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연체동물 살펴보기(2)
낙지
한자어로는 보통 석거(石距)라 하고, 소팔초어(小八梢魚), 장어(章魚), 장거어(章擧魚), 낙제(絡蹄), 낙체(絡締)라고도 하였다. 방언에서는 낙자, 낙짜, 쭈, 낙찌, 낙치라고 한다. 학명은 Octopus variabilis SASAKI이다. 몸길이는 60㎝에 이르고, 몸통·머리·팔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팔은 8개인데 몸집에 비하여 매우 길며 가지런하지는 않다. 몸의 표면에 불규칙한 돌기가 있으나 거의 매끈하다. 둥근 주머니 같은 몸통 안에 각종 장기가 들어 있고, 몸통과 팔 사이의 머리에 뇌와 한 쌍의 눈, 입처럼 보이는 깔때기가 위치한다. 팔에는 1, 2열의 흡반이 달려 있다. 팔 가운데 입이 있으며 날카로운 악판(顎板)이 들어 있다. 얕은 바다의 돌 틈이나 진흙 속에 숨어서 산다. 한국, 중국, 일본의 연해에 분포하며, 한국에서는 특히 전라남·북도 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해양 생물학 서적으로 ‘자산어보’[玆山魚譜]라는 국보급[國寶及]의 고서[古書]가 있다. ‘자산어보’[玆山魚譜]는 다산[茶山]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1801년(순조 원년) 천주교 박해 사건인 신유박해[辛酉迫害] 때 전라도 흑산도에 유배되어 1814년(순조 14년)까지 생활하면서 이 지역의 해상 생물에 대해서 분석하여 편찬한 해양 생물학 서적이다. ‘자산어보’에서는 낙지를 “살이 희고 맛은 달콤하고 좋으며, 회와 국 및 포를 만들기에 좋다. 이것을 먹으면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고 하였고, ‘동의보감’에서는 “성(性)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하였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낙지 볶음, 산낙지회를 즐겨먹으며, 통째로 먹는 경우도 있다. 겨울 김장의 속감으로도 쓰인다. 낙지 한 마리를 먹으면 쓰러진 소도 벌떡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아는 얘기. 소가 새끼를 낳거나 더위 먹어 쓰러졌을 때 낙지를 호박잎에 싸서 먹이는 사례들이 그것이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마른 소에게 낙지를 서너 마리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 된다 했다. 정약용이 노래한 ‘탐진어가’에는 남도의 어촌에서 모두 낙지로 국을 끓여먹는다 했다. 붉은 새우와 맛조개는 맛있다고 여기지도 않는다는 것. 핵심은 낙지가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낙지는 갯벌에서 산다. 물이 들면 물속을 유영하지만 물이 나가면 갯벌 구멍 속으로 들어가 산다. 그래서일까. 잡는 방법도 다양하다.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갯벌어로의 가장 전형적인 어종이라 할 만하다. 장어, 숭어 등의 어종이나 게 등의 갑각류도 들 수 있지만 그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 낙지다. 갯벌이라는 땅 속을 파서 잡기도 하고 주낙이라는 낚시로 잡기도 한다. 낙지의 생태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어부들이 말하는 낙지의 생태
구멍을 손으로 헤집어 잡는 것이 기본이다. 도구 없이 낙지 구멍에 팔을 쑤셔 넣어 잡는 낙지를 ‘팔낙지’라고 한다. 주로 여성들이 애호하는 방식이다. 낙지를 유인해서 잡는 방식도 있다. 낙지 구멍 주위에 약간의 깊이로 구멍을 파고 둔덕을 만들어 둔다.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물이 빠지게 되면 낙지가 슬그머니 이 공간으로 나온다. 이때 순식간에 낙지를 낚아채서 잡아야 한다. 낙지가 뻘 속에서 숨을 쉬면서 불어 내놓는 물 때문에 봉긋하게 솟아 오른 뻘 두덩이 생긴다. ‘부럿’이라고 한다. ‘부럿’ 주위에는 위장을 위한 여러 개의 구멍들이 있다. 낙지가 숨어 있는 구멍을 찾기 위해서는 주위 구멍들을 발로 밟아보는 것이 순서다. ‘부럿’과 연결된 구멍을 찾으면 순식간에 가래(낙지 파는 삽)나 호미로 파내려 가야 한다. 낙지로 유인하는 방법도 흥미롭다. 잡은 낙지를 실로 묶어서 구멍 속으로 들여보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살그머니 빼낸다. 구멍 속의 낙지가 붙어서 나온다. 서해안 특히 경기만에서 행하던 손가락 어법도 있다. 손가락을 가만히 넣고 기다리면 낙지가 손가락을 타고 올라온다.
낙지 잡는 열 가지 방법
그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주로 덤장이나 개맥이(개막이) 그물이다. 개막이는 남도 외 지역에서 건강망(수건처럼 둘러친다는 뜻)이라 부르기도 한다. 낙지만을 대상으로 하는 어법이 아니기 때문에 숭어 등의 다른 물고기와 함께 잡는다. 횃불을 이용해서도 잡는다. 흔히 ‘홰낙지’라고 한다. 가래와 횃불이 필수다.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물이 들고 날 때 물을 따라가면서 잡는다. 여기서의 ‘가래’는 대나무나 싸리나무로 만든 작은 울타리 형식의 어구다. 근대 이후에는 손전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무릎 높이 정도의 바닷물을 따라 내려가면 낙지들이 꼿꼿이 서 있다. 이때 가래로 낙지를 덮어 잡는다. 가장 많은 방식이 낙지 주낙이다. 낙지 연승법이라고도 한다. 긴 줄에 사기조각을 매고 게를 묶어 던져 놓으면 낙지가 달라붙는다. 통발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원통형의 그물 통을 만들어 긴 줄에 줄줄이 달아놓은 방식이다. 게를 집어넣고 펼쳐놓으면 낙지가 들어간다. 함정이기 때문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고대고리’라 부르는 저인망식 방법은 불법이다. 갯벌 바닥을 그물로 훑고 지나가는 까닭에 치어 등 거의 모든 고기가 잡혀버린다. 금해야 하는 방법이다.
부모를 보지 못하는 낙지의 일생
낙지 알의 부화는 약 100일 정도 소요된다.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알을 낳기 때문에 흔히 봄낙지, 가을낙지로 부른다. 예컨대 늦봄에 잡히는 낙지는 전년 가을에 짝짓기 해서 생긴 새끼들이다. 성숙한 개체로 성장하기까지는 약 4개월에서 7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짝짓기는 4개월 반 정도 자라면 가능하다. 낙지의 수컷과 암컷은 짝짓기를 하고나서 새끼들의 양육에 전념한다. 수컷은 새끼를 보호하고 죽는 기간까지 합해 5개월에서 7개월을 산다. 암컷은 새끼의 부화까지 해도 10개월을 조금 넘기는 일생을 산다. 주목할 것은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알의 보호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마치 기계가 작동하는 것처럼 한 발 혹은 두 발로 발을 바꾸어가며 알을 어루만져 주는 일이 그것이다. 구멍에 산소를 공급해주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혹은 쌓이는 분비물과 똥들을 치우기 위해서라고도 한다. 알이 부화되면 낙지가 기진맥진하여 구멍 안이나 밖에서 죽거나 다른 물고기들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 물론 사람들에 의해 잡히는 경우가 많다. 알려지기로는 갓 부화한 새끼들이 어미들의 육신을 뜯어먹고 산다고도 한다. 그래서 조상을 보지 못하는 어종이라고도 한다. 어미는 크기에 따라 구멍을 70cm에서 60cm가량 판다. 그 안에 알을 낳기 위해서 입에서 뿜어낸 ‘질’을 골고루 바른다. 구멍의 천장에 대개 마리당 70개에서 100개 정도의 알을 낳아 붙인다. 많이 낳은 경우는 170개 정도까지 낳기도 하고 적게 낳는 경우는 20개 남짓 낳는 경우도 있다. 알을 낳은 어미는 여덟 개의 다리로 끊임없이 알들을 어루만진다. 알과 알 사이를 한순간도 쉬지 않고 어루만져주기 때문에 알들이 성장하고 부화할 수 있다. 이른 봄이나 늦가을에 산란하게 되면 날이 추울 뿐만 아니라 행여 늦은 장마라도 겹치면 부화한 새끼들이 구멍을 탈출하기 어렵다. 마치 우리 아이들의 생태와도 같다. 낙지 새끼들이 구멍 속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약 보름 정도다. 그 이후에는 구멍을 탈출해야 개체로 성장할 수 있다. 어미들은 부화를 위한 헌신으로 이미 기진맥진해 있고 구멍 앞에 쓰러져 있기도 한다. 살찐 새끼들은 이미 구멍밖으로 나가버렸지만 약한 새끼들은 그 어미들을 먹어치워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조상을 보지 못하는 어종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낙지는 부모(조상)를 보지 못하는 어종이다. 어미는 알을 구멍에 붙이고 난 후 한순간도 쉬지 않고 발로 알들을 어루만진다. 마치 어미 닭이 알을 품어 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병아리가 부화를 시작하면 세 시간 안에 껍질을 깨고 나와야 질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아직 여물지 않은 부리로 사력을 다하여 껍질을 쪼아대는 것을 줄[啐: 떠들 줄]이라 하고, 이 때 어미 닭이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바깥에서 부리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啄: 쫄 탁]이라 한다. 줄과 탁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 생명이 온전히 탄생하는 것이다. 알 속 활동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된 바 없지만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생각하게 하는 낙지알의 부화현상이다. 어미의 여덟 개의 다리가 어루만지는 활동에 상응하는 내적 추동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부모와 자식의 사랑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으리라. 자신을 위해 헌신한 부모들을 먹고 구멍 속으로 나오는 낙지의 얘기는 감동이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다. 자식을 위해 있는 것 없는 것 쏟아 부어 양육하는 부모의 마음이 그러하고 제자들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스승의 마음이 그러하다.
낙지의 생태와 강한 생명력
낙지는 1년생이다. 한 해를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평생인 일 년 동안 낙지가 하는 일은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 그러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왕성하게 먹이를 섭취한다. 낙지가 못 먹는 것은 없다고들 한다. 크고 작은 갑각류를 집어 삼키고 잘게 찌꺼기를 내뱉는 것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갑각류뿐 만이 아니다. 조개, 소라, 바지락, 숭어 등의 물고기까지 구멍에 걸리는 모든 것들을 먹어치운다. 낙지가 힘이 좋은 이유가 여기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낙지 한 마리로 쓰러진 소를 일으켜 세운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왔을 것이다. 이러다 보니 낙지를 잡아먹는 경우도 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 발을 잘라 먹는다. 웬만해서는 죽지 않고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어종이다.
낙지의 효능
오징어나 낙지, 문어 등의 성분은 유사하겠지만 유난히 낙지는 효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낙지는 저 칼로리 스테미나 식품으로 콜레스테롤양을 억제하고 타우린[Taurine]을 함유한 저칼로리 식품으로 단백질, 인, 철, 비타민 성분이 있어 빈혈 예방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타우린[Taurine]을 집고 넘어간다.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이지만 화학구조가 다르다. 다른 아미노산과 달리 β-carbon에 아미노기(–NH2)가 결합되어 있고, α-carbon에 카르복실기(–COOH) 대신 황산기[SO4]가 존재하는 β-아미노산이다. 황산기의 아미노산인 타우린[Taurine]에 관한 연구결과는 많으며 건강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낙지에 타우린이 많으니 이를 들춰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낙지는 바다 생물 가운데서 대표적인 스테미나 식품으로 꼽고 있다. 말린 오징어 표면에 생기는 흰가루는 타우린이라고 하는 성분인데, 낙지에는 타우린이 34% 들어있다. 낙지에는 단백질과 비타민B2, 인, 철 등 각종 무기질 성분이 있어 몸에 좋다.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도 영양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를 서너마리만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는 글귀를 속담처럼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