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에드먼드 스펜서 (Edmund Spenser, 1552 ~ 1599)의 시 모음

*어느 날 해변 모래 위에 그녀 이름을 썼네 (소네트 75)
어느 날 해변 모래 위에 그녀 이름을 썼네,
파도가 밀려와 지워 버렸네.
또 한 번 써 보았지만,
조수가 밀려와 내 노력을 헛되이 하였네.
“오만한 자여,” 그녀는 말했네, “그만하세요,
덧없는 것을 영원히 살게 하려는 그 헛된 노력을,
나 자신도 이처럼 사라질 것이며,
내 이름도 그와 같이 지워질 것이니,”
“그렇지 않아요,” 난 말했네, “하찮은 것들은
먼지 속에 죽지만, 그대는 빛나는 이름 속에 살리라,
나의 시가 그대의 귀한 고결함을 영원하게 하고,
그대의 영예로운 이름을 천국에 새겨 놓으리라.
죽음이 온 세상을 덮칠지라도,
우리 사랑 살아남아, 새롭게 태어나리라.”
One day I wrote her name upon the strand
(Sonnet 75 / Amoretti LXXV)
One day I wrote her name upon the strand,
But came the waves and washed it away:
Again I wrote it with a second hand,
But came the tide, and made my pains his prey.
“Vain man,” said she, “that dost in vain assay,
A mortal thing so to immortalize;
For I myself shall like to this decay,
And eke my name be wiped out likewise.”
“Not so,” (quod I) “let baser things devise
To die in dust, but you shall live by fame:
My verse your vertues rare shall eternize,
And in the heavens write your glorious name:
Where whenas death shall all the world subdue,
Our love shall live, and later life renew.”
– 이해와 감상 : 1-4행에서, 시인은 해변 모래에 연인의 이름을 쓰고, 또 쓰지만, 매번 파도가 씻어 지워 버린다.
5-8행에서, 연인이 말하길, 반드시 ‘죽게 되어 있는’ (mortal) 것을 ‘영원히 살게 하려는’ (immortalize) 쓸데없는 노력을 그만두라고 한다. 그녀 자신도 모래 위에 새긴 이름처럼 사라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9-12행에서, 시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가치 없고, 하찮은 것들은 죽어 먼지가 되지만, 고귀한 덕을 갖춘 그녀는 자신의 시로 찬미하여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13-14행에서, 이 세상에서 죽음에 직면하더라도, 그들의 사랑은 살아남아, 다음 세계에서 새롭게 계속될 것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5행의 ‘오만한 자여’ (vain man) 에서 ‘vain’ 은 ‘오만한, 허영의’ 의 뜻과 ‘헛된’의 뜻의 이중으로 쓰였다.
‘죽게 되어 있는 것’ (a mortal thing)을 ‘영원하게 하려는’ (immortalize) 것은 신의 영역인데, 감히 인간이 하려고 하기 때문에 ‘오만한’ 자가 되며, 그것이 헛수고이기 때문에 ‘헛된’ 노력을 하는 자가 된다.
8행의 ‘eke’ 는 ‘also, 또한’의 뜻이다.
*우리 사랑은
어는 날 나는 그녀의 이름을 백사장에 썼으나
파도가 밀려와 씼겨 버리고 말았네.
나는 또다시 그 이름을 모래 위에 썼으나
다시금 내 수고를 삼켜 버리고 말았네.
그녀는 말하기를 우쭐대는 분, 헛된 짓을 말아요.
언젠가 죽을 운명인데 불멸의 것으로 하지 말아요.
나 자신도 언젠가는 파멸되어 이 모래처럼 되고
내 이름 또한 그처럼 지워지겠지요.
나는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소.
천한 것은 죽어 흙으로 돌아갈지라도
당신은 명성에 의해 계속 살게 되오리다.
내 노래는 비할 바 없는 당신의 미덕을 길이 전하고
당신의 빛나는 이름을 하늘에 새길 것이오.
아아, 설령 죽음이 온 세께계를 다스려도
우리 사랑은 남아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오리다.

에드먼드 스펜서 (Edmund Spenser, 1552 ~ 1599)
영국 시인이다. 엘리자베스 1세 영국 문예 부흥기에 셰익스피어와 함께 가장 뛰어난 시인으로 평가된다. 그의 장편 서사시 “요정 여왕” (The Faerie Queene)으로 명성이 높다.
이 시는 스펜서의 시집에 포함된 89편의 소네트 중 “소네트 75” 이다. 이 소네트들은 그녀가 사랑하고 나중에 결혼하는 연인 (Elizabeth Boyle)에게 바치는 시이다.
시의 주제는 연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다. 인생이 종국에는 죽음으로 끝나는 덧없음을 극복하기 위해 시로써 그녀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남기겠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 삶의 한계를 극복할 예술과 정신의 영원함을 찬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