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색의 제국 : 트라클 시의 색채미학
류신 / 서강대출판부 / 2016.3.4
이 책은 일곱 가지 색의 상호 연관성에 주목하여, 트라클 시학의 내부 질서를 규명할 수 있는 ‘색채 생태계’를 구조화한다. 나아가 이 책은 색채 이미지로 충일한 트라클 시 속에 잠재된 그림들을 채집해 보여줌으로써 문자와 색, 언어와 그림, 시와 회화의 상호매체적 통섭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 목차
책머리에
제1부 트라클 시의 색채미학
제1장 흰색
- 하얀 뺨: 순수와 결백
- 하얀 달빛: 공포와 불안
- 하얀장벽: 소외와 도취
- 하얀 목소리: 죽음과피안
- 하얀 이방인: 영혼과방랑
제2장 붉은색 - 붉은숲: 서정과 성찰
- 붉은 사냥꾼: 공포와파괴
- 붉은망치: 활력과 욕망
4.진홍빛 깃발: 축제와 정화
제3장 황금색 - 황금빛 수레: 가을의광휘
- 한낮의황금빛: 낙원의 정오
- 떨어진 별들의 황금빛: 우울의 광채
- 황금빛 나무: 구원의 빛
제4장 푸른색 - 푸른 동굴: 원죄없는 순수성
- 푸른 물: 낭만적 음악성
- 푸른 꽃: 먼곳에 대한 동경
- 푸른 순간: 영혼의현현
- 성스러운 푸름: 존재의 본성
제5장 초록색 - 초록의기쁨과 베일: 환희와 권태
- 초록의 어둠과 발자국: 악령과 성령
- 초록의 정적과 침묵: 안정과부동
- 초록빛구멍과 무대: 부패와 생명
- 초록빛 강: 존재의시원으로의회귀
제6장 보라색 - 보라색 달팽이: 고통의진액
- 보랏빛달: 몰락의 비전
- 보랏빛 웃음: 풍요와도취
- 보랏빛포도: 신성의 열매
제7장 검은색 - 검은 이슬: 비애의눈물
- 검은 운항: 파국의징후
- 검은침묵: 죽음의 제왕
4.검은 부패: 몰락의 궁극
제2부 트라클 시의 상호매체성
제1장 시와 그림: 트라클과 코코슈카/??브뢰겔
- 트라클시의 회화성
- 말하는그림: 트라클의 시 「겨울에」
- 말없는시: 브뢰겔의 그림 <눈속의 사냥꾼들>
- 시는 그림처럼
제2장 시와 철학: 트라클과 니체 - 트라클의 니체수용
- 몰락의 계단: 트라클의 시 「몰락」
- 밤의심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모티브의 시적 변용
- 숭배에서대화로
제3장 시와 소설: 트라클과 도스토예프스키 - 트라클의 도스토예프스키 수용
- 반복과 압축의 미학: 트라클의「소냐」
- 좌절된 사랑의 유토피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소냐’ 모티브의 시적변용
- 소냐는 사라졌다
맺음말 영혼은 지상에서 낯선 나그네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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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류신
저자 류신은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 브레멘 대학교에서 독일현대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중앙대학교 유럽문화학부 독일어문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2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고, 2015년 한국독일어문학회 ‘올해의 논문상’을 수상했다.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이 당선된 이후 한국문학과 독일문학을 비교하고, 도시공간과 인문학, 시와 회화의 접점을 모색하는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카로스, 시시포스, 다이달로스. 저항의 세 신화모델』, 『다성의 시학』, 『수집가의 멜랑콜리』(2010년 문화부 우수학술도서), 『장벽 위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문학과 예술로 읽는 서울의 일상』(2014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교양도서)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통일독일의 문화변동』, 『독일 신세대 문학』(2014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이 있다.
○ 출판사 서평
- 색(色)이 시(詩)가 되고, 시가 그림이 되는 진풍경!
‘색채인문학’의 새 지평을 열다
중앙대 유럽문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류신은 현대 독일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독문학자이자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두 권의 평론집을 낸 문학평론가다. 그동안 한국문학과 독일문학을 비교하고 시와 회화의 접점을 모색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천재시인 게오르크 트라클(1887-1914)의 시세계를 지배하는 일곱 가지 색채, 즉 흰색, 붉은색, 황금색, 푸른색, 초록색, 보라색, 검정색의 상징적 의미를 집요하게 추적함으로써 난해하기로 정평이 난 트라클 시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한다. 또한 이 책은 일곱 가지 색의 상호 연관성에 주목하여, 트라클 시학의 내부 질서를 규명할 수 있는 ‘색채 생태계’를 구조화한다. 나아가 이 책은 색채 이미지로 충일한 트라클 시 속에 잠재된 그림들을 채집해 보여줌으로써 문자와 색, 언어와 그림, 시와 회화의 상호매체적 통섭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요컨대 이 책은 트라클 시의 색채 이미지가 어떻게 장식적 기능을 넘어 시의 본질을 응축하는 지를 설득력 있게 해명함으로써 다매체시대 ‘색채인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 트라클의 펜은 붓이고 그의 언어는 물감이다. 색은 트라클 시혼의 생생한 낯빛이다
트라클은 언어로 그림을 그린다. 그에게 펜은 붓이고 언어는 물감이다. 트라클의 독창적인 시적 상상력의 팔레트 위에서 고도의 상징적인 색채 언어가 빚어진다.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과 같은 기본 삼원색을 비롯해 보라색, 초록색, 황금색과 같은 유채색에서부터 검은색, 흰색과 같은 무채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채 이미지들이 텍스트를 지배한다. 트라클의 색은 외부 세계에 대한 감각적 인상을 묘사하기 위한 표현 수단을 넘어 감정, 심리상태, 가치관, 현실인식 등을 이미지화한다. 색은 시인의 예민한 감각이 세계와 맞닥뜨려 생성된 최초의 표정이자, 시인의 영혼이 드러나는 낯빛이다. 색 속에서 자아와 세계가 서로 스며든다. 마치 표현주의 화가들이 감추고 있던 내면세계를 색채 이미지를 통해 폭발적으로 표출하듯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시인의 복잡한 내면 상태가 고농도로 응축된 것이 색이다. 색은 이미지로 결정화된 트라클의 시혼인 것이다. 따라서 색은 특정 의미에 종속되지 않는다. 오히려 색이 시적 전언을 생산한다. 색채 이미지가 시의 핵심 주제를 발화하는 것이다. 요컨대 트라클의 텍스트를 통치하는 황제는 색이다. 그의 시세계를 ‘색의 제국’이라 불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7살에 요절한 트라클의 생은 짧았지만 그가 축성한 ‘색의 제국’은 영원하다. 이 책은 색의 제국 탐험기이다.
.흰색은 트라클 시학의 기본색이다. 흰색에는 순수, 시원, 도취, 영혼, 공포, 불안, 파멸, 죽음 등 트라클 시의 핵심 주제가 잉태되어 있다. 흰색은 빛의 색이다. 이 태초의 빛이 트라클의 시적 상상력이란 프리즘을 통과하면 붉은색, 황금색, 푸른색, 초록색, 보라색으로 부챗살처럼 분광된다.
.붉은색은 트라클 시세계의 심장이다. 피와 불의 색인 붉은색은 시쓰기의 욕망을 추동한다. 붉은색은 동요하는 색채이다. 트라클의 색 가운데 가장 역동적이고 폭발적이다.
.황금색은 트라클 시가 동경하는 낙원의 빛이다. 희망, 연대, 완성, 풍요를 대변하는 황금색은 타락한 인류 문명의 대척점에 선 유토피아를 상징한다. 이 아득한 정토(淨土)에서 충만한 광채와 신의 은총이 빛난다.
.푸른색은 트라클 시혼의 주권을 지키는 청기사이다. 푸른색은 트라클이 추구하는 긍정적인 가치를 지향한다. 원죄 없는 순수성, 목가적 낭만성, 초감각적 정신성, 심오한 신성함을 상징한다.
.초록색은 변신의 제왕이다. 초록색은 양가적이다. 붉은색과 황금색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초록색에는 환희와 권태, 안정과 부동, 성령과 악령, 생명과 부패가 종이의 앞뒤처럼 맞닿아 있다.
.보라색은 고통의 진액이자 구원의 성혈이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혼합되어 생성된 보라색에는 고통, 불안, 죽음, 소멸과 같은 부정적 가치와 환희, 도취, 신성과 같은 긍정적 가치가 혼재한다.
.검은색은 트라클 시학의 최종 집결지이다. 슬픔, 비애, 우울, 상실, 위협, 공포, 죄의식, 운둔, 죽음, 소멸, 부패 등 트라클의 시가 내포한 부정성의 총화가 검은색의 정체이다. 검은색은 트라클 시의 궁극이다. 그의 마지막 시 ?그로덱?의 시구처럼 “모든 거리는 검은 부패로 흘러든다.”
- 트라클, 오스트리아 최고의 표현주의 시인
27살에 요절한 문학계의 ‘커트 코베인’
1887년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김나지움 4학년 때 성적 불량으로 유급을 당하기도 했던 그는 17살 때부터 니콜라우스 레나우, 폴 베를렌 등의 영향을 받아 습작을 쓰기 시작했고, 문학 서클에도 참여했다. 김나지움을 중단한 그는 고향을 떠나 빈의 약국에 견습생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에 돌입했다. 1909년에는 문학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루면서 시 작품들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잘츠부르크 문인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짧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심한 우울증을 앓으면서도 정열적으로 시를 썼다. 약물 중독, 음주, 누이동생과의 근친상간으로 점철된 트라클의 삶은 평탄과는 거리가 멀었다. 트라클은 한 평생을 고독과 우울 속에서 악전고투하며 맹렬히 시혼을 불태웠다. 절망의 심연 속에서 빠져 있던 트라클에게 유일한 구원의 빛은 시작(試作)뿐이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약제시보로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전쟁의 참혹한 광경을 보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그해 11월에 코카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트라클은 『시집』, 『꿈속의 제바스치안』 등의 시집을 냈으며, 사후에 2권으로 발간된 『트라클 전집 역사비평본』이 있다.
트라클은 몰락을 노래하며 스스로 몰락한 시인이다. 유복한 사업가의 가정의 아들로 태어났지 시민적 삶의 질서에 일찍부터 적응하지 못했다. 잘츠부르크 대학 부속 김나지움에 입학했지만 낙제를 거듭하다가 자퇴했다. 약사보조로 여러 약국을 전전했던 그의 일상은 신산했다. 술과 마취제 클로로포름에 중독된 그의 영혼은 환각과 환멸의 악순환 속에서 소진되어 갔다. 트라클의 사랑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여동생에 대한 사랑은 시인이 감내해야만 했던 천형, 즉 죄의식의 근원이었다. 1차 대전 최전선에서 90명이 넘는 부상병을 혼자 간호하던 그의 가운은 붉은 피로 물들어 섬뜩했다. 정신분열증을 일으켜 야전병원에 감금된 채 신음하며 짧은 생을 마감한 그의 최후는 비참했다. 트라클의 삶은 실패로 점철되었고 죽음으로 경도되었다. 1914년 그는 이렇게 절규했다. “오 신이여, 대체 얼마만한 죄와 암흑을 통과해야 합니까? 끝에 이렇게 쓰러지고 싶진 않습니다.” 이렇게 그는 죄와 암흑의 심연으로 추락했다. 그는 파멸을 살았던 것이다. 요컨대 트라클은 몰락하는 자로서가 아니라면 달리 살 줄 모르는 시인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몰락하면서 이 세계의 완강한 일각을 더불어 침몰시켰다. 더없이 불행했던 트라클의 암울한 생이 세상에서 가장 윤리적인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어떤 삶이 진실하고 어떤 세상이 아름다운가?
지난 세기 전환기를 온몸으로 통과한 트라클은 시대의 모순과 내면의 고통을 직접 토로하기보다는 그것을 자신의 내면 깊숙이 끌어들여 밀도 높은 색채 언어로 농축해 형상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의 색채 이미지는 시대를 증언했고 자기 자신을 입증했다. 색채 언어의 마술사였던 트라클은 누구보다도 가장 전위적인 표현주의 시인이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