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미셸 투르니에의
원제 : Le miroir des idees
미셸 투르니에 / 예담 / 2011.11.28
- 프랑스 최고의 지성, 미셸 투르니에와 함께 떠나는 상상력 자극 여행
프랑스 현대 문단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의 대표 산문집인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은 포크와 스푼뿐 아니라 남자와 여자, 고양이와 개, 쾌락과 기쁨, 오른쪽과 왼쪽 같이 상대적인 개념을 둘씩 짝지어 존재의 이면과 이유를 풀어내며 즐거운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총 116개의 개념, 58개의 쌍으로 구성된 이 책이 탐구하는 항목은 웃음과 눈물, 황소와 말, 목욕과 샤워 등 특수한 것에서 출발해 신과 악마, 존재와 무(無) 등 보편적인 것으로 옮겨간다. 이때 각각의 개념은 상대적인 쌍을 이루고 있으나, 결코 상반되는 대립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신은 신의 부재가 아니라 구체적 존재인 악마에 대립되어 있으며, 우정은 무관심이 아니라 사랑에 대립되어 있다. 이러한 양면적인 방법은 예상외의 풍요로운 결과를 가져다주었는데, 바로 사물의 뚜렷한 존재 이유를 증명한 것이다.
즉, 문화는 문명에 대치시켰을 때 그 파괴적인 힘을 드러내고, 황소의 목은 말의 엉덩이에 의해서만 분명해진다. 스푼은 포크 덕택에 그 모성적인 부드러움을 보여주며, 달은 환한 대낮에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을 통해서만 비로소 이해가 가능해진다. 신화와 철학, 문학과 종교를 넘나들며 전혀 새로운 시·공간으로 사유를 확장시키는 투르니에의 예술적 글쓰기에 독자들은 짜릿한 지적 쾌감을 느낄 것이다.
○ 목차
남자와 여자|사랑과 우정|돈 후안과 카사노바|웃음과 눈물|어린이와 사춘기 소년|내혼과 외혼|건강과 병|황소와 말|고양이와 개|사냥과 낚시|목욕과 샤워|프로펠러와 지느러미|버드나무와 오리나무|동물과 식물|철도와 도로|피에로와 아를르캥|유목민과 정착민|주인과 하인|오귀스트와 하얀 광대|나무와 길|소금과 설탕|포크와 스푼|지하실과 다락방|물과 불|역사와 지리|척추동물과 갑각류|환경과 유전|쾌락과 기쁨|아폴로와 디오니소스|두려움과 고뇌|조롱과 찬양|기억과 습관|말과 글|재능과 천재성|아름다움과 숭고함|문화와 문명|기호와 이미지|순수와 순결|연대기와 기상학|일차적 인간과 이차적 인간|시와 산문|행동과 정열|태양과 달|잿빛과 색채들|영혼과 육체|양과 질|오른쪽과 왼쪽|시간과 공간|표면과 심층|행위와 힘|유(類)와 차(差)|여건과 구축|관념론과 리얼리즘|선험적인 것과 경험적인 것|절대적인 것과 상대적인 것|샘물과 가시덤불|신과 악마|존재와 무
○ 저자소개 : 미셸 투르니에 (Michel Tournier)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소르본 대학교와 독일 튀빙겐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부터 철학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스물다섯 살 때 치른 대학교수 자격시험에 실패한 후 에리히 레마르크 등 독일 문학 작품 번역에 몰두하였다.
1954년부터 5년간 유럽 제1방송에서 문화 프로그램 PD로 근무하였으며, 플롱 출판사에서 10년간 문학 편집부장을 지냈다.
1967년에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재해석한 데뷔작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발표하면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어 20세기 최고의 전쟁 문학으로 평가받는 『마왕』을 발표하여 1970년에 공쿠르상을 수상했고, 1972년에는 공쿠르상을 심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 종신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첫 번째 작품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 다니엘 데포의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면, 이 두 번째 작품은 괴테의 유명한 발라드 「마왕」과 「요정들의 왕」이라는 게르만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마왕』은 『양철북』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전쟁 문학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셸 투르니에 최고의 환상 소설이다.
『동방박사와 헤로데 대왕』에서는 자신의 기독교 교육과 동방박사의 경배에서 받은 영감을 아름다운 성화에 바탕을 두고 재창작했다.
중동의 이국적인 풍물과 구약성경에 대한 뛰어난 학식을 바탕으로 흑인 아기 예수와 그를 경배하러 떠난 동방박사의 여정이 신화적 상상력을 자아낸다.
백인 여자 노예에게 격렬한 호기심과 동시에 심한 열등감을 느끼고 왕국을 떠나는 흑인 왕 가스파르,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지만 모습과 형상이 일치를 이루는 기독교 예술을 찾기 위해 베들레헴으로 향하는 니푸르 왕 발타자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권력다툼에 환멸을 느끼고 아기 예수를 통해 ‘연약함의 힘, 비폭력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팔미렌의 왕자 멜쉬오르를 통해, 진리를 찾아 떠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책이란 피를 많이 흘려 마르고 굶주린 새들로, 살과 피를 가진 존재- 즉 독자를 찾아 그 온기와 생명으로 제 배를 불리고자 미친 듯이 군중 속을 헤매어 다니는 것이다.” 『흡혈귀의 비상 : 미셸 투르니에 독서노트』는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의 독서 노트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광범위한 사료를 바탕으로 재창조한 비평이 가히 프랑스와 유럽의 문학, 사회사를 방불케 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셰익스피어’와 만나고, 뜨거운 낭만주의, ‘보바리 부인과 토마스 만이라는 거대한 산맥에 대한 통시대적 고찰이 시도되고 있으며, 페로의 동화들이 사무엘 베케트와 나란히 서기도 하는 지적 탐닉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투르니에의 ‘글쓰기’는 다른 ‘책들 ‘속으로 파고드는 또다른 문학적 참여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소설가적 이력이 투르니에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철학을 전공한 투르니에는 철학자이기도 하며, 파리의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교양 있는 교육을 받은 세련된 심미가이며, 1924년에 태어나 유럽의 격변을 몸으로 체험한 20세기의 증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투르니에는 긴 시간을 통찰한 하나의 두께 있는 시선이며, 유럽의 정신사를 담고 있는 지성이고, 인간에 대한 탐욕스러운 관심과 애정 그 자체이다.
1972년에는 공쿠르상을 심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 회원으로 추대되어서, 프랑스 문단에서 대가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획득했다.
1962년부터 파리 근교의 생 레미 슈부르즈 근처에 있는 슈아젤이라는 작은 마을의 옛 사제관에서 은둔 생활을 하였고, 2016년 91세의 나이로 타계하였다.
저서로는 『메테오르』, 『황야의 수탉』, 『가스파르, 멜쉬오르, 그리고 발타자르』 ,『질과 쟌느』, 『움직이지 않는 떠돌이』, 『금 물방울』, 『로빈슨과 방드르디』, 『사랑의 야찬』, 『지독한 사랑』, 『피에로와 밤의 비밀』, 『푸른 독서 노트』 등이 있다.
– 역자: 김정란
시인, 번역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를 지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3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랫동안 ‘현대의 상징과 신화’ ‘상상력과 비평’ ‘한국 신화 콘텐츠 실습’ 등을 주제로 강의하며, 문학과 함께 인류의 원형적 이야기인 신화 연구에 매진해왔다.
시집으로 『다시 시작하는 나비』 『매혹, 혹은 겹침』 『꽃의 신비』 등이 있고, 문학평론집 『비어 있는 중심』 『영혼의 역사』 등과 산문집 『여자의 말』 등이 있다. 에밀 시오랑의 『태어났음의 불편함』,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태평양의 방파제』,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 등을 번역했다. 특히, 성배와 아서 왕 전설에 속한 모든 신화와 전설을 아우른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전 8권) 번역은 신화학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1998년에 백상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상을, 2000년에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 책 속으로
이 책에서 제시한 116개의 ‘열쇠-개념’들은 이와는 반대로 매우 소박한 추상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가능한 한 그 구체성을 다양하게 포함시키기 위해서였다. 독자들은 어쩌면 이 책에 고양이와 개, 오리나무와 버드나무, 말과 황소 등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개념들은 구체적인 존재 이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상당한 상징적인 의미로 둘러싸여 있다. 다른 범주 도표들에서와 같이 이 개념들도 반대 개념들과 짝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 개념들이 상반된 대립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신은 무신론이 말하는 신의 부재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 존재인 악마에 대립되어 있다. 또한 존재는 비(非)존재가 아니라 실제의 체험이 나타내는 무(無)에 대립되어 있고, 우정은 무관심이 아니라 사랑에 대립되어 있다. 나는 이러한 양면적인 방법이 매우 풍요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 전체가 이런 방법으로 쓰여졌다고 말할 수 있다.— 시작하며 (pp.8~9)
고양이의 성정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개의 성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특성이 공존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사람들은 개에게 스스로 문을 열고 바깥을 정복하러 떠나는 충동을 기대한다. 사람이 개를 산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가 사람의 산책을 이끄는 것이다. 사람은 개가 자기를 대신해서 거리나 집 주위에 있는 들판이나 숲의 모든 구석구석을 탐험해주기를 바란다. 개의 후각―고양이는 그것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은 멀리에서도 수색을 할 수 있는 도구이다. 사람은 그 후각을 가로채고 싶어 한다. 반면 고양이는 집 안에 남아 난로가나 등잔 아래에서 빈둥거리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꾸벅꾸벅 졸기 위해서가 아니라 깊은 생각에 잠기기 위해서이다. 고양이가 쓸데없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지혜롭기 때문이다. 개가 일차적 동물이라면, 고양이는 이차적 동물이다.— 고양이와 개 (pp.46∼47)
스푼은 저녁에 먹는 수프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수프는 야채 국물에 빵을 찍어 먹는 음식인데, 하루의 일과가 끝난 다음 가족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스푼이 바쁘게 움직인다. 수프가 빡빡할 때에 스푼은 수프 속에 똑바로 꽂혀 있다. 수프가 뜨거우면 차게 식히느라 후후 불면서 호들갑스럽게 먹게 된다. 포크에는 어딘가 악마적인 데가 있다. 사람들은 흔히 쇠갈고리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악마를 표현한다. 그 쇠갈고리는 아마도 신에게 버림받은 죄인들을 지옥불 속에 던지기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스푼이 채식주의적 소명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포크는 육식의 상징이다. 옛날에는 ‘포크 마음대로’라고 불리는 식당들이 있었다. 그것은 돈을 조금 내고 냄비 속에 딱 한 번 포크를 넣은 뒤 집어낼 수 있는 만큼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포크와 스푼 (pp.99~100)
보통 오른손은 왼손보다 더 ‘능란하다’. 왼손은 그 자체로 ‘왼쪽스럽다’. 즉, 서툴다는 말이다. 어쨌든, 인류의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왼손이 서툴게 느껴진다. 전통적으로 선 (善)은 오른쪽에, 악 (惡)은 왼쪽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골고다에서 착한 도둑은 예수의 오른쪽에, 나쁜 도둑은 예수의 왼쪽 십자가에 매달려 있었다. 최후의 심판일에도 선택된 자들은 성부 (聖父)의 오른쪽에, 버림받은 자들은 왼쪽에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1789년 삼부회의 (三部會議)가 처음으로 열렸을 때부터 왕당파는 의장 오른쪽에, 혁명당원들은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정치 전통은 좌파·우파라는 말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 (pp.195∼196)
투르니에는 철학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인다. 일상의 모든 사물들이 철학적 사유의 재료로 활용되는 것이다. 투르니에는 그렇게 함으로써 철학이 도서관에 있는 딱딱하고 고상하지만 재미없는 물건이 아니라, 보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그 무엇이 되게 만든다. 이것은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삶에 대해 정말 빼어난 통찰력을 갖기 전에는 이런 글을 쓰기 힘들다. 투르니에는 아주 느긋하고 가볍게, 그러나 충분히 진지하게 무거운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해서 나날의 식탁으로 하강한 철학은 생생한 삶의 먹거리가 된다. – 김정란 (시인,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옮긴이의 글 중에서
○ 출판사 서평
- 프랑스 최고의 지성, 미셸 투르니에와 함께 떠나는 상상력 자극 여행
포크와 스푼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포크는 음식을 ‘찍어서’ 먹고, 스푼은 ‘떠서’ 먹는다. 그게 다일까? 포크의 생김새에서 악마의 쇠갈고리를 연상하고, 스푼의 둥근 모양에서 어머니의 젖무덤을 떠올린다면 이상한 상상일까?
프랑스 현대 문단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의 대표 산문집인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은 포크와 스푼뿐 아니라 남자와 여자, 고양이와 개, 쾌락과 기쁨, 오른쪽과 왼쪽 같이 상대적인 개념을 둘씩 짝지어 존재의 이면과 이유를 풀어내며 즐거운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총 116개의 개념, 58개의 쌍으로 구성된 이 책이 탐구하는 항목은 웃음과 눈물, 황소와 말, 목욕과 샤워 등 특수한 것에서 출발해 신과 악마, 존재와 무 (無) 등 보편적인 것으로 옮겨간다. 이때 각각의 개념은 상대적인 쌍을 이루고 있으나, 결코 상반되는 대립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신은 신의 부재가 아니라 구체적 존재인 악마에 대립되어 있으며, 우정은 무관심이 아니라 사랑에 대립되어 있다. 이러한 양면적인 방법은 예상외의 풍요로운 결과를 가져다주었는데, 바로 사물의 뚜렷한 존재 이유를 증명한 것이다.
즉, 문화는 문명에 대치시켰을 때 그 파괴적인 힘을 드러내고, 황소의 목은 말의 엉덩이에 의해서만 분명해진다. 스푼은 포크 덕택에 그 모성적인 부드러움을 보여주며, 달은 환한 대낮에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을 통해서만 비로소 이해가 가능해진다. 신화와 철학, 문학과 종교를 넘나들며 전혀 새로운 시·공간으로 사유를 확장시키는 투르니에의 예술적 글쓰기에 독자들은 짜릿한 지적 쾌감을 느낄 것이다.
이 의외의 발견, 섬세한 다시 읽기는 굳어 있던 우리의 머리를 탁탁, 매우 날카로우면서도 둔중하게 자극해온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간절히 필요한 순간, 이 예기치 않은 자극만으로도 우리의 상상력은 순식간에, 풍요로워진다.
-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유쾌한 철학 에세이
프랑스 최고의 지성, 프랑스 현대 문단의 거장 등 화려한 수식을 받으며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미셸 투르니에.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인 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다. 그는 원래 철학가 지망생이었는데,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실패하고 나서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신화적 상상력을 기초로 하면서 역사와 문학, 철학과 종교를 종횡으로 넘나들며 현대 사회의 여러 면모들을 재조명하고 재해석한다. 그 글쓰기에 매료된 투르니에의 팬들은 그의 첫 번째 실패가 “철학에는 미안하지만 문학에는 행운”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은 그렇듯 문학과 철학을 접목시킨 투르니에 글쓰기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3가지 깨달음을 안겨준다. 첫째, 삶의 모든 존재들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가장 반대되는 것 옆에 섰을 때 사물은 비로소 뚜렷한 존재 이유를 드러낸다. 셋째, 이렇듯 뒤집고 비틀고 상하좌우에서 바라보면 철학이, 문학이, 생각하기가 더없이 즐거워진다.
예를 들어 ‘황소와 말’에서 어떤 ‘닮음’과 ‘다름’을 발견할 수 있을까? 보통은 농사와 이동의 주요 수단인 대표적인 가축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투르니에는 위풍당당한 어깨를 가진 황소를 남성성의 신으로, 거대한 엉덩이와 긴 목덜미를 지닌 말을 여성성의 신으로 불러낸다. ‘목욕과 샤워’는 더 기가 막히다. 단순히 씻는 행위로 여겼던 목욕과 샤워는 어머니의 양수에 잠겨 있는 듯한 따뜻한 퇴행 상태 (목욕)와 일거리가 기다리는 새로운 하루로 돌진하는 씩씩한 행위 (샤워)로 분리된다. ‘시와 산문’에 이르면 “산문의 덕성이 명확성이라면, 시의 덕성은 감동과 암시적 환기력에 있다”고 정의 내린다. 목욕을 우파, 샤워를 좌파로 과격하게 단정 지을 때와는 사뭇 다른 세심한 판결이다.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은 프랑스에서 2007년 출간된 개정증보판을 반영하여 독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게 되었다. ‘샘물과 가시덤불’이라는 항목이 추가되고 내용이 조금씩 다듬어졌는데 번역가 김정란 시인이 투르니에의 미세한 교정까지 놓치지 않고 꼼꼼히 손봐주었다. 따라서 이 책은 미셸 투르니에의 대표 산문집인 동시에 『Le miroir des idees』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좋은 책은 스스로 진화한다. 무엇을 하든 상상력이 필요해진 시대에 이 책은 지적이고 신선한 자극을 독자들에게 또 한 번 선사할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