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라이프 특집
우리 아빠가 달라졌어요!
자녀의 양육, 이제 부모가 함께
아빠가 양육을 함께 해야 하는 이유
이미 학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아빠가 자녀의 사회성, 성취도 등에 특수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졌다. 이와 관련한 연구도 활발하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는 1958년에 출생한 아이 1만7000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33세가 될 때까지의 발달 과정을 추적했다. 그 결과 자녀의 발달과 교육에 적극적인 아빠를 가진 아이가 학교 성적이 좋았고 사회생활과 결혼생활도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옥스퍼드대 가정교육연구소 앤 뷰캐넌 박사는 40년간의 추적 조사 연구를 통해 어린 시기 아빠와의 관계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며 아빠의 관심을 많이 받은 아이일수록 범죄를 일으키는 확률이 낮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뷰캐넌 박사는 “아빠의 관심과 영향을 충분히 받고 자란 소년들은 우울감이나 소외감에 빠지는 경향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자존심이 강하고 마약에 돈을 낭비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유아기에 아빠가 목욕을 시키는가 여부가 성장 후 사회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뉴스쿨대 심리학과 하워드 스틸 교수팀은 100쌍의 부모를 대상으로 14년간 추적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유아기에 아빠가 목욕을 시키지 않은 아이들 30%가 나중에 친구를 사귀는 데 심각한 문제를 겪는데 비해 아빠가 1주일에 3~4번 목욕시킨 아이들은 이런 경우가 3%에 불과했다. 스틸 박사는 “10대들이 일으키는 각종 문제 역시 유아기 아빠와의 신체 접촉 결핍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아빠가 자녀의 양육에 개입할 때 긍정적인 영향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를 넘어
자녀 양육에 있어 한국문화는 전통적으로 엄마 위주의 양육이었다. 가부장적인 문화로 인해 의례적으로 아빠는 일하고 엄마는 양육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 그리고 2000년대 들어 본격 시행된 주 5일 근무제의 영향과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더 이상 가부장적인 문화가 설 곳을 잃었다. 이제는 부부가 함께 일을 하므로 육아의 형태도 공동 육아로 바뀌고 외환위기 이후 더 이상 회사형 인간으로 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일에 치우치기보다는 자신과 가족의 행복에 가치를 두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명예퇴직, 조기퇴직 하며 직장에서 밀려난 수많은 아버지들이 가정에서도 소외되는 현실을 목격했다. 행복의 가치가 돈과 성공에서 찾기보다는 가족과의 관계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자각들이 있다.
‘좋은 아빠 되기’는 지금 세계화
아빠들이 자녀의 양육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영어권 국가에서는 일찍부터 아빠들이 조직을 꾸려 활동 중이다. 미국에서는 만연한 아버지 부재 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1994
년 ‘전국부권회복운동(National Fatherhood Initiative)’이 설립된 것을 비롯해 ‘전국아버지되기센터(National Center of Fathering)’와 같은 아버지단체들이 출현했다.
1960년 미국에서는 아이 800만명이 아버지 없이 자랐고 현재 그 숫자는 2400만명으로 늘어났다. 3명의 아이 중 1명은 아버지가 없는 셈이다. 아버지의 부재가 빈곤, 10대 임신, 청소년 범죄, 마약 남용, 자살 및 기타 문제를 낳고 있다고 본 미국인들이 모여 이들 단체를 만든 것이다. 두 단체 모두 부성 친화적인 정책들을 독려하고 전국적인 공공교육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 아이들의 삶에서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을 알리고 연구 작업과 함께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남성들을 교육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1994년 젊은 아버지 3인이 만든 아버지되기센터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아버지가 나서면 아이들에게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 아래 초보 아빠를 대상으로 교육을 벌이고 있다. 또 문제가 있는 아버지를 대상으로 교정 활동도 하고 있다.
영국의 부성연구소(Fatherhood Institute)는 3가지 목표 아래 움직이고 있다. 우선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아버지들이 자녀들을 더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아이들에게 돈을 버는 일과 자녀를 양육하는 일이 갖는 의미를 가르치고 성별에 따라 그 역할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 나눌 수 있음을 교육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남자아이들이 아이 돌보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는 시간과 에너지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법과 정책 변화를 추진한다.
한국에서도 최근 MBC ‘아빠! 어디가?’(자녀와 함께 여행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구성)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녀와 아빠의 관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더불어 행복한 가정
호주의 문화는 한국과는 달리 부부가 공동 양육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물론 한국처럼 아빠가 외벌이 할 경우 여전히 엄마가 양육을 하겠지만 조금만 정성을 기울이면 아빠도 양육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호주 회사에 고용된 경우에는 여러 가지 복지혜택을 통해 아빠도 양육에 동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곳의 가정적인 문화가 한국에서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자란 아빠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된다. 자녀들의 학교행사, 주말 가족 나들이 등을 통해 가족중심으로 돌아가는 호주의 문화를 경험하게 되면 잊고 있었던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된다. 일 중심에서 가족 중심으로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분위기이다.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압박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녀들이 언제나 기다려주지 않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나은 미래와 행복을 꿈꾸며 애쓰는 수고 가운데 자녀들도 함께 커가고 있다. 나중에 주어질 행복을 담보하여 오늘의 행복을 놓치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아빠의 양육도 그 중 하나이다. 달라진 아빠의 모습에 가족 모두가 행복해 하는 가정을 꿈꿔본다.
에듀라이프 편집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