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사회문제의 경제학 : Social Problems
헨리 조지 / 돌베개 / 2013.9.2
『진보와 빈곤』으로 일약 세계적 경제학자의 반열에 올랐으며 한때 마르크스보다 더 많은 추종자를 거느렸던 헨리 조지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에 적절한 책이다.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로 하여금 인생 후반기 25년을 열렬한 조지스트로 살게 만든 책도 바로 이 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문 형편이다. 헨리 조지의 사상이 넓게 퍼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한 미국의 대지주와 부호들의 농간에 의해 그는 20세기에 들어와 미국 경제학계에서 점점 잊힌 인물이 되어갔기 때문이다.
경제학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헨리 조지는 이 책에서 다양한 사회문제의 원인과 그 근본 해법을 매우 쉬운 언어로 간명하게 풀어나간다. 한국의 대표적인 조지스트로서 번역을 맡은 전강수 교수는 이 책의 장점을 크게 다음의 네 가지로 꼽는다. 먼저『진보와 빈곤』보다 비교적 내용이 쉽고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넓다. 사회발전의 법칙, 정치의 부패, 독점의 발달, 실업과 과잉생산, 기술혁신, 재정 운용의 오류, 정부의 역할, 농촌문제, 문제해결 방안 등 실로 광범위한 주제들이 다뤄진다.
둘째로, 사람이 있고 삶이 있는 경제학 서술의 모본模本이라 할 만하다는 점을 꼽는다. 셋째, 130년 전에 쓰였는데도 그 내용은 현대 사회에 여전히 적실성을 지니고 있다. 넷째, 이 책에서는 헨리 조지 본인의 사회사상이 완성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이 책은 『진보와 빈곤』, 『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와 더불어 헨리 조지의 명저 트리오 중 한 권으로 꼽힌다.
○ 목차
독자에게 / 러시아어 번역판 서문 – 톨스토이
1장 점점 커지는 사회문제의 중요성
2장 정치적 위험
3장 도래하는 사회적 압력
4장 상반되는 두 경향
5장 집적·집중의 행진
6장 현재의 사회상태에 내재하는 불의
7장 이것이 정말 최선의 세상일까?
8장 우리 모두가 부유해지려면
9장 첫 번째 원칙
10장 인간의 권리
11장 쓰레기 갖다 버리기
12장 과잉생산
13장 실업
14장 기계의 영향
15장 두 가지 노예제도
16장 공공부채와 간접세
17장 정부의 기능
18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19장 가장 위대한 개혁
20장 미국 농민
21장 도시와 농촌
22장 결론 301
옮긴이의 말
○ 저자소개 : 헨리 조지 (Henry George)
미국 필라델피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공립학교를 다니다 성공회 학교로 전학한 헨리는 이후 집에서 자율 학습을 하다가 사립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14세에 중퇴했다. 이후 점원 생활을 하다가 〈힌두〉호의 사환 선원으로 호주 멜버른과 인도의 캘커타를 경유하는 화물선에 승선했다. 그후 필라델피아 인쇄소에서 식자공으로 일했다. 1858년에는 미국 서부로 갔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금광 사업을 했으나 실패하고, 다시 인쇄소의 식자공 생활을 했다.
애니 폭스와 결혼을 하고, 샌프란시스코의 신문 『타임스』의 식자공으로 취직한 그는 글쓰기 능력을 인정받아 기자로 발탁되었고, 1867년에는 편집장이 되었다. 그후 여러 신문사에서 일했는데, 자신이 창간한 신문 『샌프란시스코 데일리 이브닝 포스트』의 편집인으로 4년간 일했다(1871-1875).
조지는 1879년 『진보와 빈곤』을 발간하여 큰 명성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유명한 시국 연설가가 되었다. 1880년 뉴욕으로 이사 가서 아일랜드 민족주의 운동조직과 접촉하게 되었다. 1881-1882년 사이에 영국과아일랜드에서 순회강연을 했다.
조지는 1883년 〈노동기사단〉에 가입하면서 더 많은 지지 세력을 얻게 되었다. 1886년 연합노동당 후보로 뉴욕 시장 선거에 나섰으나 2위를 기록하고 당선에 실패했다. 조지는 토지 공유제와, 지대와 빈곤의 상관관계 등에 대하여 강연 여행을 다니다가, 1890년에 가벼운 뇌졸중을 맞았다. 1897년 뉴욕 시장 선거에 또다시 출마했지만, 선거의 스트레스는 그에게 두 번째 뇌졸중을 일으켰고, 그는 선거일 나흘을 앞두고 사망했다.
헨리 조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과 맞서 싸우면서 가난을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그 결과를 『진보와 빈곤』이라는 책으로 발표했다. 그는 그의 사상을 실제 세상에서 실현시키기 위하여 뉴욕 시장 선거에 두 번이나 도전했는데, 그것이 몸에 무리를 가져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먼저 죽으니 그의 나이 58세였다.
– 역자 : 전강수
전강수는 경제학자다. 하지만 시장만능주의를 신봉하며 낙수효과를 외치는 여느 경제학자와는 결이 다르다. 그렇다고 시장을 부정하고 정부의 무조건적 개입만을 주장하는 쪽도 아니다. 시장을 시장답게,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들어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농민과 열심히 사업하는 기업가·자영업자가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도록 하는 것이 정의롭고 효율적이라 믿는 사람이다. 시장을 시장답게,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토지제도를 정의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또한 현재 한국 경제가 심각한 불평등과 불안정, 저성장에 시달리는 근본 원인은 토지와 부동산을 잘못 다뤄왔다는 데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라 불리는 이 경제사상은 『진보와 빈곤』을 써서 19세기 말 세계를 뒤흔들었던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에게서 비롯됐다. 한국 경제사를 연구하던 그에게 헨리 조지를 소개한 사람은 강원도 첩첩산골에 수도공동체 예수원을 설립한 고 대천덕 신부였다. 대 신부에게서 헨리 조지를 소개받은 후 지금까지 27년 동안 그는 헨리 조지 경제이론과 한국 부동산 문제를 연구하고 토지정의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금까지 『토지의 경제학』, 『부동산 투기의 종말』, 『부동산 신화는 없다』(공저),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공저), 『헨리 조지 100년 만에 다시 보다』(공저) 등을 썼고, 『희년의 경제학』, 『사회문제의 경제학』, 『부동산권력』(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책 속으로
거대한 부를 소유한 사람들은 집권당이 아무리 부패했다 할지라도 항상 지지한다. 부자들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두려워하므로 개혁을 위해 노력하는 법이 없다. 잘못된 통치에 대항해서 투쟁하지도 않는다. 정치권력을 가진 자들로부터 위협을 받더라도 대항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호소하지 않는다. 대신에 위협하는 권력자들을 매수해버린다. 부를 축적한 자들이 정부를 부패시키고 정치를 거래로 전락시킬 때 직접 권력을 장악하기도 하지만 이런 방법도 활용한다는 데 유의하라. 사법부와 의회를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벌이는 업자들은 부자들의 기대뿐만 아니라 두려움에도 의존한다. 경기가 침체할 때 로비업자들이 즐겨 쓰는 수법 중 하나는 법안을 발의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관련 있는 부자 몇 사람이 그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로비업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기 마련이다.— pp.32-33
모든 정치문제의 저변에는 부의 분배와 관련된 사회문제가 존재한다. 우리 국민들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돌팔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 돌팔이들은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증상을 고치겠다는 약속만 내뱉는다. “투표로 좋은 사람을 뽑자.” 돌팔이들의 말이다. 좋다. 새 꼬리에 소금을 뿌려서 새를 잡자!
(······) 물론 국민들은 계속해서 투표를 한다. 하지만 그들의 힘은 약해지고 있다. 선거에서 돈과 조직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어떤 선거구에서는 뇌물이 만연하고, 많은 유권자들이 으레 돈을 받고 표를 판다. 또 어떤 선거구에서는 대기업의 고용주들이 으레 선거에 개입한다. 도시와 주, 그리고 연방의 정치에서 지배집단의 힘이 증가하고 있다.— p.35
모든 직종에서 노동자들은 노동도구와 노동기회로부터 분리되고 있고, 모든 곳에서 재산 소유의 불평등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각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낡은 보수주의가 후퇴하고, 인간이 평등하다는 생각이 발전하고 확산되고 있는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p.61-62
생산하는 사람이 소유해야 하고 저축하는 사람이 누려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이성과 자연적 질서에 부합하는 말이다. 여기에 비춰보면 현재의 불평등은 정당화될 수 없다. 사실, 대부호들 중에 공정하게 부를 획득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들이 소유한 부 가운데 소유자 자신이나 그들에게 부를 건네준 사람들이 생산한 것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 이런 부를 형성하는 데는 뛰어난 근면성과 기술 이상의 무엇인가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와 같은 자질들이 출발을 유리하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재산 보유액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사람들을 보면 독점적 요소, 즉 다른 사람이 생산한 부를 전유하는 행위가 개입되지 않은 경우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들에게서는 뛰어난 근면성, 기술 또는 자기부인self-denial과 같은 요인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다른 사람보다 운이 더 좋았거나 훨씬 더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았다는 흔적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p.78
나는 지금 부자들을 비난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이야기를 통해 시기심이나 증오를 불러일으키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한다면, 어떤 사람들은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너무도 비참한 가난에 빠져 있어야만 하는 현실이, 바로 우리가 허용하고 만든 독점, 우리가 다른 사람을 제치고 한 사람에게만 준 특혜, 그리고 법과 여론에 의해 인정받은 강탈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틀림없이 깨닫게 될 것이다.— pp.84-85
우리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공공의 은인으로 추켜세운다. 우리는 늘 일자리 제공이 사회에 주어지는 최고의 은혜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이 말하고 쓰는 것을 듣다 보면, 빈곤의 원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거리가 없다는 데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만일 창조주가 암석을 더 단단하게, 토양을 덜 비옥하게, 철을 금처럼 귀하게, 금을 다이아몬드처럼 귀하게 만들었다면, 또는 만일 배가 침몰하고 도시가 불타는 일이 더 자주 발생한다면, 더 많은 일거리가 생길 테니 빈곤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p.107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문제들에 관해 숙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문제들의 중심에 분배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아울러 해결책은 간단할지 모르지만 급진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모든 사회문제에는 해결책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해결책은 근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어정쩡한 대책이나 부차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데 그치는 개량책은 항상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장기적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는 구제 활동, 형법 제정, 규제와 금지 등을 통해 빈곤을 완화하고 범죄를 억제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조치들은 기껏해야 나귀가 지는 짐을 모두 한쪽 바구니에 담고는 그 불쌍한 짐승이 똑바로 걷게 하려고 다른 쪽 바구니에 돌을 담는 멍텅구리의 발상과 다를 바 없다.— p.115
영국의 한 작가가 모든 사람을 세 가지 범주, 즉 노동자, 거지, 도둑으로 구분한 적이 있다. 이런 분류는 자존심이 강한 상류층과 부유층의 마음에는 들지 않겠지만, 경제학적으로 볼 때 옳다. 개인이 부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즉 노동, 타인의 증여, 절도밖에 없다. 그리고 노동자가 쥐꼬리만큼 부를 획득하는 이유는 분명히 거지와 도둑들이 너무 많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자기가 생산하지 않은 부를 얻고 있다면, 그는 필시 그 부를 생산한 다른 사람들의 희생하에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pp.118-119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정의가 도덕의 발달단계에서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 첫 번째 가치라는 사실이다. 정의보다 높은 가치는 정의에 기초해야 하고, 정의를 포함해야 하며, 정의를 통해 실현되어야 한다.— p.121
일자리 찾기의 어려움, 즉 모든 직종에서 노동 공급이 노동 수요를 초과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은 분명 노동이 스스로를 고용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장애물, 즉 노동이 토지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장벽에서 기인한다. 어느 한 직종에서 노동이 남아돌게 되는 것은 다른 직종들에서 일자리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다른 직종들에서 일자리 찾기가 쉽다면 남아도는 노동은 즉시 흡수되어버릴 것이다.— pp.183-184
자본은 노동의 도구이자 수단에 불과하다. 특정 자본가들이 개선을 통해 큰 이득을 얻을 때도 있는데 그것은 자본 그 자체에서 나오는 이득이 아니라 대개 독점에서 나오는 이득이다. 물론 가끔은 모험이나 경영방식에서 이득이 발생할 때도 있다. 19세기에 엄청난 노동절약적 개선이 이루어졌음에도, 자본 수익의 척도인 이자율은 상승하기는커녕 하락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일반적으로 노동절약적 개선에는 자본량의 증가가 수반되기 마련인데, 그리되면 대자본을 가진 자들이 쉽게 독점을 형성하여 원래 노동에 돌아갈 수익을 가로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노동이 개선의 이익을 차지하지 못해서 생기는 결과지 그 원인은 아니다.— pp.188-189
토지가 없으면 노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토지를 독점한 사람들은 노동과의 계약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맺을 수 있다. 아니 좀더 정확히는, 스스로를 고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굶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임금은 노동계급의 생존과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수준들 중에서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토지가 완전히 독점되어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단순 노동의 임금은 이 수준에서 결정되고, 다른 임금들도 이 수준으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 직종에서 임금이 그보다 더 높아질 수 있는데, 그것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특수한 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p.192
세련된 형태의 노예제도인 토지사유제하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고의로 한 사람을 불태워 죽이는 사건이 대화재나 철도사고로 100명의 사람들이 산 채로 불타 죽는 사건보다 훨씬 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분노를 유발한다. 노예제하에서라면 용납되지 않을 잔혹 행위가 토지사유제하에서는 거의 주목을 받지 않은 채 지나가는 것도 그와 비슷한 이치다.— p.208
간접세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채로 피를 흘리게 만들고 낭비와 부패에 가장 효과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어 침묵하게 만드는 또 다른 장치다. 간접세가 부과되면, 직접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은 상품 가격 상승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에게 세금을 전가할 수 있다. 그래서 직접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 즉 상품 가격 상승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간접세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조세를 부담하게 되는 사람들은 조세가 전가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pp.218-219
정부가 철도를 운영하지 않으면 철도가 정부를 운영하게 된다.— p.232
모든 사람이 토지 이용에 대해 평등하고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오로지 오래된 관습 때문에 눈이 멀어서 명백한 진리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예제도, 일부다처제, 식인 풍습, 어린이 두상 변형, 전족 등은 그런 제도나 관습이 존재하는 곳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은 토지가 노동생산물처럼 개인의 소유물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생각만큼 부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한 사람들 중에 땅 그 자체가 사유재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것조차도 강탈, 독재, 사기가 오랫동안 지속된 결과 그리된 것이다. 이 생각은 로마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졌는데, 그들은 그것 때문에 부패하고 멸망했다.— pp.258-259
모든 시민에게 토지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은, 일부 무지한 사람들이 추측하듯이 모두에게 농토를 지급하고 도시 토지를 잘게 분할하자는 뜻이 아니다. 그런 분할이 그 자체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권리를 보장할 수가 없다.— p.263
사회개혁은 고함과 아우성으로, 불평과 비난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정당을 결성하고 혁명을 도모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생각의 각성과 사상의 진보를 통해 달성된다. 올바른 생각이 없으면 올바른 행동이 나올 수 없고, 올바른 생각이 있으면 반드시 올바른 행동이 나온다. 힘은 항상 대중의 손에 있다. 대중을 억압하는 것은 그 자신의 무지와 근시안적 이기심이다.
사회상태를 개선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 모든 조직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교육, 즉 사상을 전파하는 일이다. 교육의 도움이 없이는 다른 어떤 일도 소용이 없다.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일에 이바지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하고, 그다음에는 만나는 사람들의 생각을 각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p.303
○ 출판사 서평
– 한때 마르크스보다 더 많은 추종자를 거느렸으며 톨스토이로 하여금 열렬한 조지스트로 살게 만든 19세기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가장 대중적인 고전, 국내 첫 번역서 출간!
헨리 조지가 쓴 뛰어난 책, 연설문, 그리고 기사 중에서 이 책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작품이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간결함, 명료함, 논리적 엄밀성, 논박하기 어려운 논증방식, 문체의 아름다움, 진리와 선과 사람에 대한 진실하고도 깊은 사랑이 그것을 입증한다. – 톨스토이
– 헨리 조지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저작이자 경제학 서술의 모본
19세기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가장 대중적인 고전인 『사회문제의 경제학』 (원서제목은 Social Problems)이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되었다 (돌베개, 전강수 옮김).
이 책은 『진보와 빈곤』으로 일약 세계적 경제학자의 반열에 올랐으며 한때 마르크스보다 더 많은 추종자를 거느렸던 헨리 조지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저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로 하여금 인생 후반기 25년을 열렬한 조지스트로 살게 만든 책도 바로 이 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문 형편이다. 헨리 조지의 사상이 넓게 퍼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한 미국의 대지주와 부호들의 농간에 의해 그는 20세기에 들어와 미국 경제학계에서 점점 잊힌 인물이 되어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1997년에 김윤상 교수가 『진보와 빈곤』을 번역하고, 2002년에 이정우 교수가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헨리 조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여전히 헨리 조지의 사상을 외면하고 있으며 자연히 그의 이론을 깊이 있게 연구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조지스트로서 번역을 맡은 전강수 교수는 이 책의 장점을 크게 다음의 네 가지로 꼽는다. 첫째, 『진보와 빈곤』 보다 비교적 내용이 쉽고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넓다. 사회발전의 법칙, 정치의 부패, 독점의 발달, 실업과 과잉생산, 기술혁신, 재정 운용의 오류, 정부의 역할, 농촌문제, 문제해결 방안 등 실로 광범위한 주제들이 다뤄진다. 둘째, 사람이 있고 삶이 있는 경제학 서술의 모본 模本이라 할 만하다. 셋째, 130년 전에 쓰였는데도 그 내용은 현대 사회에 여전히 적실성을 지니고 있다. 넷째, 이 책에서는 헨리 조지 본인의 사회사상이 완성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이 책은 『진보와 빈곤』, 『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와 더불어 헨리 조지의 명저 트리오 중 한 권으로 꼽힌다.
– 이전의 모든 혁명을 뛰어넘는 가장 위대한 사회개혁의 길
헨리 조지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토지공개념’과 그에 따른 ‘토지가치세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노태우 정부 시절 토지공개념이 도입되어 1989년 국제적 기준의 공공임대주택이 처음 공급된 바 있으며, 이는 노무현 정부 때 실질적인 정점을 찍었다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크게 후퇴한 상태다. 토지가치세제는 모든 조세를 토지가치에 의한 지대地代로 일원화함으로써 토지사유제에 의한 폐해와 부패를 근절하고 토지이용률을 높여 사회 전체의 부를 증진시키는 제도다. 이에 대해 헨리 조지는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모든 과세를 토지가치에 부과되는 조세에 집중시킨 후 지대의 대부분을 징수할 수 있을 정도로 무겁게 과세하여 공동의 목적을 위해 쓰는 것은 모든 개혁 중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근본적인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개혁이 쉬워지고, 그것이 빠지면 다른 어떤 개혁도 소용이 없다. 이 주제에 대해 한 번도 공부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세제개편을 가지고 모든 개혁 중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터무니없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앞 장들에서 내가 밝힌 일련의 생각을 잘 따라온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간단한 제안 속에 가장 위대한 사회혁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것이다. 이 혁명에 비하면 프랑스의 구체제를 무너뜨린 혁명이나 미국 남부의 노예제도를 타파한 혁명은 아무것도 아니다. (본문 265쪽)
– 제반 사회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쉽고 명쾌한 논리로 설파
헨리 조지는 이 책에서 다양한 사회문제의 원인과 그 근본 해법을 매우 쉬운 언어로 간명하게 풀어나간다. 그가 7장에 『진보와 빈곤』을 읽다가 이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제빵사 이야기를 쓴 것을 보면, 헨리 조지는 그 책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일반 대중이 읽기에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회문제의 경제학』을 쓸 때는 경제학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평이하게 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책은 『진보와 빈곤』에 비해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넓다.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넓어지면 논의가 산만해지고 옅어지기 쉬운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기본 관점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고 논의의 수준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헨리 조지는 자연과학은 성큼성큼 전진하는 반면 정치과학의 발전은 매우 느리며, 사회문제를 처리하는 데 발휘되는 지능이 개인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물질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발휘되는 지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다수의 지능이 필요하며 지적 능력뿐 아니라 종교적 감성에서 나오는 생명력과 인간의 고통에 대한 동정심에서 나오는 따뜻함 위에서 이기심을 초월해 반드시 정의를 추구해야만 한다고 설파한다. 모든 사회문제의 바탕에는 사회적 불의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불평등한 분배문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 불평등한 분배문제를 일소하기 위해서는 “세련된 형태의 노예제도”인 토지사유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수적이다. 헨리 조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를 위협하는 어려움의 주요 원인은 부의 분배에서 불평등이 증가한다는 데 있다. 현대의 모든 발명은 이 현상을 심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으며, 의회권력에 기대어 성립한 독점기업의 존재와 정치적 부패 또한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분명히 다른 데 있다. 우리가 인간과 지구 (인간의 거처이자 작업장이자 창고다)의 관계, 즉, 노동과 자연자원의 관계?와 관련하여 만든 사회제도가 문제다. 땅이 모든 물리적 구조물의 터전이듯이 토지제도는 모든 사회조직의 기초를 이루며 사회조직의 성격과 발달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 우리의 근본 실수는 토지를 사유재산으로 취급한 데 있다. 현대 문명은 이 잘못된 기초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물질적 진보가 진행됨에 따라 가공할 만한 불평등이 생기는 걸 피할 수가 없다. 이 불평등은 결국에는 현대 문명을 파멸시킬 것이다. 사람은 토지가 없이는 생존할 수가 없는 존재다. 사람의 육체는 토지에서 나왔고 사람이 획득하거나 만드는 모든 물건도 토지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한 나라의 토지를 소유하는 것은 그 나라의 사람들을 소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본문 247~248쪽)
공고한 갑을사회의 추악한 진실과 나날이 심화되는 전세대란 앞에서 그저 무력할 수밖에 없는 다수 대중에게 헨리 조지의 명쾌한 혜안은 희망의 등대 그 자체다. 더불어 한때 적극적으로 토지공개념을 도입했던 과거 정부들의 부동산 정책을 더욱 심화·확대해나가기 위해서라도 정파적 이기심을 초월한 장기적인 근본 대책의 수립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재,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헨리 조지의 말대로 “문명이 진보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의 처리에 더 많은 지능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지능이라야 한다. 정치를 정치인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또 정치경제학을 대학교수들에게만 맡겨둘 수도 없다. 국민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행동할 수 있는 것은 국민밖에 없기 때문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