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한국의 6.4 지방선거 토론을 보고
그러나 토론을 지켜 보면 논리 정연한 뛰어난 토론자가 있는가 하면 실망을 금치 못하게 하는 수준미달의 토론자도 있다. 논제에 관하여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자의 인신공격이나 막 무가네 식, 일방적인 주장으로 시청자들이 눈살 찌푸리게 만든다. 지난주에는 한국의 지방선거가 있었으며 여러 TV에서 입후보자들의 정책토론 하는 것을 시청할 수 있었다. 토론 장면을 보면서 한국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갈등을 해소 하는 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차라리 TV토론을 하지 않았으면 그 동안 쌓아 논 이미지로 표를 더 많이 얻었을지 모르겠다는 후보도 있었다. 소위 색깔론 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던 입후보자 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모두 낙선 하였다. 색깔론 으로 공격하여 상대방을 공공의 적으로 매도해 버리려는 태도이다. 이런 형태의 입후보자는 과거에도 있었으며 이번에 치러진 한국의 지방선거에서도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색깔론의 허구성을 모를 이가 없을 텐데 일부 유권자들의 구미에 맞추려고 억지 주장일 지 모른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장인의 빨치산 경력으로 L후보의 공격을 받았다. 이때 노무현 후보는 “ 제 장인은 좌익 활동을 하다 돌아 가셨습니다. 제가 결혼 하기 전에 돌아 가셨는데 이 사실을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뭐가 잘못 되었습니까?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이런 아내를 사랑 한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입니까? 여러분이 이런 아내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생각 하면 저는 대통령 후보 그만 두겠습니다. 여러분이 심판 해 주십시오.” 라고 하며 L후보를 궁지로 몰아 넣었다.
이 연설로 상황은 종료 되었으며 L후보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 하지 못하고 낙선하는 것을 모두 지켜 본 것이다. 노무현의 연설은 색깔론 의 판결문이 다 싶게 그 허구성을 정곡으로 파헤친 것인데 아직도 토론장에서 논리에 맞지 않는 색깔론 으로 일부 유권자들을 유혹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 TV토론은 노소[老少]를 불문하고 시청하게 되는 프로인데 인신공격적인 토론자들을 보면서 청소년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대화와 토론은 민주사회의 기초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사회에서 개인간 집단간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에 의해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서 이를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해 가는 사회가 민주사회이며 민주국가이다. 대화와 토론방식도 민주적 이어야 한다. 의견과 이념이 다른 상대방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자신의 의견이 대화나 토론을 통해 잘못된 것임을 알았을 때 용기 있게 철회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맏아들여야 한다. 한국의 토론에서 이런 장면을 보지 못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을 보여 주는 것이 자기 집단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공공의 쟁점[爭點]들은 한가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으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나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상황이 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다수결을 채택하게 되는 것이다. 확실한 근거나 논리의 정당성 없는 상대방을 몰아 붙이는 형태의 토론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형태의 토론이 계속된다면 토론의 의미는 물론 민주사회를 구현 한 다는 것은 요원 할 수 밖에 없다. 토론의 필수적인 기준은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일 것이다. 한 TV토론에서 사실관계를 판단 하겠다는 의도로 상대방에게 “예”나 “아니오”중에 하나를 택해서 답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요구는 심판[審判-refree]에 해당하는 사회자가 양측에 동의를 얻어 채택 할 수 있을지 모르나, 토론자가 임의로 답변 방식을 제시하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 밖에 태도이었다. 사회자에 의하여 거부 되었지만, “예”와 “아니오” 의 양자 택일의 답변 요구는 법정이나 청문회에서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토론을 통해 정치와 사회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알게 하는 것이며 상반되는 의견의 근거를 명확 하게 밝히는 것이 토론의 핵심이 아닌가? 상대방의 주장은 물론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도 편견, 고정관념, 흑백논리, 표리부동, 협착 과 같은 오류가 없는지를 검증 받으려는 자세로 임하여야 하는데, 대부분의 토론이 일방적 공격 형태이었다. 토론은 민주주의의 꽃이다. 토론을 통해 상반된 의견의 차이가 무엇이고 그 차이의 정당성과 가치를 선택 받으려는 것이다.
박광하 (전 여주 대신고 교감, 전 수원 계명고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