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67)
허세
호주에 살면서 나에겐 아직 고치지 못한 병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허세’라는 병 이다. 성인남녀 10명 중 7명이 ‘바쁜 척, 있는 척 허세부린 적이 있다는데, 그렇게 흔하디흔한 허세란 과연 무엇일까? 사전에서 이야기하는 허세는 ‘실속 없이 겉으로만 드러나 보이는 기세’라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그게 뭐 큰 잘못은 아니겠지만, 요즘엔 고의로 허세를 남발하는 이들이 나를 포함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호주에 살면 늘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나를 보고 정말 부럽다. 호주같이 좋은 곳에서 지내니 천국이 따로 없겠다. 한번 꼭 갈 테니 근사하게 쏴라 등등 답답한 소리만 늘어놓는다. 가끔 인터넷에 사진이라도 올리면 더 가관인게 여유로워 보인다는 둥 스트레스 받을 일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아 부럽다는 둥 댓글들이 마구마구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다 똑같은 것 아니냐 우리도 오랜만에 외출 한 것이고 그래서 사진 한 장 올린 것뿐인데 그게 우리의 일상은 아니라고 외친다. 호주에 사는 모든 이들이 아침마다 바닷가를 거닐며 산책으로 블루 마운틴을 가볍게 돌고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삼아 커피를 마시지는 않는 다는 것 이다.
사실 우리 이민자의 삶은 얼마나 치열한가.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해결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더불어 엄청난 렌트비와 고된 일을 해야 하는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간다. 그런데 막상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물론 여기 형편을 모르고 댓글을 다는 그들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렇게라도 좋게 나를 꾸며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러니까 실상 따지고 보면, 얼마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고 초라하게 느껴지면 겉모습이라도 떠벌리고 싶을까 하는 내가 더 싫은 것 이다. 눈만 뜨면 화려하고 실속 있어 보이고 뭔가 좋은 것들에 둘러싸여 있고 부러운 것들 투성이라, 그에 비해 뭣도 없다고 느껴지는 스스로의 모습이 그런 허세를 만들고 악 순환이 되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살 때보다 조금은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속물이다. 진실한 나를 드러낸 적이 과연 언제였는지 지금 생각해 봐도 까마득할 정도니까. 하지만 어차피 이런 허세는 오래 가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고 낙망 시킨다.
그렇다면 어떻게 허세를 버리고 위풍당당하게 살아 갈수 있는 것 일까? 그 방법은 단 한 가지 하나님을 신뢰 하는 것뿐이다. 남들이 부러워할 환경을 먼저 세우기보다 또는 물질로 풍요를 만들기보다 내 자녀를 세상의 기준 으로 훌륭하게 만들기보다 그 모든 것을 뛰어 넘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믿어 그분의 뜻에 따라 내 삶을 조정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외치는 믿음의 선포를 허세가 아닌 위풍당당으로 변화 시켜 주신다.
내가 소유하지 못한 많은 것 들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쓸데없는 경주를 하지 말자. 조금 느리더라도 하나님과 달리는 것이 마지막 날 진정한 우승자 이다. 지금 나의 삶은 좋고 편안한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계시기에 오늘도 나의 삶에 만족하며 허세 없이 진솔하게 살아갈 날을 연습한다. 허세는 오직 아니 아니 아니되오! 의 개그맨 허경환으로 충분 하니까.
박은정 사모(시드니우리장로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