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지구 한 바퀴
세 번째 이야기 : 일본 도쿄
2편 베트남 호치민 / 3편 일본 도쿄 / 4편 캄보디아 씨엠립
일본을 십 수 차례나 다녀오고도 도쿄가 첫 방문이라는 사실이 나에게 조금은 의아했다.
지금껏 그토록 일본을 헤집고 다녔는데 도쿄가 처음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야 할 곳들이 산재해 있으니 지구는 정말로
크고 넓다.
그러한 생각에 잠길 즈음 탑승한 JAL 항공기는 부모님 댁 바로 위를 날고 있었다.
탑승한 기내에서 집을 찾아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골목골목 풍경이 그야말로 또렷이 보였다. 정말 신기했다.
보통 도심 속에서도 고도가 높아 아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어떤 연유인지 그날은 고도가 낮기도 했고,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출발하기도 했거니와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 상공을 날고 있어서 찾기가 수월했던 것 같다.
국민학교 시절 공부하며 뛰놀던 초등학교 교정을 내려다보는 것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잠시 마음을 달래고 태어나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어린아이 마냥 기내를 휘휘 둘러본다.
비행기 사이즈가 크든 작든, 신형이든 구형이든 간에 나의 아주 오래된 버릇이다.
특히 A380이 새롭게 취항하고 탑승했을 때는 그 감동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물론 부산 도쿄 구간은 작은 항공기다.
그렇게 많은 시간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도 필자에게 비행기는 매번 신기한 물체다.
창 너머로 바라보는 구름, 이착륙 활주로, 가끔 나의 위로 밑으로 재빠르게 지나가는 비행기도 운이 좋으면 멋지게 감상할 수 있다.
탑승 후 정확히 두 시간여가 흘렀을까?
급속히 고도가 낮아지면서 쿠쿵 하는 굉음과 함께 나리따 제2국제터미널에 도착한다.
입국 심사대를 빠져 나와 세련되게 단장된 청사를 제자리에서 한 바퀴 휭 둘러보고는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서 매우 익숙한 듯 게이세이센 전철 티켓을 구입했다.
간단한 나의 업무가 병행된 짧은 여정이었기에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짧은 시간 내 도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돌아다녀야 한다.
시내로 들어와 첫 업무를 마치고 곧바로 오다이바로 향했다.
오다이바에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하고 싶었으나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아직 일몰이 시작되기 전 유리카모메에 탑승한지라 밝은 모습의 임해부도심을 감상할 수 있었다.
모노레일은 레인보우 브릿지를 넘어 인공 섬 오다이바 아오미역에 도착했다.
오다이바는 복합주상 및 레저타운으로 섬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심지어 온천욕까지도…
자동차의 천국인 메가웹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자동차들을 만져보기도 직접 앉아 보기도하며 마음껏 음미해본다.
자동차 쇼룸 하나에도 개성과 마케팅이 집약되어 있음을 느끼면서 다시금 일본인들의 발상에 감탄한다.
자판기의 천국 일본.
일본에는 신기한 자판기들이 정말로 많다.
커피, 음료수, 과자, 아이스크림 등은 물론 심지어 건전지 자판기까지 있으니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곳 메가웹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자판기에 돈을 넣고 새로 출고된 신차를 선택하면 시승권과 함께 해당 자동차의 브로셔가 떨어진다. 시승권을 제출하고 1층 야외로 나가면 시승할 차량이 준비되어 있고, 스피드웨이를 따라 시승을 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꽤 괜찮은 시스템인 것 같다.
한국에도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면 신차 홍보와 구매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이 극에 달한 필자가 자판기에 돈을 꾸욱 밀어 넣는다.
당시 처음 보는 럭셔리한 밴에 마음을 빼앗겨 다른 차량에는 눈도 가지 않는다.
그러고는 트랙으로 내려가 시승을 한다.
우회전, 좌회전, 곡선도로, 오르막과 내리막 짧은 구간을 꽤 정교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것저것 메커니즘을 조작해 보고는 아쉬운 마음 달래며 하차하고, 오다이바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비너스포트로 이동한다.
이곳은 여성들에게 인기만점인 쇼핑몰이다.
마치 미국 라스베가스 카지노홀에서 하늘을 바라볼 때 마냥 밤에도 파란하늘의 구름을 볼 수 있는 비너스포트, 또 거대한 관람차는 파렛트 타운을 더욱 돋보이기에 충분하다.
다시 모노레일에 올라 오다이바역으로 향했다.
후지TV 스튜디오 견학이 있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아쉽게 건물 감상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시간에 쫓긴 까닭도 있었겠거니와 오다이바의 명물인 레인보우브릿지와 자유의여신상 야경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던 터라 다른 곳에 눈길 줄 여유가 없었다.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야경은 사진에서 보아오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예쁜 모습을 멋있게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에 연신 셔터를 눌러본다.
몇 차례 시도해보지만 이내 촬영에 실패하고 만다.
어두운 밤 촬영이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지에서 좋은 사진을 찍겠다는 일념보다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보며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 여행초점을 두다 보니 아직까지 그럴싸한 사진기 하나 없었던 것이다.
그 중 그나마 괜찮은 서 너 작품에 만족하고 한참을 자유의 여신상과 레인보우 브릿지를 바라보며 망상에 젖는다.
카푸치노 한잔에 몸을 맡기며 여유로운 듯 여유롭지 않게 자리에서 살며시 일어난다.
필자는 여행을 하며 느끼는 것이 ‘너무 과해도 너무 부족해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너무 과하게 되면 소중함을 잃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고, 부족하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음에도 추억할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 곳 오다이바의 야경이 나에게는 아직까지 부족한 곳 중 하나이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
조금 일찍 일어난 덕분에 일찍 업무를 마칠 수 있었다. 평소 야구라면 사족을 못쓰는 필자가 도쿄 돔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것은 그야말로 희망사항 중 하나였다.
오늘은 가야 할 곳들이 도에이센에 집중되어 있어 1일 프리패스를 구입했다.
원래는 700엔인데 일정기간 내 토요일 사용자에 한해 500엔으로 할인판매 중이었다.
여행 중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돈이 굳으니 그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되게 한다.
히가시 신주쿠에서 도쿄 돔을 가야 하는데 마침 동일 선상 라인이라 다행이다.
만약 경기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지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도쿄 돔으로 급하게 움직였다.
지하철역사를 올라오니 도쿄 돔은 양쪽 빌딩숲에 가려 둥근 돔 지붕의 중앙부분만이 계란모양처럼 보였다. 실제 도쿄 사람들이 ‘에그돔’이라 부른다고 한다.
가까이 갈수록 거대하게 다가오는 돔은 다가갈수록 온 몸에 전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우리의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가 맹활약을 펼쳤다 생각하니 자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경기가 있나 하고 인포메이션에 들러보았지만 이틀 전에 시즌이 끝났고 클라이막스 1차전 주니치 드래곤즈와의 시합은 이틀 후의 일정으로 잡혀있었다.
경기를 볼 수가 없으니 도쿄 돔 구장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돔을 한 바퀴 돌며 군데군데 살짝 개방된 셔터 문 사이로 내부를 들여다 보았다. 지붕이 덮여있는 야구장을 처음 봤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려 도쿄대학에 잠시 들러 일본의 대학공간을 살짝 엿보았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각 나라의 대학교 방문하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현재의 유행을 알 수 있고, 각 나라 대학생들의 표정을 볼 수 있어 참 좋다.
기념품을 판매하는 학교에서는 저렴하면서 예쁜 대학교 로고가 새겨진 볼펜 하나 구입에도 마냥 즐겁다.
우에노에 들러 아메요꼬시장을 갔다.
이곳은 마치 대한민국 부산의 국제시장과 서울의 남대문시장을 연상케 한다.
지금은 활발한 무역교류로 인해 이곳에서 파는 물건이 더 이상 매력을 주지 못하지만, 수입이 원활하지 않았던 20여년 전에는 한국 상인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일본은 어느 도시를 가든 도보여행이 즐겁다.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한 샵, 전문용품점, 또, 현대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스타일리쉬한 거리 긴자를 걸어 다니는 것은 그 자체로 매력만점이다.
꼭 물건을 구입하지 않고도 눈으로 달래보는 값비싼 명품 점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백화점, 격조 높은 유명레스토랑과 카페가 줄지어 서있는 긴자는 그야말로 패션리더들의 거리로 화려함을 더한다.
도쿄 최대의 복합 빌딩 군이 줄지어 서 있는 롯본기는 쾌적하면서 화려함 속에 정돈된 정숙함을 보여준다.
아자부쥬반역에 내려 아사히TV를 지나 롯본기힐즈를 넘어 간다.
무슨 일인지… 영화촬영이라도 하는 듯 남녀노소 불구하고 시민들과 촬영에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어느 나라에서건 길거리 촬영은 군중을 불러 모으나 보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했지만 기다릴 시간이 없다.
모리타워에서 화려한 도심을 배경으로 카메라에 풍경을 담으며 여유로운 척 커피 한잔의 호사를 누려본다.
이놈의 카푸치노! 도대체 얼마를 마셔야 직성이 풀릴까?
여행도 여행이지만, 커피에도 중독된 듯 싶다.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거리라 불릴 만한 하라주쿠 다케시타도리에는 약 1Km에 걸친 길목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옷(한화로 따진다면 결코 저렴하지는 않다)과 캐릭터 상품을 파는 집들로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개성 넘치는 일본 젊은이들의 상징 하라주쿠.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코스프레를 하고 돌아다니는 여고생들, 가수가 희망일 것 같아 보이는 젊은이들의 락커 복장.
하라주쿠는 각양각색의 도쿄 젊은이들을 밤낮 할 것 없이 불러들인다.
주위를 두리 번 거리며 또다시 도쿄의 랜드마크라 불리는 도청으로 발길을 옮긴다.
도청 전망대에서는 도쿄의 화사한 야경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기에 여행자들에게는 아주 인기가 많다.
가츠동 하나를 주문해도 밑반찬을 사 먹어야 하는 고물가 도쿄에서 야경 감상비용이 무료인 것은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 야경을 눈에 담아오기 위해 오늘 하루를 얼마나 기대했던가!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도청입구로 향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다시 되돌아 오는 것이 멀리육안으로도 확인이 된다.
가까이 가서 안내문을 보니 오늘, 그것도 딱 오늘만 청사 내 사정이 생겨 관람을 중지하게 된 것이다.
안내문에는 일어와 한글로 또렷이 적혀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어떻게 오늘 하루를 기대했는데 도쿄의 야경을 전망대에서 못 본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걸음을 되돌리려 하는데 갑자기 도청과 마주보는 거대한 빌딩 하나가 눈에 쏙 들어온다.
누가 봐도 호텔건물이다.
필자는 한국에서 전공을 살려 잠깐 서울 한남동 소재의 하얏트호텔에 근무한 적이 있다.
대형호텔은 직원통로가 따로 있는데, 그 통로와 고객 통로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고층에서 아쉬우나마 야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기가 발동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고객인 척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재빨리 층별 상황을 체크해보니 대략 46층 정도 되는 빌딩에 42층부터는 라운지 층이고 41층 까지가 룸 층이었다.
주저 없이 41층에 내려 복도를 따라 직원통로처럼 보이는 큰 철문을 밀었다.
역시나 큰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약간은 힘이 빠져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러 복도를 빠져 나오는데 또 다른 철문 하나가 떡 하니 보이는 것이 아닌가! 혹시나 하고 문을 슬쩍 밀어보았다.
도쿄의 초롱초롱한 불빛들이 조금씩 보이더니 이내 두 눈앞에 환한 야경이 꽉 들어찼다.
모르긴 해도 나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을 것 같다.
무한한(?)감동을 받으며 조금은 호텔에 미안해하며 마음껏, 그리고 조금도 방해 받지 않고 도쿄의 밤하늘을 감상했다. 어쩌면 도청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짜릿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서둘러 나와야만 했다.
이유는 이러하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 진마오빌딩 내 하얏트호텔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진마오빌딩이 동방명주타워와 비슷한 높이로 보여 동방명주는 포기하고 일단 호텔로비가 시작되는 51층에 올랐다.
이미 그곳에서도 와이탄 야경을 음미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욕심이 생겨 마지막 꼭대기 층까지 올랐다. 일은 그곳에서 벌어졌다.
역시 직원 통로로 이용해 철문을 열고 계단 복도 안으로 들어갔고, 계단복도에서는 야경은커녕 바깥공기 하나 마실 수 없는 그야말로 시멘트로 꽉 막힌 통로 계단뿐이었다.
정말이지 유리창도 하나 없다.
아뿔사!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들어왔던 문이 보안문이라 직원용 카드가 없으면 다시 그곳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 문이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2중으로 된 철문을 통과하진 못했다. 하는 수 없이 82층에서 1층까지 걸어서 내려와야 했던 웃지 못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도청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지 못함은 내 생애 두 번째 호텔추억으로 남을려나?
상하이에서 겪었던 일과 오버랩 되면서 혼자 중얼중얼 신주쿠로 걸어 올라간다.
신주쿠의 밤은 화려한 낮보다 더 화려하다.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수 많은 인파. 이리저리 떠밀려 결국 숙소로 가는 짧은 길조차 찾지 못하고 신주쿠를 2시간이나 헤매고 돌아다녀야 했다.
나리따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아사쿠사.
도쿄가 ‘에도’ 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곳이다.
센소지에 들러 초대형 홍등 가미나리몬을 사진기에 담아본다.
센소지는 도쿄에서도 중요한 전통 문화재 중 하나이다.
또, 일본의 드라마와 영화, 사진 작품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곳.
공항으로 가기 위해 게이세이센에 몸을 싣는다.
<송준영 기자>
※ 본 글의 소유권은 송준영 기자와 크리스천라이프에 있음을 알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