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영광마을 이야기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재주 한번 부리고 나면 이만큼 자란다구요”
“재주를 한 번 부리면, 이 만큼 자란다”고 옛 분들의 말씀이셨습니다. 그 말씀 그대로 어린 녀석이 보란 듯이 된통 한 번 재주를 부렸습니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아가가 아무래도 먹거리를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했던 탓이었는지? 몇 일 여 동안 뒤가 신통치가 않더니만, 그만 탈을 내고만 것입니다. 아가를 들쳐업고 병원 문을 열었더니만 당장 관장을 해야 한다는 의사 소견이었습니다.
어린 몸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한참을 아파하더니만 시원스레 뒷일을 치렀습니다. 참 요란한 재주 한 번 넘은 셈이죠. 집으로 돌아와서도 제 엄마 아빠의 마음을 그렇게 졸이게 한 것이 2-3일 여 아니, 참으로 우습게도? 아직도 녀석이 뒷 일을 치를 적 마다 할렐루야!가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때마다 환하게 웃어주는 녀석의 얼굴이 저 또한 그렇다는 듯! 한결은 의젖한 모습입니다.
재주를 한 번 부리더니 말 그대로 이 만큼 쑥 자란 것입니다. 이제는 녀석도 제법, 음식도 조심하는 것 같아 보이고, 먹고 쉬는 일에 열심을 냅니다. 어린 아가 뿐이겠습니까? 한껏 재주를 부려야 이 만큼 자라는 것이 우리네 모습은 아닐는지? 더욱이 신앙생활이 그러합니다. 그런데, 그런 우리 모습 뒤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서 계실 그 분이 떠올랐습니다. 한껏 제 성에 겨워 재주를 부리는 녀석을 지켜 보고 계실 그 분, 그 때마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마음 조려 하는 것이 지난 몇 일 간의 재주 부리는 녀석 곁에 있던 지 엄마 아빠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겠다 싶은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정작 우리가 그렇게 힘겹게 재주를 부리고 있을 적 마다 늘 곀에 계시는 그 분이 있기에 우리가 그 만큼 자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 홀로 그렇게 어른스러워지고, 자라나는 것 같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녀석이 나중에 나중에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엄마1 아빠! 나 혼자 컸지? 나 참 잘했지?”라구요….
“초막(草幕) 잊으셨나요?”
이스라엘의 초막절(草幕節), 유대 백성들은 가을 추수를 마치면 초막(수카)을 지어놓고 거기에 일주일 동안 머물렀지요. 초막(草幕)은 말 그대로 각종 열매와 나무 가지며 척박한 광야의 들풀들을 모아 얽기 설기 엮어 만들어 마련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게 짓는 초막은 허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밤이면 별빛이 스며들 수 있어야 하고, 비가 오면 비가 샐 정도가 되어야 했지요.
그들이 유독 추수의 절기, 모든 것이 풍요하고 풍성한 때에 절기를 기억하고 허름한 초막으로 절기를 지켜야 했던 까닭은 어디 있었던 것일까요?
광야를 지냈던 그 힘겨운 시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소위,“개구리 올챙잇적 생각을 못한다.”말처럼, 풍요와 편리함에 길들여질수록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이스라엘의 초막절 기억과 풍습을 만나면서 새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우리는 오늘을 살면서,“초막을 잊고 있구나!”하고 말입니다.
이 후회스러운 안타까운 마음을 현재 시제로 읽어내는 부단한 연습과 자각 없이는 하나님의 은혜와 감사에 좀처럼 가닿지 못하는 가난한 영혼들을 넘어 부끄러운 영혼들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이 계절, 장차 만나게 될 열매의 계절 앞에 우리의 맘과 영혼을 잠잠히 하지만 꼼꼼히 되돌아보게 됩니다.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