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원제 : ぼくはこんな本を讀んできた
다치바나 다카시 / 청어람미디어 / 2001.9.30

본서는 지난해 (2021년) 4월 30일 별세한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 겸 평론가인 다치바나 다카시 (Takashi Tachibana, 1940년 5월 28일 ~ 2021년 4월 30일)의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등이 기술되어 있다.
보통 본서의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를 ‘지 (知)의 거장’이라 칭한다.
다치바나 다카시도 유명하지만 그의 서재 ‘고양이 빌딩’은 매우 유명하다. 보유한 서적이 한도를 넘자 도쿄 고이시가와에 지상 3층, 지하 1층의 빌딩을 지어 5만권 이상의 서적을 소장한 서고를 건립해 사서를 모집했다.
방대한 서적에 별도의 비서를 두기도 했다.
서류 전형을 통해 500명의 지원자 가운데 어렵게 21명을 가려냈다.
문예춘추사의 기자로서 활동하다가 다시 철학을 공부하기 위하여 도쿄대학에 재입학, 그때부터 일생동안 끊임없이 책과 세계를 향한 지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편력을 이어왔던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 철학이 본서에 오롯이 담겼다.
그는 한 사람을 취재하기 위해 대담료보다 더 많은 책을 사보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번 돈으로 페르시아 가정교사를 고용하던 시절 이야기, 정말 원하는 책 골라보는 법, 고양이빌딩을 짓기까지 서가 제작과 건축에 대한 저자 나름의 독특한 기준, 넘쳐나는 책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공모하게 된 비서모집 체험기, 현재 일본 출판 시장의 상세한 현황과 미래에 대한 조망 까지 지 (知)의 거장답게 깔끔하면서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 목차
1. 나의 지적 호기심
2. 나의 독서론
‘인류의 지의 총체’를 향한 도전
체험적인 독학 방법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
3. 나의 서재 · 작업실론
나의 요새
서고를 신축하다
나의 비서 공모기
4.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나의 독서를 되돌아본다
퇴사의 변
다치바나 씨의 작업실 ‘고양이 빌딩’ 전말기-글, 그림: 세노 갓파
5. 우주·인류·책
역자후기
다치바나 다카시 연보

○ 저자소개 : 다치바나 다카시 (Takashi Tachibana, 1940 ~ 2021)
1940년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 출생. 어릴 시절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거주했던 적도 있고, 주로 일본 이바라기 현에서 성장했다. 이바라기 사범학교 부속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으며 1959년 동경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입학, 1964년에 졸업하였다.
이후 「문예춘추」에 입사하여 『주간문춘』의 기자가 되었으나 1966년 퇴사하여 다시 도쿄대학 철학과에 입학, 재학 중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고 1970년 대학을 중퇴하였다. 특히,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인맥과 금맥」에서 수상의 범법 행위를 파헤쳐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후 사회적 문제 외에 우주, 뇌를 포함한 과학 분야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지 (知)의 거장이자 우리 시대 최고의 제너럴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는 『뇌를 단련하다』, 『21세기 지의 도전』,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등 일련의 저작들을 통해,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진정한 교양과 지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발언해왔다. 근본적으로는 지적 호기심, 특히 ‘인간과 문명에 대한 관심’이 그를 현대 문명의 핵심인 자연과학과 기술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그의 ‘현대 교양과 지식의 필수 아이템’에는 ‘조사하고 작성하는 능력’과 함께, 현대 교양의 핵심으로 ‘인공물학, 뇌과학, 생명과학, 정보학 등 21세기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한 사람의 저널리스트에서 지금은 ‘일본 사회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변신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첫 계기는 『우주로부터의 귀환』 (1982), 『뇌사』 (1985), 『원숭이학의 현재』의 성공이었다. 다치바나식 과학저널리즘의 기본 방법론은 ‘대화 형식’이다. 그는 전문가의 육성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고 쉽게 전해주는 ‘대화의 형식’ 즉 인터뷰를 시도한다. 이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대신해 기초적인 질문부터 차례차례 하여 본질적인 의문으로 옮겨가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서술방식이다.
그의 저서 『뇌를 단련하다』에서는 지성을 단련하지 않는 학생들과 함량 미달의 대학 교양 교육을 향해 매서운 일갈을 하고 있다. 저자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도쿄대 교양학부에서 ‘인간의 현재’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으며, 이 책은 그때의 강의록을 묶은 것이다. 수업 시간.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읽어본 학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그 책 페이지에 나오는 “인간은 정신이다. 정신은 무엇인가? 정신이란 자기다.”라며 자기를 단련해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대학 4년을 보내고 난 뒤 전장과도 같은 사회에 투입될 학생들은 ‘지의 전체상’을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문과형·이과형 인간 등 몇 분야에만 걸친 공부는 절반의 인간형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아직은 ‘노 바디 (nobody)’인 대학 초년생. ‘썸바디 (somebody)’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의 지도’를 그리는 법이 자세히 적혀 있다. 최근에 출간된 『지식의 단련법』은 일본에서 출간된 지 20년만에 번역된 책으로, 정보의 입력과 출력에 대해 작가가 ‘어떻게 정보 (지식)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가공해 왔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1979년 『일본공산당연구』를 발표하여 고단샤 (講談社) 논픽션상 수상, 1983년 ‘철저한 취재와 탁월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보다 넓은 뉴저널리즘을 확립한 문필 활동’을 인정받아 문예춘추사가 수여하는 기쿠치 간 (菊池寬) 상 수상, 1998년 제1회 시바료타로 (司馬遼太郞) 상을 수상하였다. 또 다른 저서로 『사색기행』, 『천황과 도쿄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등이 있다.
2021년 4월 30일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으로 별세하였고, 가족의 발표로 6월 23일 뒤늦게 알려졌다.
*저자의 전문서고 ‘고양이 빌딩’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불어난 수만 권의 장서를 보관하기 위해 도쿄 시내에 고양이 빌딩을 지은 것으로 화제가 됐다. 도쿄 고이시가와의 10평 정도 되는 자투리땅에 철근으로 세운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로 내부 서가의 길이를 모두 합하면 무려 700m에 이른다고 한다. 빌딩의 설계는 소설 《소년 H》의 작가로 알려진 무대미술가 세노오 갓파가 맡았으며, 신문에 이 빌딩의 사서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빌딩 지하에는 와인셀러가 비치되어 있으며 지상 1~3층은 침대와 탁자를 제외하면 모두 책을 꽂아두는 서고로 쓰인다. 장서는 적게 잡아도 5만 권을 넘으며, 서고가 꽉 차서 몇년 전부터 다른 건물을 빌려 제 2 서고로 쓰고 있다고 한다.
– 역자 : 이언숙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학교 대학원 동양사학과에서 일본사를 전공하였고,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 국사학과에서 일본중세사를 전공하여 연구생 과정을 마쳤다. 현재 외교통상부, 국제교육진흥원, 한국국제교류재단, 한일 역사교사 교류회 심포지엄 등에서 한일 학술문화 교류 관련 통역 요원으로 활동했다.
○ 요약
1. 나의 지적 호기심
식욕, 성욕과 함께 인간의 지적욕구는 매우 강하다. 이런 지적욕구가 있었기에 현재와 같은 문명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 지적욕구는 실용적인 지적욕구와 순수한 지적욕구로 구분될 수 있다. 지적욕구는 개별 인간의 본질을 형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이다. 인간의 뇌는 적절하게 사용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하게 가지고 갈 수 있다.
강의 당시 저자는 40여 권의 책을 썼으며 글을 쓰기 위하여 많은 책을 읽는다고 한다. 취재를 위한 준비도 많이 하는데 인터뷰 상대가 쓴 글이나 논문은 거의 다 읽어보고 방문을 한다고 한다.
뇌과학이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면서 조류의 뇌에 대한 2가지 연재 기사를 소개한다. 1)비둘기에 대해 실험하였더니 인간이 그린 화풍까지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비둘기의 뇌는 아주 작아서 2g 정도라고 한다. 2)금화조라는 조류를 대상으로 언어 능력을 실험하였는데, 인간과 별 차이 없는 구조의 음성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테마 하나에 약 500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는 셈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형이상학』에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알려고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실용적인 지적욕구와 순수한 지적욕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인간은 이처럼 강하고 순수한 지적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문명 사회를 형성할 수 있었다.
소재식 (所在識): 자기가 시간적·공간적·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가라는 의식. 의식의 이상(異常)을 판정하는 근거가 된다. “여기는 어디인가?”, “당신은 누구인가?”, “지금은 언제인가?” 3가지 질문이 그것이다.
소재식 검사에 이용되는 3가지 질문은 인류가 전 역사를 통하여 찾고자 노력해 온 목표,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의 일상적인 행동은 대부분이 자동화된 행동이다.
자동화된 부분은 주로 소뇌 안에 저장되어 있다.
인간의 정신, 인격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 사람이 가진 과거에 대한 기억의 총체에 이해 형성되는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지적욕구는 그 사람의 본질을 형성해 가는 가장 근본적인 구성 요소라 할 수 있다.
뇌 기관은 적절하게 사용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하게 가지고 갈 수 있다.

2. 나의 독서론
– ‘인류의 지의 총체’를 향한 도전
생명체의 진화계통수에 비교하여 인간의 지식의 세계에 대한 진화 계통수를 언급한다. 공룡과 같이 중간에 사멸된 지식도 많이 있다. 고전이 지의 총체가 아니라 현재 최신의 책과 글이 확대, 재생산된 지 (知)의 총체이다.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인 독서와 독서를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독서로 나눌 수 있다.
그 저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그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 자체가 활용되기에 적절한 책만이 결국 진정한 의미의 고전으로서 살아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히려 진정한 과거의 지에 관한 총체는 언제나 최신 보고서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체험적인 독학 방법
입문서 여러 권과 입문서를 우선 구입하고 입문서에서 반복적으로 참고하는 명저들과 쉽게 설명한 일반 해설서들을 구입한다. 그리고는 그 학문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책을 구입한다. 그다음부터는 읽는다. 메모와 정독할 필요는 없다. 책은 거칠게 다루는 것이 좋다.
어학만큼은 순수 독학, 즉 책만 보고 혼자서 공부하는 방법을 피하는 것이 좋다.
입문서는 내용이 다양하고 풍부한 책을 여러 권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렇게 구입한 책들은 쉬지 않고 연달아 읽는 것이 좋다. 잘못된 고정된 관념으로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이다.
–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
아래의 글은 취미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일과 일반교양을 위한 독서이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5) 읽다가 그만둔 책이라도 일단 끝까지 넘겨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꼭 메모를 하고 싶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 메모를 위해 다시 한번 읽는 편이 시간상 훨씬 경제적이다. 메모를 하면서 책 한 권을 읽는 사이에 다섯 권의 관련 서적을 읽을 수가 있다.
8) 남의 의견이나 가이드북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주석에는 때때로 본문 이상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하다.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11) 새로운 정보는 꼼꼼히 체크하라. 잘못된 내용일 수도 있다.
12) 의심이 들면 원본 자료로 확인하라.
13) 난해한 번역서는 오역을 의심하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3. 나의 서재·작업실론
서재와 고양이 빌딩에 대한 글이다.
– 나의 요새
내가(저자) 30대 중반이었을 때까지는 사과 상자가 서재의 중심을 이루었다.
사과 상자 시대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서재 혹은 작업실이라고 할 만한 곳에 세 군데 있다. 하나는 우리 집 2층의 두 평 남짓한 방이고, 다른 두 군데는 모두 아파트 방 (5평, 10평)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 서고를 신축하다
집에서 가까운 10평 정도의 토지에 철근 4층 건물 (지상 3층, 지하 1층)의 빌딩을 신축하여 지하 1층은 서고로 꾸미고, 지상 1층과 3층은 작업실, 2층은 사무실로 꾸몄다. 각 방들은 7평 정도로 좁다. 약 35,000권 정도의 책을 꽂을 수 있다.
– 나의 비서 공모기
서류 전형을 통해 500명의 지원자 가운데 어렵게 21명을 가려냈다.
4.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많은 양을 읽은 덕분에 영어로 쓰여진 책을 읽을 때 고생하지 않게 되었다.
진심으로 철학을 하려고 한다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그리스어, 라틴어 등이 필요하다.
그리스어로 플라톤을 읽고, 라틴어로 토마스 아퀴나스를 읽고, 프랑스어로 베르그송을 읽고, 독일어로 비트겐슈타인을 읽었다. 그리고 학과 외 수업으로 히브리어로 진행되는 구약성서 강독을 들었다. 또한 한문 강독인 『장자 집주』 강의도 들었다. 그리고 아라비아어 수업, 페르시아어 수업도 들었다.
무엇인가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 관련 서적을 10권 정도는 읽어야 한다.
– 나의 독서를 되돌아본다
나의 독서 경향의 변화를 살펴보면, 초등학교 이전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초등학교 3학년부터 4학년 중기까지, 4학년 중기부터 6학년까지, 중학교 전기와 중학교 후기 등 다섯 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 퇴사의 변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간은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내 경우, 하고 싶은 일이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보는 것뿐이다.
– 다치바나 씨의 작업실 ‘고양이 빌딩’ 전말기 (그림.글 세노갓파)
와인에 대해 알고 싶어져 갑자기 프랑스로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편집자를 당황시켰다.
“이왕에 독을 마셔야 한다면 그 그릇까지 삼키겠다”는 심정으로 시작했다.

5. 우주·인류·책
‘너무나 서평 다운 서평’이란, 요컨대 어떤 책에 대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주 그럴듯한 평가를 뽐내듯 늘어놓는 글을 말한다.
그런 서평은 대체로 쓸데없는 참견처럼 느껴진다.
내가 서평을 통해 알고 싶은 것은 오로지 그 책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관한 정보이다.
이런 훈련 덕분에 나는 책 내용의 농축된 포인트만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요약한 후 전달하는 일은 꽤 잘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전체의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그 흐름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예고편과 마찬가지로 재미있는 (중요한) 대목이라고 할 만한 곳을 발췌하여 제시하는 것과 핵심을 요약하여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역자후기
– 다치바나 다카시 연보

○ 인상깊은 구절
최근에 연재한 기사를 조금만 소개하면, 조류의 뇌에 관한 연구결과를 두번의 연재를 통해 다루었습니다. 첫 회에는 게이오 대학의 와타나베 시게루 교수의 비둘기 뇌에 관한 실험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이 실험은 비둘기에게 피카소와 모네의 그림을 보여 주고 이를 구분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먼저 피카소의 그림과 모네의 그림을 각가 10장씩 준비하여 비둘기에게 보여 줍니다. 그리고 피카소 그룹의 비둘기가 피카소 그림을 보았을 때, 모네 그룹의 비둘기가 모네 그림을 보았을 때, 새장의 문을 콕콕 두드리면 먹이를 주는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약 2주일 정도 되면 90%의 비둘기가 그림을 구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에서 비둘기들이 그림을 ‘보고 구분한다’고 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떠한 특정 단서를 가지고 식별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그림 20장을 그냥 모두 외워 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음 실험에서는 비둘기들에게 피카소와 모네의 새로운 그림을 다른 화가들의 그림과 섞어 놓은 상태에서 보여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피카소와 모네의 새로운 그림을 구분해 낼 뿐만 아니라, 모네 그림을 보여 준 그룹의 비둘기들은 세잔느, 르누아르 등 인상파 화가의 그림에, 피카소 그림을 보여 준 그룹의 비둘기들은 브라크, 마티스 등 전위파 화가의 그림에 강한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비둘기들은 화가의 화풍까지도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그림을 거꾸로 세워 놓고 실험해 본 결과, 모네 그림에 반응한 비둘기들의 정답률이 크게 떨어진 데 반해, 피카소의 그림에 반응한 비둘기들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놀랍게도 인간과 똑같은 반응을 보인 겁니다. (p 14)
기본적으로 이런 지적욕구는 책을 쓰고 싶은 욕구가 아니라 제가 본래 가지고 있는 ‘어떻게 해서든 알고싶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욕구때문입니다.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립니다만 이는 저만이 가지고 있는 욕구가 아니라 분명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입니다. (p.20)
연세 드신 분들 중에 지금까지 자신이 진정한 고전이라고 여겨왔던 서적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고전을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자주 만납니다. 그러나(…)지금 독자들이 문학 작품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문학 작품들을 고전이라고 단언할 수 없음이 보다 분명하고 확실하게 증명된 셈입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층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서적만을 고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는 고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 인간의 지의 총체가 걸어 온 진화 계통수에는, 공룡처럼 진화의 막다른 골목으로 접어들어 그 방향에서 정점에 도달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의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그대로 사멸해 버린 종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런 모든 예를 다 들 수는 없지만, 인간의 지의 운용 속에도 진화의 막다른 골목과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19세기 로망 롤랑이라든가 19세기의 사변철학 등이 바로 그런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헤겔도 그런 유형이 아닐까요. 연구하는 사람 외에 그 누구도 그의 저서를 읽지 않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으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고전을 이런 식으로 파악한다면 고전이란 결코 이와나미 쇼텐의 사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과거의 지의 총체가 아닙니다. 어떤 고전이라도 그것은 이미 어느 시점에서 과거 완료의 내용만을 담게 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과거의 지의 총체’라면, 현재 직전까지의 모든 것이 과거의 지인 셈이므로 현재 완료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과거 완료의 고전이 모든 지의 총체를 포괄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과거의 지에 관한 총체는 언제나 최신 보고서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과거의 지의 총체를 알고자 한다면 결코 고전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으며, 또한 고전에 얽매여서도 안됩니다. (p. 52~57)

이제는 오직 읽는 일만 남아 있다. 우선 가벼운 개설서부터 읽는다. 교과서적인 입문서를 읽는다. 한 권을 읽고 나면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면서 두 권째부터는 읽기가 좀더 수월해질 것이다. 정독할 필요는 없다. 메모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너무 의욕이 앞서게 되면 분명 도중에 좌절하고 만다. 메모를 하면서 정독을 하면, 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도 이틀씩 걸릴 수 있다. 입문서 한 권을 정독하기보다는 입문서 다섯 권을 가볍게 읽어 치우는 편이 낫다. 메모를 하지 않아도 중요한 부분은 대부분 다른 책에서도 반복하여 언급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머리속으로 들어온다. 메모를 하는 대신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해두는 방법이 더 좋다. 그 다음에는 색인을 참고하면 된다. 그리고 책은 거칠게 다루는 것이 좋다. 나중에 헌 책방에 팔기 위해서라도 깨끗하게 보겠다는 식의 구두쇠 발상은 버리는 것이 좋다. (p.77-78)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책이 많이 비싸졌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 값은 싼 편이다.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정보를 다른 방법을 통해 입수하려고 한다면 그 몇 십 배, 몇 백 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p.81)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 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p.83)
우선 제대로 된 소비자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생산자가 될 수 없습니다. 문학을 통해 정신 세계를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래도 사물을 보는 눈이 사려 깊지 못합니다. 사물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식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문학이라는 세계는 처음 겉으로 나타난 것을 한 번 뒤집어 보면 다르게 보이고, 다시 그것을 뒤집어 보면 또 다르게 보이는 그런 세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표면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문학인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영향이라면 독서, 특히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얻어지고 길러지는 상상력이 아닐까 합니다. 취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은 결국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먼저 말해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과거 경험을 듣고 싶어도, 말하지 않은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이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상상력입니다. (p.132-133)
물론 처음에는 어떤 테마의 경우라도 그랬습니다. 단어의 의미조차 몰랐던거죠. 그것을 풀어가기 위해 이쪽에 있는 책들을 하나씩 읽어 갔습니다. 서가로 3단 정도의 책을 읽고 나서야 아주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p.155)
화장실 옆에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비밀계단이 있음.
A. 중세 신비주의 관련 책과 문학, 철학에 관한 책. 오에 겐자부로 관련 자료
B. 미술 서적.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관련 서적. 종교 전반. 동방, 중국 관련 서적.
C. 책상에서 가깝기 때문에 진행 중인 일 관련 자료가 많다. 남미 인디오의 역사, 바로크 관련 서적, 종교, 문화인류학, 음악, 영화, 사진집 등.
D. 번역 문학. 오에 겐자부로의 책. 임사체험 자료.
다치바나 씨는 일반적으로 이 방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가장 중요한 작업실인 셈이다 이 3층에만 화장실과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주로 인문계열인데, 사상, 문학, 종교, 음악, 미술, 사진, 영화 등 넓은 범위의 일을 할 수 있다. 다치바나 씨의 머리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다. (p. 202~203
이제 마지막으로 한마디 말하자면, 나는 책이란 만인의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대학에 들어가건 사람이 대학에서 배울수 있는 것은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학에서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든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한다면 인간은 결국 책을 읽지 않을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이라는 대학에 지속적으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다니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떤 책을 일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충고 한마디! 책에 쓰여있다고 해서 무엇이건 다 믿지는 말아라. 자신이 직접 손에 들고 확인할 때까지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믿지 말아라. 이 책도 포함하여. (p.285-286)

○ 느낀점
다카시의 책읽기는 대부분 글쓰기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독서와는 구별이 되고, 본서가 출판된 2001년 시대적 정황 및 각각의 개인적 상황이 다르겠지만 능동적이고 구체적이며 동시에 아주 실용적인 독서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시간을 내어 틈틈이 책을 읽어야 하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지금껏 즐거움만을 좇아 책에 탐닉해 왔거나, 필요에 따라 책을 읽긴 했지만 닥치는 대로 책을 골라왔던 독서가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듯하다.
본서에서 다카시가 강조한 14가지 독서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없이는 선택 능력을 익힐 수 없다.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수준이 너무 낮은 책이든, 너무 높은 책이든 그것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도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 보아라.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섭렵하기 위해서는 속독법밖에 없다.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주석에는 때때로 본문 이상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하다.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활자로 된 것은 모두 그럴듯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이라도 거짓이나 엉터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11) ‘아니, 어떻게?’라고 생각되는 부분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을 발견하게 되면 저자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또 저자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12) 왠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말라. 13) 번역서는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번역서를 읽다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머리가 나쁘다고 자책하지 말고 우선 오역이 아닌지 의심해 보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 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본서는 정독하거나 메모할 필요가 없다. 단지 읽으며 독서에 대한 저자의 정열, 지적 호기심, 일생동안 끊임없는 공부에 대한 열정 등을 힘입어 독서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발제 : 임운규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