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칼럼
EM과 KM, 나누기의 독(毒)
지난 이민교회교육Insight 칼럼에서는 “영어냐, 한국어냐” 는 오랜 질문을 교육적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영어냐, 한국어냐”는 질문과 함께 언어와 관련하여 이민교회현장에 뿌리 박혀있는 또 하나의 전제가 있습니다. 언어에 따라 아이들을 나누는 것입니다. 즉 영어가 편한 아이들(주로 이민자자녀)은 영어목회로, 한국어가 편한 아이들(주로 유학생)은 한어목회로 나눕니다. 두 목회로 나눌 수 없는 교회들은 분반공부라도 영어반과 한국어반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속히 자신들도 영어목회와 한어목회로 분리하기를 바랍니다. 영어목회와 한어목회의 이중 구조를 규모 있는 교회의 privilege (특권)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일단 여기에는 아이들이 편한 언어로 복음을 전함으로 그들의 신앙을 양육하겠다는 좋은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언어를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기독교교육적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결여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언어를 기준으로 아이들을 나눠서 교육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편리성과 효율성이 있지만, 여기에는 복음의 본질에 배치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복음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첫째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둘째로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하나님 사랑은 하나님과의 하나됨을 의미하며, 이웃 사랑 또한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의 서로 다른 이웃들과의 하나됨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화평케 하는 이로 이 세상에 오셔서 우리와 질적으로 다른 하나님과 하나되게 하셨습니다.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우리와 질적으로 다른 타인들과도 하나돼야 합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우리와 같은 사람들(친구) 만 사랑하고 우리와 다른 사람들(원수)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아니라 하셨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언어의 차이로 아이들을 갈라놓는 것을 심각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편리성과 효율성은 있을지 모르나, 나와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데서 오는 불편함과 이를 극복하고 하나되는 과정 자체를 박탈해 버렸습니다. 심지어 세속적인 학교에서도 multiculturalism 를 표방하며 나와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된 자세를 강조하는데, 하나님과 하나되며 이웃과 하나되는 것을 추구해야 할 교회의 이런 모습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커리큘럼에는 명시적 커리큘럼도 있지만, 숨겨진 커리큘럼과 영 커리큘럼이란 것이 있습니다. 숨겨진 커리큘럼이란 직접적으로 가르치지는 않지만, 교사의 태도나 학교 정책이나 분위기 등을 통해 배우는 것을 말하고, 영 커리큘럼이란 직접적으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배우는 것을 말합니다. 즉 언어로 인해 영어목회와 한어목회로 나뉘어진 친구들은 이 속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 하나되기 위한 불편함의 감수 등의 중요한 복음의 핵심들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필자의 박사학위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호주문화든, 한국문화든 한 문화가 지배적인 교회에서 자라나는 친구들보다 양 문화가 나름 균형 있게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자란 학생들이 나와 다른 것에 대해 더 개방적이었습니다. 균형과 중용을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영어목회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언어에 따라 영어부와 한어부로 나눠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요지는 언어가 중요하다고 무조건 나눠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언어문제만 해결했다고 양질의 기독교교육이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언어에 따라 학생들을 나누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부득불 나눠야 한다면 나누되, 영어부든 한어부든 한 문화와 언어가 지배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참고 배려할 수 있는 여유와 인내, 그리고 나와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을 예수님 사랑으로 극복하는 삶을 가르치는 것이 기독교교육의 핵심임을 잊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언어문제는 여전히 이민교회교육의 뜨거운 감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언어문제에만 집착/매몰되면 이민교회현장에 맞는 신앙교육의 패러다임과 페다고지가 나올 수 없습니다.
박종수 목사(호주 이민교회교육연구소장, Ph. D)
*박종수 소장은 장신대 및 동대학원 (BA, MDiv)에서 공부하였고, 장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직후 호주로 건너와 6년 동안 이민교회의 현장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이민교회 현장경험을 토대로 멜번신학대학교 (University of Divinity, MCD) 에서 ‘이민교회교육 페다고지’연구로 MTheol을, ‘이민교회교육 커리큘럼’연구로 PhD 를 취득하였습니다. 호주 이민교회교육연구소 (이교연, ACME) 는 이민교회들이 건강한 신앙공동체 되어 2세를 비롯한 차세대들을 주님의 제자로 양육할 수 있도록 섬기는 비영리 교육전문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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