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하인리히 슐리만 자서전 : 트로이를 향한 열정
하인리히 슐리만 / 일빛 / 2004.11.1
서구문학사를 장식하는 최초의 문헌이자 전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 최고의 고전 ‘일리아스’, ‘일리아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트로이’의 개봉과 함께 관련 서적들이 서점가의 서가 한 편을 채우는 등 국내에서도 그리스 역사와 신화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촉발되었다. 오랜 세월, 먼 전설 혹은 신화로만 존재해온 미지의 땅 트로이가 20세기 초 미케네 및 크레타 등의 고대 문명 발굴과 함께 역사적 실체로서 급부상하자 그리스 문화도 획기적인 전환을 맞게 된다. 그 뒤에는 ‘일리아스’가 실재할 것이라 믿고 한평생을 트로이 발굴에 매진한 하인리히 슐리만이라는 열정과 집념의 사나이가 있었다. 무일푼으로 시작하여 최고의 사업가로 성공하고 묻혀 있던 그리스 고대사를 현실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마침내 학계에서도 주목받는 학자로 거듭나기까지의 입지전적인 그의 인생행보는 우리에게 귀감이 되어줄 것이다.
○ 목차
1.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
운명을 뒤바꾼 어림 시절의 감동
첫사랑의 떨림, 민나
무일푼으로 세상을 떠돌다
뛰어난 어학 실력을 밑천으로
사업가로서의 눈부신 성공
제2의 인생을 시작하다
2. 이타카, 펠로폰네소스, 트로이로의 첫 답사 여행
꿈속에 그리던 최초의 발굴지 이타카
광대한 역사 속의 무대 트로이
3.불타 버린 도시 트로이 제1차 발굴
자연이 만든 위대한 성 히사를리크
어둠 속에 묻힌 전설의 성채를 찾아서
최초의 트로이 보물
4.황금의 도시 미케네
역사와 예술의 새로운 세계
황금 장신구를 걸친 지배자의 무덤
생애 최대의 성과
5.불타 버린 도시 트로이 제2차,제3차 발굴
제2의 도시를 발굴하다
전문 학자들이 합류한 트로이 발굴
독일 명예 시민이 되다
미궁의 트로이
6. 티린스 발굴과 미케네 문명
새로운 발굴지를 향하여
가장 오래된 궁전 티린스의 실체
오리엔트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미케네 문화
7. 만년의 연구 활동
다시 태어나는 고대 그리스 역사
마지막 사업의 성과
아테네에서 영원히 잠들다
옮긴이 후기
슐리만 연보
○ 저자소개 : 하인리히 슐리만 (Heinrich Schliemann, 1822 ~ 1890)
하인리히 슐리만 (Heinrich Schliemann, 1822년 1월 6일 ~ 1890년 12월 26일)은 독일 출신의 사업가 및 고고학자로 트로이아와 미케네 유적을 발굴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독일 노이부코프에서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만 마치고 상점의 점원과 사환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탁월한 어학 능력과 노력으로 15개 국어에 능통했으며 상인으로 대성공을 거둔 뒤 트로이 유적 발굴에 평생을 바쳤다. 발굴의 성공으로 많은 명성을 얻었으며 만년에는 아테네에 정착해 꾸준히 연구를 계속했다. 나폴리 여행 도중 갑자기 숨진 그는 그리스 아테네에 묻혔다.
슐리만이 정통 고고학자 출신이 아니어서 학계에서는 그를 학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또한 트로이에 집착한 나머지 그 밖의 다른 유적층을 파괴하기도 했고, 지나치게 자기 상상에 의존해 잘못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야외 고고학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가 발굴한 유적지는 기원전의 지중해 일대의 역사를 밝히는, 매우 큰 기여를 했다. 언론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탁월했으며, 이를 통해 고고학을 대중적인 관심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저서로는 『트로이와 유물』(1875), 『미케네』 (1978), 『일리오스』(1881), 『티린스』(1885)가 있다.
– 역자 : 김병모
1940년 서울 출생.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유네스코 박물관협의회 아시아 지부 이사를 맡고 있다. 서울대 고고인류학 연구소에서 수학하였으며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아시아 거석 문화 연구』(1981), 『한국인의 발자취』(1992), 『금관의 비밀』(1998), 『김수로 왕비의 혼인길』(1999), 에세이집 『옥스퍼드에서 온 편지』 등 다수가 있다.
○ 책 속으로
1829년 내가 갓 여덟 살이 될 무렵 아버지는 게오르크 루트비히 예러스의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셨다. 그런데 그 책에는 트로이의 거대한 성벽과 스카이아 성문의 삽화와 불타는 트로이 도시 속을 아이네아스가 등에 아버지 안키세스를 들쳐 업은 채 어린 아니카니우스의 손을 잡고 빠져 나오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이 삽화를 본 나는 기쁨에 들떠 소리 높이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가 틀렸어요. 예러스는 틀림없이 트로이를 봤어요.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겠어요. (…) 만일 정말로 그런 성벽이 옛날에 있었다면 완전히 없어질 리 없어요. 틀림없이 몇백 년 동안 흙먼지에 묻혀 있을 거예요.” — 운명을 뒤바꾼 어린 시절의 감동 中 p.20~22
그때 내가 깨달은 것은 민나가 아직까지도 나를 깊이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순간 나는 내부로부터 꿈틀거리는 무한한 에너지를 느꼈다. 동시에 끊임없는 노력으로 반드시 성공하여 나야말로 민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자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그 무렵 신에게 빌었던 단 한 가지는 뒷날 내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 때까지 민나가 제발 결혼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뿐이었다. — 첫사랑의 떨림, 민나 中 p.29
날씨는 찌는 듯이 무더웠다. 온도계는 섭씨 5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심한 갈증으로 목구멍이 바싹바싹 탔지만 목을 축일 만한 물이나 한 모금의 포도주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다른 아닌 오디세우스 궁전의 유적지라는 생각이 들자 내부에서 기운이 솟구치며 어느 새 불볕 더위와 갈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무아지경에 빠졌다고나 할까? (…) 슐리만은 가슴 벅찬 감격으로 옛날 호메로스가 지방들을 차례차례 답사했다. 호메로스를 믿는 그의 소박한 마음에는 고대 도시의 모양이 그대로 떠올랐을 것이다. 이타카에서 조사를 마친 슐리만이 다음 목적지로 선택한 곳은 미케네와 티린스의 성채였다 이 두 도시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아르고스 지방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 슐리만은 눈앞에 펼쳐진 기와 조각과 흙더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조각들이야말로 옛날 화려하게 펼쳐졌던 시절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겹겹으로 쌓인 흔적이며 그 아래에는 황금이 풍부했던 미케네의 보물이 깊숙이 감추어져 있을 지도 몰랐다. 어쨌든 슐리만의 관심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주요 무대가 된 지역에 사로잡혀 있었다. — 꿈속에 그리던 최초의 발굴지 이타카 中 p.61,70
한평생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달려왔던 슐리만도 이젠 생전에 미리 선택해 둔 아테네시 남부에 칠러 교수의 설계로 세워진 고대 그리스 양식의 묘표 (墓標) 아래 누워 있다. 말없이 잠들어 있는 슐리만의 유해를 향해서 파르테논이 서 있는 아크로폴리스가, 제우스의 올림피아 신전의 기둥들이, 푸른빛의 사로니카만이, 또한 그 바다 건너 미케네와 티린스를 배후에 거느리고 있는 아르고스의 아련한 산맥들이 눈을 감은 그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네고 있다. — 아테네에서 영원히 잠들다 中 p. 221
○ 출판사 서평
– ‘하인리히 슐리만 자서전’을 통한 트로이 재조명의 의의
‘일리아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트로이’가 역동적인 화면에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을 등장시켜 인기리에 개봉되면서 원전에 충실했는가, 확실한 역사적 고증을 거쳤는가의 여부가 관련학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서점가도 봇물처럼 터져 나온 관련 서적들을 위해 독립 매대를 마련하는 등 덕분에 그리스 역사와 신화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부활했다. 지난 여름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시즌이라는 시기적 요인 또한 이 분위기에 일조한 듯하다.
그러나 트로이와 미케네 및 크레타 등의 고대 문명의 발굴과 함께 그리스 문화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난 것은 이미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미 트로이는 이후 여러 차례 주목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몇 해 전부터 그리스 신화읽기 바람이 뜨거웠고, 트로이를 역사의 일부로 복권시키려는 관련 서적 또한 쏟아져 나왔다. 이 과정에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하인리히 슐리만에 대한 조명은 다소 미흡하거나 편향된 감이 있다. ‘하인리히 슐리만 자서전’이 그 앞에 트로이에 관한 책 한 권을 더 내 놓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책의 주내용을 이루고 있는 트로이의 실체가 역사인가 신화인가 하는 논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작은 상점의 점원으로 다시 거부로 거듭나고, 평생을 모은 재산을 ‘올인’하여 마침내 트로이를 역사 가까이로 성큼 다가오게 하기까지…. 바로 하인리히 슐리만이라는 한 인간의 빛나는 생애에 주목하고자 한다. ‘고대에 대한 열정’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는 책을 금번에 새 개정판에서는 발굴 당시를 보여주는 소묘화 (세밀화)를 비롯해 최근의 트로이 유적지를 보여주는 컬러 사진까지 새롭게 보완, 추가한 도판 작업을 통해 트로이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일별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과 인간이 함께 살아 숨쉬었던 트로이로의 여행, 하인리히 슐리만의 발자취를 더듬다 보면 신화에서 역사로 거듭나는 그 현장으로의 여행은 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가난을 딛고 꿈을 이룬 하인리히 슐리만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전, 그리고 신화가 된 인간
낯선 서사시 형태에 방대한 스토리를 가진 서구의 고전 ‘일리아스’. 이를 다 읽어 내거나 제대로 읽어낸 이들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이 신화적인 이야기가 실재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에게는 그것이 평생의 꿈이 되기도 한다. 하인리히 슐리만은 세 차례에 걸친 트로이 유적 탐사와 미케네, 티린스를 거치면서 직접 곡괭이와 삽을 들고 황금의 보물 뿐 아니라 가락바퀴나 돌망치처럼 조악하고 흔한 것들까지도 모두 발굴해 내었고 소중하게 수집하여 소장했을 뿐 아니라 유수의 박물관들에 아낌없이 헌사하기도 했다. 사업상의 필요를 위해 프랑스어, 라틴어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는 데 열성적이었고, 특히 트로이 발굴을 위해서는 고대 그리스어를 독학으로 익히기도 한다. 전문학자가 아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조력자를 찾아서는 데도 망설이지 않았으며 자신이 발굴한 것이 트로이의 유적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괭이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아테네 티린스 그리하여 마침내 전설 혹은 신화로만 묻혀 버린 그리스 신화의 세계를 실재했던 역사의 현장으로 끌어다 놓았다. ‘트로이를 향한 열정 (Heinrich Schliemann Selbstbiographie)’은 바로 이 하인리히 슐리만이 직접 쓴 ‘일리오스’의 ‘자전’부분을 토대로 아내 소피아 슐리만이 브뤼크너 박사의 보완 작업을 거쳐 펴낸 ‘자서전’에 기반하고 있다.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해 온갖 희생을 각오하는 자는 행복하다고 한다. 트로이 유적 발굴이라는 변함없는 꿈을 간직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온갖 준비와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슐리만의 삶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어린시절부터 간직해 온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또 버리지 말아야할 꿈이 있는가를 자문해보게 한다는 점에서다. 트로이를 향한 한결 같은 일념과 열정으로 일단 뜻하면 반드시 이루고자 했던 슐리만의 생애야말로 살아 있는 신화가 아닐까? 그가 살아 있다면 아마도 트로이를 향한 열정은 생에 대한 뜨거운 집념과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노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