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세월호 사고에서 드러나는 대한민국의 민낯
민낯은 화장[化粧]하지 않은 얼굴을 말한다. 참담하기 짝이 없는 세월호사고가 나면서 화장빨 에 가려졌던 대한민국의 민낯을 세상에 들어내고 말았다. 세월호의 사고 원인을 전문가들이 분석과 검증을 통해서 원인과 책임이 밝혀 지겠지만 이 사고가 천재지변으로 일어난 것 이 아니고 부주의에서 온 인재[人災]이기에 바라보는 시각이 각양각색일 수 밖에 없다. 세월호는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단 340명과 승무원29명 일반승객 106명 등 총 475명을 태우고 2014. 4. 15. 저녁 9시에 인천항을 출발하였다. 당초에는 2시간 반전인 6시30분에 출발 예정이었으나 기상악화로 지연 출발한 것이다. 출발한지 거의 12시간 만인 16일 아침 8시 52분에 진도군 조도면 앞바다에서 “꽝”하는 소리가 나며 왼쪽으로 기울었고 사고즉시 조난신고가 되고 사고 1시간 후에 서야 정부의 여객선침몰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은 안전행정부 장관 강병규]가 가동 되었다. 구조선 10여척이 도착하고, 해군함정 23척, 공군 항공기 8대가 구출작전에 투입되었다. 해군, 소방, 해경, 경찰 등의 헬기 16대, 민간선박 24척 등이 출동하였다.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되었지만 우왕좌왕 허둥대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하였다. 사고 난지 시간 만인 16일 오후 2시에 366명을 구조 하였다고 발표 하였다가, 1시만에 집계가 잘못되었다고 사과하고 정정발표를 하였으나 그후에 발표되는 내용이 정확하지 않아서 정부에서 하는일의 불신과 분노를 야기하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단1명의 인명피해도 없도록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엄중한 지시가 내려져 구조활동은 더욱 활력[?]을 얻게 된다. 세월호사고가 접수 된지 2시간 20분만인 16일 오전 11시 20분에 세월호는 완전히 물속으로 가라 앉았다. 2시간 20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하늘에서 수십 대의 헬기가 나르고, 해안 경찰청경비정 등이 분주하게 인명구조 활동을 하였으나, 탈출해 나오는 승객들 위주의 활동이고 선실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고 한다. 조타실에 있다가 탈출한 선장 등 선원들은 전원 구조 되었다.
외부에서 지켜보는 시각으로는, 동원된 구조인력과 장비규모에 비하여 구조활동이 능률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많은 해프닝[happening]이 일어 났다. 17일 오후에 박근혜대통령이 구조활동을 독려하려고 사고 현장에 도착하고 가족들과도 면담하는 중에 가족들의 항의를 받게 된다. 그 동안 역대 대통령들의 현장 챙기기의 논란이 있어 왔다. 구조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 이다. 총리가 현장에 있고 현장실무자들이 총출동한 상태에 대통령까지 나서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최고지도자들의 “대형사고 현장 지도”는 노심초사 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는 적격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초기에 사건이 터지면 카메라를 의식하여서 인지, 현장방문을 분주하게 하였었다. 그 긴박한 순간에 현장을 방문하였던 교육부장관이 라면을 먹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고, 사망자 명단 게시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 안전행정부 국장이 직위 해제 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방문 기록을 남기려고 간 것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는 행동이다. 17일에 정홍원총리가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 한다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체육관을 방문 하였다가 “총리가 오면 뭐하느냐, 당장 수색 작업을 하라” 분통을 터뜨리고 얼굴에 물을 퍼부었다.
18일에는 서울시장에 출마한 정모 의원의 아들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통령을 비롯해서 구조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총리한테 소리 지르고 물세례하고 미개하다며 가족들을 자극하는 글을 올려서 물의를 빚었으며 정모의원은 아들을 대신해서 국민들에게 사과하였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박성미씨의 글, “당신이 대통령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글이 올랐는데 접속자가 많아서 한때 청와대 홈페이지가 마비 되기도 하였었다. 주요대목 몇 개만 봐도 그의 글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킬 만 하였다. 대통령이 한 말 중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 “잘못한 책임자 엄벌 하겠다” 이런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이다.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행동을 보고 대통령의 칭찬 받을 만한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리더가 평소에 사람과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면 밑의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나 말하지 않아도 그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막대한 권한과 비싼 월급, 고급식사와 비행기, 경호원, 그 모든 것이 “책임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책임지지 않는 조직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며 부하 조직원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드러나는 대한민국의 허점을 정곡[正鵠]으로 지적하며, 신랄[辛辣]한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세월호 사고의 상황을 대한민국의 실체를 드러 낸 것으로 생각 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국을 방문하여도 특별히 보도하지 않았던 영국이나 프랑스 언론들이 세월호 사건은 연일 심층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4월 27일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국무총리가 세월호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것에 대해서도 별 권한이 없는 총리 사임이 뭔 의미가 있느냐고 묻고 있다. 4월 26일 <BBC>는 한 영국시민이 “한국은 뭐든 ‘빨리 빨리’하는 나라로 소문이 나있는데 왜 이번 참사 수습은 이렇게 늦는지 이해 할 수 없네요”라는 반응을 싣고 있다. 정부는 그냥 불쌍한 학생들이 배안에서 죽은 것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분노하고 있는 독자의 글도 소개하고 있다. 뭐든지 빨리 빨리로 이름이 난 대한민국이 가까운 해안가의 빠진 배 하나를 왜 건져내지 못하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천재지변이라면 대통령이 그 하기 싫은 “사과”라는 말을 입밖에 낼 리가 없다. 박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사전에 사고 예방을 못하고 초동 대응과 수습에 미흡 했던데 대해 뭐라고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위로를 받으실지… 이번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라고 사과를 하였다. 그렇지만 유가족들이나 국민들의 반응은 냉냉 하였다. 국무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하는 사과는 대국민 사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와 같은 여론의 흐름을 알아서인지 종교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안심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며 다시 한 번 사과 할 것이라는 언질이 있었다고 한다. 천재지변에는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사람들이 잘 못해서 배가 뒤집혔고 뒤집힌 후에도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을 구출가능성은 100%있었는데 이것을 못했다. 배의 구조를 잘 알고 빠져나올 방법을 아는 선장을 비롯해서 선원들이 모두 탈출한 것은 다른 승객들도 100% 안전하게 탈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배가 순식간에 물속에 잠긴 것도 아니다. 빠져 나 올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있었다. 관계자들이 뭔가 하였겠지만 생명을 구하는 결정적인 일은 못하고 헛다리만 집고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많은 선박장비, 한미 해군의 최첨단장비, 헬기. 해상크레인, 그 용감한 UDT요원들, 노련한 잠수부들, 모두가 쓸모가 없었단 말인가? 선원들이 빠져 나온 통로를 왜 승객들은 이용할 수 없었는가? 모르긴 하여도 선실에는 비상탈출구로 가는 방향표시와 탈출 수칙까지도 게시 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걸 잘 아는 선원들은 순식간에 탈출한 것을 봐도 안전 통로는 열려 있었는데 이걸 왜 다른 탑승객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단 말인가? 이런 모든 것 들이 무용지물이었단 말인가? 고인이 된 교감은 그 많은 학생들을 인솔하는 총 책임자로서 학교를 떠나며 교장에게 잘 다녀 오겠다는 인사를 하는 자리가 있다. 이런 기회에 배를 탓을 때 주의사항을 주지 시키지 않았는가? 참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 있었다고 하여도 살아 있을지 모를 학생들을 버리고 먼저 가야만 할 수밖에 없었는가? 담임교사는 사고 난 후에 어떻게 행동 하였는가? 교장은 배에서 1박하는 수학여행의 교육적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였는가? 위험가능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결정하였으며 떠나는 날 안전사고에 대비하라는 한마디의 당부라도 한 것인가? 교감이 먼저 탈출하고 아직 살아있었을 교사들에게 탈출경로를 알려주며 도울 수는 없었단 말인가?
4월 23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잘못된 문화가 아니라 부적절한 정책이 원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는 성장제일주의에 국민의 삶의 질이 희생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성장을 우선해온 가치를 조정하고 적절한 안전과 위기관리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이번 참사에 대처하는 올바른 접근법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사고의 경과[經過]를 지켜보는 시각으로는 매 순간이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모든 정책의 선택의 기준은 생명의 존엄을 최상의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의 존엄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지도자는 자격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박광하 (전 여주 대신고 교감, 전 수원 계명고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