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21
삶을 빛내주는 그것
어느 날 내가 자주 애용하는 물건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쩌다 그리도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이미 그것들은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궁금하시겠지만 사실은 들으면 픽 하고 웃음이 나올 수도 있는 별것 아닌 것이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과연 이런 나를 이해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첫 번째로 소개할 그것은 누구나 집에 하나는 있을법한 락스 이다. 난 락스를 많이 쓰는 편이다. 락스의 냄새는 워낙 지독하고 강해서 조금만 맡아도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참 청결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락스를 사용하여 화장실 청소를 하면 묵은 때도 깨끗하게 벗겨지고 동시에 부엌의 물때나 곰팡이도 쉽게 정리가 된다. 청소하기 힘들거나 귀찮을 때는 자기직전 오염된 곳에 살짝 뿌려 두기만 하면 다음날 말끔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양사를 하던 시절 락스는 나에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 이었다.
몇백명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기에 위생에 민감할 수밖에 없던 그때는 주방에 락스를 거의 쏟아 붓고 지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마와 칼 소독은 물론이고 기름때 가득한 바닥이며 냉장고 안까지 락스로 소독을 하고 행주등도 락스에 담근 후 깨끗하게 빨아 말렸다. 그 습관은 지금도 남아서 나는 자주 락스로 청소를 한다. 그래야만 안심이 된다. 이런 버릇은 음식에서도 나오는데 특히 난 카레를 자주 사서 쓰곤 한다. 물론 주 메뉴로 카레덮밥을 할 때도 쓰지만 그것보단 양념으로 좀 더 많이 사용한다. 돼지불고기나 닭갈비를 할 때 카레를 살짝 넣어주면 특유의 고기냄새를 잡아주고 색깔도 예쁘게 나와서 좋다. 볶음밥을 할 때에도 갖은 야채에 밥을 볶다가 카레가루를 조금 첨가하면 훌륭하고 맛있는 볶음밥이 완성된다. 양념치킨을 할 때 매운 고추장소스에 카레가루를 한번 넣어보자. 세련된 요즘 맛은 아니지만 칼칼하면서도 예전에 시장에서 막 튀겨내 팔던 약간은 정감 있는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생선구이를 한다면 약간의 소금과 카레가루를 함께 뿌려 비린내도 없애고 풍미도 살리는 센스! 매일매일 먹는 평범하고 식상한 두부구이가 질린다면 카레가루를 적당히 뿌린 두부구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훌륭한 한 끼 반찬이 된다, 그야말로 청소에 락스가 있다면 음식 양념에 있어서는 카레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말고 호주에 와서 새롭게 생긴 애용품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피쉬소스이다.
월남 쌈에 꼭 들어가는 메인소스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뿐만 아니라 소고기무국이나 콩나물국 같은 맑은 국을 끓일 때 약간만 넣어주면 진한 국물 맛을 살려준다. 새우젓 대신으로도 쓸 수 있는데 특히 삽겹살을 구워먹을 때 함께 곁들이면 느끼한 맛도 덜어주고 간단히 먹을 수 있어 본인은 자주 이용하곤 한다, 거기에 월남고추만 몇 개 송송 넣어주면 더욱 맛이 있다.
나물을 무치거나 양념이 떨어져 소금만 넣기에는 감칠맛이 부족할 때 긴급하게 쓰기 좋은 양념이라 하겠다. 주적주적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 맘 잡고 밀렸던 이불빨래를 잔뜩 한 후 남편의 때탄 와이셧츠를 락스물에 담근 후 헹궈 널었다. 살짝만 사용해도 깨끗해진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담가두면 되려 옷감이 상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어쨌든 조금씩 요긴하게 쓰면 이렇게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별것 아닌 이런 여러 가지들 덕분에 오늘도 나는 참 행복한 주부이다.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