처럼 계속 화를 내는 방법이 있고요, 또 다른 하나는 버스가 빨리 떠나지 않아도 이 또한 신의 뜻인 줄 알고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것 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든 버스는 지금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엔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니 왜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고 화를 내겠습니다?’
정말 인도 사람들은 복장은 남루하게 보여도 인생을 초월한 철학자들 같았고, 모든 것을 다 전적으로 신에게 맡기고 살아가는 절대적 신앙인들 처럼 보였습니다.
마침내 버스 운전사가 돌아왔습니다. 그는 미안해 하지 않았습니다. 버스는 태고적에 이미 예정되었던 그 시간에 떠났고 나도 그 예정된 시간에 라니케트에 도착했습니다.
삶은 인간이 세운 계획이 아니라 신께서 예정해 두신 시간에 따라 진행되는 것 입니다.
* 1000루피를 부른 수공예품 하나를 깍고 깍아서 마침내 70루피에 샀습니다. 물건을 받아들고 신이 나서 돌아서는 저에게 그 청년이 물었습니다.
‘아 유 해피?’
그 순간 나는 현기증이 났습니다.
그 청년은 말했습니다.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합니다. 우린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 팔기도하고 사기도 하잖아요?’
* 당신은 이 세상에 와서 장사하는 재주를 배울 수도 있고, 병고치는 기술을 배울 수도 있고, 부서진 의자를 고치거나, 걸인이 되어 동냥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은 죽어도 동냥하는 법을 배우기가 어렵고 거지는 결코 의사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남이 하는 일을 깔보고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면 않됩니다. 그러나 그가 갖은 재주가 무엇이든 우리가 이 인생길에서 다같이 배워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생에서는 저생을 배워야하고 신의 뜻이 무엇인지를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이 인생여행길에 의미와 가치가 있으니까요.
* 한번은 타고 가던 릭샤가 전복되어 진흙 밭으로 떨어졌습니다. 화가 나서 운전사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죽을 뻔 했잖아!’
그때 운전사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참 이상한 사람이네요. 죽을 뻔 했을 뿐 죽지는 않았는데 왜 화를 내고 소리를 지릅니까?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분노함으로 당신을 괴롭하지 마십시오! 이럴 땐 소리지르고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나한테 감사하다고 말해야 하는 거요!’
* 한 거지가 말했습니다.
‘주고 싶을 때 줄수 있는 것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요. 나는 지금 주고 싶어도 줄 것이 없어요. 누군가에게서 도움을 요청받은 사람은 복있는 사람이요. 그러니 누군가가 달라고 할 때는 서슴없이 주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최고로 불행한 사람은 줄 것이 있는데도 주지 않는 인간임을 잊지 마시오’
인도에선 거지들도 다 거지의 철학이 있어 보였습니다.
* 여행 중 큰 비를 맞았습니다. 릭샤를 운전하는 늙은이에게 정말 대단한 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말했습니다.
‘낫싱 스페샬! 당신은 아직 젊어서 모르는 것이 많은가 본대 인생살이에는 대단한 것이란 아무 것도 없소! 죽는 것도 특별한 일이 아니고 다 겪는 일인데 도대체 뭐가 스페샬 하다는 겁니까?’
* ‘당신이 지금 신발 두켤레를 가지고 있다고해서 한꺼 번에 그 두개를 다 신을 수는 없지 않소. 그러니 그 하나는 지금 당장 나한테 주시오!’ 배낭 뒤에 예비로 달고 다니던 운동화를 바라 본 거지는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내가 가방을 메고 성지를 돌아다녔다고 해서 내 가방이 사람들에게 ‘나도 성지순례하고 왔어’ 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그냥 어깨에 멘 가방 같이 성지순례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