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세포분열을 통해 본 인간의 수명[壽命]문제(1)
대세포 생물 종[種-species]의 한 개체는 세포가 모여 형성된 일종의 ‘세포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도 단세포 수정란에서 시작해 분열하고 또 분화해 여러 가지 복잡한 기관을 지닌 약 60조개[혹은 100조개]의 세포가 이루는 한 인간이라는 ‘세포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세포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세포가 분열해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는 다 설명될 수 없다. 우선 세포들이 분화하여 눈, 코, 입, 살갗, 심장 등 기관을 이루어야 하고 또 만들어진 기관끼리 상부상조하며 거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포는 끊임없이 증식도 해야 하지만 또한 소멸도 해야 한다. 세포사회는 고령화 대책이 엄격하고 잔혹하리만치 철저하다. 이게 안되면 한 삶의 주체의 안녕이 무너지는데 어떻게 하나? 그래서 늙은 세포는 자살을 유도하고 깨끗하게 뒤 처리까지 한다. 그러나 인간사는 세포사회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세포의 수명을 늘리고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법을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구체적으로 인간이 성인이 되면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수가 체구가 작은 사람은 30조, 그리고 체구가 큰 사람은 100조개, 평균적으로 약 60조 정도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한 개로부터 60조개의 세포로 분열 성장되기까지 우리 몸은 단 1초의 멈춤도 없이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인간으로서의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세포분열에서는 분열과 함께 세포상실이 일어나며 적정선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상세포의 사멸[死滅]은 개체의 안녕을 위해 그 자신이 희생 되도록 유전적 메시지로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세포의 죽음
이런 정상세포의 속성과는 달리 암세포는 유전적인 프로그램이 깨졌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세포증식만 계속할 뿐이다. 생체 내에 아무 기능이 없는 세포 덩어리의 혹이 생기며 이 혹이 암이다. 그러나 모든 혹이 암은 아니다. 양성종양이라고 하는 것은 암이 아니다. 조직검사를 통해 정상세포가 보이면 양성종양이고 암세포가 보이면 악성종양이다.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세포는 아무리 왕성한 분열능력을 가졌다 할지라도 50회 이상 분열하면 죽는다. 태아세포는 매일 평균 50회, 어른 세포는 평균 20회 분열하며 전체적으로 인체에서 매일 100억개가 죽고 태어난다고 보고 있다. 유전적으로 정상세포는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죽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학술용어로 ‘세포자살(Apoptosis)’이라고 부른다. 세포자살이란 암세포가 되기 쉬운, 이른바 늙고 병든 세포의 죽음을 일부러 유도함으로써 개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세포가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개체를 보호한다는 대승적 차원의 순교라 할 수 있다. 세포자살은 무려 60조개 가까운 세포가 모여 만든 인간이라는 다세포 생물이 80년이란 평균수명 기간 동안 질서정연한 기능을 유지하면서 생존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진화된 생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고유의 수명이 있다. 예컨대 적혈구나 피부세포는 한달 정도 수명을 지닌다. 근육세포의 수명은 4개월 정도다. 수명을 다하면 저절로 죽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이것이 세포자살이다. 만일 내가 4개월 후 여러분 앞에 나타나더라도 겉으로 보이는 내 모습은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실제 내 몸을 구성하는 팔과 다리의 근육은 송두리째 바뀌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체는 수명을 다한 늙고 병든 세포를 죽이고 우리가 섭취한 영양소를 이용해 끊임없이 젊고 싱싱한 세포를 만들어낸다[최낙언의 자료 보관서 참조].
‘헬라 세포’
‘헬라 세포’는 널리 알려져서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1951년 미국의 존스 흡킨스[Jhons Hopkins]병원에 31세의 헨리에타 랙스[Henriett Lacks]라는 여자 환자가 암 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였었다. 그녀는 수개월 후에 사망하였지만, 그녀에게서 떼어낸 암세포는 오늘날까지도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불멸할 것 같다. 이 헬라세포의 이야기가 너무나 극적[劇的]이라서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레베카 스클루트]”이라는 책이 나오고 미국의 방송인으로 억만 장자가 된 오프라 윈프리[Oprah Gail Winfrey, 1954년 1월 29일∼ ]가 영화를 제작 중이기도 하다. 1952년 소아마비 백신의 개발로 노벨 생리의학상[2008년]을 탄 존 프랭클린 엔더스[John Franklin Enders], 토머스 허클 웰러[Thomas Huckle Weller], 프레더릭 채프먼 로빈스[Frederick Chapman Robbins] 연구도 헬라세포 덕분이었다.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배양해보면 정상세포는 정확히 1층으로만 자라는데 반해, 암세포는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한 끝없이 자라는 것이다. 이 경우를 뇌종양과 비교하면 머리 속의 뇌는 두개골 및 두피내의 공간에 의하여 그 크기가 제한되어있다. 그러므로 정상일 경우 두피내의 공간이상으로 세포가 자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뇌종양은 두피에 의해서 공간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멈추지 않고 계속 뇌종양세포가 증식을 하게 되는 것이며, 뇌종양과 암세포가 결국 말기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뇌종양세포의 증식은 두피에 의해 뇌가 압력을 받게 하며 뇌압을 높여 뇌의 수많은 모세혈관들이 터져 죽음에 이르게 된다.
생체내의 공안원[公安員]
인체의 60조개나 되는 천문학적인 수의 세포가 살다보니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갖가지 문제가 안 일어날 수가 없다. 암세포도 그와 같은 과정에서 불량품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60조 가운데 가령 6,000개 암세포가 생긴다 해도 불량률이 100억분의 1밖에 안된다. 설령 암세포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 백혈구를 비롯한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백혈구 가운데 NK세포(Natural Killer Cell)란 림프구가 특히 중요하다. 인체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암세포를 찾아내 파괴시킨다. 세포 하나하나마다 세포표면에 붙어있는 자기인식 단백질 조각들을 확인한다. 세포들이 내 몸이란 국가에 소속된 인증할 수 있는 국민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주민등록증이다. 암세포는 이들 중 꼭 있어야 할 주민등록번호 몇 가지가 빠져있는 일종의 위장전입자다. NK세포는 이들을 색출해 죽인다. 잘 알려져 있는 항체로는 암세포를 죽일 수 없다. 항체는 백혈구 가운데 T림프구의 명령에 따라 B림프구가 만들어낸다. T림프구는 몸 안을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세포마다 주민등록증에 원래 있어서는 안될 엉뚱한 번호가 찍혀있는지 검색 임무를 맡은 공안원[公安員]이다. 자신의 몸과 유전적으로 완전히 다른 이종단백질이다. 고문으로 간첩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최첨단 감식 기능으로 판별하고 있는 것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외부에서 침입한 외적이 여기에 해당한다. B림프구는 한번 기억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다시 침투하면 항체라는 미사일을 다량으로 만들어 초토화시킨다. 그런데 T림프구도 손을 쓸 수 없는 스파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게 암세포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세포 표면에 엉뚱한 번호가 찍혀있어서 쉽게 인식이 되는데 T림프구가 암세포를 마치 임신부 자궁 속의 세포분열이 왕성한 태아처럼 내 몸으로 오인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류의 비극이다. 항체처럼 한꺼번에 대량공격이 가능하다면 암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NK세포가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일일히 암세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매우 비능률적이다. 따라서 어떤 원인으로 NK세포의 기능이 떨어져있거나 혹은 암세포가 워낙 많이 발생해 NK세포를 압도한다면 암세포가 종양의 형태를 이루게 되며,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암이란 질환이다. 인체 면역이 암세포를 죽이기 위한 NK세포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한 T림프구나 B림프구에 초점을 맞춰 진화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항생제나 백신이 없던 수 만년 동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 것은 암세포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였기 때문이다.
암세포의 전이(轉移, metastasis)
암은 속성상 은밀하다. 정상세포처럼 위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천히 진행한다. 하나의 암세포가 CT를 비롯한 각종 영상검사로 찾아낼 수 있는 최소단위인 직경 0.5cm 종양으로 자랄 때까지 7년 정도 걸린다(Retsky, 1997). 증상을 유발하려면 직경 3cm 정도 자라야 한다. 3cm짜리 종양을 우습게보면 안된다. 적어도 270억개의 암세포가 모여야 이 정도 크기가 된다. 최초 암세포 한개에서 10년은 걸려야 한다. 암이 무서운 이유는 암세포 한 개가 백혈구의 공격을 피해가며 무려 10년 동안 자라나서야 겨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증세가 나타난 다음 병원을 찾으면 대부분 때늦은 경우가 많다. 이때부터는 암세포들이 혹의 형태로 머무르지 않고 혈관과 림프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이(轉移, metastasis)란 현상이다. 사실 전이만 없다면 암은 두렵지 않다. 자라나면 떼어내고 또 자라면 또 떼어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전이가 있게 되면 그때부터 대부분 속수무책이다. 아무리 원래 종양의 크기가 작아도 다른 장기로 전이가 발견되면 말기 암으로 분류된다. 수술해도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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