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발효와 부패(1)
발효와 부패의 기본개념
생명현상을 인문학과 연관시켜 언급한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사실, 발효와 부패는 화학의 학술용어는 아니다. 인간의 식생활에 유익을 주는 화학작용이면 발효이고 악취를 풍기고 유해한 물질생성되는 화학작용이면 부패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생각하면 발효와 부패는 오히려 인문학적 용어다. 생명체는 유한한 것이며 따라서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거나 생명체의 구성체였던 유기물은 언젠가는 구성하기전의 무기물, 화학원소의 형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낙엽귀근은 “Falling leaves return to their roots”로 영역[英譯]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속의 유기물은 인간의 삶과 같이 생로병사를 거치며 종당에는 유기물로 합성되기 전인 무기물의 형태로 되돌아가게 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간에게 유익한 중간물질을 생성시키기도 하고 악취와 유해한 물질을 배출하기도 하는 것이다. 효소의 매개로 향기도 나고 건강에도 유익한 변화를 발효라고 하는 것인데 인간의 삶에 있어서도 따듯한 인간애를 발휘해서 발효작용으로 생성된 발효식품처럼 인간사회를 살맛나게 만드는 삶도 있고, 행동의 일거수[一擧手], 일투족[一投足]이 악취를 풍기는 부패와 같은 삶을 보기도 한다. 이 글에서 이와 같은 인문학에 가까운 발효와 부패를 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화학 작용으로 발생되는 발효의 부패의 실상을 밝혀 보려고 한다.
발효와 부패의 차이점
사실, 발효와 부패 둘 다 같은 현상이다. 둘 다 세균, 곰팡이 등이 음식물에 번식을 하며 그 음식물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 외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발효는 세균, 미생물, 곰팡이 등의 작용에 의해 생기고, 세균이 인간이 먹었을 때 몸에 더 좋은 역할을 하도록 바꿀 때는 발효라고 한다. 또한 발효는 유기물중에도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과정이며 산소가 없거나 아주 적은 상태에서 효모균 같은 미생물이 관여하게 된다. 발효과정에서 영양분을 유지하거나 거의 파괴하지 않는다. 유산균이 대표적이고, 김치, 술, 된장 등이 있다. 부패도 세균, 미생물, 곰팡이 등의 작용에 의해 생기는 것은 같지만 세균 등이 음식을 인간이 먹을 때 몸에 나쁜 역할을 하도록 바꿀 때는 부패라고 한다. 부패는 유기물중에서도 단백질이나 지방을 무산소성 세균이 관여 하면서 독소 등을 뿜어내며, 우리 몸속에 들어가면 증식해 세포를 파괴하고, 여러 질병을 동반한다. 흔히 상했다고 하는 음식들은 모두 이에 속한다. 부패할 때는 세균, 곰팡이 등이 음식물의 영양소를 흡수하거나, 파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패가 된 음식물을 인간이 직접 섭취하게 되면 부패도중 각종 부패 미생물들이 물질대사를 한 독소가 소화기내에서 중독을 일으키게 됨으로 식중독이라는 병증을 유발시키는 반면, 미생물의 발효가 된 음식물은 인간이 직접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효는 각종 산업재료와 의약품 제조, 각종식품 및 농수산물에 이용되며 그밖에 여러 용도에 응용되어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나,부패된 음식물은 염기를 제거했을 경우 거름정도 이외에는 인간이 별로 사용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과정상의 특징
부패균과 발효균은 부산물에 기생하는 종류가 구분이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하나의 부산물에 부패균이 우점(優占)하여 활동을 하면 아민[Amine] 및 황화수소라는 물질이 생성되면서 악취가 발생하므로 즉 부패균으로 구분되어진 세균들이 활동을 해서 아민[암모니아NH3에서, 수소 원자가 들어갈 자리가 알킬기나 아릴기 같은 치환기로 대체된 형태의 화합물], 황화수소 등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부패라고 한다. 발효균은 어떤 발효인가에 따라 종류가 많지만 아무튼 부패균과 구분되어 있으며 균들의 작용메커니즘도 각각이 다르므로 발효균이 작용을 할 때는 악취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패균은 유기화합물이 자연상태에 놓여 있을 때 대개는 예외가 없이 나타나지만, 발효는 일반적으로 특정한 조건과 환경을 갖추었을 때 균류가 작용을 해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령 요리하려고 사온 배추를 오랫동안 방치해두면 부패하여 골아 뭉그러질 것이다. 그러나 그 배추를 소금에 절여두면 부패균이 작용하지 못해 썩지를 않는다. 그 배추를 용기에 담아 적당한 온도를 맞춰 보관하면 어디선가 발생된 발효균은 증식조건에 어울려 대량으로 배양 및 증식으로 발효작용을 해서 김치가 된다. 이렇듯 발효는 특정한 조건과 환경에서 일어나게 되는데, 미생물 활동조건에 적절한 상온에서 상당기간이 지난 우유라는 음식물을 예를 들어본다면, 부패균이 이미 증식이 되어 심한 악취와 함께 썩어 상했을 것이나, 우유를 어떤 효소들과 함께 두어 특정한 작용을 시키게 되면 치즈로 발효된다. 치즈가 되면서 냄새가 나긴 하지만 아민이나 황화수소의 냄새는 아닌 것이 차이라 하겠다. 흔히들 “부패의 일종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나오면 발효다“라는 식으로 많이 말하지만, 발효란 것은 미생물들이 유기물을 분해해서 특정 결과물이 나오는 단계를 모두 총칭해서 일컫는데, 발효란 그 작용 자체를 말하고 부패의 작용도 발효의 일종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숙성과 산화
이해를 돕기 위해 발효에 의한 “숙성”과 부패에 의한 “산화”를 부연 설명을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숙성(熟成: 물질을 적당한 온도로 오랜 시간 버려둘 때 천천히 발효되거나 콜로이드 입자가 생성되는 따위의 화학 변화)이란 것은 자연에 함유되어 있는 효소나 세균의 효소 등을 이용하여 식품의 맛을 내거나 부드럽게 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우리는 “발효시킨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숙성이란 뜻은 부패보다는 발효에 더 근접한 의미이다. 예를 들자면 식품 속에는 단백질, 지질, 섬유, 탄수화물 등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들이 효소에 의해 서서히 변화하여 여러 가지 맛과 향기 성분을 내고 조직을 연화시킨다. 서서히 숙성시켜야만 맛이 좋은 식품이 되기 때문에 저온을 유지하거나 식염, 알코올을 가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발효에 해당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에도 설명한데로 발효와 부패는 거의 같은 기작[메커니즘-mechanism]이다. 단지 용어 정리상 발효는 사람에게 유용한 물질을 생성하는 미생물의 기작 결과를 의미하고 부패는 사람에게 유해하거나 무용한 물질을 생성하는 미생물의 기작의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 예를 들어서 식초를 생각해보면, 식초는 알콜이 발효가 진행되어지며 최종적으로 초(개미산, 초산, 젖산)가 생성된다. 그런데 술이 발효가 더욱더 진행되어져 초가 생성되면 이걸 발효이면서도 술이 상했다 혹은 부패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서도 발효의 기작은 달라지는데 그 미생물이 효모나 곰팡이에 의한 것인지 박테리아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서도 매우 다르고 복잡하다. 발효는 여러 가지 산을 생성하는데 젖산, 초산, 개미산, 구연산등, 수많은 산을 만들어내며 그 과정 어디에서 반응을 중단시키고 산물을 인간들이 취하는가가 다른 것이다. 다음으로 “산화”(酸化: 어떤 물질이 산소와 화합하거나 어떤 물질에서 수소를 제거함)를 산성이 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산화와 산성은 다른 것이다. 우리가 생활에서 산화되었다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것은 그 물질이 산소와 결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물이 상할 때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하는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부패반응도 산화반응의 일종이다. 다시 산화를 정리하면, 어떤 물질과 산소가 화합하는 것, 어떤 물질에서 수소를 떼어내는 것, 산화수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장수마을의 발효식품
안전한 먹을거리, 친환경적인 생활용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발효’는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는 키워드다. 발효란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을 말하는데 사실 발효반응은 얼핏 보면 부패반응과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발효는 주로 탄수화물이 미생물의 무산소호흡에 의해 분해되는 것이며 부패는 단백질이 미생물의 산소호흡을 통해 분해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우리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라고 하고 악취가 나거나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라고 할 수 있다. 간혹 TV나 신문 같은 매체에서 국내외의 유명한 장수마을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장수마을의 주 식단이 발효식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장수마을에서도 최고령이라는 분들을 보면 어김없이 그분들의 밥상에는 된장과 김치가 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청국장과 비슷한 낫토가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김치와 된장을 비롯해 일본의 낫토와 중국의 두시, 스위스의 치즈, 위구르의 요구르트, 스페인의 하몽, 중국의 쭈퍼로우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장수식품이자 발효식품이다. 발효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김치와 된장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도 ‘다시 옛날처럼 먹을 것’을 강조한다. 세계적인 위장 내시경학 권위자인 신야 히로미 박사는 “위나 장이 좋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효소를 많이 함유한 식품을 먹고 있다는 것”이라며 “위나 장이 나쁜 사람들은 효소를 많이 소비하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발효나 유산균을 말하다 보면 효소와 혼동이 올 수 있는데 ‘효소(enzyme)’란 “생물의 세포 안에서 합성되어 생체 속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화학 반응의 촉매 구실을 하는 고분자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화학적으로는 단순 단백질 또는 복합 단백질에 속한다. 특정 물질의 화학 반응에만 참여하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단백질 분해 효소는 단백질 외에 다른 성분을 분해할 수 없다. 활성화 에너지를 줄여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지만 평형 상수는 변화시키지 않는다. 효소를 영어로 표시할 때 끝자리에는 ”ase”가 붙는다. 반응 형식에 따라 크게 산화 환원 효소(oxidoreductase), 전달 효소(transferase), 가수 분해 효소(hydrolase), 분해 효소(lyase), 이성질화 효소(isomerase)와 합성 효소(ligase)의 여섯 그룹으로 나눈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