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연체동물 살펴보기(1)
오징어
얼마 전 친지 한분이 낚시로 잡았다는 꽤 큰 갑오징어 한 마리를 주고 갔다. 낚시꾼들은 직접 낚아 올린 물고기의 습성도 알고, 손질하며 신체 구조의 전문가가 되다싶이 하겠지만 일반인들은 상식선에서 물고기를 바라보게 마련이다. 문어, 낙지, 갑오징어를 비롯한 연체동물의 생물학적인 특징과 관련 정보를 살펴본다. 갑오징어의 “갑[甲]”자는 껍데기라는 의미의 “갑[甲]”으로 거북, 게, 달팽이 등의 껍질을 말하는 글자이다. 오징어며 낙지, 문어 등 연체동물은 딱딱한 껍데기가 없지만 갑오징어는 딱딱한 껍데기가 있다. 갑오징어가 돌처럼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조개류이며 달팽이 종류와 조상이 같은 연체동물이기 때문이다. 연체동물 중에서 갑오징어과에 속하는 종류들을 가리킨다. 몸통 안에 석화질의 길고 납작한 뼈가 들어있어 뼈가 전혀 없는 문어나 작은 뼈가 들어 있는 일반 오징어류와 구분된다. 몸길이가 8cm~1.8m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여덟 개의 짧은 다리와 두 개의 긴 촉완이 있는데 합쳐서 10개이기 때문에 10완[腕-팔완]상목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다리들 가운데에 입이 있다. 각각의 다리와 촉완에는 딱딱하고 거친 빨판이 나 있다. 촉완은 눈 뒤에 있는 주머니 속으로 끌어넣을 수가 있으며, 다리는 물체에 몸을 부착 시키거나 게나 물고기 같은 작은 동물을 잡는데 쓰인다. 몸에는 갈색의 가로줄 무늬와 자주색 반점이 있다. 햇빛을 받으면 금속성 광택을 내고 자주 몸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몸통은 달걀 모양이며, 둘레에는 주름 장식처럼 아가미가 둘러싸고 있다. 무척추동물인 오징어에 뼈가 있는 이유는 오징어가 조개에서 분화되어 나올 때 조개껍질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일부 종족은 조개껍질 부분을 몸 속으로 내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뼈라고는 하지만 척추동물에서 볼 수 있는 뼈와 비교하면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가진다.
커틀피쉬[Cuttlefish]
갑오징어는 영어로 커틀피쉬[Cuttlefish]라고 한다. “Cuttle”이라는 단어는 “주머니”라는 뜻의 독일어에서 유래했고, 갑오징어의 먹물 주머니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징어류의 먹물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갈색 염료의 중요한 공급원이었다고 한다. 감오징어는 문어 오징어 등과 함게 두족류[頭足類]에 속한다. 머리에 다리가 있는 생물이라는 뜻이다. 두족류의 영어 표현인 “Cephalopoda”의 어원도 “head feet”이다. 10개의 다리중 8개는 실제다리고, 길고 빨판이 있는 2개는 촉완[觸腕]이라고 해서 먹이를 붙잡을 때 사용한다. 갑오징어는 다른 오징어류와 달리 몸 내부에 부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얇고 납작한 조개모양의 딱딱한 오징어뼈[cuttlebone]를 갖고 있다. 갑오징어의 눈은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고 편광을 감지한다고 한다. 갑오징어의 특징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피부의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꾼다는 것이다. 갑오징어는 피부 1제곱밀리미터당 200개 이상의 특수한 색소세포[Chromatophore]가 있다. 이 색소세포는 일종의 염료가 담겨져 있는 주머니 같은 것인데 이 세포를 크게 늘리면 피부의 색깔이 나타나고, 줄이면 다시 작은 점으로 바뀌는 방식이다. 카멜레온 등 변색동물보다 아주 세밀한 수준으로 그것도 훨씬 빠르게 바꿀 수 있다. 갑오징어 중에서도 플램보앤트 커틀피쉬[Flamboyant Cuttlefish]라는 종[種]은 챔피언격의 최고봉으로 꼽고 있다. “Flamboyant”는 ‘화려한’ ‘불타는 듯한’이라는 뜻이다. 평상시에는 어두운 갈색이어서 주변과 잘 구분이 안 되지만 위험이 될 만한 것을 감지하면 빨갛고 노랗게 화려하게 변신한다. 바다 생물이 화려한 색을 띠는 것은 “나는 독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블루린 옥토펴스[blue-ringed octopus]
문어의 독[毒]이라면 블루린 옥토펴스[blue-ringed octopus(학명; Hapalochlaena lunulata)]라는 종을 꼽는다. 블루린 옥토펴스는 한글로 ‘푸른점 문어’ 또는 ‘파란 고리 문어’라고도 한다. 크기가 최대 10~20cm까지만 자라는 이 작은 문어는 일반적으로 태평양과 인도양의 따뜻한 물에 서식하지만 최근에는 온난화 때문인지 제주도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연체동물의 분류도 세분하면 복잡하지만 크게 4부류로 나눠 볼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오징어, 문어류, 집낙지, 꼴뚜기 등은 ‘두족류’라 부른다. 머리에 다리가 달려 있다는 뜻이다. 전복, 소라, 달팽이, 다슬기 등 나선상으로 꼬인 하나로 된 패각[貝殼]을 가진 부류를 ‘복족류[腹足類]’라 한다. 좌우로 납작하고 편평한 몸을 가진 참굴, 반지락, 피조개, 꼬막, 대합 등은 ‘이매패류[二枚貝類]’로 분류하고 서로 겹치는 여덟 개의 각판으로 이뤄진 조개를 ‘다판류[多板類]’라 한다. 군부와 딱지조개, 줄군부 등이 여기에 속했다. 눈이나 촉각이 없으며 크고 넓적한 발을 갖고 있다. ‘이것도 조개인가’ 싶은 ‘굴족류’도 있었다. 껍데기는 뿔이나 상아 모양을 하고 있으며 머리 부분에 촉각이나 눈이 없는 게 특징. 여덟모 뿔조개, 뿔조개, 쇠뿔 조개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감각기 만으로 살아간다.
오징어와 낙지의 이름, 통일하자는 에피소드
지난 2018년 4월 27일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있은 후 한민족에게 통일를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한반도가 분단 된지 70년 하고도 3년이 흐르고 있다. 73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겪으며 남북간의 달라진 것이 너무나 많지만 그중에도 언어의 차이가 두드러진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실례로 오징어와 낙지가 반대로 쓰이고 있다. 지금은 중단 되었지만 금강산 관광이 허용되던 시기에 금강산에 가서 ‘오징어포’를 주문하면 ‘말린 낙지’가 나온다. 남녘의 오징어를 북녘에서는 ‘낙지’라 하고, 남녘의 낙지를 북녘에서는 ‘오징어’라 하기 때문이다. 금강산에서는 낙지가 아닌 ‘오징어포’가 나올 수도 있는데, 아마도 남북의 말 차이를 알고 있는 접대원이 ‘마른낙지’로 주문을 바꿔 생각했을 것이다. 남북의 이런 차이는 사전 풀이에 드러난다. ‘낙지’ 풀이를 비교해 보자. 낙지와 오징어의 두드러진 차이는 다리의 개수다. 남녘에서는 다리가 여덟 개이면 낙지, 열 개이면 오징어다. 낙지는 다리의 길이가 모두 비슷하고, 오징어는 그 중에서 다리 둘의 길이가 유난히 길다. 조선말 대사전에서 낙지 다리를 열 개라고 풀이한 것을 보면, 남녘의 오징어임을 알 수 있다. “바다에서 사는 연체동물의 한 가지. 몸은 원통 모양이고 머리부의 양쪽에 발달한 눈이 있다. 다리는 열개인데 입을 둘러싸고 있다”(조선말대사전). 북녘에서 1960년에 발행된 ‘조선말사전’에서 ‘낙지’를 보면, “몸뚱이는 길고 둥그렇고 머리 쪽에 긴 여덟 개의 발이 달렸다”라고 풀이하고 있어서 남녘과 같이 썼음을 알 수 있다. 그 이후에 어떤 이유로 북녘의 낙지와 오징어가 바뀌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 남과 북은 낙지와 오징어를 바꿔 쓰고 있다고 한다[참조; 김태훈 칼럼/겨레말 큰사전 자료관리부장]. 지난 2018년 2월 10일 평창 동계 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청와대 초청 만찬장에서 음식을 놓고 대화가 이어지는 와중에 임종석 비서실장은 “남북한 말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라고 했고 김정은 북한노동당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중앙위 제1부부장은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는 기사가 있었다. 어찌 통일해야할 것이 오징어와 낙지의 명칭뿐이겠는가? 남북한의 분단 73년의 세월은 이질화[異質化]된 언어의 차이를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오징어의 형태
오징어는 문어와는 사촌뻘이지만 몸통이 좀 더 길쭉하고 다리가 10개다. 보통 다리 8개에 촉완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다리가 2개인데, 이 때문에 오징어의 다리는 8개가 맞다는 주장도 있지만 촉완을 다리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혈통으로 따지면 중생대에 번성했던 벨렘나이트의 직계후손에 해당하며 암모나이트나 앵무조개와는 먼 친척이다. 기본적으로 뼈가 없는 연체동물이지만 몸 속에 막대기 모양의 뼈가 딱 하나 있으며, 갑오징어는 이 뼈가 몸통 전체를 감쌀 정도로 큰 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척추동물의 뼈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앵무조개 등의 껍데기와 유래가 같다. 한국동물분류학회의 “동물분류학”에 따르면 이는 외투막에 파묻힌 패각이다. 오징어와 같은 두족류 중에서는 앵무조개와 암모나이트가 유일하게 완전한 패각을 가진다. 이 ‘뼈’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이며, 칼슘 성분이 피 응고를 촉진하는 효과를 이용해 옛날에는 칼에 베인 상처에 이 갑오징어 뼈를 깎아서 지혈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여러 대체제가 많이 나온 지금도 이쪽 지혈제는 구할 수 있다.
오징어의 어원
오징어의 이름은 ‘오적어’[烏賊魚]에서 유래 되었다는 설화[說話]가 있다. 옛날, 오징어가 바다 위에서 먹물을 뿜어대며 떠 있었는데 지나가던 까마귀가 물 위에 잠시 쉬러 왔다가 오징어를 쪼아댔다. 그러자 오징어는 기다란 두 팔로 재빨리 까마귀를 안고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는데 그 이후로 ‘까마귀 잡아먹는 도적’이라는 이름의 ‘오적어’라 불리다가 오징어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도 ‘오적어 묵계’[烏賊魚 墨契]라는 한자 숙어가 있는데 이는 오징어 먹물로 글씨를 쓰면 1년 안에 먹글씨가 증발하여 없어진다는 뜻으로 믿지 못할 약속이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말할 때 사용한다. 실제로 오징어[烏賊魚]의 먹물은 붓으로 글씨를 써도 보존성이 떨어져 종이가 먼저 상해 버리거나, 색이 바래어 사라지게 된다. 이에 오징어 먹물로 글씨를 쓰면 없어진다는 것을 증발한다고 표현하여, 옛 사람들은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 생각하였다. 먹물과 오징어 먹물은 성분이 전혀 다르다. 오징어 먹물의 경우에는 오징어가 체내에서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세균이나 벌레가 먹을 만한 영양분이 있게 되서 종이에 쓸 경우 썩거나 변해버리게 된다. 반면에 먹물의 경우에는 먹(돌)을 갈아서 쓴 것이기에 영양분이 없어서 세균이나 기타 벌레 등에게 공격을 받지 않게 된다. 물론. 쓰려고만 한다면 오징어 먹물로도 붓글씨를 쓰는게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종이가 상하고, 부패하고, 냄새가 나버리게 되는데 보관 또한 쉽지 않은 오징어 먹물을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론으로는, 붓글씨를 쓸 수는 있겠지만 실용적이지 못하다.
오징어 먹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먹물은 멜라닌 성분으로 이루어졌다. 멜라닌 성분은 주로 단백질로 합성되어 만들어 지게 되는 것이며 세포 내에서 만들어진 멜라닌 성분이 먹물샘과 몸 안에 있는 특수한 구조에서 먹물을 만들게 된다. 오징어의 몸 안에 있는 먹물샘과 특수 부위에 의해 먹물이 분비된다. 사람이 혈액을 생성하는 것처럼 오징어도 자연적으로 먹물이 생성되며, 오징어의 항문 부위 등 면에 있는 먹물 주머니에 먹물이 저장된다. 오징어가 외부의 적을 만났을 때나 위험을 느낄 무렵 먹물 주머니에서 외투강을 통해 먹물이 밖으로 배출되어 순간적으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징어는 자신의 형체를 닮은 먹물을 뿜어 포식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소위 연막전술[煙幕戰術]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