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괜찮아유” – ‘집밥 백선생’에서 찾은 용기를 주는 한마디
호주에 살면서도 가끔씩 ‘집밥’이라는 말을 들으면 한국의 부모님댁에서 먹는 음식을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내 집은 시드니인데도 이상하게 특별한 재료도 아닌 그저 평범한 재료들을 사용하여 만든 엄마의 ‘집밥’이 생각납니다. 가끔 유학생들과 워킹홀리데이 청년들과 함께 집에서 식사를 나눌 때면 역시 ‘집밥’이 최고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합니다. 사역 때문에 다른 지역에 머물다가가 문득 아내가 만들어주는 ‘집밥’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요즘 인기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집밥’입니다. 케이블 방송인 tvN에서 매주 화요일 밤에 방송되는 ‘집밥 백선생’이라는 프로그램의 영향력 때문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가수 윤상, 개그맨 김구라, 배우 박정철, 손호준이 요리연구가이며 요식업계의 거인으로 통하는 백선생 ‘백종원’을 스승으로 모시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집밥 요리를 배우는 내용입니다. 평소 한 번도 앞치마를 둘러 본적이 없을 것 같은 남자들은 ‘집밥 스승’을 만나 ‘집밥 제자’로 거듭납니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은 백선생인 백종원의 요리가 “한번 만들어 볼까?”라는 의욕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지난 23일 방송에서 백선생은 제자들을 위해 우리나라 집밥의 대명사인 된장찌개의 기본부터 응용까지 알기 쉽게 설명하였고 평균 5.7%, 최고 7.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치를 다시 한 번 경신했습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이는 동시간대 케이블과 종편 프로그램 중에서 1위에 해당하며,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결과로 분석됩니다. 무를 활용한 ‘만능 된장찌개 베이스’를 기본으로 하는 된장찌개는 제자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백선생은 된장찌개의 깊고 시원한 맛을 결정하는 비법들을 하나하나 공개하며 “된장찌개는 오래 끓여야 맛있다”라는 된장찌개의 정석을 가르쳤습니다. 또한 제자들이 만드는 된장찌개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본 뒤 잘한 점과 보완할 점을 짚어주는 백선생 스타일의 체험식 수업은 시청자들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 느낌을 갖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백선생인 백종원은 “프로그램의 인기는 팀웤에 있다” 는 말로써 ‘겸손한 스승’의 이미지도 얻게 되었습니다.
2%의 시청률을 예상하고 시작한 프로그램이 7%를 넘어서자 가장 기뻐하면서도 당황하는 사람은 바로 담당 PD인 고민구PD입니다. 고PD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인기몰이를 하는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한 성공 비결을 세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첫 번째 비결은 시청층의 확대입니다. 고PD는 “자취생이나 남성 등 요리 문외한들 상대의 쉬운 요리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오히려 요리 9단 주부들이 더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되면서 시청률이 솟구쳤다”고 합니다. 이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이 제공한 가구평균시청률 수치도 증명합니다. 방송 초반 남녀 연령 불문 시청률 2%대로 시작했지만, 8회 시청층 분석에서는 여성 40-50대가 각각 6.7%, 7.4%를 기록하면서 평균 시청률 7.4%로 올렸습니다. ‘집밥 문외한’ 보다는 각 가정의 ‘집밥’을 담당하는 ‘프로 주부’들이 오히려 백종원의 레시피에 환호하고 집중했다는 의견입니다.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정작 고PD는 “음식이 조금이라도 남아야 제작진도 먹어보고 차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데 김구라, 윤상, 박정철, 손호준 네 명의 패널들이 백종원씨가 만드는 음식을 매회 모두 깨끗이 비워버려서 난감한 상황”이라며 “일부 패널들은 녹화날 맛있게 밥먹으러 왔다고 말할 정도니 맛은 못봤지만 지금까지는 실패한 요리가 없다고 확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비결은 단연 요리와 진행의 중심 MC 백종원입니다. 고PD는 “마이리틀 텔레비전의 백종원의 인기비결이 쌍방향 소통이라면, ‘집밥 백선생’에서는 나눔”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는 “백종원 씨는 레시피 비법을 아끼지 않는다”면서 “언제나 새롭고 신선한 정보를 끊임없이 상대에게 주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친근함과 인간미로 무장한 백종원의 치명적인 매력에 특별한 비법까지 쏟아지니 적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방송 천재’ 백종원의 분량은 편집도 필요없다고 하며 “오히려 네 명의 패널이 요리에 집중하느라 말도 잘 못하고, 손이 서툴기 때문에 편집 분량이 많다”면서 “백종원 대표의 달변은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로 마무리가 흐리멍텅한 듯해도 버릴게 없어 통으로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세 번째 비결은 역시 시청자입니다. 백종원 대표의 “괜찮아유”, “쉽쥬?” 긍정 멘트에 자극 받은 시청자들이 직접 앞치마를 두르기 시작했고 SNS에는 ‘집밥 백선생’에서 파생된 3만여개의 시청자 레시피가 공유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지난 7일 방송에서 패널 김구라는 “집밥 백선생을 본 시청자는 ‘맛있겠다’, ‘해달라고 해야겠다’가 아니라, ‘해 봐야겠다’ 마인드였다”며 “만능간장, 카레 같은 것이 특히 인기 많았다”고 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백종원의 인기비결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칼질 못해도 괜찮아, 채칼 쓰면 돼! 민트 없어도 괜찮아. 깻잎쓰면 돼! 요리 못해도 괜찮아 사먹으면 돼! 보고 있으면 힐링된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답니다.
또한 <서울신문>의 문소영 논설위원은 ‘백주부’, ‘슈가보이’로 불리는 백종원 신드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내놓았습니다.
성공한 외식 사업가인 ‘백종원 따라하기’가 아니라 그의 요리를 따라하면서 신드롬이 형성됐다.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는 속설에 귀가 따가운 40-50대 중년의 남편들이 백종원이 쓴 요리책을 샀다고 자랑한다. 또 ‘백종원표 만능 간장’을 만들어 본 뒤 그 간장으로 두부조림을 해보고, 돼지고기를 재우면서, “아무래도 나는 요리 천재인 거 같아”라는 감탄사를 함부로 던지고 있다…. ‘백주부’ 열풍은 지난 겨울 남해의 한 섬에서 얼기설기 만든 어설픈 오븐으로 수제 식빵을 만들어 시청자를 경악하게 만든 차승원을 ‘차주부’라고 부르며 열광했던 그 시절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TV를 망라해 방송마다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대세인데, 잘생긴 40대의 요리사들 대신 오동통한 몸매의 ‘백주부’에게 연령 불문, 성별 불문으로 인기가 몰린 이유가 뭘까? ‘백주부’에 대한 열광의 시작은 평생 요리와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들조차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용기와 희망을 준다. 예전 요리 방송은 일반 가정에서 비치하기 어려웠던 계량컵과 계량 저울로 몇 g을 넣으라고 해서 음식을 만들기도 전에 김을 빼버렸다. 백종원은 종이컵으로 1컵, 밥숟가락으로 1숟가락을 넣으라고 한다. 전문가인 척하지 않는다. 비싸고 맛없는 외식에 지친 직장인과 자취생들에게 싸고 빠르면서 쉽게 뭔가를 만들어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레시피도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으니 금상첨화다.
고등학교 입시시험을 마치고 처음으로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피자집 주방 보조였습니다. 사회생활의 첫걸음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양파와 피망을 자르고 토마토를 으깨는 작업만 하였습니다. 점심시간은 대부분 라면으로 떼우지만 사장님 몰래 온갖 야채, 특별히 햄을 넣어 끓여 먹었던 맛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할머님의 반대로 집에선 설거지도 하지 않았던 제겐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집밥 백선생’을 보며 무언가에 도전하려는 제게 아내는 늘 같은 말을 합니다. “당신은 맛을 잘 구분하지 못해서 않되요!” 섭섭하게 들리지만 사실입니다. 뭐든 맛있는 입은 뭐든지 잘 먹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입맛 덕분에 가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요리는 모두가 외면하고 저만 맛있게 먹기도 합니다. ‘집밥 백선생’을 통하여 분석하고 해부하는 시선보다는 공감하고 포용하는 마음이 제게 더 필요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고PD의 말처럼 이 시대는 나와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며 내가 가진 것을 기쁘게 나누며 “괜찮아유”라며 실수도 포용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녁에 먹은 된장찌개는 ‘백주부 레스피’라는 아내의 말에 역시 깊이가 있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도 이렇게 깊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주변에 실수하여 낙심한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한 번 말해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괜찮아유”…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악인은 재앙으로 말미암아 엎드러지느니라> (잠언 24:16)
임기호 목사는 교회 개척과 문화 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크리스챤 커뮤니티’ 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messageschool.org
문의: kiholim7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