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적지와 왕국
알베르 카뮈, 까뮈 / 책세상 / 1998.3.31
이 책은 여섯 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카뮈 단편 모음집이다.

카뮈(까뮈)의 대표작, 『전락』의 모태가 되기도 한 작품집인 이 책은 ‘적지’의 문제가 중심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카뮈 자신의 설명에 따르면 ‘왕국’은 우리가 새로 태어나기 위해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공간을, ‘적지’는 그러한 ‘왕국’으로 가기 위해서 지양해야 할 소유와 예속이 있는 공간을 상징하고 있다.
○ 목차
1. 적지와 왕국
2. 해설
3. 카뮈 연보
○ 저자소개 : 알베르 까뮈 (카뮈)
1913년 알제리의 몬도비(Mondovi)에서 아홉 남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뒤,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와 할머니 아래에서 가난하게 자랐지만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알제리 대학에 입학했지만 1930년 폐결핵으로 중퇴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도 생계를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했고 대학을 중퇴한 뒤에도 가정교사, 자동차 수리공, 기상청 인턴과 같은 잡다한 일을 했다. 이 시기에 그는 평생의 스승인 장 그르니에를 만났다. 1935년 플로티누스(Plotinus)에 관한 논문으로 철학 학사 학위 과정을 끝냈다. 아마추어 극단을 주재했고 가난했지만 멋쟁이였으며 운동을 좋아했다.

1934년 장 그르니에의 권유로 공산당에도 가입하지만 내면적인 갈등을 겪다 탈퇴했다. 진보 일간지에서 신문기자로 일했다.1942년에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단번에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반열에 올랐으며, 에세이《시지프 신화》, 희곡《 칼리굴라》 등을 발표했다.1947년에 7년 동안 집필한 《페스트》를 출간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비평가상을 수상했고 44세의 젊은 나이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47세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사고 당시 카뮈의 품에는 발표되지 않은 《최초의 인간》 원고가, 코트 주머니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전철 티켓이 있었다고 한다.
– 역자 : 김화영
1942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알베르 카뮈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불문학과에서 3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999년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 교수이다. 저서로는 『행복의 충격』, 『김화영의 번역수첩』, 『여름의 묘약』,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문학 상상력의 연구―알베르 카뮈의 문학세계』, 『프랑스 문학 산책』, 『바람을 담는 집』, 『발자크와 플로베르』, 『김화영의 알제리 기행』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알베르 카뮈 전집(전20권)』, 『지상의 양식』, 『마담 보바리』, 『섬』, 『지중해의 영감』,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어린 왕자』,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팔월의 일요일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짧은 글 긴 침묵』, 『뒷모습』, 『예찬』, 『내 생애의 아이들』, 『걷기예찬』 외 다수가 있다.
○ 책 속으로
교사는 자기를 향해 올라오고 있는 두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사람은 말을 타고 있었고 또 한 사람은 걷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 산 중턱에 세워진 학교 쪽으로 난 가파른 언덕길에는 접어들지 못했다. 그들은 인적 없는 높은 고원, 광막한 넓이에 두루 널린 자갈들 사이로 눈을 밟으며 고생스럽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이따금 말이 발을 헛디뎌 휘청거리곤 하는 것이 역력히 보였다.
아직 말굽 소리를 들려오지 않았지만 말이 콧구멍으로 무럭 무럭 내뿜는 김이 보였다. 적어도 그중 한 사람은 이 고장을 잘 아는 것 같았다. 벌써 며칠째 길이 우중충한 흰 눈더미 밑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데도 그들은 용케도 잘 찾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교사는 그들이 언덕 위로 올라서려면 반 시간을 족히 걸릴 것이라고 짐작했다. 날씨는 추웠다. 털 재킷을 가지러 그는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텅 비고 써늘한 교실을 건너갔다. 흑판 위에는 각각 색이 다른 네 가지 분필로 그려진 프랑스의 4대 강이 사흘째 하구를 향하여 흐르고 있었다. 10월 중순에 접어들자 갑자기 눈이 퍼부어댔다. 8개월 동안이나 가뭄만 계속된 끝에 비는 오지 않고 느닷없이 눈이 퍼부은 것이다. 그래서 고원 위 여기저기에 흩어진 촌락에 사는 20명 가량의 생도들은 더 이상 학교에 오지 않았다. 날씨가 좋아지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다뤼는 자신이 거처하는 하나의 방에만 불을 피웠다.— pp.99-100
○ 출판사 서평
실존주의 철학을 문학적으로 완성한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유일한 연작 단편집. 삶의 양면성을 ‘간부’, ‘배교자’, ‘말 없는 사람들’, ‘손님’, ‘요나’, ‘자라나는 돌’ 등 6개의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작품 ‘간부’는 포목상인 남편을 따라 알제리를 여행하는 한 여인을 통해 자신의 권태로운 삶에서 생의 왕국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배교자’는 젊은 선교사가 야만인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오지에 갔다가 그들의 노예가 되고 결국 그들의 우상을 섬기게 된다는 내용이다. ‘말 없는 사람들’은 파업을 계기로 드러나는 가난, 분노, 계층간의 갈등 속에서도 동지애를 지키는 노동자의 이야기이다. 카뮈는 <적지와 왕국>을 출판한 5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 추천평
《전락》은 나중에 긴 이야기로 변했지만 원재는 《전지와 왕국》의 일부분을 이루는 작품이었다. 이 단편집은 다음과 같은 6편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간부>, <배교자>, <말없는 사람들>, <손님>, <요나>, 그리고 <자라나는 돌>이 그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의 주제, 즉 ‘적지’의 문제가 내적 독백에서부터 사실주의적인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여섯 가지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처리되어 있다. 사실 이 여섯 개의 이야기들은 비록 나중에 따로따로 다시 손질하고 다듬긴 했지만 원래는 단숨에 연이어 쓴 것들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