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당신의 보통에 맞추어 드립니다”
‘미래식당’ 이야기
얼마전 인터넷 뉴스에 소개가 되었던 일본의 어느 식당의 이야기가 책으로 발매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래식당’, 제목이 너무나 눈에 들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서 파는 식당인가 했다가, 아니면 몸에 좋은 재료들(예를 들어서 오가닉 유기농 재료들) 만으로 요리를 해서 판매하는 식당인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그냥 ‘식당’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책에 등장하는 ‘미래식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제목은 ‘당신의 보통에 맞추어 드립니다.’입니다. ‘보통’이라는 단어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이나 기준을 의미하는데 무엇을 맞춘다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일본 도쿄(東京)에서 식당을 하는 여성의 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흔하고 뻔한 일본 맛집 소개라고 착각을 할 수도 있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갑니다.
식당의 주인이며 이 책의 주인공은 도쿄 헌책방 거리 빌딩 지하에서 점심밥 장사를 하는 고바야시 세카이(小林せかい·34)라는 여성이며 자신이 운영하는 미래식당과 아직까지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식당 운영방법에 관하여 나눠줍니다.
미래식당은 직장인이 가볍게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곳입니다. 12개 카운터 좌석이 전부인 백반집 스타일입니다. 메뉴는 한 가지뿐이지만 바뀝니다. 집에서 엄마가 매일 만들어 주시는 집밥과 비슷한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메인 메뉴에 국과 밑반찬 3개가 나오고 가격은 900엔(한화 9000원)입니다. 그런데, 밥을 먹고 돈을 내면 100엔 쿠폰을 줍니다. 다음부터는 800엔으로 먹을 수 있다는 할인권을 얻는 샘입니다. 2015년 9월 식당을 열었고, 사장 혼자 일을 하는 특이한 식당입니다.
미래식당에는 ‘한끼알바’라는 별난 시스템이 있습니다. 식당에서 50분 일을 하면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꽁자 식권을 줍니다.
“식당 입장에서 말해볼까요? 900엔짜리 식사의 원가는 보통 300엔입니다. 그러니까 한끼알바는 300엔으로 50분짜리 인력을 사는 것과 같겠지요. 그렇다고 인건비를 절약하려고 한끼알바를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한끼알바는 누군가와 관계를 잇는 일입니다.”
이러한 한끼알바의 조건은 오직 하나 입니다. 한 번 이상 손님으로 미래식당에 왔던 사람이어야 합니다.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고용에 해당 되지도 않습니다. 손님 이기도 하고 종업원이기도 한 애매한 존재입니다.
한끼알바생은 하루에 한두 명 정도라고 합니다. 주로 설거지나 청소를 합니다. 혼자 식당을 꾸리는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손입니다. 한끼알바생의 80%가 근처 직장인이며 식당 일을 배우러 일부러 찾아온 사람도 있었고, 호기심 많은 중학생도 있었습니다. 청각장애인도 있었는데 젓가락을 봉투에 넣는 단순한 일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한끼알바로 얻은 식권은 양도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얻는 식권을 식당 앞에 붙여 놓고 식권을 떼 오는 사람은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무료식권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무료식권을 만든 이유보다 더 궁금한 건 무료식권이 가능한 현실이었습니다. 날마다 똑같은 사람이 무료식권을 내밀면 어쩔 것인가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15번 이상 무료식권을 쓴 사람도 있어요. 젊은 여성 직장인이었어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줄까요? 무료식권을 사용한 사람 중에 한끼알바를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세카이는 “무료식권을 상습적으로 사용해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횟수를 제한할까 생각했다가 포기했다며 “사람을 믿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내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은 그 자리의 성선설이다. 최소한 미래식당에 있는 동안만은 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합니다.
한끼알바와 무료식권의 관계는 낯설기만 합니다. 한끼알바로 얻은 식권을 포기한 사람과 무료식권으로 밥을 먹은 사람 사이에는 어떠한 거래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마주칠 기회도 없습니다. 세카이는 “‘무료식권=900엔’이라는 공식은 틀렸다”고 강조합니다. 무료식권으로 밥을 먹을 때 ‘누군가가 나 대신에 돈을 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위해 50분을 일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폐 경제의 기본 원리가 미래식당에서는 작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이전의 공동체가 떠오르기도 하고 종교적인 선행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미래식당은 무료식권 서비스를 2016년 1월 시작했습니다. 그날 이후 무료식권이 한 장도 붙어 있지 않았던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노동으로 번 밥을 누군가에게 주는 행동을 세카이는 “아주 작은 착한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또 하나 특별한 것은 보통과 관련한 미래식당의 서비스가 ‘맞춤반찬’이라는 것입니다. 메뉴가 하나뿐인 식당에서 손님이 추가로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메뉴입니다. 맞춤반찬 1개에 400엔 인데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을 먹고 싶다고 하면 달걀죽을 만들어 주는 식입니다.
식당 입장에선 쓰다 남은 재료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손님 한 명에게 맞춘 요리를 제공하는 것은 꽃집이나 미용실에서는 흔한 서비스입니다. 무엇보다 세카이는 손님이 먹고 싶은 걸 해주는 식당을 꿈꿨다고 합니다. 맞춤반찬은 미래식당을 열었을 때부터 시행한 서비스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밥을 공짜로 주는 식당이 흑자를 내는 이유’가 원래 제목입니다. 실제로 미래식당은 흑자를 냅니다. 홈페이지(miraishokudo.com)에 월별 현황을 꼬박꼬박 올리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래식당은 지난 10월 약 113만엔(약 113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약 90만엔(약 900만원)의 이익을 냈으며 식당 운영에 관한 모든 자료를 공개합니다.
사실 미래식당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이 흑자 경영입니다. 세상에는 착한 일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도쿄의 빌딩 지하 1층 12평(약 39㎡)짜리 식당에서 세카이는 매일 이 일을 합니다.
누구라도 받아들이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장소가 세카이가 정의한 미래식당의 본질일 것 입니다. 그는 미래식당과 같은 곳이 더 많이 생기기를 기대하며 모든 정보를 공개합니다. 또한, 밥집 이름에 ‘미래’를 붙인 까닭이기도 합니다.
오래전 신학대학 앞에는 학교의 이름을 딴 분식집이 있었습니다. 다른 식당과는 다르게 허름하고 가격도 저렴했던 분식집은 여자 집사님 한 분이 운영을 하셨습니다. 이 분식집의 맛의 비결은 씻지 않는 라면 냄비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내가 먹이고 키운 목사가 수 백명이라고 농담반 진담반을 늘어 놓으시던 집사님께서 일손이 모자라면 “어이 거기 아무개 전도사! 이거 설거지 좀 해.” 그럼, 우리는 손님의 모습에서 갑자기 알바생의 모습으로 변신을 했습니다. 그러면, 그 날 먹은 라면은 꽁짜가 되었고 순대와 떡볶이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벌써 20여년도 훨씬 지난 옛 이야기지만 ‘미래식당’의 모습을 미리 본 것 같아서 왠지 흐뭇합니다. 나눌수록 복이 된다는 말이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연말이 시작되었습니다. 혹시 주변에 꽁짜 밥이 필요한 분들이 계시다면 하루 정도만 미래식당으로 변신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메시지 스쿨’을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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