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이론 이후 삶 : 데리다와 현대이론을 말하다
원제 : Life After Theory
자크 데리다 / 민음사 / 2007.8.25

프랑스 탈구조주의 “이론” 의 유행 이후를 현대 철학, 문학, 페미니즘 학계에서 탈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끌고 실천했던 자크 데리다, 프랭크 커모드, 크리스토퍼 노리스, 토릴 모이 네 명의 대표사상가들의 대담으로 꾸민 책.
960년대 파리에서 시작되어 1970-1980년대 미국에서 전성기였고 1990년대에는 쇠퇴기(한국에서는 전성기)를 맞이했던 프랑스 탈구조주의 “이론” 이후를 다룬 책들을 네 명의 학자의 인터뷰를 통해 다루고 있다.
이론의 쇠락이 단지 한 지적 경향이 때가 되어 밀려나거나 새로운 비평적 실천 속으로 용해된 것이 아니기에, 네 명의 학자들은‘삶’과 ‘이론’의 관계에서 중요했던 지점에 대해 규명하고 있다.
또한 “이론 이후”의 지식인 사회가 이론이 차지했던 자리를 ‘삶’에 돌려주느라 바쁜 현상태를 돌아보며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우리는 그 사치스럽고 현란했던 이론의 자장에서 벗어나 소박하고 순수한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인지, 미래의 모습을 예견해보기도 한다.
이론에 대한 반성을 통해 이론 이후의 삶으로 복귀하는 길을 모색한 이 대담들의 교훈은 이론이든 문학이든 그 존재 이유는 삶의 창조성을 규명하고 발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느냐의 여부로 판가름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삶의 비평. 주의 깊게 따져 보면, 모든 문학의 목적과 목표는다름 아닌 바로 그것이다.” _ 매슈 아널드, 「주버트」
○ 목차
우리는 무엇을 좇고 있나? : 존 샤드
1. 이론을 좇아서 : 자크 데리다
2. 이론 이후의 가치 : 프랭크 커모드
3. 이론 이후의 진리 : 크리스토퍼 노리스
4. 이론 이후의 음악, 종교, 예술 : 프랭크 커모드, 크리스토퍼 노리스
5. 이론 이후의 페미니즘 이론
‘삶’ 으로의 복귀 : ‘리비스가 피아노에 마법을 걸다.’ : 존 샤드
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이론의 창조성과 삶

○ 저자소개: 자크 데리다 (Jacques Derrida)
1930년 알제리(Algérie)의 수도 알제(Alger)의 엘비아(El-biar)에서 불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프랑스 시민권자로 태어나 불어로 교육을 받으며 지역의 다른 언어에 둘러싸여 자랐다. 19살에 소위 메트로폴이라 불리던 프랑스, 즉 ‘식민 본국’으로 건너와 수험 준비를 시작해 1952년 고등사범학교(ENS)에 입학한 후 루이 알튀세르(Louis Pierre Althusser)를 만났다. 장 이폴리트( Jean Hyppolite)를 지도교수로 「후설철학에서 기원의 문제(Le Problème de la genèse dans la philosophie de Husserl)」로 논문을 썼다(Paris, PUF, 1990).
1953년에서 1954년 쓰여진 데리다의 이 첫번째 글은 데리다의 초기연구의 기반으로 볼 수 있다. 데리다는 ‘기원(genèse)’을 주제어로 삼아 현상학의 창시자 후설의 사유에서 시간, 변동, 역사에 대한 고려가 초월적 주체의 구성, 감각과 감각 대상- 특히 과학적 대상-의 의도적 생산에 불러온 수정과 복잡화를 분석한다. 이후 데리다는 후설의 사유에 관해 『기하학의 기원(Introduction à L’origine de la géométrie)』(Paris, PUF, 1962)(후설의 원고 번역과 해설),『목소리와 현상(La voix et le phénomène)』(Paris, PUF, 1967)을 썼다.
1957년 교수자격시험에 합격하고 60년부터 64년까지 소르본에서 강의하며 바슐라르(G. Bachelard), 컹길렘 (G. Canguilhem), 리쾨르(P. Ricoeur), 장 발( J. Wahl)의 조교로 일했다. 이 무렵 「텔켈(Tel Quel)」에 글을 게재하고 교류하기도 했다. 1964년 고등사범학교의 철학 교사로 임명돼 1984년까지 일종의 조교수 자격으로 강의했다.
폴 드만(Paul de Man)과의 인연으로 예일(Yale)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를 시작한 후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국제 철학학교(Collège International de Philosophie) 설립에 참여했고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책임자로 있었다. 1984년부터 데리다의 마지막 세미나가 되는 ‘짐승과 주권(La bête et le souverain)’(2001-2002, 2002- 2003)까지 사회과학고등연구원(L’École des hautes études en sciences sociales)에서 강의했다.

주요 저작들은 다음과 같다.
.기하학의 기원 (배의용 역, 2008) Introduction(et traduction) à L’origine de la géométrie de E. Husserl, PUF, 1962.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김응권 역, 2004) De la grammatologie, 1967, Les Éditions de Minuit.
.글쓰기와 차이(남수인 역, 2001) L’Écriture et la différence, 1967, Seuil.
.입장들 (박성창 편역, 1992) Positions, 1972,Les Éditions de Minuit.
.해체 (김보현 역, 1996) La dissémination, 1972, Seuil.
.에쁘롱 – 니체의 문체들 (김다은, 황순희 역, 1998) Éperons. Les styles de Nietzsche, 1972, Champs Flammarion (Voir Friedrich Nietzsche
.시선의 권리(신방흔 역, 2004) Droit de regards, éditions de Minuit, 1985 ; nouvelle édition :Les Impressions Nouvelles
.시네퐁주(허정아 역, 1998) Signéponge
.정신에 대하여(박찬국 역, 2005) De l’esprit, 1990, Galilée.
.다른 곶(김다흔, 이혜지 역, 1997) L’autre cap
.마르크스의 유령들(양운덕 역, 1996) Spectres de Marx, 1993, Galilée. (Voir Karl Marx
.법의 힘(진태원 역, 2004) Force de loi
.에코그라피 (김재희 외 역, 2002) Échographies – de la télévision
.마르크스주의와 해체 (진태원, 한형식 역, 2009)Marx en jeu (avec Marc Guillaume), 1997, Descartes & Cie.
.환대에 대하여(남수인 역, 2004) De l’hospitalité(avec Anne Dufourmantelle), 1997, Calmann-Lévy.
.불량배들 – 이성에 관한 두 편의 에세이 (이경신 역, 2003) Voyous
.이론 이후 삶(강우성 역, 2007) / Life.after.theory: Jacques Derrida, Frank Kermode, Toril Moi and Christopher Norris
○ 책 속으로
– 데리다가 말하는 “이론에 대한 충성과 배반”
이 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데리다와의 대담문은 ‘이론 이후의 삶’이 어디까지나 ‘이론을 좇아서의 삶’, ‘이론을 따르는 삶’이며 이는 동시에 ‘이론을 배반하는 삶’임을 들려준다. 실제로 이론의 시대 프랑스 사상가들 가운데 가장 늦게까지 살아남았던 축인 데리다는 매번 동료 사상가들 영전에 추도사를 담당—p.열네 번 이상)해야 했던 곤혹스러움을 토로하면서 이론 뒤의 생존자로서 이론 이후 삶을 살아야 했던 자신의 입장에 대한 철학적 해명을 시도한다.—p.23-24, 207
데리다가 이를 위해 먼저 들고 나오는 것은 동료 철학자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폴 드망의 이야기다. 해체주의 비평의 스타 학자이자 후에 드러난 나치 부역의 추문, 이중 결혼에 관한 고백적 소설 출판에 이르기까지 폴 드망의 생애가 68혁명 사상에서부터 알랭 소칼의 『지적 사기』에 이르기까지 이론의 극적인 생애와 한데 겹쳐 읽힌다.—p.16, 42, 205-207
“이후가 된다는 말은… 이론 및 자신이 이론에 관해 언급한 바에 충실하게 이론 이후를 살아가려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이 이론 이후에도 살아남아 뭔가 다른 것을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죠. … 내 삶을 단순히 내가 말한 것의 적용이나 결과로 만들지 않으며… 이 모든 것들 이후의 내 삶을 살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요.”—p.21
후기 데리다에서 많이 볼 수 있듯이 이론 이후의 삶에 대한 데리다의 논의에는 묘하게 윤리적인 고민들이 배어 있다. 이론 이후라는 주제와 결부된 충절과 배반의 문제뿐 아니라—p.24, 57, 67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에 관해 얘기할 때—p.63나 유령, 분노 같은 주제를 언급할 때—p.31도 그렇다. 이것은 본래 좌파 진영에서 개화해 융성했던 것인 이론과 이론가들에게 쏠렸던 우향우 혹은 종교적 전환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와도 관련이 된다.—p.128, 148, 209-210

– 프랭크 커모드가 말하는 “이론 이후의 가치”
본래 이론의 시작은 반체제적이었다. 커모드가 우스갯소리로 “연구소 안에서 담배를 필 수 있었던” 좋았던 시절이라 칭하는 1960-1970년대 런던의 세미나에서도 스티븐 히스-(영화), 재클린 로즈 (정신 분석), 조너선 컬러 등이 모였던 토론에 열기를 제공한 것은 소수자 의식과 대세를 거슬러 새롭고 반제도적인 것을 추구하는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이론은 많은 예상치 못한 손님을 불러 들여 문학뿐 아니라 철학, 정치학을 비롯한 모든 것과 결부되었고 점차 그 자체로 독립적인 어떤 것이 되어 제도화 되었다. 이는 이론에 대한 혐오를 낳았을 뿐 아니라, 요즘에는 이론의 죽음까지도 지식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익숙한 흥망성쇠의 과정으로 이론의 역사를 보게 한다. 물론 한때 시대를 풍미했다가 ‘죽기도 전에’ 잊힌 많은 다른 사상가들에 비하면 이론 이후의 삶을 모색하는 자리도 열리는 현재의 이론가(!)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p.76, 78, 84
– 크리스토퍼 노리스가 말하는 “이론 이후의 진리”
또한 회의론과 냉소주의의 차이에 대한 무시 때문에 이론과 진리를 함께 말하는 것이 매우 어색한 상황이 되어 버렸는데, 노리스와의 대담에서는 이를 비롯한 “이론에 대한 오해”를 풀고 가는 것이 목적이다.—p.98-99 예를 들어 이론의 유행 시대에 사상가(비평가)에게 가장 모욕적인 단어가 되었던 ‘총체화’—p.110나 앨런 소칼의 사기극—p.114 같은 것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이론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고서는 음악, 회화, 문학에 관해 계속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문학 교수가 철학자가 되고 철학자가 문학 텍스트에 대한 책을 줄곧 발표하는 학제간 넘나듦 현상도 이론의 시대를 거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즉 다양한 세상에 대한 고른 관심과 어떻게 사유할지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중요하다는 인식이 당연시된 것이다.—p.94, 117, 146
– 토릴 모이가 말하는 “이론과 페미니즘”
국내에도 번역되어 페미니즘 사상 필독서로 애독된 『성과 텍스트의 정치학』의 저자 모이는 우선 이론은 남성들이 하는 것이고 페미니즘 이론은 여성들이 하는 것이라는, 오히려 더 공고화된 통념에 대한 불만으로 대담을 시작한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을 대담자의 네 명 가운데 하나로 초대한 것이 구색 맞추기라며 주최자에 대한 질책도 서슴지 않는다.—p.162
그러나 모이는 “이론· 이후· 삶”이라는 이 대담집의 주제에 가장 잘 들어맞는 행보를 보여 온 사상가다. 탈구조주의 이론서이자 페미니즘 연구서인 초기 저작들에서 큰 자리를 차지했던 크리스테바에 대한 관심 이후 1990년대 들어서 모이는 이론의 시대 이전 파리의 지식인이었던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삶과 텍스트로 방향을 돌리게 된다. 이에 대해 모이는 애초에 자신을 학문과 지식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이 보부아르였고 이론의 시대에도 보부아르에 대한 관심을 놓은 적은 없었다고 담담하게 얘기한다.—p.158 —p.70, 75

○ 출판사 서평
– 이론이 차지했던 자리를 ‘삶’에 돌려주는 작업
이론에 대한 반성을 통해 이론 이후의 삶으로 복귀하는 길을 모색한 이 대담들의 교훈은 이론이든 문학이든 그 존재 이유는 삶의 창조성을 규명하고 발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느냐의 여부로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해체의 본령은 모든 이분법의 파괴를 통해 탈정치성의 무풍지대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의 창조성 및 이론의 이론됨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시작되는 매우 근본적인 실험이라는 데리다의 주장, 이론의 범람 속에서 이론의 단순 폐기가 아니라 문학 작품의 읽기에서 가장 탁월하게 체험되고 훈련되는 비판적 사유 및 가치 평가의 가능성 증진에 기여할 이론의 적극적 역할을 주창하는 커모드, 문학과 이론은 각기 독자적인 영역으로서 독자적인 진리를 이룩하려는 시도이며 진리에 대한 관심이 배제되는 순간 어떠한 이론이라도 정당성을 상실하게 마련이라는 노리스의 주장, 페미니즘이 다양한 이론의 스펙트럼 중 선택 가능한 하나가 아니라 보편에의 지향을 사유하는 이론 본연의 책무를 탁월하고도 여실히 보여 주는 일종의 패러다임이기도 하다는 모이의 입장은, 이론의 홍수와 범람을 거쳐 이론의 소멸이 논의되기 시작한 현대의 시점에서 문학과 이론이 공통적으로 근거해야 할 삶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시의 적절한 프로젝트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