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 홍길복 목사의 ‘잡기장과 라틴어 인문학’ 중에서
모든 것은 적당할 때 / Quidquid Latin dictum sit altum videtur / 우린 모두 같은 인간이지만 동시에 서로 다른 사람 / Hodie mihi, cras tibi / 1980년 6월 13일 호주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19) _ 6월 8일

어제는 김광석이 부른 노래 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너무 큰 상처엔 아프다는 말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너무 많으면 시들한 법이고,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너무 좋아하면, 평범해집니다.
너무 큰 승리는 위험해지고, 너무 처절한 비극은 슬픔을 앗아갑니다.
사랑과 미움도, 승리와 실패도, 지나치면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게 됩니다.
과유불급!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겁니다.
모든 것은 적당할 때, 짧지도 않고 지나치지도 아니할 때,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아니할 때, 그 이름 값을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오늘이,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이 바로 나와 당신에겐 가장 적당하고 꼭 알맞는 축복과 감사의 아침입니다.
Carpe diem!
Bonam fortunam!
라틴어 인문학 (13) _ 6월 9일

Quidquid Latine dictum sit altum videtur.
(쿠이드쿠이드 라틴 디크툼 시트 알툼 비데투르)
quidquid – 어느 것이나, 무엇이든지
dictum -말하다
sit – 동안은, 하는 동안에는
altum – 높다, 깊다, 고상하다
videtur – 보다, 보인다
Quidquid Latin dictum sit altum videtur.
(쿠이드쿠이드 라틴 디크툼 시트 알툼 비데투르)
라틴어로 말하면 무엇이든 고상하게 보입니다.
이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보입니다.
첫째는, 라틴어는 품위있는 고전어니까 잘 배우고 익히라는 의미로 라틴어공부를 격려하는 것이고, 둘째는 인간의 언어는 멋지게 보이려는 속임수, tricky한 면이 있으니, 라틴어나 다른 외국어 등을 잘하듯이 보이는 사람은 조심하라는 뜻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우리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면서도 동시에 라틴어 공부 열심히 합시다.
Carpe diem!
Bonam fortunam!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20) _ 6월 10일
우린 모두 같은 인간이지만 동시에 서로 다른 사람입니다.
우린 “똑같은 인간” 입니다.
하나의 생명, 하나의 인권, 하나의 인격, 하나의 양심을 지닌 똑같은 인간입니다.
동시에 우린 “서로 다른 사람들” 입니다.
태어난 배경, 생긴 모습, 생각하는 방식, 살아가는 스타일이 모두 다른 사람들입니다.
우린 모두 같은 인간이기에 당신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되고, 내 안을 보면 거기 당신이 있습니다.
우린 서로 다른 사람들이기에 믿는 종교가 다르고 정치적 견해가 다릅니다.
당신은 나와 똑같을 수 없고, 나 또한 당신과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나와 달리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그가 나와 같은 인간이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데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이해와 관용 – 이는 서로 같으면서도 또한 다른 인간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Living together의 터전입니다.
알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해주세요.
Carpe diem!
Bonam fortunam!
라틴어 인문학 (14) _ 6월 11일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히(미키) 크라스 티비
오늘, 나에게, 내일, 너에게,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
이 말은 고대 로마 시대의 공동묘지 입구에 써 붙인 문장입니다.
오늘은 내가 여기 들어와서 누워있지만, 내일은 당신 차례가 온다는 경구입니다.
타인의 죽음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날마다, 순간마다, 죽음을 의식하고, 준비하면서 사는 지혜를 깨우쳐 줍니다.
이미 배웠던 경구, Memento mori – 메멘토 모리,
오늘의 문장, Hodie mihi, cras tibi – 호디에 미히, 크라스 티비.
모든 먼저 간 사람들은 아직도 살아있는 이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스승입니다.
Carpe diem!
Bonam fortunam!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21) _ 6월 12일
잡기장은 잡문입니다. 문학의 어떤 장르에도 끼지 못하는 글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글은 잡문 중에서도 잡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내일, 6월 13일은 의미있는 날입니다. 1980년 6월 13일 (그때는 금요일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저와 저의 가족은 호주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시드니공항은 지금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직행 비행기가 없던 시절, 4살 짜리 쌍둥이 딸과 7살 먹은 아들을 데리고 우리 부부는 이틀전 김포공항을 떠나 홍콩에서 하룻밤을 자고 마침내 시드니에 도착했습니다. 저를 초청하고 여비를 보내준 호주연합교회 세계선교부총무였던 John Brown목사님 (한국이름: 변조은)이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저의 호주생활이 내일이면 꼭 40년이 됩니다.
Ashfield, Perth, Marrickville, Five Dock, Pymble, Strathfield, Burwood, 그리고 지금의 Newington까지, 서부 호주한인교회, 시드니제일교회, 시드니우리교회, 그리고 시드니 신학대학을 거쳐 은퇴한 후 시드니인문학 친구들과 사귀기 까지 호주에서의 40년 긴 여정이 이어졌습니다.
크고 작은 일들, 기쁘고 슬픈 일들, 행복하고 아픈 일들, 보람있고 아쉬웠던 과거가 주마등 처럼 지나갑니다.
지난 40년을 돌이켜보면서 저는 지난 주와 금주에, 지금은 다 어른이 된 우리집 3아이들과 제 아내 이길남과 저희를 호주로 불러주신 변조은 목사님께 각각 카드와 편지를 보냈습니다.
세 마디였습니다.
미안합니다. Sorry.
감사합니다.Thank you.
사랑합니다. I love you.
그리고 이 세 마디는 지난 40년 만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도 이렇게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는 인문학친구들에게도 전하는 저의 진솔한 속내입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Sorry.
Thank you.
I love you.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