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자유로 가는 길 : 버트런드 러셀의
버트런드 러셀 / 함께읽는책 / 2012.10.15
.저항하는 지식인이자 시대정신의 산물, 러셀의 시작
20세기 최고의 지성,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여성 성해방 운동가, 전투적 평화주의자, 철학 · 수학 · 과학 · 정치 · 예술과 종교를 아우르는 전방위 문학가. 이 모든 수식어는 버트런드 러셀을 가리킨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행동과 글로써 시대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러셀은 반전, 반핵, 평화 운동에 자신의 일생을 바쳤다. 또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논리적이고 유익한 그의 글은 총 40여 편의 저서에 달한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그의 저작들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마르크스주의와 아나키즘, 생디칼리슴을 간략히 소개하고, 그러한 사상들이 실현되는 세계에서 벌어질 몇 가지 문제들을 러셀 특유의 논리와 촌철살인의 위트로 그려냈다. 날카로운 그의 직관이 곳곳에 묻어나오며, 그가 평생 품었던 인류의 공통에 대한 연민과 끊임없는 저항 정신의 시작을 읽을 수 있다.
○ 목차
여는 글_어리석고 게으른 자들이 만든 세상
제1부 역사적 배경
1장 사회주의는 바람직한가
2장 자유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
3장 국가 아닌 사회
제2부 미래의 문제들
4장 게으름뱅이가 될 자유
5장 국가의 권력을 줄이는 방법
6장 아프리카를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
7장 만일 국가가 유일한 출판업자라면
8장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세상의 모습
○ 저자소개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B.A.W. 러셀)
철학자, 수학자, 사회운동가, 교육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영국 수상을 두 차례 지낸 존 러셀 경의 손자로,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1910년에 화이트헤드와 함께 『수학 원리』를 출간하여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후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세계에 영향을 줬을 뿐 아니라 분석철학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논리학·인식론·존재론·윤리학·사회철학 등 철학 전반에 분석적 방법을 적용해 독창적 견해를 발표했고, 기호논리학도 확립했다.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전쟁과 징병을 반대하는 글을 써서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쫓겨나고, 6개월간 옥고를 겪었다. 1927년에는 아내 도라 블랙과 함께 영국에 진보적인 대안 학교를 설립했고, 1938년부터 하버드대, 뉴욕시립대 등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철학을 강연했다. 1950년에 『러셀 서양철학사』, 『인간 지식』, 『결혼과 도덕』 등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과학의 힘을 믿는 무신론자이자 개혁적 자유주의자인 그는 1955년에 핵무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러셀 아인슈타인 성명’을 발표하고, 각국의 과학자와 함께 군축 평화 문제를 논의하는 ‘퍼그워시 회의’를 개설했다. 이후 ‘100인 위원회’를 결성하여 88세에 대중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했고, 1963년에 ‘버트런드 러셀 평화 재단’을 설립했다. 그 외에도 베트남 전쟁, 인도·중국 국경 분쟁, 쿠바 미사일 위기 등 당대 많은 현안에 적극 참여했다.
주요 저서로는 『러셀 서양철학사』를 비롯하여 『철학의 문제들』, 『행복의 정복』, 『권력』,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러셀의 교육론』, 『자유와 조직』, 『러셀 자서전』 등 70여 권이 있다.
– 역자 : 장성주
고려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를 거쳐 지금은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리말로 옮긴 책에 『모나 리자 오버드라이브』, 『종이 동물원』, 『별도 없는 한밤에』, 『다크 타워』 시리즈, 『산산조각 난 신』, 『인기 없는 에세이』, 『버트런드 러셀의 자유로 가는 길』, 『오컬트: 마술과 마법』,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언더 더 돔』, 『워킹 데드』, 『아돌프에게 고한다』, 『표류교실』 등이 있으며, 『종이 동물원』으로 제 13회 유영 번역상을 수상하였다.
○ 책 속으로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의 지혜가 궁극적으로 늘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는 그들의 반대편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영감의 원천에 관한 한, 어리석어서 또는 게을러서 기존 체제를 떠받치는 불의와 압제에 묵종한 자들보다 그들이 더 우월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여는 글 ‘어리석고 게으른 자들이 만든 세상’ 」중에서
1917년 10월의 러시아 혁명이 국가 사회주의(State Socialism)로 변질된 상황에서도 유럽 사회주의자들은 여전히 러시아식 사회주의를 찬양했고, 러셀은 그런 사회주의자들을 비판하며 자신은 국가 사회주의가 발호하기 전의 덜 권위주의적인 사회주의 강령을 지지하고, 사회주의의 여러 갈래 중에서 특히 영국에서 세를 넓힌 길드 사회주의(Guild Socialism)가 다시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밝힌다. 러셀이 보기에 국가 자체를 부정하는 아나키즘은 미래에도 실현될 가망이 없지만, 마르크스식 사회주의와 생디칼리슴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충분한 사상이었다. 그가 보기에 실현 가능한 최선의 체제는 길드 사회주의, 즉 직능별 대의체제였다.
러셀은 이 책의 1부에서 현대 사회주의 이론의 산파인 마르크스부터 바쿠닌으로 대표되는 아나키즘(Anarchism), 프랑스 사회주의 운동에 한 획을 그은 생디칼리슴(Syndicalism)까지를 간략히 살피고, 2부에서는 훗날 길드 사회주의가 확립되었다는 가정 하에 불거질 몇 가지 사회 문제들에 대한 견해와 무상 교육, 기본소득과 같은 미래의 전망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와 생디칼리스트는 대략 어떠한 형태의 민주주의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정통 사회주의자는 오늘날 의회 민주주의에 명백히 나타나는 해악을 자본주의의 몰락과 함께 제거한다는 전제하에 정부의 영향권 속에 존재하는 의회 민주주의를 용인한다. 반면 아나키스트와 생디칼리스트는 모든 대의제 기구에 반대하며 공동체의 정치적 사안을 다른 방식으로 규제는 해을 지향한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특권과 인위적 불평등을 철폐할 것을 지향하는 점에서는 그들 모두 민주주의자이자, 기존 사회의 임금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는 투사이기도 하다. —「1장 ‘사회주의는 바람직한가’ 」중에서
이 장에서는 마르크스의 생애와 《자본(Das Kapital)》의 집필 배경,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중심축을 짧게 소개한다. 유물론적 역사 해석, 자본 집중의 법칙, 계급투쟁으로 요약할 수 있는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필연적으로 등장할 만한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었지만, 실제 역사는 마르크스의 이론과 다르게 전개되었으며 사회주의 내에서도 여러 분파가 서로 대립하는 양상이 펼쳐졌다. 그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흐름 두 가지가 바로 아나키즘과 생디칼리슴이다.
국가는 사회가 아니라 사회의 역사적 형태일 뿐이며, 추상적인 만큼 야만적이기도 하다. 그것은 역사상 모든 나라에서 폭력과 강탈, 노략질의 결합을 통하여, 한마디로 전쟁과 정복을 통하여 태어났고, 여러 나라의 신학적 환상에서 연속적으로 만들어진 신들 또한 이와 함께했다. 국가는 그 기원에서부터 야만적인 힘과 거리낌 없는 불평등의 신성한 결합이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국가는 권위이고, 국가는 힘이며, 국가는 힘의 과시이자 그것에 대한 심취이다. 국가는 환심을 사려 하지 않고, 바뀌려고도 하지 않으며 (중략) 선한 것을 명령할 때조차도 그것을 방해하고 망쳐놓는다. —「‘자유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 」중에서
마르크스의 라이벌이었던 바쿠닌과 그의 수제자 크로포트킨이 발전시킨 아나키즘은 정부 및 국가를 자유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로 인식한다. 아나키즘은 주로 ‘테러리즘’과 동의어로 인식되지만 그 본질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비대칭적으로 존재하는 권력관계를 부정하며, 나아가 정부 및 국가 자체를 반대하는(그러한 이유로 흔히 무정부주의로 번역되는) 사상이다. 러셀은 이 장에서 아나키즘의 사상적 가치는 인정하지만 사회주의가 실현된 미래에서도 국가 및 정부는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생디칼리슴과 집산주의와 아나키즘의 목표는 모두 현재의 경제적 위계 및 사적 소유 전반적 소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집산주의는 모든 이의 소유를 소유하고 아나키즘은 무소유를 소유하는 반면, 생디칼리슴은 조직화된 아나키즘의 소유를 소유한다. 따라서 생디칼리슴은 사회주의가 설파한 경제 이론 및 계급투쟁론적 순전히 아나조합의 관것이다 해석하는 입장이다. 생디칼리슴은 집산주의가 의존하는 대의제 정치 활동을 완강히 거부한다. —「‘국가 아닌 사회’ 」중에서
생디칼리슴은 대의제 의회에 진출한 후에 주류 정치인과 다를 바 없이 타락한 사회주의 지도자들을 비판하며 지역 조합과 전국 조합이 연합하여 대의제 의회를 대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급투쟁의 수단으로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폭력혁명 대신 파업을 지지하며, 혁명 대신 전 세계의 모든 산업별 노조가 동참하는 총파업으로 계급을 철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장에서 러셀은 생디칼리슴이 사회주의에 불어넣은 건설적 에너지와 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로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짓이다. 그것은 일이 아니다. 과로는 소수에게 사치재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모두의 복리를 위한 일이 아니다. (……) 오늘날 수많은 부문의 유익한 일들이 마지못해 이루어진다면 이는 단지 그 일이 과로이기 때문이거나 부적절하게 조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으름뱅이가 될 자유’ 」중에서
오늘날 임금 노동자의 삶에 무관심한 자본가들이 경영하는 거대 경제 기구들이 자치 공동체, 즉 생산자들이 스스로 생산 수단, 노동 조건, 근무 시간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기구로 바뀐다면, 사회는 무한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장이다. 무상 분배와 무상 교육에 관한 밑그림이 그려지는 장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착각하지 않고 제대로 살펴보았다면, 생산자를 대표하든 소비자를 대표하든 아니면 둘 다를 대표하든 간에 단일 집단이 개개인의 자유를 모자람 없이 지킬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이 또한 극소수의 자유가 문제시될 경우에는 흡족하지 않겠지만) 정부가 다수의 정당한 지지 등을 명분으로 조직적인 강제력을 휘두를 때 국민이 저항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이 성공을 거두려면 적절한 조직을 갖추어야 하고, 자유를 존중하는 풍조를 널리 퍼뜨려야 하며, 이론에서도 실생활에서도 정부에 복종하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 이러한 사회에는 무질서를 초래할 위험이 어느 정도 존재하겠지만, 그것은 전능한 중앙 권력과 뗄 수 없는 관계인 부패의 위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국가의 권력을 줄이는 방법’ 」중에서
아나키즘은 법과 국가 자체를 부정하지만, 국가가 형법에서 이끌어 내는 힘을 완전히 없애기란 불가능하다. 형법을 규정하는 세 가지 요소, 즉 ‘절도, 폭력 범죄, 사회를 무력으로 전복하려는 활동에 대한 규제’는 어떤 사회에서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길드 사회주의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즉 생산자 대표로 이루어진 길드 의회와 소비자 대표로 이루어진 대의제 의회가 분리되어 서로를 견제하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
행복이 가득한 세상은 인간의 창조력을 넘어선 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물질계가 부과한 장애물들은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장애물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으며, 그것을 없애는 길은 사색의 인도를 받아 더욱 강해진 굳건한 희망이다. —「‘아프리카를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 」중에서
국제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상인 ‘전쟁 방지’를 실현하고 세계 평화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장에서 러셀은 인간의 본성에 내재하는 악, 특히 경쟁심과 권력욕, 질투와 같은 것들을 보다 나은 교육과 정치-경제 체제로 제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밖의 거의 모든 것들에서 그러하듯, 최선의 길은 바로 자유로 향하는 길이다. —「‘국가가 유일한 출판업자라면’ 」중에서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부자의 자녀만이 창조적 활동에 종사할 기회를 얻는다. 이 장에서 러셀은 남녀 모두 21세까지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하자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학습에 흥미를 잃은 다수는 자연스레 다른 길을 찾게 될 것이며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당장은 사회에 부담이 된다 할지라도 오늘날 저소득층에서 꽃피우지 못하고 사장되는 재능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면 오히려 사회 전체에는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러셀은 사회 구성원 전원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일이 지금보다 즐겁고 부담 없는 활동이 되는 시대에는 안락을 버리고 적은 소득을 택하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리라 예상한다.
모든 것을 유용성의 측면에서만 인정하는 사회, 생존을 위한 투쟁과 직업의 피로에 시달리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예술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 러셀은 세상의 순수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부여하려면 지금보다 더 나은 경제체제를 실현해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비단 극빈자들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임금 노동자들, 심지어 전문직 계급까지 포함하는 절대 다수는, 돈을 벌어야 하는 운명의 노예이다. (……) 대다수는 눈앞에 도사린 빈곤의 공포에 늘 시달리며 노년까지 일을 해야 한다. 잘사는 사람은 자기가 보기에 바람직한 교육 및 의료 혜택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못사는 사람은 아예 굶주림의 문턱에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 일을 하는 동기는 오로지 임금뿐이다. 일이 예술가의 창작 활동처럼 즐거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비웃음을 사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같은 해악들 가운데 태반은 전혀 불필요한 것이다. 만약 인류 가운데 문명화된 일부로 하여금 남의 고통보다 자기 자신의 행복을 더 탐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또한 다른 계급이나 국가가 몰래 앞서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파괴 행위 대신 건설적인 개선 작업에 전념하여 그 성과를 전 세계와 함께 나누도록 유도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한 세대가 끝나기 전에 세상사의 기준이 되는 체제 전체를 뿌리부터 가지까지 송두리째 개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유의 관점에서 볼 때 최선의 체제는 무엇일까? 우리는 진보의 동력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야 할까?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세상의 모습’ 」중에서
인간은 공포에 압도당한 채 살아가서는 안 된다. 러셀은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포를 조장하는 악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첫째, 죽음, 질병, 노동의 고통으로 대표되는 ‘물리적 악.’ 둘째, 인간의 성격 또는 태도에서 기인하는 ‘기질적 악.’ 셋째, 독재 정치뿐 아니라 개인 사이에서도 발생하는, 타인에게 과도한 정신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든 시도를 가리키는 ‘권위적 악’이 그것이다. 러셀은 물리적 악에는 과학으로, 기질적 악에는 교육으로, 권위적 악에는 다른 개인에 대한 개인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사회경제 체제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20세기 최고의 행동하는 지성, 전투적 평화주의자 버트런드 러셀의 시작을 알린 간결하고 날카로운 책
20세기 최고의 지성,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여성 성해방 운동가, 전투적 평화주의자, 철학 · 수학 · 과학 · 정치 · 예술과 종교를 아우르는 전방위 문학가. 영국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인 러셀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1872년, 제국주의 영국의 수상을 두 차례나 역임한 존 러셀 경의 손자로 태어난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이 가진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행동으로써, 글로써 시대의 진실을 알린 저항하는 지식인의 전형이었다. 삶의 많은 부분을 반전과 반핵, 평화 운동에 바친 실천적 지식인인 동시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논리적이며 유익할 뿐 아니라 뛰어난 위트와 유머를 갖춘 40여 편의 저서들을 남긴 문필가이기도 한 러셀은, 그 자체로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자유로 가는 길'(Roads to Freedom)은 40여 편이 넘는 그의 저작들에 실마리가 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기 전에 쓰인 이 책은 러셀이 미국의 한 출판사로부터 사회주의와 아나키즘, 생디칼리슴에 관하여 간략하게 설명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영국의 사회주의 이론가 조지 더글러스 하워드 콜의 도움을 받아 쓰인 것이다. 이 책은 노동조합 운동이 아직 활기를 유지하던 당시 미국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마르크스주의와 아나키즘, 생디칼리슴을 간략히 소개하고, 그러한 사상들이 실현된 세계에서 벌어질 몇 가지 문제들, 즉 노동과 임금, 정부와 법, 국제관계, 과학과 예술에 대한 전망을 러셀 특유의 논리와 촌철살인의 위트로 그려내고 있다. 이상적 사회주의자로서의 러셀의 면모를 보여 주는 이 책은 제2부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세상의 모습’에서 무상 교육과 기본소득 같은 미래 전망들을 제시하고 있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충분한 공감과 감명을 불러일으킨다. 날카로운 그의 직관이 번득이는 이 책에서 우리는 노철학자가 평생을 품었던 인류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끊임없는 저항 정신의 시작을 읽을 수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