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택 목사의 특별기고

하나님을 경외하고 국민을 섬기는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퇴행의 정치를 심판하고 2025 년 6월 3일 이재명 후보를 제21대 대통령으로 선택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새로운 봄을 열었다. 가을바람에 낙엽이 지듯, 이제 정치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이름들이 역사의 뒤편으로 스러졌다.그리고 우리는 다시 봄을 기다린다.
2025년 선거의 결과는 단순한 정당 교체나 정치적 계산의 산물이 아니다.
이는 국민의 분노와 기대, 좌절과 희망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역사적 응답’이었다.
정치는 더 이상 구세대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무대가 아니며, 이념 대결만을 위한 전쟁터도 아니다.국민을 계몽하기 위한 의도였다는어리석은 괴변을 국민은 알고 있다. 한국 국민은 오히려 5,000년 역사를 살아온 역사 의식의 주체이자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최종 결정자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단호하다. 계엄령이라는 구시대적 언어가 다시 입에 오르내려서는 안된다는사회적공감대가 국민의 ‘투표’라는 조용하고도 강력한 저항의 목소리로 표현된 것이다. 이것은 단지 정치적 반전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복원이며, 역사의 방향 수정이다.
호주 (Australia)의 정치를 보자. 호주는 투표를 통하여 다수당이 정치를 이끄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결코 ‘계물정치’ (기득권에 의한 인위적 권력 유지)가 아닌,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모습으로 이해한다. 국민은 투표를 통해 잘못된 정치 리더십에 언제든지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래서 국가는 늘 국민의 이익과 공동체의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 역사 속에 살고 있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은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 정치는 국가 공동체의 이익과 질서와 생명 존중, 미래의 지속 가능성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놀드 토인비 (Arnold J. Toynbee)의 대표작 『A Study of History』 (역사의 연구)는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를 분석하며,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고, 쇠퇴하고, 소멸하는 지를 설명한 12권짜리 방대한 역사 철학서이다. 토인비는 그의 책 — A Study of History, Vol. I에서 문명은 외부의 침략이나 파괴보다는 내부의 도전 (挑戰-challenge )에 제대로 응전 (應戰response )하지 못해 자멸한다는 주장을 한다. 한국 사회는 국가 안밖으로 새로운 시대적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번 선거는 그 도전에 대한 창의적 응전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이미 수많은 위기를 맞이했지만, 그때마다 국민은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번 선거 또한 하나의 응전이었다. 국민은 변화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더 이상 이전의 질서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기독교의 역사도 이것을 말한다. 성경 다니엘서에 기록된 벨사살 왕의 잔치 속에 (다니엘서 5장),하나님은 벽에 글을 쓰셨다.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 당신은 하나님의 저울에 달려 무게가 부족하다. 그날 밤 왕국은 사라졌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정치는 결코 하나님 위에 있지 않다. 지도자는 백성을 억압하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국민을 섬기는 자리다. 오늘의 한국 정치 역시 하나님의 저울 위에 서 있다. 무속적 주술에서 벗어나, 참되신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며 국민 앞에 진실하고 충직한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 (Max Weber)의 정치 이론을 떠올릴 수 있다. 그의 대표 저작인 『정치로서의 직업』이다. 영어로는 “Politics as a Vocation” 이다. 이 글은 그가 독일 뮌헨대학에서의 강연을 바탕으로 하여 , 현대 정치의 본질, 정치인의 윤리, 권위와 정당성, 국가의 개념 등을 발전시킨 대표 저술중에 하나이다. 여기에서 베버는 신념윤리 (Ethic of Conviction)와 책임윤리 (Ethic of Responsibility)를 구분하며, 정치인은 결과에 책임지는 윤리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오늘날 정치 리더십의 본질이 국민 앞에 책임을 지는 태도임을 시사한다. 베버는 정치의 본질은 “강력한 윤리적 책임감 위에 선 권력의 행사”로 보았으며,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 지도자는 단순히 자신의 신념 (윤리) 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the true politician is one who accepts responsibility—not merely acting from conviction, but bearing the consequences of their leadership). 그러므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지도자는 그 권력이 헌법과 국민 주권 위에 있음을 인식하고, 그 책임을 ‘하나님의 저울’ 위에 올려놓고 살아야 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취임하신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 또한 매우 크다.
우리는 이념의 대립을 넘어 대화와 협력의 정치로, 갈등을 넘어 공동체의 정치로 나아가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닌, 깨어 있는 국민이 만들어낸 필연의 결과이며 기대감이다.
새 정부가 국민을 섬기고, 헌법을 충실히 지키며, 국민의 경제와 복지를 증진하고, 남북 간의 대화를 열어가며,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앞에서 겸손한 자세로 임하길 바란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국민주권에 기초한 진정한 민주공화국임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택 목사 / 박사
아이오나 콜럼바 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