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땅속생물 이야기(3)
땅속에는 미생물이 무수하게 많지만 식물의 뿌리로부터 2-3mm근처에 있는 미생물을 근권[根圈]미생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근권에는 비근권보다 미생물의 다양성이 감소되어 있는데 뿌리가 인접 토양층에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식물의 뿌리가 미생물의 주거권을 웅켜쥐고 있다는 뜻이다. “미생물”이란 단어가 말해 주듯이 이들은 극도로 작으며 박테리아, 바이러스 또는 세균 분해 바이러스(용 균소)들을 포함하는 유기물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박테리아의 크기는 0.45미크론 이상이며 바이러스는 0.3um 이하다. u[미크론]이란 길이의 단위가 일반인에게 실감할 수 없는 미세단위다. 1mm는 10분의 1cm, 1u은 1000분의 1mm다. 1u보다 더 작은 단위가 mu이다. 1mu은 1000분의 1u이다. 박테리아가 종류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0.45u의 박테리아를 육안으로 도저히 볼 수 없는 존재다. 뭐가 있는게 분명한 것을 과학자들이 그냥 놔 둘 수가 있는가? 과학자들의 고집이 있는데 현미경을 개량해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염색법이라는 독특한 방법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그램염색법
1884년 덴마크의 의사인 한스 크리스티안 그람[(Hans Christian Joachim Gram, 1853. 9. 13~1938. 11. 14)이 그램염색법이라는 검색법을 고안해 냈다. 이 특수 염색법으로 세균류를 염색하여 크게 둘로 나누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세균들은 세포벽의 구조에 따라 두 종류로 분류된다. 그람염색법에 의해 보라색으로 염색되는 세균을 그람 양성균이라 부르고, 붉은색으로 염색되는 세균을 그람 음성균이라 부른다. 세균을 언급할 때 그램양성균 혹은 그램음성균으로 분류하여 부른다. 뿌리혹박테리아(leguminous bacteria)는 리조비움속[屬](Rhizobium)에 속하는 그람 음성 토양 세균이다. 근류균이라고도 한다. 콩과 공생(혹은 기생)하며 공기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세균이며 뿌리에 작은 혹을 만든다고 해서 뿌리혹박테리아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근류균[根瘤菌]이라고도 한다. 뿌리혹박테리가 아무 식물뿌리에나 혹[lump]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콩과식물 뿌리에만 혹을 만들어 질소 비료공장[?]을 차리는 것이다. 공기의 5분의 4를 질소[N2]가 차지하고 있지만 이 많은 질소를 누구이건 간에 전혀 손도 대지 못하는 화학물질이다. 공기중의 질소는 식물과는 관련이 없는데 질소가 없으면 식물은 살 수가 없다. 생물체를 구성하는 물질중에 단백질의 기본원소는 탄소[C], 수소[H], 산소[O]와 질소[N]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이들 4개의 원소를 바탕으로 해서 생체가 구성되는 것이기에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식물이 4가지 원소중에 탄소[C], 수소[H], 산소[O]는 외부의 도움 없이 흡수 할 수 있지만 공기중에 떠다니는 질소[N2]는 2개의 질소 원자가 찰떡같이 달라붙어 있어서 질소[N2]가 식물을 아무리 간질러도[?] 끌어 들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식물이 영양분으로 흡수할 수 있는 질소 성분은 암모니아(NH3)나 질산(NO3)의 형태의 화합물이라야 흡수되며 화학작용을 통해 질소를 시켜 단백질을 만들어 생체활동을 벌릴 수 있는 것이다.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칠 때 순간적으로 30,000℃의 초고온이 발생하며 이때 질소 분자[[N2]가 깨지면서 산소와 결합하게 되는데 이 질소 화합물이 비와 함께 땅에 녹아 내려 식물이 양분으로 흡수 하게 되는 것이다.
“하버-보쉬 암모니아 제법”
유대계 독일인, 프리츠 하버(1868~1934)와 독일 최대의 화학회사였던 바스프 사의 기술자 칼 보쉬(Karl Bosch; 1874-1940)가 “하버-보쉬 제법”이라는 암모니아 합성법을 개발해서 실용화 함으로써 질소비료가 쏟아져 나오고 농업혁명이 일어났다. 이 연구와 발명이 없었다면 세계인구가 71억명[2013년 1월 현재]까지 증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자연속에서 생성되는 질소성분으로 농사 지어 봐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지구촌 식구들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맬서스[1766-1834]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지구촌 인구에 겁이나서 “인구론”을 주창하며 가족들 먹여 살릴 힘이 생길 때까지 결혼을 연기하라고까지 호소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대박을 터뜨린 “하버-보쉬”공법 훨씬 이전에 뿌리혹박테리아가 질소고정 하는 법을 알았다. 30,000℃까지 온도를 안올리고 어마어마한 공장을 차리지 않고도 뿌리혹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쓸데없는 질소를 살살 달래서 유용한 양분으로 만들고 있었다.
디니트로게나제[Denitrogenase]라는 효소
디니트로게나제[Denitrogenase]라는 희한한 물질로 공기중의 질소를 변화 시켜 식물이 이용한 것이다. 이 물질은 효소의 한 종류로써 공기 중의 있는 질소를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암모니아로 쉽고 간단하게 바꾸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효소의 작용에 의해 식물에게는 쓸데없는 공기 중의 질소가 쓸모있는 유용한 암모니아로 바뀌는 것이다. 지구 전체에서 자연적으로 변화하는 질소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식물에게는 너무나 유용한 이 효소를 불행하게도 식물은 가지고 있지 않다. 만약 식물이 이 효소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가 애써 요소[ 尿素]와 같은 질소 비료를 굳이 안줘도 작물은 잘 자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 효소를 가지고 있는 세균을 ‘질소고정세균(Nirtogen fixation bacteria: 窒素固定細菌)’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에 속하는 세균으로 Rhizobium(리조비윰), Azotobacter(아조토박터), Clostridium(클로스트리듐) 등이 있다. 질소고정세균은 대부분 공기를 싫어하는 혐기성 미생물이기 때문에 콩의 뿌리 속에 들어가 혹을 만들면서 콩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뿌리혹박테리아는 모든 식물과 공생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 식물하고만 궁합을 맞춰 존재한다. 특별히 작물이 성장하는데 많은 양의 질소가 필요한 식물에만 골라서 공생을 하는 것이다. ‘콩은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단백질(질소) 함량이 풍부한 먹거리이다. 단백질은 콩을 튼실하게 만들기 위한 성분으로 식물체내로 흡수된 질소 비료에 의해 단백질이 만들어 진다. 그러기 때문에 단백질 함량이 많은 열매를 맺는 콩에게는 뿌리로 많은 양의 질소 성분이 공급 되어야 한다. 그런데 콩에게 다른 식물과 같은 만큼의 질소 성분만을 공급해준다면 콩의 열매를 맺기에는 질소 비료기가 턱없이 모자란다. 콩은 단백질로 가득찬 열매를 맺기 위한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자연에 도움을 받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방법이 바로 콩 뿌리에서 뿌리혹박테리아가 좋아하는 물질들을 토양으로 분비해 뿌리혹박테리아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자기가 좋아하는 물질을 따라 콩 뿌리 주변으로 몰려들고 콩 뿌리가 유혹하는 대로 뿌리 속에까지 들어가서 콩으로부터 포도당을 받아먹으면서 편하게 살게 된다. 이렇게 뿌리 속으로 세균이 들어가 혹을 형성하게 되어 뿌리혹박테리아라고 부르는 것이다. 뿌리 속으로 들어간 뿌리혹박테리아는 콩이 흡수할 수 있게끔 공기 중의 질소를 잘 요리해서 품질이 좋은 질소 비료를 콩에게 공급한다. 이렇게 콩과 뿌리혹박테리아는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 진정한 공생(共生)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뿌리혹박테리아는 필요할 때만 서식하면서 작용을 하는 것이지 모든 식물과 공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식물도 뿌리혹박테리아를 유인할 수 있는 식물이 있고 유인할 수 없는 식물이 있다.
흙과 물 아래의 침전층[沈澱層]
땅속의 미생물중에서 모두에게 친숙한 뿌리혹박테리아의 단면을 살펴봤지만 놀랍게도 지구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종 가운데 3분의 2가 흙과 물 아래의 침전층에 살고 있다. 이들은 ‘지구를 지배하는 작은 것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땅속에서 그들은 지구의 먹이그물을 만들고 유기물을 분해하며 식물 성장에 꼭 필요한 영양물을 저장하고 재순환시킨다. 그리고 흙을 만들며 비옥하게 하고 물을 여과하고 정화하며 오염물질을 순환하고 독성을 없앤다. 식물의 기생충과 병원균을 조절하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항생물질을 만들고, 탄소와 온실 가스의 행로에 관여하여 지구의 대기와 기후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활동이 지표 아래 존재하는 정교한 먹이그물 속에서 수십억 생명체가 먹이를 먹고 번식하는 자연의 행위를 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이다. 흙을 ‘가난한 자의 열대우림’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환경에서 식물들은 새로이 나뭇잎과 줄기를 키워내고 뿌리를 성장시키기 위해 광합성을 통해 섭취하는 탄소량보다 많은 탄소를 생태계에 되돌린다. 흙속 생명들을 생활 유형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는데, 다른 토양 동물을 잡아먹는 종류, 암모니아를 질산염으로 바꾸어 질소를 순환시키는 종류, 흙을 휘저어 공기를 머금게 하는 생태계 공학자로 불리는 종류들로 나누지만, 생활유형이 알려진 종은 극히 적은 수이다. 나머지에 대해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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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