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까미유 끌로델
안느 델베 / 투영 (투영미디어) / 2000.11.30
- 로댕의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재능있고 아름다운 조각가로서 까미유 끌로델을 형상화한 안느 델베의 전기
조각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그녀가 로댕을 만나 사랑하면서 서서히 망가져가는 과정, 결국엔 정신병자로 몰려 죽는 날까지 병원에 갇히게 된 그녀의 일생을 소설처럼 그려냈다.
책은 까미유가 일흔아홉의 나이로 정신병원에서 죽는 순간으로부터 시작한다. 다시 17살의 까미유로 돌아간 소설은 그녀가 예술을 위해 파리로 상경한 때부터 차근차근 짚어간다.
로댕과 까미유는 서로 열정적으로 사랑했지만, 정작 까미유의 작품이 로댕을 능가할 자질을 보여줄 시점이 되자 로댕은 까미유를 멀리한다. 까미유는 복수라도 하듯 조각에 전념하지만 극심한 생활고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결국 주위 사람들에 의해 그녀가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는 장면이 소설의 끝 장면이다.
재능과 미모와 의지가 뛰어난 야성의 소녀였던 까미유 끌로델, ‘로댕이 사랑했던 모델’ 정도로 여겨졌던 그녀의 초상을 바꾸어놓은 책이다.

○ 목차
책머리에
죽음 순간
달빛 아이들
빌르뇌브의 흙냄새
악마, 까차 디아블로
호적부
다윗과 골리앗
서글픈 메아리
천부적 재능
빈손
떨기나무 불꽃
파리로
엘렌의 흉상
소리없는 대화
야코포 퀘르시아
로댕과의 만남
닮은꼴 조각가
아틀리에
나의 빛, 까미유
지옥의 문
거인
명상
이교도의 밭
채울 수 없는 욕망
로댕의 여자, 로즈 뵈레
화요일의 사람들
사쿤탈라
로댕, 로댕, 로댕
열 손가락의 외침
황금머리
날개 잃은 새
리즈렛뜨의 성
안녕, 드뷔시
이탈리 가 113번지
여신, 클로토
질투
날아가 버린 신
<도시>의 시인
수다스런 여인들
로댕의 편지
씨떼르의 황혼
살아있는 증거
고독한 조각가
전람회
비상
거대한 꼭두각시
20세기가 시작되다
접힌 날개
찢을 듯한 가로획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
집달리 아도니스
보호수감
페르세우스
마지막 불꽃
회고전
곡예의 끝
영원한 유아기
열정
예감
누군가 나를 넘겨줄 것이다
○ 저자소개 : 안느 델베
작품으로 <까미유 끌로델>, <어떤 여자: 로댕의 연인 카미유 클로델> 등이 있다.
– 역자 : 김옥주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했다. 종합무역회사 수출입담당으로 근무했고 한솔학원에서 불어를 가르쳤으며 『연인』 의 공동 번역을 하기도 했다.

○ 책 속으로
‘싸워야 한다, 깜. 공격을 해. 걸음을 늦추지 마라!’
….그다지 덥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왠지 몸이 둔하고 부은 것같이 느껴졌다. 지독하게 살찐 여자처럼 숨쉬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둔해졌다. 특히 머리가 그랬다. 그녀의 머리는 온갖 잡다한 기억들, 늦어지는 작업에 대한 걱정들로 어지러웠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눈이 아팠다. 아니, 무엇보다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전쟁의 신 마르스의 광기가 아니던가. 이번엔 더위를 느꼈다. 그녀는 숄을 벗어던졌다. 요즘 그런식으로 아주 변덕스럽게 금방 더웠다가 도 금방 추위를 느끼곤 했다
그녀는 매끈하게 빛나는 온전한 대리석 앞에 앉았다. 그것은 제때에 도착했지만, 살롱전에 맞춰 작품을 준비할 수 있을까? 불과 한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할일은 잔뜩 쌓여 있으니 그러나 <수다스런 여인들>은 그녀의 소중한 작품이었다. 작업자가 완전히 구멍을 뚫어놓을 수도 있고 여인들 중 하나의 머리를 부러뜨릴 수도 있었다. 그녀는 벌써 몇달 전부터 대리석 작업을 해왔다. 그녀는 돈을 지불해야할 꿈과 광기때문에 극도로 절약해야 했다. 제공되는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일거리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부유한 후원자 페나유는 로댕에 대한 우정으로 그녀를 도와주었다. 그런데 살롱 때까지 작품이 준비될까?
저녁이 되어 그들의 눈과 손, 도구들을 정리하는, 어둠이 사물의 윤곽을 흡수하는 때에 외출하면 그녀는 다음날 아침에는 휘청거리며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그녀의 눈은 황혼을 또다시 그리워하고 있었고 도구를 잡은 그녀의 손은 떨리곤 했다. 그녀는 너무 밝은 빛을 견뎌낼 수 없었다. 그리고 쉽게 지쳤다. 그래도 그녀는 끊임없이 작업을 했다.
그렇지만 1896년 5월 12일, 까미유 끌로델은 살롱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녀도, 다른 어떤 심부름꾼도 그녀의 작품을, <수다스런 여인들을>가져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가지 그것을 기다렸지만 작품도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저녁때 친구들이 그녀를 찾으러 아틀리에로 갔을 때 그곳은 텅텅 비어있었다. 저무는 태양속에 <수다스런 여인들>이 우아한 자태로 완성되어 있었다. 진홍빛 비단옷 한 벌이 대들보에 걸려있었다. 그옷에는 번호가 붙어 있었다. 그것은 빌린 옷이었던 것이다. — p.354 —p.366

그녀는 불쑥 고개를 들었다.
“까미이이유.”
멀리서 동생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는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열세 살짜리 말괄량이의 웃음치고는 꽤 야무졌다. 짓궂게 굴 생각은 없었지만, 그녀는 혼자 있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먼저 이 타르드누아 숲을 쏘다니고 싶었고, 홀로 드넓은 샹파뉴 평원을 향해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고, 홀로 숲의 돌들, 즉 왕자님들을 만나고 싶었다.
“까미이이유.”
동생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그래, 폴.”
그녀는 잠시 입속말로 중얼거리다가 어린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정스런 미소를 지었다. 동생의 목소리는 가슴속까지 파고들었다. 폴은 늘 쉽게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누이를 찾느라 당브륀느 아저씨 소유의 밭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녀는 벌써 숲이 끝나는 곳까지 와 있었다. 사내애처럼 성큼성큼 걷는다고 어머니는 나무라시겠지. 어머니를 떠올리자 화가 난 듯 그녀가 물이 고인 땅을 사납게 내딛었다. 그 바람에 시커먼 흙탕물이 튀었다. 이 당돌하기 짝이 없는 사춘기 소녀가 질퍽한 땅을 밟을 때마다 적갈색 머리카락이 연약한 어깨 위에서 출렁거렸다. 별안간 손바닥 가득 진흙덩이를 움켜지고 싶었다. 뭔가 콕 쏘는 듯한 강렬한 냄새가 흙에서 픙겨왔다.
그녀는 두 주먹을 쥔 채 흙덩이를 눌러봤다. 흙냄새를 들이마시고 나서, 이번에는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 바람이 일었다. 사나운 폭풍우가 멀리 렝스 쪽에서 들이쳤다. 자켕 아저씨의 살찐 말들의 똥처럼 땅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녀는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햇다. 한없이 외치며 무한한 갈망을 쏟아내고 싶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녀는 솅쉬 언덕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갔다.
그녀는 첫 번째로, 저 거대한 바위 맨 꼭대기에 오르고 싶었다. 첫 번째로 그 거인을 정복해서 파리까지 펼쳐져 있는 지평선을 바라보고 싶었다.
“글세, 빌르뇌브에서 파리까진 세 시간 거리라니까.” —pp.16-17

○ 출판사 서평
프랑스 조각사의 기적이라 불리며 천재적, 천부적 재능과 미모, 황금분할로 표현되는 몸매, 예술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정열을 소유한 까미유는 1864년 프랑스 동부에서 출생하여 1913년 정신이상으로 병원에 감금되기까지 스승 로댕의 연인이자 모델, 공동작업자로, 프랑스 대시인이자 극작인 폴 끌로델의 누이로 생을 마감했다. 19세기 천재적 조각가로 불리는 까미유 끌로델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 까미유 끌로델은 프랑스 조각사 (彫刻史)의 기적이다
흙을 만지고 자연을 좋아했던 소녀, 재능과 미모가 뛰어나고 강한 통찰력을 지닌 소녀, 일과 목표가 뚜렷한 의지적이고 거침이 없는 야성의 소녀 까미유 끌로델. 열일곱의 나이에 파리로 간 까미유는 자신의 운명과도 같은 남자 로댕을 만난다. 조각을 통해 카타르시스, 인간 정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던 힘과 진실의 상징. 까미유는 1864년 12월 8일 프랑스 동부에서 태어나 예술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정열과 흙에 대한 본능으로 조각가로서의 까미유로 탄생한다. 까미유는 그녀의 운명인 로댕과의 사랑과 고뇌, 스캔들로 인해 서서히 아주 쉽게 죽음의 병에 이른다. 30여 년 간의 창작활동, 그리고 죽음과도 같은 30여 년 간의 정신병원에서의 은둔생활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다. 그녀는 자신의 삶과의 투쟁, 예술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일관하게 작품으로 남겼다.
흙에 대한 본능과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죽어도 조각을 하겠다는 고집쟁이 까미유, 그런 까미유를 끝까지 미워한 어머니, 까미유를 이해하고 그녀가 조각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아버지, 아버지의 사랑에 힘입어 그녀는 자신의 운명과도 같은 예술의 길을 확고하게 선택한다. 열일곱의 나이로 파리로 간 까미유는 자신의 운명인, 그토록 자신을 애태우며 불타오르게 할 로댕을 만난다. 까미유의 작품세계가 로댕을 능가할 자질을 보여줄 무렵, 로댕은 그런 까미유를 경계한다. 반면 까미유는 이미 몸과 마음을 로댕에게 다 바친 오직 로댕만이 전부였다. 어린 까미유가 로댕에게 바친 숭고한 사랑은 그 질곡이 너무나 깊었다. 그녀는 그녀의 운명인 흙을 만지고 돌을 깎고 조각에 열중한다. 로댕을 위해 헌신했던 그녀는 마치 복수라도 하려는 듯 창작활동에 전념하지만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모든 것을 초월하고 오직 작품에만 매달린 그녀는 주위사람들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끌려간다. 세상과 단절된 까미유는 3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을 세인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채 서서히 외롭고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