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냉이[나생이] 나물
한국, 방문중에 종묘상을 둘러보다가 냉이씨를 상품화해서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 바닥에 냉이를 좌판에 놓고 파는 것은 볼 수 있었지만 냉이 농사를 짓게 된 줄은 몰랐으며, 먹거리 문화도 빠르게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냉이가 유럽이 원산지라고 하지만 전세계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 야생초이며 시드니 주택가나 공원 변두리를 자세히 관찰하면 냉이싹이 보인다. 가든닝으로 자주 잘려서 실하지는 않지만 꽃을 피우며 모질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냉이는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십자화과(十字花科, Brassicaceae)는 속씨식물 십자화목의 과[科]가운데 하나이다. 네 개의 꽃잎이 십자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십자화과 하면 대표적인 것이 배추이기 때문에 배추과라고도 한다. 배추와 무, 겨자 등의 식용 작물이 이 부류에 속하는 것들인데 냉이도 십자화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냉이는 우리나라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서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황해도에서는 ‘내이’, 평안도에서는 ‘냉이’, 경상도에서는 ‘난생이’, ‘나수랭이’, 충청도에서는 ‘나상이’, ‘나승갱이’, ‘나싱이’, 전라도에서는 ‘나세’, ‘나상구’, ‘나생개’,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서 공용으로 ‘나숭개’, ‘나승개’, 충청도 경상도에서 공용으로 ‘나새이’, 충청도 전라도 공용으로 ‘나싱개’,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함경도에서 공용으로 ‘나시’ 등으로 부른다. 필자의 고향(경기, 여주지역)에서는 “나생이”라고 불렀다. 냉이하면 날씨가 냉냉해 지는 늦가을에서부터 이른 봄에 땅갈피에 착 달아 붙어 있는데 이런 특성때문에 붙여진 이름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초록색의 이파리와 뿌리를 캐서 된장국에 함께 넣어서 끓이면 그 맛이 좀 특이하며, 향이 풍부해서 폭 넓게 사랑 받고 있는 봄나물이다. 이런 인기 때문에 유기농산물이라며 재배를 해서 대량으로 시장에 내다 팔기에 이르렀다.
냉이의 종류와 성분
냉이의 종류도 ‘냉이’, ‘물냉이’, ‘말냉이’, ‘논냉이’, ‘좁쌀냉이’ 등 무려 20여 가지나 된다. 옛날 분들이 야생식물을 경험을 통해 효능을 확인한 것이지만 냉이도 거의 약용식물 수준으로 평가하였다. 냉이는 채소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냉이의 성분표를 보면, 100g 속에 단백질 4.5g, 칼슘 300㎎, 인 95㎎, 철 2.5㎎, 칼륨 450㎎ 등이 함유되어 있어서 다른 엽채류에 비하여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하며, 비타민은 100g 속에 A 830IU, B1 0.16㎎, B2 0.28㎎, 나이신 0.5㎎, C 40㎎이 함유되어 있다 칼슘과 철분 등 무기질 함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비타민 B1과 C가 매우 많아 소화기관이 약하고 몸이 허약한 사람이나 출혈환자에게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 냉이는 잎부분에 비타민A와 C, B2가 풍부해 면역력 향상과 피로예방에 좋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겨울철에 냉이의 뿌리를 캐서 움에 갈무리 해두었다가 국을 끓이거나 건조시켜 저장해두고 먹기도 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냉이 전체의 추출물은 강력한 지혈작용(止血作用)이 있어서 자궁출혈. 폐출혈(각혈) 등의 지혈제로 사용된다고 한다. 뿌리의 쌉쌀한 맛은 식욕을 자극시켜 소화효소 분비를 도우며 콜린 성분이 풍부해 고지혈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몸에 좋은 성분이 냉이에만 있을 리 없지만 한국 에서 봄나물로 냉이를 꼽았다. 필자는 올 봄에 한국에서 구입한 냉이종자를 텃밭 한 귀퉁이에 파종해서 재배하며 관찰 하고 있다. 냉이의 특이한 향내는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나물이다. 라면에 냉이를 넣어 끓였더니 특이한 향내가 나며 색다른 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경기도 안성시는 농협이 관리하는 목초지에 가족과 함께 따뜻한 봄기운을 만끽하게 하는 <봄맞이 냉이축제>를 연다고 한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넓은 목초지에서 무농약으로 건강하게 자란 봄 냉이를 캐볼 수 있으며 직접 채취한 냉이는 가져갈 수도 있게 해서 유명한 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지나치게 건조하지 않고 햇볕이 충분하면 정원, 목초지, 들판, 습지, 둑 따위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자라며, 다 자라도 높이가 6~20cm에 지나지 않는다. 잎줄기가 방사상으로 땅 위에 퍼지며 로제트를 이룬다. 로제트(rosette)는 한국어로 “방석”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은데 방석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장미(rose)에서 온 단어다. 활짝핀 장미꽃 같다는 뜻이다. 냉이는 줄기를 타고 잎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땅갈피에 착 달라 붙으며 꽃이파리 처럼 잎이 펼쳐저 있다. 이런 형태의 식물이 많아서 로제트형 식물이라고도 한다.
민들레, 달맞이꽃, 지칭개 등이 비슷한 형태인데 이와 같은 로제트형 식물들은 잎이 죽지 않은체 겨울을 나게 돼서 월년(越年)풀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시드니 주택가 변두리에도 로제트형 식물 종류는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로제트형 식물들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다른 식물에 비교하면, 줄기가 짧으므로, 그 잎을 넓혀서 생산성을 올리고, 뿌리 등에 영양을 축적할 수 있어, 에너지가 절약한다. 또, 잎이 지면에 달라붙어 있으면, 기온이 낮은 겨울이라도 햇볕으로 따뜻해진 지면의 복사열로 잎 온도가 올라가고, 광합성이 왕성해 지는 효과가 있는 셈이 된다.
잎은 막 났을 때는 혀 모양이지만, 자라면서 거친 톱니가 생긴다. 흰 꽃들이 치밀하지 않은 총상 꽃차례로 나는데, 한 꽃의 네 꽃잎이 십자 모양을 이루며 서로 대칭을 보인다. 총상 꽃차례는 중심축에 꽃대가 길게 자라며 일정한 간격으로 꽃눈이 만들어 지는 형태를 말한다. 냉이의 독특한 점은 열매에 있다. 냉이의 열매는 심장 모양의 삭과인데, 납작한 삼각형 모양의 꼬투리이다. 열매는 줄기 끝에 꼿꼿이 서서 튀어나온 모습으로 달린다. 삭과(蒴果)는 열매가 많은 간(間)으로 되어 있고 간마다 많은 씨가 들어 있는 형태다. 냉이의 씨는 젖으면 끈적이는 합성물을 방출하는데, 수생 곤충이 거기에 달라붙어 끝내 죽고 만다. 그래서 모기가 유충일 때 방제하는 방법에 쓰일 수 있다. 그래서 냉이를 준식충식물(Protocarnivorous plant)이라 할 수 있다.
냉이를 검색해 보니 건강에 학술적인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니지만 민간에 전해오는 치료법이 있어, 몇 가지를 소개한다. 냉이의 줄기와 뿌리를 달여서 차 마시 듯 오래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익상취편이 라고 하여 눈꼬리 부분에 군살이 생겨나 자라는 데에는 냉이를 곱게 가루내어 눈에 넣는다. 눈이 까칠하고 통증이 약간 나지만 며칠 지나 면 통증이 없어지고 군살이 삭아 없어진다. 눈이 충혈되고 아프며 꺼칠꺼칠한 느낌이 들 때는 냉이를 짓찧은 다음 곱게 걸러서 눈에 한 방울씩 넣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우윳빛처럼 하얗게 나올 때에는 냉이 600g을 물로 달여 하루 3∼4번에 나누어 2∼3개월 복용한다. 대개 일주일쯤 지나면 오줌빛깔이 맑아지기 시작해 한두 달이면 치유가 가능하다. 냉이는 가장 흔한 풀이면서도 훌륭한 약초다. 냉이 50∼100g을 죽을 끓여 수시로 먹으면 지방간, 간기능 쇠약, 또는 냉이 뿌리, 잎, 줄기를 그늘에서 말려 가루내어 한번에 10∼15g씩 하루 세번 먹는다. 눈에서 눈물이 저절로 흐를 때, 냉이 씨앗을 가루내어 한번에 5∼10g씩 하루 세번 밥먹고 나서 따뜻한 물과 함께 먹어보라고 한다. 냉이를 중국에서는 제채(薺菜)라고 부르며, 나물보다는 약초로 많이 이용되어 왔다. 중국에서 펴낸 <본초강목>에서는 냉이를 경기[驚氣]하는데 좋고 뱃속을 고르게 하며 오장에 이롭다고 했으며, 또 겨울에도 냉이죽을 먹으면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간을 도와서 눈이 밝게 해 준다고 했다. 민간요법으로는 냉이의 줄기와 잎을 태운 재를 이질에 사용하였고, 뿌리를 다려 먹으면 눈병을 낫게 한다고 했다. 특히 냉이는 자궁의 출혈, 폐출혈의 지혈제로서 이용되었는데 이뇨, 해열, 지열의 효과가 뛰어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을에 밭에 냉이가 많이 나면 그 해 겨울은 눈이 많이 오고 적게 나는 해는 눈이 적게 온다고 옛사람들은 냉이를 보고 일기예보를 내다보기도 하였다. 냉이는 춘궁기를 이기는 귀중한 구황식량이기 하였다. 냉이씨는 허기를 잊게 해주는데, 옛날에 어느 가난한 선비가 글을 읽을 때 냉이씨를 씹어서 허기를 견디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냉이씨는 극히 작으므로 씨주머니를 따 비벼서 물에 저어 풀어두면 씨가 밑에 가라앉는다. 이때 선비들은 굶주린 배를 물과 함께 냉이씨로 요기하면서 배고픔을 참았다고 전해진다. 냉이씨는 죽에도 넣고 떡에도 넣었다. 냉이를 음력 4월 8일에 채취하여 그늘에 말린 것은 풍독사기[風毒邪氣-중풍으로 몸에 퍼져있는 나쁜기운]를 없애는 효과가 있고 눈이 아파 눈물이 흐를 때, 눈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약효가 있다고 전해진다. 냉이는 앞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단백질과 전분 함유량이 비교적 높아 혈압을 하강시키는 작용도 하고 단백질과 당분은 시금치의 2배, 칼슘은 3배나 더 많이 들어 있다. 청나라 때 육식을 하는 사람은 냉이를 먹으면 위장을 씻어 준다고 하여 정장초(淨腸草)라고 불렀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냉이를 약초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코피가 날 때 냉이즙을 먹어서 지혈시켰다. 또한 치통에 오른쪽 이가 아프면 왼쪽에, 왼쪽 이가 아프면 오른쪽에 냉이잎을 붙여 진통제로 유럽에서 사용하였다고 한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냉이[나생이] 나물](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냉이-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