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문화적 민감성의 필요
파키스탄에서 온 난민이 가정 폭력을 경험하여 여성의 쉼터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곳에 있는 호주 백인 여성이 그 사람을 몇 일 동안 못 살게 굴었다고 한다. 괴롭힘은 왜 호주에 들어와서 자신들이 받아야 할 서비스를 함께 받고 있느냐고 하는 것이 주 메세지 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난민 서비스 센터의 직원은 위로만 한 것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쉼터에 항의를 하였고 그 이후에는 호주 여성으로 부터의 차별 대우가 사라졌다고 한다.
타문화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터널과 같은 좁은 시야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경험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허다하다. 호주는 다양한 문화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타인의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없으며 타문화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어쩌면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으로 발생한 것일 수 있지만 이것이 어떤 사람들에는 무례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호주 사회에서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들은 호주의 문화와 예의를 배워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반대로 호주에 오래 살던 사람들은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들을 존중하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사람들은 공동체 중심의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서로의 개인 정보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에 있어서 예민하지 않다. 예를 들면, 누군가 임신을 했다던가 또는 누군가 병에 걸렸을 경우에 희노애락을 나누기 위해서 그것을 타인에게 알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개인정보가 중요한 시대에 이르러서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에서 개인 정보를 함부로 전달을 하는 경우 어려움에 처할 경우가 많다. 한 분이 동료가 임신을 해서 많이 피곤해 하길래 임신한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었는데 그것에 대해서 나중에 매니저로 부터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임신한 것을 알려도 되는 지 물어 보았는가? 하는 것이다. 그 분은 동료가 임신하지도 한 참이나 되었고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어서 배려를 받지 못할까봐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이 지적을 받을 만한 일인지 억울함을 느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의 경우 정이 많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 그렇게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호주에서는 개인이 어떤 정보를 나누고 싶어하는 지 아닌 지에 대한 철저하게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법제화되어 있다. 이런 문화를 잘 알지 못하면 한국 사람으로서 실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라마다 문화와 그 문화에 따른 관습들이 다른데 그것이 존중받지 못할 때 거부감이나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타 문화에서 온 사람을 존중하기 위해 그 사람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평소에 하던 행동이나 말이나 감정이 기준이 되어 버리면 자칫하면 타문화에서 온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 비일비재 하게 발생한다.
한 아프리카 동료가 중국인 레스토랑에 가는데 남편을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혼자 가면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차별을 당하는데 백인인 남편을 데리고 가면 대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타 문화에 대한 선입견은 우리 사회에 아직 많이 남아 있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주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불편함을 느끼고 거부감을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많은 커뮤니티 기관에서는 사람을 도울 때 문화적 민감성을 가지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화적으로 다른 부분에서 인식을 하고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평소에 나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어떤 타문화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앞에 언급한 중국인 처럼 나도 모르게 인종에 따라 차별을 하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나에게 없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그들을 대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고려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나의 경험이, 나의 교육이, 나의 철학이 혹시 사람에 대한 또는 문화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한 것은 없는 지를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타 문화에서 온 사람과 접촉을 해야 할 경우 내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틀을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 보지 않고 상대가 가지고 있는 문화는 어떤 문화인지를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호주에 처음 왔다면 호주의 역사를 경험해 보는 것, 박물관이나 전쟁 기념관을 통해 호주의 문화를 배워나가는 것, 그리고 호주의 언어를 배워 나가는 것 필요한 것이다. 반대로 호주에 오랫동안 산 사람들은 겉모습을 보고 함부로 그 나라 사람 전부를 판단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는 나라에서 온 사람을 돕거나 관계를 해야 한다면 리서치를 통해서 그 나라에 대한 공부를 하고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문화적으로 민감해 지기 위해서 우리가 타문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질문하고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같이 공부하는 학생 중에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사람이 있다면 궁금증을 가지고 물어 보되 함부로 대하지 않고 예의바르게 대함으로 존중을 보이면서 질문들을 통해 알고자 하는 선한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케냐는 교육 수준이 아주 높다고 한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은 호주에 오기가 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질문하지 않고 또는 알아 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는가?
그리고,무엇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에 하나는 모르는 사람이나 문화에 대해서 함부로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가 안되는 것에 있어서 소통을 잘 하는 것이다. 타문화에서 온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은 쉬운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인내함으로 그들의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을 알아듣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기도 하고 또 시간을 내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진실한 관심을 가지고 존중하며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가 누군가의 인내와 존중을 바라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문화적 민감성을 갖게 한다.
점점 더 세계가 하나로 되어가고 있는 이 때에 내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존심과 정체성을 잘 지켜나가면서도 타 문화에 대한 열린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모습이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인종과 나라와 외모와 재산과 상관없이 귀하고 의미있는 일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중과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모두에게 기본적인 보호와 돌봄은 어디에 있든지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내가 벗어던져야 할 문화적 편견과 선입견은 어떤 것인지를 잘 생각해 보고 열린 태도를 갖기 위해 각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