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법정에 선 과학 : 생생한 판례들로 본 살아 있는 정의와 진리의 모험
쉴라 재서너프 / 동아시아 / 2011.5.19
.법과 과학에 대한 낡은 통념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새로운 지식 패러다임
『법정에 선 과학』은 풍부한 판례들을 통해 과학이 법에 의해서 어떤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는지 이해하고, 과학적 진리와 사법적 정의가 구현될 수 있기 위한 인식론적·지적 전환점들이 무엇인지 보여준 책이다. 법과 과학을 독립된 실체로 가정, 간주하는 실재론적 접근을 통해 신뢰할만한 지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주목하고, 법과 과학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과정을 살펴본다. 또한 법의 관점에서, 법을 과학 발전과 변화의 뒤만 좇는 지체로 간주해온 통념과 이론을 비판한다. 법리적 판단은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며, 오히려 법이 과학 기술이 특정한 방식으로 발전할 조건을 사전에 만들고 뒷받침해왔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법과 과학이라는 두 제도의 상호연관성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전문성의 권위를 탈구축 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이 소송 절차 속에서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지 탐색한다.
이 책은 미국의 사법 현실에 바탕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발생한 과학을 둘러싼 여러 소송과 논란을 살펴볼 때, 법과 과학의 간극은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은 법과 과학에 대한 낡은 통념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며 법과 과학이 새롭게 가져야 할 인식과 상호연관성에 대해 재정립한다. 법과 과학이 함께 공존하고 발전함으로서 인류사회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
○ 목차

한국어판 저자서문
리처드 레온의 서문
머리말
제1장 과학과 법의 교차점
진실이냐 정의냐|법과 과학연구 문화|판결과 기술평가|법정에서의 과학기술|주된 관심사
제2장 바뀌는 지식, 달라지는 규칙
제조물 책임|의료과실|환경소송|연속과 변화
제3장 법에 의해 구성되는 전문성
전문가 증인 문화|전문성의 상품화|변호사들의 압력|주저하는 전문가|법정을 위한 과학|당사자주의 과학의 탈구축|신뢰성 시험|DNA 타이핑: 불안정한 합의|법적 감시와 전문지식의 재해석|전문가 검증하기|과학자들에게 위임하기|다우버트 사건 이후의 과학과 법|앞을 내다보며
제4장 정부의 테크놀로지 담론
예방적 규제의 등장|행정적 책임과 과학적 충돌|‘관찰자의 눈’ 선언|과학정책 패러다임|위험 평가의 재량권 축소|사법적 소극주의로의 회귀|상황맥락의 변화: 기술관료적 판사와 민주적 전문가|정부 담론을 어떻게 민주화할 것인가
제5장 과학공화국에서의 법
과학계의 동료, 법조계의 보조자|과학에 대한 치안유지: 모호한 기록|연구의 외부 경계|인간 피험자에 대한 연구|동의의 범위와 적절성|동물실험 연구|종교에 반대하는 과학|제한된 자율성
제6장 유독물질로 인한 불법행위와 인과 규명의 정치
사법적 딜레마의 발생|화학물질과 질병: 불확실한 관련성|법적 사실인정의 경험론|치료의사 증후군|병리학과 집단소송|위험증가|이유 있는 두려움|주류 과학을 찾아서: 임상생태학의 경우|의미 있는 정책 개혁을 위해
제7장 법, 유전자공학을 만나다
재조합 DNA에 대한 초기 논쟁|자율규제의 한계|특허받은 생명체|고의적 방출의 정치|법에 대한 호소|충돌하는 해석들|충돌의 회피|숙련된 논쟁
제8장 우리가 몰랐던 가족의 탄생
‘사생활’이란 의미의 형성|태아권 영역의 구획정리|배아의 갈등|불완전한 생명|아이엄마를 압박하는 것들|가족의 재구성|생물학, 사회적 네트워크, 그리고 법
제9장 삶과 죽음 사이에서
임종의 자리에서 법정으로|문제틀 짜기|환자는 어떻게 구성되는가|의사와 환자|기계에 생명을 내맡기는 일|환자는 시민이 아니다?|환자에게 힘을 실어주기: 법제화의 역할|장애 있는 신생아와 ‘치료’의 관장|재판의 역할을 다시 생각한다
제10장 더 사려깊은 연합을 위해
‘주류 과학’이라는 신화|사법적 성취의 기록|전문가 권위의 탈구축|공적 교육|유효성|정책개혁: 신뢰에 바탕한 비판|분리주의 구상|판사 훈련과 배심원의 정보공유|소송의 대안들|소송 사회와 갈등, 그리고 합의
옮긴이 후기
미주
색인
○ 저자소개 : 쉴라 재서너프 (Sheila Jasanoff)
저자 실라 재서너프(Sheila Jasanoff)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케네디스쿨 교수. 하버드대에 부임하기에 앞서 코넬대에서 과학기술에 관한 탈분과학문적 연구인 과학기술학(Science & Technology Studies) 분야를 개척하는 데 앞장서왔다. 환경규제, 위험관리, 생명공학·생명윤리 등의 이슈와 딜레마를 통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과학과 정치, 법의 상호관계를 다룬 주목할 만한 연구로 예리한 통찰을 발휘하면서 세계적인 이목과 명성을 얻었다. 주요 저서로는 이번에 번역된 『법정에 선 과학』외에도, The Fifth Branch: Science Advisers as Policymakers(1990), Designs on Nature: Science and Democracy in Europe and the United States(2005, 한국어판 출간 예정) 등이 있다.
– 역자 : 박상준
역자 박상준은 과학과 인문학은 삶이라는 수레의 두 바퀴였다. 정규 교육에서 전공으로 과학을 공부했고 학교 밖에서 인문학을 배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과학과 인문학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근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둘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으며, 아직까진 ‘통섭해야 한다’는 선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서 한 인간이 과학과 인문학을 모두 이해하고 성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가능성을 과학사, 과학철학, 그리고 과학기술학에서 발견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역사적.철학적.사회학적 이해를 다루는 이 분야에서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두 문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려대학교 전파공학과와 서울대학교 물리학부 및 물리천문학부 대학원을 졸업했다. 해외 과학 학술지에 과학 연구 논문을 발표했으며,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에 인문학 논문도 발표했다. 여러 해 동안 출판사에서 일하며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책에 관심을 갖고서 이들 책의 번역과 기획 작업을 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 『90일 안에 장악하라: 공무원 편』이 있다.
○ 출판사 서평
.당신이라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사례1: 엘리자베스 보비아. 26세. 뇌성마비 환자. 1983년 남편과 결별 후 가족과 함께 살다가 어느 캘리포니아 주 소재 병원에 입원한 그는, 병원 측을 상대로 죽음을 앞당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힘. 해당 병원은 사실상 자살 지원을 바랬던 보비아의 요구를 거부하고, 그에게 영양주사를 강제 주입하기로 결정함.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건 ‘평화로운 죽음’이라며, 캘리포니아 주 법원을 상대로 소를 제기.
사례2: 1975년 21세 여성인 캐런 앤 퀸란은 파티에 참석했다가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뉴저지 주 소재 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됨. 결국 그는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지만, 뇌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공호흡 조치를 받게 됨. 퀸란의 아버지는 병원 측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딸의 보호자로서 인공호흡기의 제거를 요구. 이 상황에 개입한 법원은 퀸란과 그의 아버지에게 치료에 대한 통제권이 있음을 전제로 퀸란이 ‘사망 직전’ 상태라고 판단하면서, 관련 분야 인사들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이 문제의 해결을 권고함. 이 과정에서 퀸란에게 달렸던 인공호흡기는 결국 제거됐지만, 그는 이후 10년이 지난 1985년에야 사망함.
사례3: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 29세의 기혼녀. 자녀가 없는 스턴 부부의 재정적ㆍ의료적 지원하에 이들 부부의 남편인 윌리엄 스턴의 정자와 자신의 난자로 인공수정된 아이를 낳은 뒤 생모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기로 계약함. 그러나 화이트헤드는 출산 후 계약 내용을 이행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신에게도 양육권이 있다고 주장함.
사례4: 1985년 미국 경제교류재단은 화학ㆍ생물학무기 실험용 설비를 지으려는 국방부의 방침 대해 환경영향 평가의 미비를 이유로 설비 건설 중지 소송을 내 승소함. 하지만 1986년 서리방지용 박테리아의 현장실험이 허가돼선 안 된다며 경제교류재단이 원고로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당사자자격의 부족’과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피해 입증의 불충분’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림.
.황우석 사태, 광우병 파동에서 천암함 사건에 이르기까지, 과학에 실망하고 법에 분노한 이들이라면 반드시 이 책에 주목하라!
과학적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위험을 근거로 특정 유독물질이 잠재적으로 부를 피해에 대해, 법원은 배상을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 판단해야 할까? 법원은 과학적으로 가시적인 위험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유전자변형ㆍ재조합 식품의 생산과 유통을 허용할 수 있을까? 특정한 과학적 견해가 ‘주류 과학’계의 기존 합의에 반한다는 이유로, 법원은 그러한 견해의 증거 능력을 부정할 수 있을까? 의학적 소견과는 관계 없이 환자 본인이나 그의 가족이 죽음, 또는 죽임을 원하는 상황에 대해서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생물학적으로 죽거나 남남이 된 부부의 냉동배아는 누구의 소유일까? 대리임신으로 출산한 아이에 대해 양육권을 요구하는 여성과 이를 부인하는 의뢰인 부부의 다툼 속에서, 법원은 누구 손을 들어줘야 하며, ‘가족’과 ‘부모’의 개념을 어떻게 다시 정의해야 할까?
.법과 과학에 대한 해롭고 낡은 통념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새로운 지식 패러다임에 마음껏 전율하라!
쉴라 재서너프의 『법정에 선 과학』은 위와 같은 질문들과 맞닿은 풍부한 판례들을 통해 오늘날 과학적 진리와 사법적 정의가 구성되는 사회정치적ㆍ문화적 맥락들을 이해하는 데 불가결한 인식론적ㆍ지적 전환점들은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과학과 법이 체계적으로 불화하며 심지어 양립불가능하다고까지 하는 통상적인 진단ㆍ평가를 넘어서서, 그는 사회에 깃든 채로 운용되는 이들 두 제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일정 정도 서로를 구성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법과 과학을 둘러싼 기존 담론 지형에 대해 이 책이 던지는 도전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법과 과학을 그 자체로 독립된 실체로 가정ㆍ간주하는 실재론적 접근 방식이다. 이 접근법에 따르면, 사법적 판단이나 과학적 진리 탐구 과정, 나아가 이 두 가지가 결합하면서 불거지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은 법과 과학이란 영역에 부여된 ‘전문성’과 ‘자율성’을 유지ㆍ강화하는 데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쉴라 재서너프에 따르면, 이같은 접근법이 각 영역을 ‘전문가주의’의 덫에 빠뜨리는 단순하고 안이한 해법이다. 그에게 사법적 판단 과정은 ‘좋은 과학 대 나쁜 과학’ 또는 ‘정의 대 불의’를 미리 고정된 것으로 간주하고, 과학적 사실을 그저 추인ㆍ입증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재서너프의 관점에서 봤을 때 기존의 법리적ㆍ과학적 사실들은 늘 서로 맞물린 채 사회적ㆍ정치적인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허물어지며, 다시 만들어지는 상호되먹임 과정의 산물이다. 따라서 관료화되고 현실과 동떨어지기 쉬운 ‘형식적 균형’에 매달려서는, 법과 과학이 실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다. 양극화되고 불평등한 갈등을 전제한 가운데 신뢰할 만한 지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주목하는 일이야말로 법과 과학, 나아가 이 두 제도를 둘러싼 사회정치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유용하고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재서너프가 던지는 지적으로 또다른 중요한 도전은, ‘법 지체’의 관점에서 법이 늘 과학 발전과 변화의 꽁무니만 좇는 양 간주해온 통념이나 관련 이론들에 대한 비판이다. 재서너프의 판례 연구에 따르면 통념과는 달리, 사법제도와 이에 기초한 법리적 판단은 과학적 성취를 따라잡는 굼뜨고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사법적 절차는 특정한 과학 담론과 관련 기술이 특정한 방식으로 발전할 조건을 사전에 만들고, 뒷받침해왔다는 것이다. 여러 판례들을 통해 재서너프는 사법적 판단과 절차가 어떻게 과학적 진전을 이루는 사회 영역의 변화ㆍ재편 과정을 틀지워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익숙한 통념들과는 다르게 작동하는 법과 과학의 끊임없는 상호되먹임 과정이 그 유효성을 온전히 발휘할 방법으로, 저자는 이들 제도가 곧잘 강화ㆍ옹호하는 전문성의 권위를 상대화ㆍ탈구축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미덕이 소송 절차 속에서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지 탐색하고 있다. 법정은 권력을 부리고 행사하는 여러 행위자들의 전문성ㆍ전문기술을 각종 행정 규제나 법의학, 기업책임이라는 맥락에서 의문에 부칠 수 있는, 다시 말해 민주주의 가치를 높이는 대 적합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법 현실에 바탕한 논의를 펼치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그간 황우석 사태라든가, 광우병 파동에서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원인을 둘러싼 논란과 천안함 사건에 관한 공방에 이르기까지 법과 과학의 유효성을 되묻게 하는 현실은 미국 이상으로 첨예하고 보편적인 질문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살아 있는 법과 과학, 정의란 어떻게 가능할까? 『법정에 선 과학』은 법과 과학에 대한 해롭고 낡은 통념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새로운 지식 패러다임이 어떤 것인지 한껏 맛보게 해줄 것이다.
.전문성의 정치: ‘전문성’이라는 블랙박스, 어떻게 해독할 것인가?
재서너프는 세계 각지의 초청 강연과 특강으로 그간 자신의 연구 활동을 통해 제기해온 주목할 만한 문제제기와 날카로운 통찰을 조금이라도 더 널리 공유하려 애써왔다. 특히 지난 해인 2010년 8월에는 카이스트와 서울대학교 초청으로 워크샵과 특강 차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전문성의 정치: 과학과 민주주의에서의 표상(또는 재현)의 문제”라는 주제로 치뤄진 서울대 초청강연에서, 재서너프는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학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커져가고 있는 오늘날, 전문성의 위상과 성격을 어떻게 다시 봐야 할지 물었다. 이 질문을 통해 재서너프는, ‘전문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곤 있지만 지식-사실의 문제를 가치판단의 문제와 엄격히 가르는 근대 인문ㆍ사회과학의 의례화된 접근은 전문성의 사회적 동의와 맞물린 정치적 구도를 이해하는 데 크게 부적절해졌다고 지적한다.
○ 추천평
왜 『법정에 선 과학』인가?
과학은 가치중립적이고 독립적일까? 과학자들의 말은 대개 이렇다. “과학적 결론은 주장이나 의견이 아니라, 반드시 자료에 근거한다.” 다른 한편, 법원이 과학적으로 근거없는 두려움이나 반대에도 귀기울임으로써 과학을 위협하고 있다는 견해도 많다. 그러나 맹목적인 과학의 만용에 개입해 윤리 원칙을 확립한 게 법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쉴라 재서너프의 『법정에 선 과학』은 실제 사례를 통하여 과학기술과 법 사이의 긴장관계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황우석 사건, 광우병 파동에서 천안함 사건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쟁점을 둘러싸고 폭발적인 논란을 경험한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은 합리적인 논의를 위한 출발점을 제공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발전과 법의 역할에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 금태섭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 『디케의 눈』저자)
진실과 허위가 명백히 구분된다는 전제 아래, 사람의 말이 허위란 이유만으로도 형사처벌될 수 있다고 믿는 법관들과 정치인들에게 권한다. 이들은 법의 권위를 세우기는 커녕 법을 사이비과학의 제단에 바치려는 자들이다. 이 책 『법정에 선 과학』이 보여주듯, 법의 권위는 ‘진실’에 대한 굴종을 포기하면서 나온다. 법원은 스스로도 과학적 분쟁을 해결하거나, 과학적 분쟁과 전혀 관계없이 사물들에 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실리콘과 그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명백한 입증 없이도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거나, 산모의 태아가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진실의 조건을 규명하려는 노력들은 ‘재판’이라는 또 하나의 진실추구의 장에서 그 사회의존성과 시대성을 확인한다. 토마스 쿤, 칼 포퍼 등이 이룬 연구성과들이 어떻게 미국 재판의 사실인정 기준에 영향을 주는가에 관심 있는 과학철학자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법)
우리의 근대성을 떠받치는 중추적 제도들인 법과 과학의 관계에 대한 깊은 탐구와 통찰을 보여주는 역작이다. 저자인 재서노프 교수는 법률가로 훈련을 받은 이후 코넬대학교의 과학기술학(STS) 학과를 창설하여 키웠으며, 학문적 생애의 대부분을 과학과 법, 그리고 정치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바쳤다. 유전공학, 화학 독성물, 태아 권리 등의 법적 논쟁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담은 이 책은 과학기술학 연구자들에게 필독서일 뿐 아니라, 미국의 과학과 법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이 꼭 봐야 할 핵심적 텍스트다. 이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재서노프 교수의 첫 한글어판 출간이라 더 의미가 깊다. – 김환석 (국민대학교 사회과학대 교수, 과학사회학)
20세기를 통해 사람들은 과학과 법 모두 인간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 이전까지 과학은 신이 부여한 자연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며, 사법체계도 보편적인 자연법의 토대 위에 세워진 것으로 믿었다. 과학과 법이 인간이 만든 것임이 밝혀지면서, 과학과 법의 불확실성과 모호함도 부각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사회를 끌고나가는 원리로서 무엇을 신뢰할 것인가?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법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끄는 지금, 과학기술이 새롭게 야기하는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는 어떤 원리에 근거해 그 해법을 모색해야 할까?
이젠 과학기술학(STS) 분야의 고전이 된 이 책에서, 재서너프는 과학기술과 법이 만나고 충돌하는 지점들을 탐구하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둘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제시한다. 이 책은 ‘사회’에 관심 있는 과학기술자들은 물론, ‘과학기술 시대’에 법을 공부하려는 법학도와 사회과학도들의 필독서이다. 비록 다소 늦게 번역된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 책이 이곳의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다. –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과학사 및 과학철학)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