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34-1)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제6장 해외유학 공부 – 박사 따기 그렇게 어려운가?
3. 박사과정의 두 모델 – 북미식과 영국식
(가) 코스워크와 리서치
영미대학 박사과정에는 전적으로 리서치 중심인 [영국식/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과 리서치와 코스워크를 병합하는 [북미식/미국과 캐나다)의 두 가지가 있다. 양자간의 차이는 실질적으로 크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차이다. 필자가 박사과정을 위하여 호주를 선택할 때만해도 그런 문제를 다룬 안내서나 책이 나와 있지 않아 영미권 박사 공부라면 모두 같은 줄로만 알았었다.
학교교육하면 우리는 곧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떠 올린다. 선생이 강의를 하면 학생은 듣고, 그것을 토대로 학기 중과 말에 평가하는 교육과정이다. 이것을 영어로 [코스워크/coursework]라고 한다. 다른 교육방법은 강의실 강의를 떠나 학생 스스로가 연구를 추진하고 그 결과를 논문이나 다른 형식으로 발표하고 평가 받는 것이다. 이것을 [리서치/research], 그런 교과과정을 [리서치과정/research program]이라고 부른다.
대학 학부교육은 어느 나라에서나 코스워크 과정 위주이다. 영미 대학 학부에서는 과정 중 논문과제를 많이 내주지만, 이때도 코스워크의 일부일 따름이다. 석·박사과정은 어느 나라에서나 리서치에 비중이 더 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은 학부에 비하여 더 학생 중심의 탐구적 연구에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순전히 리서치 중심과 리서치와 코스워크의 병합식이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박사과정에 들어간 [박사 후보생/PhD candidate]은 먼저 학부에서처럼 일정한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는 도중 또는 학기 전부를 마친 후 [종합시험/qualifying, preliminary, comprehensive exam 등으로 불림]을 치르고 이에 합격을 한 다음에야 논문을 쓸 자격이 주어진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식은 과목의 이수가 원칙적으로 없고 연구와 그에 따른 논문 한 편을 써서 채택되면 학위를 받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북미식 제도에 더 익숙하다. 한국은 미국의 대학원제도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박사과정은 미국 박사과정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미국 박사과정 학생들은 석사과정에서처럼 강의실 강의를 받고 매 학기 학점을 받는 과정을 거친 다음 시험을 치러 합격해야 논문을 쓰게 되는 것이다. 영국식을 따르는 국가 석사에는 강의와 논문을 병합하는 코스, 강의나 리서치 하나만으로는 마치는 코스가 있다. 영국에서는 리서치만으로 받는 석사학위를 [Research Master], 강의만 받아 하는 학위를 [Taught Master/강의를 받아 하는 석사란 뜻]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때는 구분이 명백하다.
그런 식으로 표현하면 호주, 영국, 뉴질랜드의 박사는 [Research PhD]이다. 일단 입학이 허가되면 학점 따는 일은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리고 [한 연구과제/single research project]를 놓고 연구와 논문쓰기를 곧바로 시작 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되는 사례는 드물다. 석사과정의 연장으로 이미 써 오던 논문을 다시 만지거나 들어오기 전에 확실하게 준비해 놓은 경우가 아니면 어떤 연구, 어떤 논문을 쓸까에 대하여 마음이 굳혀질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그리고 지도교수는 과정 1년차에 학점과 관계없이 학부나 대학원과정에 가서 관련 과목이나 연구의 기초가 되는 방법론 등의 강의를 듣도록 권하는 경우가 많다. 유학생들에게는 더 그렇다. 같은 과 학생이 여러 명이라면 세미나를 열어 참석케 하기도 한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유럽통합/European integration]으로 학위를 최근 끝낸 안광억 박사에 따르면 그 학과에서는 학생들이 논문의 일부를 미리 돌리고 정기적으로 만나 발표와 토론을 하는 게 정례화되어 있다.
그러나 학점을 취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큰 차이다. 이것은 호주, 영국, 뉴질랜드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자 하는 유학생들이 착안해야 할 점이다. 만약 좋은 연구제목이 정해져 있고 자료와 분석방법에 대해 사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들 나라 박사과정 최소 기간인 2-3년에 끝낼 수 있거나, 적어도 상당한 기간을 절약할 수 있다.
북미식에서는 학업의 양이 코스워크와 리서치로 양분되므로, 아무래도 요구되는 논문의 질과 양 모두 그만큼 경감된다고 봐야 한다. 북미식에서는 논문의 첫 장에 [소정과정의 일부로서 논문을 제출한다/A thesis submitted in partial fulfillment of the requirement for the degree of doctor of philosophy]라는 말을 넣듯 논문은 전체 과정의 일부이다. 이에 반하여 영국식은 모든 것이 논문 하나로 압축되는 만큼 그 논문에 대한 기대도 그에 비례하여 커진다. 실제 미국의 박사학위 논문의 분량은 호주, 영국식의 2/3 또는 1/2 정도로 짧은 것이 보통이다. 영국과 호주 박사논문은 영어 단어로 대개 80,000-100,000자(더블 스페이스를 써서 약 500페이지) 정도의 길이이다. 호주에서는 학칙으로 50,000- 100,000자 범위로 정해 놓는 대학도 있다. 그 이상의 논문은 심사하기도 불편하고, 연구자는 연구결과를 일정한 길이 안에서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례 때문이다. 미국의 박사논문 가운데는 170여 페이지 정도의 것도 많다.
일반적으로 논문의 분량이 많다는 것은 이에 맞게 질도 높아야 함을 의미하므로 큰 부담이다. 아는 지식을 나열하느라 길어지는 논문은 박사학위감으로는 함량 미달이다. 석사과정, 박사과정을 막론하고 학생들이 예정한 날짜에 마치지 못하는 이유가 대개 논문때문이라고 볼 때, 이 문제의 중요성은 자명해진다.
두 제도 간에 또 다른 점은 논문심사제도이다. 북미와 한국의 박사논문 심사는 대개 교내 사항이다. 예외가 있지만, 지도교수를 포함한 대학원논문심사위원회가 결정한다. 영국제도에서도 최종적인 결정은 학위 심사위원회가 하되 심사위원 (대개 3인)은 모두 본교가 아닌 외부 대학 (1명 정도는 같은 대학교 내의 다른 단과대학의 교수로 하는 수가 있다)이나 연구 기관의 학자에게 위촉하게 되어 있다. 지도교수는 빠진다. 논문심사의 공정을 기하기 위한 것으로 영국 모델이 절대 만만치 않은 또 다른 이유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