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구 목사의 초대시

深淵의 기억
하나님의 고요한 침묵 속으로,
우리는 던져졌습니다.
존재의 바닥,
시간의 밑바닥으로.
바다는 우리를 삼켰고,
우리는 자신의 그림자에 갇혔습니다.
그러나 그 어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자궁이었습니다.
깊음은 나를 묻으며 동시에 낳았습니다.
절망은 은총의 시작이었고,
죽음과 생명의 경계에서
모든 부재의 심연 속, 울리는 한 목소리,
“나는 너와 함께 있다.”
그 음성은 심판이 아니라 기억(記憶)이었습니다.
잊힌 자를 기억하시는 하나님
존재를 잊지 않으시는 창조주
그 기억 속에서
우리는 다시 호흡을 배웁니다.
감사는 숨처럼,
기도는 되살아나는 맥박처럼.
말씀 선포를 시작하면서
이제 우리도 요나처럼
자신의 바다 한가운데서 부름을 듣습니다.
존재를 다시 불러내시는 주님의 음성 앞에 서서,
죽음의 어둠 속에서도 새벽을 기다립시다.
예배는 그 기다림의 이름입니다.
*전현구의 설교부름 초대시
(설교 제목과 본문) 낮춰주시는 은혜(요나서 2:1-10)
그림자와 빛 사이에서
무엇이 사람을 더럽힐까요
밖에서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손과 입, 모든 규례와 경계는
허공 위에 떠 있는 그림자일 뿐,
진정한 어둠은 내 안에서 흐릅니다.
내 그림자는
탐욕의 강, 질투의 덫,
교만의 벽, 우매함의 안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마음을 옭아매고
존재를 짓누릅니다.
우리는 흔히 밖을 탓합니다.
타인, 사회, 운명.
그러나 더러운 것은 항상
나 자신에게 숨겨진 그림자였습니다.
깨끗함은 손 씻음의 형식에서 오지만
정화는 속 깊은 마음의 그림자를 볼때 옵니다.
그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
내면의 어둠을 인정할 힘,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참된 자유입니다.
주님께서 말씀 앞으로 부르십니다.
“속에서 퍼져 나오는 빛의 숨결,
마음을 열고, 그림자를 바라보라.
오늘, 그 속에서 생명을 느껴라”.
결국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밖이 아니라 안입니다.
속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
새로운 존재로 주님께 나아갑시다.
*전현구의 설교부름 초대시 [20251109]
(설교 제목과 본문) 더러움을 씻는 샘 (막 7:14-23)

전현구 목사 (시드니조은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