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변신•시골의사
원제 : Die Verwandlung · Ein Landarzt
프란츠 카프카 / 민음사 / 1998.8.31
무력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닥친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현대 사회르 살아가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소외를 매혹적인 상징과 암시로 표현해내고 있다.

– 밀란 쿤데라와 더불어 체코의 두 K로 일컬어지는 불운의 소설가 카프카의 단편 모음집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자신이 벌레로 변해 있는 상황을 통해 인간의 무기력함과 왜소함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 작품 <변신>을 포함, <판결>, <시골의사>, <가장의 근심> 등 30편 이상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 목차
1부 변신/판결/시골의사/학술원에의 보고/ 굴/법(法) 앞에서
2부 작은 우화/나무들/옆 마을/돌연한 출발/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 집으로 가는 길/귀가/ 골목길로 난 창(窓)/ 밤에/승객/회랑 관람석에서/ 황제의 전갈/가장(家長)의 근심
3부 트기/콘도르 독수리/공동체/다리/ 프로메테우스/산초 판자에 관한 진실/ 사리렌의 침묵/시(市)의 문장(紋章)/ 만리장성의 축조 때/묵은 책장/ 일상(日常)의 당혹/산으로의 소풍/ 양동이 기사
작품 해설/전영애 카프카에의 길, 카프카의 길
작가 연보

○ 저자소개 :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1883 ~ 1924)
체코 출생, 유대계 독일어 소설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현대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유대계 독일 작가.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를 다룬 소설가이다. 그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추구한 실존주의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력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닥치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20세기 세상 속의 불안과 소외를 폭넓게 암시하는 매혹적인 상징주의를 이룩했다는 평을 받는다.
프란츠 카프카는 1883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프라하의 독일어를 쓰는 중간계급의 유태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자수성가한 상인으로 기골이 크고 독선적이었던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못했다. 현실적이고 빈틈없는 아버지의 눈에는 아들의 모습이 몽상가에 불과했으며, 어린 카프카의 눈에 아버지는 지독한 일벌레에 가족은 안중에도 없이 사업의 성공에만 몰입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신분상승을 위해 어머니조차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그는 줄곧 남의 손에 의해 키워졌고, 그의 나이 두 살 때, 그리고 네 살 때 동생인 게오르크와 하인리히가 태어났지만 곧 죽고 마는 일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그의 나이 여섯 살 때인 1889년 여동생 엘리가, 또 1년 뒤에는 발리가, 그리고 그 2년 뒤에는 오틀라가 태어나지만, 이 세 자매 역시 제2차 세계 대전의 광기에 희생당하고 만다. 아버지와의 불화와 동생들의 잇단 죽음을 목격하면서 그는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다.
그의 아버지는 카프카에게 상인의 기질이 보이지 않자 독일계 인문 중고등학교에 입학시킨다. 이곳에서 카프카는 ‘루돌프 일로비, 시오니스트 후고 베르크만, 에발트 펠릭스 프리브람, 오스카 폴락 등 평생을 두고 교유하는 몇 명의 중요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1901년 프라하의 카를 페르디난트 대학에 진학한 카프카는 주로 문학과 예술사 강의에 흥미를 보였으나, 아버지의 바람대로 법학을 전공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법관이나 변호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므로, 1906년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법원에서 1년간의 수습 기간을 마친 뒤 일반 보험 회사에 입사한다.
1908년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 상해 보험 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로는 죽기 2년 전인 1922년까지 그곳에서 법률고문으로 근무하는 한편, 오후 2시에 퇴근하여 밤늦도록 글을 썼다. 이 무렵 유럽의 노동 환경은 무척 열악했다. 카프카는 공무 출장과 노동자들과의 접촉 등 이곳에서의 업무를 통해 관료기구의 무자비성,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대우와 이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직접 체험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내면을 속속들이 꿰뚫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카프카가 자신의 작품에서 개인의 소외와 무력감에 대해 보여주는 깊은 통찰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19년 각혈을 했으나 의사의 진찰을 거부하다 증세가 악화되어 결국 요양소와 여동생들의 집을 전전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그는 죽을 때까지 함께한 도라 디만트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비로소 일찍이 맛보지 못한 삶의 애착과 행복을 경험한다. 도라는 그의 곁을 밤낮으로 지키며 간호했지만 1924년, 병약하고 내향적이었던 그는 자신에게 부과되는 출세,결혼 등의 중압감에 쫓기며 글을 쓰다가 폐결핵에 영양부족까지 겹쳐 41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에 이른다.

카프카는 평생 불행하게 지냈다. 프라하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던 독일인에게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유대인들로부터는 시온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배척받았다. 생전에 카프카는 출판업자들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발표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를 꺼렸으며, 발표된 작품들도 대중의 몰이해 속에 거의 팔리지도 않았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친구에게 보낸 유서에서 자신의 모든 글을 불태워줄 것을 부탁했을 만큼 쓰는 것 외의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세계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은 타계후 전 세계에 알려졌다.
1912년에 『실종자』(후에 『아메리카』로 개제), 『변신』을 쓰기 시작했고, 1914년에는 『유형지에서』와 『심판』 집필에 들어갔다. 1916년에는 단편집 『시골 의사』 등을 꾸준히 집필하나 폐결핵 발병과 연이은 파혼, 그리고 부자 갈등으로 인한 신경쇠약 증세로 1920년 말부터 1년 정도 휴식기를 보낸다. 1922년 1월 미완의 장편소설 『성』을 집필하기 시작하고, 같은 해 2월 단편소설 『단식 광대』를 완성하나 이후 폐결핵이 악화돼 1924년 6월 3일 빈 교외의 키어링 요양원에서 사망했다. 『변신』 외에 대표작으로 『심판』, 『성 : 城』, 『실종자』, 『유형지에서』,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시골의사』,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 등 다수가 있다.
– 역자 : 전영애
서울대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동 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의 수석연구원, 뮌헨 대학교의 초빙교원을 겸임했다. 2011년 바이마르에서 ‘괴테금메달’을 수상했다.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 – 파울 첼란의 시』 『괴테와 발라데』 『서·동 시집 연구』(공저) 『독일의 현대문학 – 분단과 통일의 성찰』 등 많은 저서를 펴냈고, 시에 관한 네 권의 연구서를 독일에서 펴내기도 했다. 『카프카, 나의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를 위한 무지개』 등의 시집을 국내와 독일에서 펴냈으며, 『괴테 시 전집』 『서·동 시집』 『데미안』 『변신·시골의사』 『나누어진 하늘』 『보리수의 밤』 등 6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 책 속으로
처음 두 주일동안에 그의 부모는 그에게로 돌아올 염두조차 못 내었고 누이가 지금 하는 일을 전적으로 인정해주는 소리를 자주 듣었다. 그때까지는 누이는 별 쓸모 없는 계집아이로 보였었기 때문에 누이에 대해 화를 내는 일이 잦았는데 이제 아버지와 어머니 두분이 자주 누이동생의 방을 치우는 동안 그레고리의 방 앞에서 기다렸고, 누이는 방에 나오는 대로 곧장 방이 어떠했는지, 그레고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이번에는 그가 어떤 처신을 했는지. 그리고 혹시 조금이라도 나아진 점이 보이는 지 어떤지를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 해 주어야 했다. — p.44
‘이보세요, 이게 뒈졌어요, 저기 누워 있는데요, 아주 영 뒈졌다니까요!’
잠자내외는 부부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아, 가정부가 저하는 말을 이해하기에 앞서 그녀의 기습에 대한 놀라움을 삭여야 했다. 그러고 나서 내외는 각자 자기 편에서, 황급히 침대에서 나왔는데, 잠자 씨는 이불을 어깨에 둘러쓴 채로, 잠자 부인은 잠옷바람으로 였다. 그렇게 그들은 그레고르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 사이에 하숙인들이 들어오고부터는 그레테가 자게 된 거실의 문도 열렸다.
그녀는 전혀 자지 않았던 것처럼 완전히 옷을 입고 있었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도 그 점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죽었다고?’하며 잠자 부인은, 모든 것을 직접 살펴볼 수 있고, 도 살펴보지 않고도 알아볼 수 있건만, 물으면서 가정부를 쳐다보았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요,’하며 가정부는 증거로 그레고르의시체를 빗자루로 옆으로 좀더 멀리 밀어붙였다. 잠자 부인은 빗자루를 못 내밀게 하려는 듯이 움직였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아’ 하고 잠자씨가 말했다.
‘이제 우리는 신에게 감사할 수 있겠다.’그가 성호를 그었고 세 여자가 그를 따라 그렇게 했다. — p.73-74
‘아!’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구나. 처음에는 하도 넓어서 겁이 났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드디어 좌우로 멀리에서 벽이 보여 행복했었다.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양쪽에서 좁혀드는지 나는 어느새 마지막 방에 와있고, 저기 저 구석에는 덫이 있어, 내가 그리로 달려 들어가고 있다’ -‘너는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돼’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 — p.173
그의 등에 박힌 썩은 사과아, 온통 부드러운 먼지로 덮인 곪은 언저리도 그는 어느덧 거의 느끼지 못했다. 감동과 사랑으로써 식구들을 회상했다. 그가 없어져 버려야 한다는 데 대한 그의 생각은 아마도 누이동생의 그것보다 한결 더 단호했다. 시계탑의 시계가 새벽 세시를 칠 때까지 그는 내내 이런 텅 비고 평화로운 숙고의 상태였다. 사위가 밝아지기 시작하는 것도 그는 보았다. 그러고는 그의 머리가 자신도 모르게 아주 힘없이 떨어졌고 그의 콧구멍에서 마지막 숨이 약하게 흘러나왔다. — p.73
그러나 그러는 대신 그는 속절없이 애만 쓰고 있다. 아직도 그는 가장 깊은 내궁의 방들을 힘겹게 지나고 있는데, 결코 그는 그 방들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설령 그 방들을 벗어난다 해도 아무런 득이 없을 것이니, 계단을 내려가기 위해 그는 또 싸워야 할 것이고, 설령 싸움에 이긴다 해도 아무런 득이 없을지니, 뜰을 지나야 할 것이고 뜰을 지나면 그것을 빙 둘러싸고 있는 제2의 궁전이 있고, 다시금 계단들, 궁전들이 있고, 또다시 궁전이 있고, 등등 계속 수천 년을 지나 드디어는 가장 바깥쪽 문을 뛰쳐나온다면 – 그러나 결코,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 – 비로소 세계의 중시므 그 침전물이 높다랗게 퇴적된 왕도가 그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 p.190, p.4-15
<작은 우화>
‘아!’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구나. 처음에는 하도 넓어서 겁이 났는데 자꾸 달리다보니 드디어 좌우로 멀리에서 벽이 보여 행복했었다.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양쪽에서 좁혀드는지 나는 어느새 마지막 벽에 와 있고 저기 저 구석에는 덫이 있어. 내가 그리로 달려 들어가고 있다.’ — ‘너는 달리는 방향을 바꾸면 돼.’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어먹었다. — p.173
<작은 우화>
‘아!’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구나. 처음에는 하도 넓어서 겁이 났는데 자꾸 달리다보니 드디어 좌우로 멀리에서 벽이 보여 행복했었다.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양쪽에서 좁혀드는지 나는 어느새 마지막 벽에 와 있고 저기 저 구석에는 덫이 있어. 내가 그리로 달려 들어가고 있다.’ — ‘너는 달리는 방향을 바꾸면 돼.’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어먹었다. — p.173

○ 출판사 서평
– 20세기 문학의 시작, 현대문학의 신화가 된 카프카의 불멸의 단편들!
프란츠 카프카는 20세기 문학의 한 특징적 징후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카프카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삶,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삶 속애서 인간에게 주어진 불안한 의식과 구원에의 꿈 등을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고 단순한 언어로 형상화했다. 그의 작품들은 그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추종자들을 낳았고 그 행렬은 21세기에도 끊임없이 뻗어나갈 것이다. 그의 문학적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한 예는 독일의 문예용어사전 및 독일어사전에 <카프카적 kafkaesk>이라는 낱말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단편선집에는 독자들에게 <카프카적>인 것에 이르는 가장 믿을 만한 안내서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선정된 32편의 중단편 소설들이 실려 있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그의 대표작 「변신」을 비롯하여 「판결」, 「시골의사」(이 두 작품은 카프카 스스로도 만족했던 작품이다), 「굴」(이 작품은 카프카가 죽기 전 원고들을 불태우게 할 때 유일하게 제외시켰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등 카프카 문학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