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영웅들의 세계사
폴 존슨 / 웅진지식하우스 / 2009.8.10
- ‘헨리 5세부터 먼로까지’ 역사적 영웅 30인의 삶 : 대처와 블레어의 역사선생 폴 존슨이 전해주는 영웅이야기 : 영국을 대표하는 지성 폴 존슨의 통찰로 읽어낸 영웅들을 담은『영웅들의 세계사』
모던타임즈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 책은 사회 통념을 깨뜨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들, 혼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서슴없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영웅이라고 말한다. 이에 우리가 보통 영웅으로 생각하지 않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된다. 역사와 대중으로부터 무한한 동경을 받은 인물들을 다양한 일화와 주변의 평가, 수많은 인간군상과의 비교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폴 존슨은 자신을 믿고 미래를 머릿속에 그릴 줄 알았던 사람들은 위대한 업적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영웅으로 생각한다. 그 한 예로, 요한 바오로 2세만큼이나 수많은 이들의 동경의 대상이 된 매릴린 먼로도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한다.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회 복원이라는 목표를 정하고는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고집스럽게 계획을 밀고 나간 성인이자 영웅이라면, 무명에서 시작해 대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한 줌 먼지처럼 사라진 매릴린 먼로도 비극 속 영웅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지금 현재를 영웅 부재의 시대라고 한다. 더 이상 영웅이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시대에서 이 책은 한 역사가에 의해 선택된 영웅들을 선사한다. 이 책은 경외, 동경, 존경 때때로 동정까지 자아내는 우리와 같은 피와 살을 가진 진정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 따르면 영웅적인 삶이란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있었던 누군가가 선택한 위험천만하지만 걸어갈 만한 길이다. 저자가 당대의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가치는 단 하나다. 그것은 자신을 믿고 ‘오지 않은 미래’를 그릴 줄 안다면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목차
들어가는 글 : 언제, 어느 곳에나 영웅은 있다 — 004
영웅이 잠든 곳을 찾아서 ∥ 대중과 함께하는 영웅들
1장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 019
- 드보라, 유딧, 삼손, 다윗
매혹적인 여성 판관, 드보라 ∥ 구약 시대의 미인계 ∥ 영웅은 잔혹하다, 특히 여성은 더욱! ∥ 최초의 자살 순교자 ∥ 고대 세계의 슈퍼 히어로, 다윗
2장 세계사에서 가장 빛나는 이름 ———- 053
- 알렉산드로스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헤라클레스를 가슴에 품다 ∥ 전무후무한 승리의 이유 ∥ 헬레니즘의 영웅이 남긴 것들 ∥ ‘이것은 카이사르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 위대한 군주이자 최고의 독재자
3장 전사의 심장을 지닌 불꽃같은 페미니스트 — 084
- 부디카 여왕
“노예로 사는 것이 진정 여러분의 뜻입니까!” ∥ 로마의 악당, 여성 영웅으로 되살아나다
4장 운명을 받든 자, 운명을 개척한 자 ———- 094
- 헨리 5세, 잔 다르크
10대부터 쌓아올린 경력 ∥ 프랑스를 정복하는 그날까지 ∥ 하느님께서 명하신 전쟁
5장 도끼날의 그늘 속에 살다 간 영웅 ———- 121
- 토머스 모어, 제인 그레이, 메리 스튜어트, 엘리자베스 1세, 월터 롤리
“내 수염이 반역죄를 지은 건 아니니까” ∥ 만들어진 여왕의 죽음 ∥ 논쟁의 딸들 ∥ 메리를 둘러싼 음모 ∥ 애늙은이 엘리자베스 ∥ 무위無爲의 통치 ∥ 무수한 결점을 압도하는 매력
6장 근대의 포문을 연 전쟁 영웅들 ———- 170
- 워싱턴, 넬슨, 웰링턴
워싱턴, 미국의 잠재력을 측량하다 ∥ ‘영웅 폐하’ ∥ 전장의 한복판에 섰던 생애 ∥ “난 엄청난 죄는 짓지 않고 살았네” ∥ 착실하게 진군하는 장군 ∥ “이긴 전투만큼 나쁜 것은 없다”
7장 남성들의 세계 속에서 고통받은 여인 —– 214
- 제인 웰시 칼라일, 에밀리 디킨슨
천재와 결혼하고픈 천재 ∥ 두려움의 길을 걸은 소녀 ∥ 대저택의 은둔자
8장 남북전쟁에 새겨진 고결한 영혼 ———- 247
- 에이브러햄 링컨, 로버트 리
위대한 윤리와 영웅적 지성 ∥ 전쟁을 혐오했던 장군
9장 사색하는 영웅 ———- 267
- 비트겐슈타인
“러셀, 철학은 포기하세요” ∥ 강의실의 백전노장
10장 파티의 여왕 ———- 292
- 패멀라 베리
영웅들의 도피처 ∥ 정치인의 꿈을 파티에 쏟아붓다 ∥ 파티 주최자의 조건
11장 구시대를 뒤흔든 거물 정치인 —- 315
- 윈스턴 처칠, 샤를 드골
끊임없이 뛰어다닌 활동가 ∥ “영원히 남는 건 말뿐이다” ∥ 역사의 흐름을 읽는 초인
12장 짙은 화장 뒤에 숨은 영웅의 얼굴 —– 340
- 메이 웨스트, 매릴린 먼로
남자 및 기타 사항에 관한 십계명 ∥ 매릴린 먼로의 애처로운 사투
13장 냉전체제를 끝낸 일등공신들 ———- 366
- 레이건, 대처, 요한 바오로 2세
레이건의 21세기형 통치술 ∥ 처칠 이후 영국 최고의 정치가, 대처 ∥ 영웅과 성인의 경계에 선 자
나오는 글: 우리 주변의 진정한 영웅들 ——- 396
○ 저자소개 : 폴 존슨 (Paul Johnson)
영국의 역사가. 스토니허스트 칼리지와 옥스퍼드 대학교의 모들린 칼리지를 졸업했다.
〈레알리테〉 부편집장, 〈뉴 스테이츠먼〉 주필과 편집장을 지낸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일급 역사가이다.
대처 수상과 블레어 총리, 다이애너 황태자비 등 왕실 사람들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런던 타임스〉,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중요 현안에 대한 글을 기고하거나 학생과 기업인,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통해 대중과도 활발하게 교류했다.
2006년에는 언론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19세기를 다룬 최고 역작으로 평가받는 《근대의 탄생》을 비롯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모던 타임스》와 《유대인의 역사》, 《2천 년 동안의 정신》, 《새로운 미술의 역사》 등 40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이 책 《영웅들의 세계사》는 《지식인들》, 《창조자들》로 이어지는 ‘폴 존슨 3부작’의 완결편으로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진정한 자질이 무엇인지를 수많은 인간군상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 역자 : 왕수민
서강대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했고, 현재 인트랜스 번역원의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마이크로 트랜드》, 《논리는 힘이 세다》, 《내 안엔 6개의 얼굴이 숨어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8 – 밀물을 타고》, 《부의 제국》(공역), 《2007 세계대전망》(공역)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7장 남성들의 세계 속에서 고통받은 여인 _ 제인 웰시 칼라일, 에밀리 디킨슨
둘째가라면 서러울 심기증 환자에, 세계적 수준의 불평꾼 둘(칼라일 부부)이 가까이 붙어 사니, 또 떨어져 있어도 매일 험악한 편지로 엄청난 공격을 퍼부으니 뭔가 터무니없고 이상한 결혼생활로 비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꼭 불행했던 것은 아니다. (…) 제인의 영웅성은 그녀가 쓴 편지 속에서 힘차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웃을 거리가 필요했던 자신의 신이자 주인, 천재이자 사랑이었던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들 속에 말이다. 그 신을 괴물이자 독재자 혹은 속을 알 수 없는 존재로 그려낸 가까운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인 칼라일이 편지를 쓰면서 느낀 커다란 기쁨을 단 한마디로 요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정 부분을 강조하는 재능, 산문 속에서 운율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 익살과 통렬한 비판과 격조 있는 푸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솜씨를 독자가 인지하기 시작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편지의 힘이 점점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_ 본문 225쪽~226쪽
허심탄회하게 말을 하는 편인 친구 헬렌 헌트가 에밀리에게서 받은 수수께끼 같은 시를 설명해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다. 에밀리에게서 아무 답이 없자 헌트는 불같이 화를 냈다. “너는 위대한 시인이야. 그런 네가 목소리를 내지 않겠다는 건 지금 이 시대에 잘못을 범하는 거라고. 사람들이 이른바 말하는 저세상으로 가면 이렇게나 인색하게 굴었던 걸 후회하게 될 거야.” (…) 하지만 그녀가 써낸 최고의 작품은 장엄하고 감동적이어서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마법과 같은 힘이 있다. 따라서 지루함을 고집스레 견디며, 용기와 불굴의 의지로, 필사적이고 당당하게 이 작품들을 써낸 이 여인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_ 본문 244쪽~246쪽
9장 사색하는 영웅 _ 비트겐슈타인
두 사람은 이내 열띤 논쟁을 주고받게 됐고, 비트겐슈타인은 신경이 날카로워져 난로에 있던 부지깽이를 손에 쥐고 달그락거렸다. 그가 포퍼에게 윤리 규범의 예를 하나 들어달라고 하자 포퍼가 대답했다. “초청 연사를 부지깽이로 위협하지 않는다.” 이 말을 들은 비트겐슈타인은 그날 밤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이는 당시 사건에 대한 포퍼 쪽의 이야기다. (…) 사실 유난히 까다롭기는 포퍼도 마찬가지였다. 그로부터 25년 후 포퍼가 내 책 《모던 타임스》를 읽고 열정적인 편지 한 통을 보내준 일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버에 있는 내 집으로 그를 초대하겠다고 하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6주 동안 그 누구든 당신 집 응접실에서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고 ‘100퍼센트 확신’을 줄 수 있소?” “아뇨, 그런 확답은 못하겠는데요.” “그럼 안 가겠소.” _ 본문 289~290쪽
12장 짙은 화장 뒤에 숨은 영웅의 얼굴 _ 메이 웨스트, 매릴린 먼로
카메라는 본래 사실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다. 사실에 거침없이 변형을 가하는 카메라는, 자기 힘으로 예술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자연 발생적 예술의 한 형태다. 그녀는 살면서 늘 카메라에 소유되거나 강간당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녀가 마지못해 뜻을 굽히고 자비로운 그 기계와 정사를 나누는 순간,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 밀실공포증과 광장공포증을 동시에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문데, 먼로가 그런 경우였던 듯하다. 두 가지 공포증을 동시에 겪는 때도 있었다. 먼로에게 영화 촬영을 위해 아침부터 시간 맞춰 나오라고 하는 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병사에게 버거운 ‘참호 밖 돌격’ 명령을 너무 많이 내리는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용기가 완전히 바닥나버린 병사에게 다시 돌격을 명하면, 그의 가슴속엔 두려움만 가득 차게 되는 법이다. 촬영은 매번 육체적, 정신적, 심지어 영적 용기를 발휘하도록 그녀에게 요구했고, 그러면서 매번 일은 한층 힘들어졌다. _ 본문 357~358쪽
2장 세계사에서 가장 빛나는 이름 _ 알렉산드로스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알렉산드로스의 제국주의 덕분에 당시 세계가 통일된 문명과 세계화를 향해 크게 한걸음 내딛을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침략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과 재산을 잃었지만, 이는 전쟁 뒤에 이어진 경제 효과로 보상이 되고도 남았다. (…) 한편 땅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호전성 그리고 그가 실제로 벌인 전투(일생 그가 가장 좋아한 것)는 장차 모든 세대에 최악의 본보기로 남게 되는데,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평화와 인간애를 해친 그의 범죄가 화려한 무용武勇과 영웅적 면모, 신에 가까운 위상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알렉산드로스의 행적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악인과 야심가는 한둘이 아니다. _ 본문 69~70쪽
○ 출판사 서평
- 세상을 바꿔온 사람들에겐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 ‘영국 최고의 지성’ 폴 존슨이 들려주는 자신과 세상에 마법을 걸었던 불멸의 인간들의 대서사시
괴팍한 천재 철학자 비트겐슈타인과 남북전쟁의 영웅 에이브러햄 링컨이 동급의 영웅이라면? 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은막의 스타 매릴린 먼로의 조합은 어떤가. 하지만 이들을 똑같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하는 역사가가 있다. 마거릿 대처, 토니 블레어에게 역사를 강의하고 그들의 고문이자 연설문 작성자로 활동했으며, 엘리자베스 황태자비를 비롯한 영국 왕실의 인물들에게 역사를 강의하기도 한 일급 역사가 폴 존슨이 그 주인공이다.
《지식인들》, 《창조자들》에 이은 ‘폴 존슨 3부작’의 완결편인 이 책 《영웅들의 세계사》는 저자 스스로 필생의 역작으로 꼽는 책이다. 전작인 《지식인들》과 《창조자들》에서는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의 위선과 창조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책은 특별한 용기와 지도력으로 역사에 제 이름을 박아 넣은 ‘영웅’들이 주인공이다.
폴 존슨은 “사회 통념을 깨뜨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들, 혼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서슴없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늘 정이 간다”는 말로 이 책의 영웅들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믿고 미래를 머릿속에 그릴 줄 알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영웅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 《영웅들의 세계사》에는 우리가 보통 영웅으로 생각하지 않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마거릿 대처까지, 교황 바오로 2세부터 매릴린 먼로까지 역사와 대중으로부터 무한한 동경을 받은 인물들을 다양한 일화와 주변의 평가, 수많은 인간군상과의 비교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영국의 최고지도자와 왕실 사람들을 가르쳤던 저자가 당대의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가치는 단 하나다. 그것은 자신을 믿고 ‘오지 않은 미래’를 그릴 줄 안다면 불멸의 초상으로 남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사를 수놓은 다종다양한 영웅들을 폴 존슨의 초인적인 박식함과 역사적 통찰로 짚어보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영웅을 깨울 수 있을 것이다.
- ‘대처와 블레어의 역사 선생’ 폴 존슨이 초인적인 박식함과 통찰로 읽어낸 세계사의 거인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모던타임스》, 《유대인의 역사》로 유명한 ‘영국을 대표하는 지성’ 폴 존슨 (1928 ~ )의 3부작이 드디어 국내에서 완간되었다. 《지식인들》, 《창조자들》을 잇는 이 책 《영웅들의 세계사》는 저자 스스로 필생의 역작으로 꼽는 책이다.
저자의 이력은 화려하다. 마거릿 대처, 토니 블레어에게 역사를 강의하고 그들의 고문이자 연설문 작성자로 활동했으며, 엘리자베스 황태자비를 비롯한 영국 왕실의 인물들에게 역사를 강의하기도 한 일급 역사가이다. 또한 〈레알리테〉 부편집장, 〈뉴 스테이츠먼〉 주필과 편집장을 지낸 저명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역사, 철학, 문학, 종교를 넘나드는 초인적인 박식함과 역사적 통찰이 번뜩이는 그의 책들은 우리시대 지식인들이 갖춰야 할 교양의 폭과 깊이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작인 《지식인들》과 《창조자들》에서는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의 위선과 창조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책은 특별한 용기와 지도력으로 역사에 제 이름을 박아 넣은 ‘영웅’들이 주인공이다. 폴 존슨은 “사회 통념을 깨뜨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들, 혼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서슴없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늘 정이 간다”는 말로 이 책의 영웅들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믿고 미래를 머릿속에 그릴 줄 알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영웅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 《영웅들의 세계사》에는 우리가 보통 영웅으로 생각하지 않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마거릿 대처까지, 교황 바오로 2세부터 매릴린 먼로까지 역사와 대중으로부터 무한한 동경을 받은 인물들을 다양한 일화와 주변의 평가, 수많은 인간군상과의 비교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 세계사는 소수의 거인들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 자신을 믿고 미래를 머릿속에 그릴 줄 알았던 사람들
폴 존슨이 보기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만큼이나 수많은 이들의 동경의 대상이 된 매릴린 먼로도 진정한 영웅이다.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회 복원이라는 목표를 정하고는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줄기차게 그리고 고집스럽게 계획을 밀고 나간 성인이자 영웅이라면, 무명에서 시작해 대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한 줌 먼지처럼 사라진 매릴린 먼로도 비극 속 영웅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폴 존슨은 그녀의 인생을 한마디로 ‘자신의 매혹적인 몸을 두고 벌이는 애처로운 사투’였다고 정의한다. 먼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섹스 심벌로만 바라보는 것을 알면서도, 더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설계했다. 그녀의 연애 목록에 아인슈타인과, 아서 밀러 같은 지성인이 들어 있다거나, “보고 있는 책이 있어. 프로이트랑 같이”라는 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이제껏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습이다. 먼로는 실제로 좌파 지성인이자 극작가였던 아서 밀러와 결혼해 매소드 파 배우로서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비극적 영웅의 최후를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매소드 파의 고귀한 이상에 맞추려다 보니 그녀는 카메라를 바라볼 때의 공포와 연기할 때의 괴로움이 증폭되어갔다. 결국 그러한 것들이 약물남용으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폴 존슨이 뽑은 영웅 중에서 비트겐슈타인도 다소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 이래 단 한 명, 비트겐슈타인만이 철학하는 법을 가르치고, 이를 어떻게 하면 정확한 말로 표현해야 하는지를 가르친 사람이었다. 그는 스승인 러셀에게조차 “러셀, 철학은 포기하세요”라고 말할 만큼 무자비하고 파괴적인 철학자로 이름을 날렸다. 러셀은 비트겐슈타인을 때릴 뻔 했다고 고백하고, 당대의 대표적 철학자 G. E. 무어의 부인은 남편의 건강을 염려한 나머지 비트겐슈타인과는 30분 이상 지속되는 토론은 금지했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도 혹독했다. 그는 자신부터 철학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해 케임브리지를 벗어나 한적한 오두막에서 기호논리학에만 전념한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척후병과 맞먹는 위험한 일인 ‘관측 장교’로 참전하기도 한다. 말년까지 그는 그 누구와도 친하지 않았지만, 그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당대에 이미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함께 기인에서 만인의 영웅으로 변모했다.
신경쇠약에 시달리면서도, 삶의 모든 순간 시를 써냈던 에밀리 디킨슨은 또 어떤가? 칼뱅주의를 믿었던 부모와 그 종교는 디킨슨을 평생 따라다녔던 두려움의 원인이었다. 에밀리 디킨슨의 삶은 바로 그 두려움에 맞서 싸우는 과정 그 자체였고, 이때 자양분이 된 것은 그녀 자신의 창의적인 재능이었다. 생의 지루함을 고집스레 견디며, 용기와 불굴의 의지로, 필사적이고 당당하게 작품을 써낸 이 여인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칼라일의 그늘에 가려진 제인 웰시 칼라일은 또 다른 의미에서 영웅이다. 모든 사람들이 실패한 결혼의 전형으로 꼽는 둘이기에 다소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녀 역시 디킨슨과 마찬가지로 놀라운 수의 작품을 남겼는데, 제인 칼라일 남긴 2000편이 넘는 서간체 작품은 모두 칼라일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 칼라일만큼이나 투덜대길 좋아했던 그녀의 편지는 그러나 작가라면 누구나 받기를 원하는 바로 그런 편지였다. ‘교구 내 일등 신붓감’이었던 그녀가 칼라일이라는 불평꾼 천재를 선택해, 그를 최고의 작가로 키워내는 과정의 이 2000통의 편지만으로도 그녀는 영웅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것이다.
가장 의외일 수 있는 사람은 ‘마지막 정치 파티 주최자’인 패멀라 베리이다. 그녀 역시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삶의 지표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손님을 자신의 친구이자 장차 친구가 될 사람들로 본 것이다. 더러는 친구가 되지 못하기도 하고, 심지어 적으로 돌아서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신의 이력이 막 무너져버린 정치가를 대하고,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을 진정시키고, 걱정에 빠진 사람을 안도하게 하는 능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능력을 믿고 파티를 설계하고, 주최하고 평생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은 더더욱 범인이 가지기 힘든 것이다.
- 공과만으로 영웅을 판단할 수 없다 : 자신에게 최면을 걸 줄 알았던 사람들
영웅을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음모론이나 스캔들이 따라 붙을 만큼, 영웅들 역시 결점 많고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는 한 인간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과만으로 영웅을 판단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들이 범인과 가장 극명하게 갈라지는 지점은 ‘자신에게 최면을 걸 줄 알았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신의 부르심을 확신했던 이스라엘의 여성 판관 드보라와 백년전쟁에서의 잔 다르크, 헤라클레스의 후예로서 대제국을 건설할 것이라는 걸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던 알렉산드로스 대왕 모두 마찬가지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믿고 그 길을 묵묵히 끝까지 걸어나가는 사람은 모두 영웅이다. 폴 존슨은 자신의 집 앞 과일 장사를 하는 남자에게서도 영웅의 면모를 읽는다. 자선 목적으로 수차례나 맨 몸으로 영국 해협을 건넌 이 남자의 행동을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지만 “부자로 죽는 것은 명예롭지 못하다”라는 말을 남긴 카네기 역시 그렇다. 포드 재단과 록펠러 재단이 그 뒤를 이었고, 그 맥을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에 의해 오늘날에도 이어지게 한 초석임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그가 영웅을 무조건적으로 받드는 건 아니다. 세계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카이사르를 다룰 때에도 “도덕적 감수성이 그 어느 때보다 발달하고 인간의 사악함에 대해서도 뼈아프게 잘 아는 21세기의 초입에” 소름끼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고, 양심의 가책이란 건 모를 정도로 무정한 구석이 있는 이들을 어떻게 그려내야 하는가에 대한 자기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고는 카이사르를 동경했던 나폴레옹과 마오쩌둥이 각각 500만 명, 7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 우리 안에 숨은 영웅을 찾아서 : 영웅 부재의 시대에 만나는 진정한 영웅들
영웅 부재의 시대, 우리 앞에 구원의 빛을 던질 영웅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노 역사가의 눈에 비친 파격적인 영웅들을 만나보라. 《영웅들의 세계사》를 통해 ‘영웅적인 삶’이란 것이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경외, 동경, 존경 어떤 경우엔 동정까지 자아내는 우리와 같은 피와 살을 가진 진정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은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멘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반면교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웅적인 삶’이란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있었던 누군가가 선택한 위험천만하지만 걸어갈 만한 길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최고지도자와 왕실 사람들을 가르쳤던 저자가 당대의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가치는 단 하나다. 그것은 자신을 믿고 ‘오지 않은 미래’를 그릴 줄 안다면 불멸의 초상으로 남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사를 수놓은 다종다양한 영웅들을 폴 존슨의 초인적인 박식함과 역사적 통찰로 짚어보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영웅을 깨울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