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미생(未生) – 미완성인 인생들을 위한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
필자는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을 볼 때에 특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공감’ 입니다. 바쁜 공연 스케줄을 속에서 우연하게 보게된 드라마 한편을 통해 ‘강한 공감’을 느겼습니다. 바로 ‘미생(未生)’ 이라는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의 영어 제목은 <Incomplete Life> 라고 합니다. 풀어서 말하면 ‘미완성 인생’ 이나 ‘완성되지 않은 인생’ 이라고 할까요!‘미생’ 이라는 드라마는 2014년 10월 17일부터 tvN에서 방영중인 금-토 드라마입니다. 미생(未生)은 윤태호 작가가 다음에서 연재된 웹툰을 각색해 제작된 드라마이며 업데이트된 ‘TV 손자병법’이라고도 불립니다. 바둑을 소재로 다룬 작품으로, 바둑이 갖고 있는 특성을 절묘하게 직장인의 삶에 빗대어 인기를 끌었고 책으로도 발간되었습니다. 독자들은 이 만화를 통해 ‘나는 과연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가’라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고 위로받기도 합니다. 요즘같은 시대에 스스로에게 응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 ‘강한 공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언론 매체의 사랑도 대단해서 일간지에도 미생 기사와 작가 인터뷰가 자주 올라온다고 합니다. 만화 기사는 잘 다루지 않고 다룬다 하여도 소규모 인터넷 언론에서만 가끔 쓰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대단한 인기입니다. ‘네이버웹툰’에 항상 밀리는 다음의 자존심을 지켜준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평점 9.7점 이상의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다음 만화속 세상에서 무려 9.8의 높은 평점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만화에 대한 사무직 회사원들의 호응은 대단합니다. 심지어 이 만화가 올라오는 화요일과 금요일 아침에는 사무실에 조용히 마우스 휠 굴러가는 소리만 난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있었습니다.
2012년 9월 단행본 1, 2권이 출간되었고 1쇄 1만 부에는 저자 사인이 인쇄되어 있으며 연이어 추가 1만 부를 더 찍었다고 합니다. 1만원이 넘어가는 정가를 감안하면 불황 속에서도 이례적인 인기를 반영한 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판은 미생의 연재를 의뢰했던 ‘위즈덤 하우스’가 맡았고, 기보 해설로는 박치문 기자의 해설을 실었습니다. 이후 2013년 10월에 9권 ‘종국’으로 완결되었습니다. 완결될 때까지 1권은 13쇄가 넘어가 놀라운 판매량을 보여 주었고 2014년에 기존 9권 분량을 3권으로 만든 한정판을 내놓았고 합니다.
‘미생’은 방송 10회만에 자체 최고시청률 5.9%를 넘어서며 인기 고공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원작 만화는 주춤하던 판매량이 드라마 인기와 함께 100만권이 팔려나가는 등 부가상품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미생’ 관련 이슈가 쏟아지고 직장인들 사이 ‘미생’ 얘기는 필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갑’들의 전쟁터에 던져진 까마득한 ‘을’의 고군분투와 그 속에서 피어난 오늘날 우리 회사원들의 눈물 겨운 우정 이야기를 그린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장그래(임시완 역)는 어려서 바둑에 소질과 흥미를 보여 바둑에 인생을 걸게 됩니다. 열한 살에 바둑 연구생으로 들어가지만 결국 프로기사에 입단하지 못하고 바둑을 그만둡니다. 바둑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그는 후원자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 취직합니다. 그러나, 바둑에 실패했던 경험이 알려지면서 회사에서 왕따를 심하게 당하고 회사를 나와 군대를 다녀옵니다. 제대 후 다시 후원자의 소개로 다양한 업무가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종합상사의 인턴사원으로 또다시 세상에 뛰어 듭니다. 검정고시 출신 고졸에 취미도 특기도 없지만 신중함과 통찰력, 따뜻함을 지닌 “요즘 보기 드문 스팩(?)”의 장그래는 합리적이고 배려심 깊은 상사들을 만나 일을 배워갑니다. 그리고, 입사 P·T 시험을 거쳐 계약직이지만 정식 사원증을 목에 걸게 됩니다. 이 드라마는 한 인물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수 한수 고민해 나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으며 제목인 ‘미생’은 장그래가 스스로의 처지를 표현한 말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는 장그래를 포함한 신입사원 4인방이 주인공입니다. 네 사람은 입사 후 인턴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후 2년 계약직 타이틀을 따낸 전우들입니다. 갑의 세계에 들어간 장그래(임시완), 찌질한 남자의 세계에 들어간 잘난 여자 안영이(강소라), 칭찬 없는 세상에 들어간 모범생 장백기(강하늘), 현실 세계에 들어온 이상주의자 한석율(변요한)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이들은 실제 우리 또는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입니다.
한 언론사에서는 현실세계 인사평가자들은 이들에 대하여 어떤 평가를 내릴까라는 제목으로 드라마같은 이상적인 시선이 아닌 현실에서 바라본 ‘미생’ 속 네 명의 1년 업무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 엄무 평가에서 관계자들은 현실성이 없는 장그래가 우여곡절끝에 입사했을 경우 가장 우수한 업무평가를 받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사실 장그래의 입사는 리얼리티가 떨어지긴해도 입사했을 경우 드라마 속 업무처리라면 네 명 중 최우수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평가하며 “우선 그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에 거기서 오는 안정적 성취도와 장백기처럼 자존심을 내세우는 타입도, 안영이처럼 개인주의도 아니라 팀워크도 무너뜨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면접 당시 최고점을 받은 한석율은 뽑아놓고 나니 겉만 번지르르했다는 평을 들을 케이스라며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스타일이다. 회사서 원하는 타입은 절대 아니다”고 손사래쳤다고 합니다.
이러한 평가에 눈이 가는 이유는 요즘 사람들은 도전보다는 포기를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장그래와 같은 인물을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백기처럼 자존심만 내세우며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안영이처럼 살아남기 위한 개인주의에 빠져 있거나, 겉만 뻔지르한 한선율과 같은 스타일로만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지금 흔들리는 것, 다 괞찮다> 가운데 있는 내용입니다. “비바람 맞고, 추위를 견디고, 비를 맞고, 뜨거운 태양을 견디고, 오랜 시간 외로움을 견디며 꽃이 핀다. 세상의 어떤 꽃고 흔들림 없이 피는 꽃은 없다.” 꽃을 피우기 위해선 시련을 견뎌내고 흔들림을 참아내야 합니다. 요즘같은 ‘포기의 시대’에는 장그래와 같은 인물이 필요합니다.
사춘기 시절 좋아하던 가요가 생각납니다. ‘이진관’이 부른 <인생은 미완성> 이라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를 조금 소개합니다.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해
모든 인생은 미완성입니다. 우린 완성을 위하여 사는 인생이 아니라, 미완성인 인생을 인정하고 사는 인생이 되어야 합니다. 우린 모두가 미완성인 미생(未生)으로 살아가며 ‘Incomplete Life’ 가운데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평가하며 누가 누구를 책망하겠습니까? 주변을 한 번 들러 보십시오. 그리고 나와 같은 미완성인 인생을 섬겨 주십시오. 그럴 때 아름다운 인생의 이야기들이 전달 될 것입니다.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시편 103: 15)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메시지 컬리지’ 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messageschool.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