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울지 마, 아이야
응구기 와 시옹오 / 은행나무 / 2016.5.23
– 로터스 문학상· 노니노국제문학상· 전미도서상· 니콜라스기옌문학상 수상작가 : 아프리카 문학을 넘어 세계문학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응구기 와 티옹오의 위대한 첫걸음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의 첫 장편소설이자 아프리카 영어 소설 문학의 태동을 이끈 《울지 마, 아이야 (Weep Not Child, 1964)》가 출간됐다.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함으로써 세계문학사에 새로운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작품이다.

노벨문학상의 가장 대표적인 후보로 매년 손꼽히는 응구기 와 티옹오는 1938년 케냐 중부고원 지역 리무루의 카미리수에서 태어났다. 엘리트 중등학교인 얼라이언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우간다의 마케레레 대학과 영국의 리즈 대학에서 수학했다. 대학 시절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응구기의 첫 작품은 《검은 운둔자 (The Black Hermit, 1962)》라는 희곡이며, 응구기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 바로 리즈 대학 시절인 1964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울지 마, 아이야》다.
《울지 마, 아이야》의 시대 배경이 되는 1950년대 케냐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상황으로, 키쿠유족 사회를 중심으로 전개된 무장독립투쟁 마우마우 운동이 극심했던 시기였다. 케냐는 특히 아프리카에 정착한 유럽인을 위한 식민지로, 영국은 식민행정부를 세워 행정, 교육, 통상 등등의 분야를 통치하면서 현지인들의 땅을 빼앗아 유럽인들에게 농토를 나누어 주었다.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유럽 출신의 농장주에게 빼앗기고 농장의 인부로 전락한 케냐인들의 식민지 경험이 응구기 와 티옹오 문학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 목차
1부 사그라지는 빛
막간
2부 어둠이 내리다
옮긴이의 말

○ 저자소개 : 응구기 와 시옹오 (Ngugi wa Thiong’o)
탈식민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케냐 작가다. 소수민족과 소수언어에 대한 관심을 문학으로 형상화해온 그는 소잉카, 고디머, 쿳시 등과 함께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해왔다.
응구기 와 시옹오는 1938년 케냐 중부고원 지역 리무루의 카미리수에서 태어났다.
케냐 내 최대 민족 집단인 기쿠유 출신이며, 평범한 농부인 집안의 세 번째 부인의 자식 중 다섯 째다.
영국 식민지 시대 케냐의 일류 중등학교였던 얼라이언스를 졸업한 후 우간다의 마케레레 대학과 영국의 리즈 대학에서 수학했다.
케냐의 일간지 ‘네이션’의 기자로 일하다 1970년 나이로비대학교 문학과 교수로 임용된다. 케냐가 독립을 달성한 후 서구적 근대화를 주축으로 한 국가건설이 추진됨에 따라 또다른 내부의 사회모순이 드러나고, 은구기는 10년간의 침묵 속에서 토착어에 대한 문맹퇴치운동과 연극운동에 몰두한다.
이러한 활동이 1977년에 발표된 문제작 『피의 꽃잎』의 내용과 관련되면서 그의 연극은 상연금지되고 그는 1년간 투옥된다. 그후 1982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세계적인 항의운동으로 석방된 후 계속 키쿠유어·스와힐리어에 대한 창작에 몰두하고 있으며, 1974년에 제3세계 최고의 권위인 로터스상, 2001년에 노니노국제문학상, 2016년에는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미국 어바인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 특훈교수 (Distinguished Professor)로 재직했다.
그 밖의 다른 작품으로는 『십자가 위의 악마』 (1980)와 『귀향―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문학·문화·정치에 관한 에쎄이』 등이 있다.
– 역자: 황가한
역자 황가한은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한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잃어버린 지평선》, 《밀레니엄, 스티그와 나》, 《숨통》, 《아메리카나》가 있다.

○ 책 속으로
이발사가 덧붙였다. “거 말 한번 잘했소. 자코보는 부자요. 형씨들도 자코보가 제충국 키우는 걸 처음으로 허락받은 흑인인 건 다들 알 거요. 그치가 자기 같은 사람이 또 생기길 원했을 것 같소? 게다가 애초에 남들은 다 거절당한 걸 어떻게 혼자만 허락받았겠소?”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발사는 손에 든 이발기를 멈춘 채 한동안 가만있었다. 그러다가 모든 것에 통달한 태도로 선언하듯 말했다. “우리를 그들에게 팔아넘기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지.” — p.89
힘든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교육에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의 차이가 무엇이건 간에 지식과 공부에 대한 관심은 보로, 자코보, 응고토 같은 사람들 간의 유일한 일치점이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키쿠유족은 늘 자신들이 구제받을 길이 교육에 있다고 봤다. 그래서 은조로게가 떠날 때가 다가오자 많은 사람들이 그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돈을 기부했다. 그는 이제 응고토의 아들이 아니라 키쿠유랜드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 p.151
은조로게는 아직도 미래를 믿었다. 더 나은 날에 대한 희망은 그가 우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는 미래에 대한 이 믿음이 지금의 현실로부터 도피의 한 형태가 될 수도 있음을 알지 못했다. — p.159
인생도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힘과 흥정을 하는 커다란 거짓말 같았다. — p.179
아이들이 가게로 왔다. 하교하는 길이었다. 은조로게는 그들의 희망찬 얼굴을 보았다. 그도 한때는 그랬었다. 세상이 교육받은 사람에게 권력과 영광을 가져다주는 곳이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자기가 인도인을 위해 일하게 되리라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은조로게는 갑자기 자신이 노인, 스무 살 먹은 노인으로 보였다. — p.182
오, 하느님. 그는 왜 하느님을 찾았을까? 하느님은 이제 그에게 거의 무의미했다. 예전에 믿었던 모든 것, 즉 부, 권력, 교육, 종교 같은 것들에 대한 믿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지막 희망이었던 사랑마저도 그에게서 달아나버렸다. — p.190

○ 출판사 서평
– “이 벌거벗은 땅에 숨을 곳은 없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 가족의 비극
격렬한 역사의 흐름 속에 한 개인과 그의 가족에 닥친 비극적 사건들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를 이룬다. 멀리 아프리카 땅으로 와서 농장을 경영하는 데 집착하는 백인 하울랜즈, 그가 경영하는 농장에서 일하는 가장 응고토와 그 가족들 (두 아내와 아들들), 백인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동족을 탄압하는 자코보, 마을의 이야기꾼인 이발사와 후에 전도사로 변신하는 교사, 백인에게는 꼼짝 못하면서 흑인에게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도인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등장시켜 그들의 생각과 행위, 그들 간의 갈등을 통해 영국 식민 치하의 케냐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유럽식 고등교육을 받아 성공해서 민족을 위해 일하겠다는 막연한 희망에 부풀어 있던 주인공 은조로게는 온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학교에 다닌다. 은조로게는 힘겨운 현실을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감내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교육을 통한 자신의 성공으로 현실을 극복하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은조로게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는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아직 어린 자신에게도 요구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에게 교육이란 더 넓고 심오한 계획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 형들, 심지어 마을 전체가 그에게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는 원대한 계획. 그는 자신 앞에 뭔가 거대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고, 이 사실이 그의 마음을 환히 빛나게 했다. 61쪽
아버지 응고토는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땅을 빼앗기고 소작농으로 전락한 뒤 마음속으로 고통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으며, 큰형 보로는 동생과 함께 백인들의 전쟁(2차 세계대전)에 끌려갔다가 동생을 잃고 혼자 돌아왔다. 억울한 현실에 커다란 불만을 품은 인물이다. 반면, 작은형 카마우는 목수 도제 일을 하며 집안을 돕고 은조로게의 학업 뒷바라지를 한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이 모든 것들이 점점 커져가는 분노로 그[보로]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백인들이 땅을 차지하도록 놔둘 수 있었던 걸까? (…) “아버지는 어떻게 자기 땅을 빼앗아 간 사람을 위해 계속 일하실 수가 있죠? 어떻게 그자를 계속 섬길 수가 있어요?” 43~44쪽
한편 은조로게는 므위하키라는 소녀와 함께 학교에 다니면서 남매처럼 친하게 지내는데, 성장하면서 점점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므위하키는 백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부를 축적한 자코보의 딸이다.

– “살아 있는 공포, 죽어가는 희망, 잃어버린 꿈” 그럼에도 삶은 지속되고 새로운 날을 기다려야 한다
소설 후반부에서 무장독립투쟁인 마우마우 운동이 격화되며 혼란스러운 케냐의 상황이 제시된다. 은조로게는 상급학교에 진학하여 학업을 계속하지만, 은조로게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현실에 저항한다. 무장투쟁 게릴라가 된 형들은 백인들과 식민 정부에 동조하는 흑인들을 습격하는데, 이 때문에 은조로게의 가족은 몰락에 이른다.
은조로게는 처음으로 ‘내일’이 해답이 아닌 문제에 직면했다. 이 깨달음으로 인해 그는 스스로의 냐악함을 느끼고 비상사태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게 되었다. 173쪽
백인들의 앞잡이로 일하던 자코보가 암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용의자로 지목된 아들 대신 나선 아버지는 극심한 고문을 받아 죽음에 이르고, 은조로게 또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무너진 은조로게는 암울한 식민지의 현실을 자각하게 되고, 유일한 사랑 므위하키마저 그의 곁을 떠난다. 새로운 날을 기다리자는 당부와 함께.
“그건 전부 꿈이었어. 우린 오늘만 살 수 있을 뿐이야.”
“그래. 하지만 우리한테는 의무가 있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무는 성인으로서 우리의 가장 큰 책임이야.”
“그놈의 책임! 책임!” 그가 비통하게 외쳤다.
“그래, 나한테는 책임이 있어. 예를 들면 어머니한테. 제발, 은조로게, 이런 때에 어머니를 두고 떠날 순 없어… 안 돼! 은조로게. 새로운 날을 기다리자.” 189쪽
《울지 마, 아이야》는 작가의 자전적 삶이 투영된 작품이다. 응구기의 형 역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었으며, 청각장애인이었던 또 다른 형도 소리를 듣지 못해 군인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또 다른 형 므왕기는 마우마우단의 일원으로 활동했고, 이 때문에 어머니가 잡혀가 3개월간 독방에 갇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엄혹한 식민 현실을 체험한 뒤 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가는 다소 감상적이긴 하나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는 결말을 제시한다. 소년은 성장해야만 하고, “어렸을 때부터 평생 준비해온 책임” (192쪽)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하여 식민 통치의 부조리함과 부당함, 정착민들의 잔인함과 원주민들의 억울함” (옮긴이의 말)을 보여주는 《울지 마, 아이야》는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 독자에게도 깊은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탈식민주의 아프리카 문학 거장의 첫걸음으로 손색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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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세한 이야기는 장인의 솜씨다. 글쓰기는 간결하며 제대로 제어돼 있어, 예술적 성공을 이루었다. 일독을 권한다. _〈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울지 마, 아이야》에서 응구기의 예술은 가장 순수하다. 폭력과 불의가 횡행하는 세계와 대립하는 젊은 사랑의 이야기. _ 벤 오크리(소설가)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