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특별기고

공동체의 중요성
6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필자는 호주에서 자녀를 나을 때 마다 한국처럼 몸조리를 할 수 있는 곳에 없다 보니 호주라는 곳에서 쉬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에 6째를 마지막으로 낳았을 때 호주 교회에서 식사를 집으로 배달해 주었다. 요청한 것도 아니었는데 음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우리 가정이 즐겨먹는 한국 음식도 아니었지만 그저 한끼 식사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우리 가정을 생각해 준다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게 되는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에게 공동체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시대는 커뮤니티가 예전만큼 잘 형성되어 있진 않고 개인주의가 그 어느 때 보다 활성화되어 있다. 아이들은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Chat GPT나 Gemini 에게 물어보고 그들의 답을 더 신뢰한다. 그리고 외동딸, 외동 아들로 자라난 젊은이들은 혼자살아가는 것에 너무 익숙하다. 그래서 그런 지 결혼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도 너무나 많다. 나의 욕구나 자아실현이 가장 중요하며 그렇게 혼자서도 잘 살아갈 만하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따뜻한 존재와의 소통도 인터넷을 통해서 하고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보다 메시지로 소통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이 오늘날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공동체의 중요성이나 함께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왜 필요한 지도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공동체가 필요 없을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늘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때 거기에서 안정감을 누리고 거기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물론, 예전보다는 혼자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덜 외로운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함께 하고 공동체에서 힘을 얻을 때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것을 반영하는 좋은 예는 공동 주택의 주거 형태의 변화를 통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일자형 복도에 방들이 각자 하나씩 있는 형태로 다 세대 주택이 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혼자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새로운 공동주택의 개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방은 따로 쓰지만 함께 공동으로 모여서 그룹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놓아서 함께 사는 사람들이 소통을 하고 연대감을 느끼며 살 수 있도록 집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그런 곳에서 가족이 아닌 남이지만 타인과 소통하면서 사는 것에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캔버라에서 살았다. 거의 20년을 그곳에서 살다 보니 상담사로 일을 하면서 캔버라에서 대면으로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분들을 온라인으로 상담하곤 했다. 온라인으로 상담을 하면서 온라인 상담이 가지고 있는 장점도 많이 있어서 그것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고 내담자들도 온라인 상담을 좋아하고 만족한다고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드니로 와서 보니, 상담을 받기 원하는 사람들 중에 훨씬 더 많은 분들이 대면으로 일단 만나서 상담을 진행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 만나서 얼굴을 대면하고 접촉하고 숨결을 느끼고 눈을 마주치는 것이 내담자들에게 훨씬 더 큰 위로와 힘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한 개인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 후에는 온라인으로 바꾸어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얼굴을 대면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인간은 타인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필요로 하고 특히 마음이 힘들고 어려울 때는 그 타인과의 접촉과 타인이 주는 위로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나자라고 하면 기쁨으로 먼 길이지만 사무실까지 가곤 하고 때로는 집으로 방문을 하기도 한다.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내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남자 친구나 배우자가 자신을 안아 주면 자신이 마음이 조금은 더 편안해 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내담자가 남자 친구와 헤어져서 자신을 안아줄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한편으로 안타까움을 느끼며 남자 친구 대신 그 내담자를 안아주고 품어줄 수 있는 대상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간이 따뜻한 또 다른 인간 한 사람으로 인해 치유가 되어지고 평안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기회가 되면 아이든, 남편이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안아 주고 격려하며 따뜻하게 해주는 일을 계속해서 그들과의 연대감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켜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저자인 스캇 펙은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말로 책의 서두를 연다. 그의 말처럼 인생에서 평탄하고 모든 것이 잘되는 삶을 경험하는 사람보다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렇기에 하나님은 인간이 혼자 살도록 디자인하지 않으시고 사람들과 어울려가며 가정을 이루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게 하신다.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살아갈 수 있게 말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선한 의도대로 늘 살아가지 않는 인간들은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며 지금처럼 개인주의로 살아가게 되었고 그래서 깊은 고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래서 인간은 고독하고 외롭다. 고독과 외로움의 이슈는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현재 많은 사람들의 이슈다. 그렇기에 비록 혼자 살더라도 공동체나 사회적 네트 워킹을 유지하면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딸이 직장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는데 학교 공부도 하면서 풀타임으로 일을 하는 것이 힘들어서 고민 중 함께한 동료들과 어려움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러자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딸을 도와주어 일을 가볍게 할 수 있게 배려를 받았다고 한다. 딸의 이야기에서 공동체가 주는 파워가 어떤 것인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딸은 다시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가 아니고 나를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 것이 딸로 하여금 힘을 내어서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다.
힘들 때 손잡아 주는 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죽음의 길로 가지 않고 생명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가 일하는 생명의 전화도 그 한 사람을 위해 전화기를 지키며 그들의 사연을 듣는 일을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공동체가 할 수 있는 힘이다. 혼자서만 잘 살면 될 것 같은 이기적이고 때로는 교만한 마음을 내려 놓고 나에게도 공동체가 필요함을 알고 기회가 된다면 가까운 교회도 가보고 학부모들은 부모들 모임에도 가보고 이웃들 과도 가까이함을 시도해 보길 권면한다. 그럴 때 그 안에서 공동체가 주는 위로와 힘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내가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김훈 박사 (호주카리스대학 학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