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특별기고
분노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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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 남자분이 자신은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는다고 하는데 때로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얕본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좋아 보이고 한번 즈음은 화를 표현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 주어 자신을 얕보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성숙하지 않은 사회 또는 진보되지 않은 사회일수록 분노가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목소리 크고 힘이 센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분노는 인류가 진보되어 오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분노로 인해 영토를 방어하고 정의를 이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분노를 표현하는 것을 권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억압된 분노가 나쁜 것이고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직한 것이라고 보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분노 왕’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분노를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있다. 그 만큼 억울하고 억압된 분노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기존의 많은 학자들은 지금까지 우울증의 원인을 억압된 분노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분노를 억압하면 공격 방향이 내면을 향하게 되어 자기 파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억압된 분노는 신체형 장애로 나타나서 혈압을 높이고 심장병을 일으킨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서는 그것이 암을 유발한다고 말하는데 특히, 감정적 반응을 많이 통제하는 사람들이 분노를 금욕적으로 견디다 보면 그것이 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화를 내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일까?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은 소위 ‘분노 옹호론’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억압된 분노가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매우 취약하다고 한다. 억압된 분노 보다는 절망감, 무력감, 우울증이 더 암을 일으키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보고 자주 화를 폭발시키는 사람들도 정상인 보다 암 발생률이 높다고 말한다. 또한 분노를 잘 내는 사람들은 심장 마비에 걸릴 확률이 분노가 약한 사람보다 5배가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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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성의 경우에는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이 오히려 여성의 혈압을 더 높인다고 한다. 반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관대하게 반응을 하면 혈압이 내려 간다고 한다. 분노를 잘 내는 사람이 심장 마비에 걸릴 확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심장 박동의 횟수가 정해져 있는데 분노나 두려움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은 배정된 박동 양을 더 빨리 소모 시킨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울증이 내면을 향한 분노라는 견해는 프로이트로부터 온 것으로 잘못된 견해다. 때로 우울증 환자에게 내면의 분노를 쏟아 놓게 하면 더 많이 울고 더 심각한 우울증으로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를 표현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 화가 났을 때는 사람들은 편견을 갖게 되고 이성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게 되며 도피하거나 공격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분노는 후회를 낳고 관계에 어려움을 가져온다. 또한 분노는 폭력적인 행동을 가져오는데 결과가 아주 파괴적일 수 있다. 부모가 부부 싸움을 잘 하게 되면 아이들은 부정적인 아이들이 되고 부정적인 아이들이 되면 인생에서 아이들은 불행한 사건을 훨씬 많이 겪게 된다. 그러므로 분노를 표출함으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려고 하기 보다는 분노를 잘 가라앉히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분노를 조절할 수 있을까? 먼저는 ‘분노 일지’를 써보는 것이 좋다. 분노 일지를 통해 자신의 분노 패턴을 발견하고 무엇이 자신에게 화를 자극하는 지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서 분노를 일으키는 자극이 있을 때 마다 일단 20번 정도의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자신이 침해당했다는 생각에 도전하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마 그 사람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와 같은 화를 가라 앉히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화가 났을 때 어떻게 반응할 지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반응들을 모아서 대처카드로 만들어보는 방법이 있다. 대처카드 사용법은 화가 났을때에 대한 반응으로 효과적인 표현을 만들어 자주 만나는 대상을 향해 화났을 경우를 대비한 표현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적용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에게 화가 날 때 배우자 대처 카드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그것을 꺼내서 읽을 수 있다. 대처 카드에는 이런 말이 있을 수 있다. ‘내 배우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 ‘, ‘ 같이 화내지 말고 잠깐 밖에 나가서 산책하기’, ‘복식호흡을 하고 화난 마음이 강물에 흘러가는 상상하기’
마지막으로는 분노로 대처하기 보다는 원하는 것을 그 때 그 때 자기 주장법으로 잘 표현하는 것이 좋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그것에 따른 기분을 이야기하고 그 이후에 이어서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화를 표현하기 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훨씬 유익한 방법일 것이다.
우리 부부 사이는 왜 나빠졌을까?
파경에 이른 부부들의 경우 왜 헤어졌냐는 대답에 “성격차이”로 인한 차이를 극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라고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 연구에 의하면 자신과 잘 맞는 성격을 만나서 살아갈 확률이 17%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성격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났기에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대부분은 성격이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이 만나고, 성격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들과 만나서 평생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격차이라는 것은 부부 사이에 누구나 경험하는 어려움일 수 있기에 그것 때문에 못 견뎌서 헤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일까요? 부부가 불화를 겪고 고통을 겪는 것은 다른 점이 아니라 ‘양극화 과정 (polarization)’을 거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부 치료에서의 수용과 변화’ 2012)
‘양극화 과정’은 부부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가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는 비 양립성의 극단적인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말하는데 양극화의 상태가 되면 이제 부부는 서로는 운명적으로 맞지 않는데 결혼을 했다고 생각하고 이혼을 생각하며 부부 상담소를 찾게 됩니다. 보통은 그렇게 되기까지 평균 6년이라는 세월을 거치게 되는 데 어떻게 그 일이 일어나는 지를 살펴봄으로 나의 부부 관계를 점검해 봅시다.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서 부부는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라는 질문에 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설득력이 있는 이론은 관계를 강화 시키게 만드는 동형 배우자 이론과 이형 배우자 이론입니다. 동형배우자 선택은 자신이랑 비슷한 점이 많아서 끌리는 것을 말하고 이형 배우자 선택은 자신이랑 다른 점이 많아서 끌리는 것을 말합니다. 같은 점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이야기가 잘 통하고 비슷한 호감이나 농담을 표현할 수 있게 하고 유사한 활동들을 함께 하게 함으로 관계가 촉진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집니다. 비슷한 사람이 만나면 자녀 교육관도 비슷하고 살아가는 삶의 패턴도 비슷해서 더 많은 것을 함께 할 수 있게 함으로 비슷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반대로 나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 보았을 때 왠지 나의 빈 자리를 채워줄 것 같고 내가 못하는 것을 다 잘해 주어서 완벽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들어 줍니다. 내가 없는 밝음이 있는 사람, 내가 없는 재력이 있는 사람, 내가 없는 학력이 있는 사람을 추구함으로 균형을 이루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하는 것이 그래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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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혼한 이후에 이런 같은 점과 다른 점이 양극화 과정에 기여하는 요소가 됩니다. 같은 점이 관계의 어려움을 가져다주는 경우를 살펴봅시다. 예를 들어, 물질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고 정의로운 사회에만 관심이 있었던 좌파 성향의 젊은 청년들이 만나서 결혼을 하기 까지는 같은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사회 정의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사회 운동을 하는 것이 좋았는데 결혼을 한 후 아이를 키우는데 직장을 구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남편에게 아내가 실망을 하고 비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남편을 비난하고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페미니스트의 성향을 가진 아내가 변했다고 비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같은 점을 가진 서로를 용납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다른 점이 관계의 어려움을 가져다 주는 경우를 보면, 남편은 어려운 중에 아끼고 모아서 재산을 늘려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는데 그에 비해서 아내는 부족함이 없던 어린 시절을 보내서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사야하는 소비성이 강한 경우 자유롭고 티가 없는 아내가 더 이상 좋아 보이지 않고 자신이 노력하고 애써 모아 놓은 재산만 축내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아내는 돈을 벌 줄만 알고 쓸 줄 모르며 자신에게 잔소리만 늘어 놓는 남편을 보면서 자신보다 돈을 더 사랑하는 재미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남편을 무시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중에 부부는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가지고 있는 배우자들을 수용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배우자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그 노력이 잘 통하지 않을 때 부부는 강압적인 방법들을 사용하게 됩니다.
강압적인 방법은 친절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분노를 동반하거나 또는 비난을 섞어서 표현함으로 상대방을 억지로 통제하고 조정하려고 하는 것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분을 내고 비난받는 것이 싫어서 배우자의 요구를 억지로 들어줄 때 두 사람 모두 서로에 대한 긍정적 감정 보다는 부정적 감정을 가지게 되는데 분노를 동반해야 배우자가 반응을 한다고 믿는 배우자 쪽은 혐오감을 주는지 알면서도 그 방법을 또 사용하게 되고 이것이 반복적으로 이어지게 되면 부부 사이는 더 이상 서로에게 호감이 아닌 부정적 감정만을 주고받는 관계가 됩니다. 부부 사이에 이런 상호 작용이 반복이 되면 부부 사이에는 서로를 비난하는 패턴이 생겨나게 되는데 서로를 혐오하면서 열심히 비난을 하며 싸우게 되거나 (공격/공격) 한쪽만 비난하고 한쪽은 말을 안하고 피해 버리는 관계가 되거나 (공격/회피) 아니면 둘 다 말을 안하고 회피해 버리는 관계가 됩니다 (회피/회피).
이런 관계가 지속되기 시작하면 점점 더 두 사람은 현재의 문제의 원인을 전적으로 상대에게 돌리게 되고 서로가 양립하지 못하는 이유가 상대방의 도덕적인 결점에 있거나 또는 성격적인 결점 또는 개인적인 능력의 결점 때문이라고 믿게 되며 그것으로 상대를 비난합니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는 중에 이것을 상쇄할 수 있는 끌림의 조건, 예를 들면, 남편의 재산, 사회적 지위, 신체적 매력, 호의적인 성격이나 정직성, 문제해결 기술 등이 있으면 위기가 극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부분이 약하다면 두 사람의 비난은 더 극으로 치닫게 되면서 결국은 ‘더 이상 내 배우자를 더 이상은 참아 낼 수 없어!’. 또는 ‘저 사람은 내가 함께 살아줄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이야 ‘라고 생각을 하면서 관계를 더 이상은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고 여기게 되면 양극화 과정의 끝에 도달하게 되고 부부는 서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이제는 이별을 고하게 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양극화 과정입니다. 또한, 여기에 결혼 후에 경험한 중요한 부정적 사건들까지 삶의 많은 스트레스와 함께 섞이게 되면 더 용서하기 어려워지고 관계는 극단으로 치닫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낙태를 하게 되었는데 배우자로부터 적절한 보살핌을 못 받고, 아이를 낳았는데 몸조리를 할 수 없었던 아픈 기억들을 경험하게 되면 그것이 서로를 더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고 서로를 비난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둘 다 경제적으로 어렵기에 쉬지 않고 수 년간 돈을 벌면서 어린 아이까지 돌본다면 그것 또한 두 사람의 관계를 양극화시키는데 기여하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양극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오류 중에 하나는 나도 모르게 실제 배우자보다 점점 더 배우자를 더 많이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혼 생활에서 경험한 모든 고통의 원인을 배우자로 생각하고 예전에 좋았던 모습들은 구애를 위한 하나의 도구였다고 생각하며 참 모습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되어 배우자의 좋은 점은 최소화되고, 나쁜 점은 극대화되어 더 자주 그리고 더 나쁘게 발견되어집니다.
그러므로 만약 여러분의 결혼 관계안에 혐오스러운 상호 작용이 줄기차게 오가면서 여러분의 마음에 이 모든 결혼 생활의 어려움이 내 배우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내 배우자를 도덕적으로, 성격적으로 그리고 능력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당신들의 관계는 “양극화”에 이미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양극화 과정을 멈추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과정을 다시 재정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양극화 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씩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이 느껴지는 분들은 상대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조금씩 사이가 멀어졌는지 확인하며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합니다.
또한, 양극화 과정은 꼭 성격이 다른 부부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과정에서 작용하는 어떤 것으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부부 사이에 있는 갈등을 방치하지 말고 그 때 그 때 잘 해결하며 관계가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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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