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A Streetcar Named Desire
감독) 엘리아 카잔 / 주연) 비비언 리, 말론 브란도, 킴 헌터, 칼 말덴 /1951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A Streetcar Named Desire)는 1951년 개봉한 미국의 드라마 영화이다. 엘리아 카잔이 감독을, 테네시 윌리엄스가 각본을 맡았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동명 희곡이 영화의 원작이다. 제1회 베네치아 영화제(1951)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다. 1999년 미국 국립영화등기부에 등재되었다.
블랑쉬 (비비안 리)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미국 남부 항구도시인 뉴 올리언즈에 도착한다. 명문가문 출신인 그녀는 이 퇴락한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를 하고 여동생의 좁고 허름한 아파트를 수소문해 찾아간다. 여동생의 남편, 스탠리 (마론 브란도)는 폴란드 출생의 노동자로 다혈질에다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이며 음주와 도박을 일삼는 난폭한 사내이다. 그는 뭔가 환상을 쫓고 있는듯하고 자신이 경멸하는 것같은 블랜치에게 처음부터 적개심을 갖게 되었다. 확실히 블랜치는 이 도시가 어울리지 않다.
현실을 쉽게 받아들여 현실에 녹아들 수 없었던 그녀는 자꾸 자신의 내부로 도피 하려고만 했고 이러한 블랜치를 스탠리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 그래도 스탠리의 친구 미치는 블랜치에게 관심이 간다. 그녀와 데이트도 하고 그녀를 자기의 어머니에게 소개하려고도 한다. 그러나 스탠리의 방해로 미치는 불랜치의 곁을 떠나고, 스텔라가 아이를 출산하러 병원에 간 사이, 스탠리는 블랜치를 능멸한다. 스텔라의 집앞에 의사와 간호원이 기다리고 있다. 블랜치를 정신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따라나서기를 거부하던 블렌치는 의사의 친절한 말에 이끌려 결국 따라나선다.
○ 제작 및 출연
– 제작진
.감독: 엘리아 카잔
.각본: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출연: 비비언 리, 말론 브란도, 킴 헌터, 칼 말덴
.제작: 찰스 K. 펠드만 (Charles K. Feldman)
.촬영: 해리 스트레들링 시니어 (Harry Stradling Sr.)
.음악: 알렉스 노스 (Alex North)
.편집: 데이비드 와이스바트 (David Weisbart)
.미술: 리처드 데이 (Richard Day), 조지 제임스 홉킨스 (George James Hopkins)
.의상/분장: 고든 바우 (Gordon Bau), 레이 포맨 (Ray Forman), 오티스 말콤 (Otis Malcolm), 하젤 로저스 (Hazel Rogers)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개봉일: 1951년 9월 9일 (베네치아 영화제), 1951년 9월 18일 (미국), 1957년 4월 19일 (대한민국)
– 출연진
비비안 리
말론 브란도
킴 헌터
칼 말든
루디 본드
닉 데니스
페그 힐리어스
라이트 킹
리처드 가릭
앤 데르
에드너 토마스
믹키 컨
– 수상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에 12개 부문 추천되어 4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주연여우상, 주연남우상, 조연여우상).
○ 줄거리
쇠락한 남부 명문가 출신의 블랑쉬 드부아는 실패한 결혼과 부모의 죽음, 집안의 몰락 등으로 인한 상처를 지닌 채 결혼한 동생 스텔라 집에서 머물기 위해 뉴올리언스로 온다. 스텔라는 폴란드 노동자 출신의 스탠리 코왈스키와 결혼한 상태였고, 블랑쉬는 부부의 허름한 집과 거친 스탠리의 태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고 스탠리도 그녀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된다. 스텔라도 언니의 편은 들지만 임신한 상태에서 스탠리에게 폭행을 당했음에도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키스하는 등, 다소 사랑에 눈이 먼 모습을 보인다.
블랑쉬는 사실 허언증 비슷한 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계속 텍사스에 사는 백만장자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는 둥 허황된 욕망을 마치 진실인것 마냥 이야기하고 이를 꿰뚫어본 스탠리는 더욱 그녀를 못 견뎌한다. 그녀는 스탠리의 친구인 밋치와 사귀게 되고 둘의 관계는 결혼을 이야기하는 단계로 발전하는데, 블랑쉬가 고향에서 온갖 남자를 유혹하고 성매매 업소로 유명한 플라밍고 호텔에서 묵었다는 등등의 소식을 접한 스탠리는 밋치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하고 결국 밋치는 블랑쉬와 헤어진다.
이로 인해 스탠리와 스텔라는 크게 다투지만 스텔라가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가며 싸움은 일단락된다. 이후 스텔라가 병원에 있는 사이, 부부의 아파트에 블랑쉬와 스탠리 단 둘만이 남게 되자 스탠리는 블랑쉬를 강간한다.
블랑쉬는 이 일로 충격을 받아 미쳐버리고, 스텔라는 그런 언니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기에 결국 정신병원에 보내버린다. 원작은 정신병원 의사에게 끌려나가는 블랑쉬, 아이를 안은채 울부짖으며 주저앉는 스텔라와 그녀를 위로하는 척하며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푸르는 스탠리,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카드 게임에 대해 얘기하는 그의 친구들을 비추며 마무리 된다.
○ 원작자 ‘테네시 윌리엄스’ (Tennessee Williams, 1911 ~ 1983)
테네시 윌리엄스 (Tennessee Williams, 1911년 3월 ㅛ26일 ~ 1983년 2월 25일)는 미국의 극작가이다. 아이오와 주립 대학에서 극작을 공부하고, 그 후 희곡·시·단편 등을 썼다. 그의 작품의 무대는 그가 태어난 남부 지방이 대부분이며 그 곳에서 과거의 생활을 그리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슬픔을 시적으로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극으로 상연되고 있다.
– 작품 세계
그는 전후 (戰後)를 대표하는 미국 극작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시적인 대사 표현력은 극적인 분위기와 정서를 무대상에 풍기는 데 있어 발군의 힘을 갖는 작품이다. 한때는 모든 희곡이 윌리엄스조 (調)로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염려할 정도였다. 여성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절묘한 맛을 풍기고 있는데, 그 밑바닥에는 감춰진 잔혹성과 같은 것이 있다. 왜냐하면 그가 그려내는 여성의 운명은 비참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시대의 그는 학생, 방랑생활, 구두 세일즈맨 등 어수선한 생활을 했는데, 최초의 장편희곡 <천사들의 싸움> (1940)은 그룹 시어터가 채택하여 보스턴에서 시연 (試演)까지 했으나 브로드웨이에서의 공연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 후에도 여러 일에 손을 대어 지방극단을 위해 1막물 등을 쓴 후, 1945년에 상연된 <유리 동물원>의 대성공으로 일약 유명해졌다. <유리 동물원>은 남부를 배경으로 과거의 추억을 고수하는 어머니와 부끄러움이 많은 젊은 불구의 처녀, 그리고 생활의욕에 불타는 청년의 꿈과 좌절을 그린 매우 시적 (詩的)인 극이다.
대표작으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1947), <여름과 연기> (1948), <장미의 문신> (1951),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1955) <하늘에서 내려온 오르페우스> (1957), <청춘의 달콤한 새> (1959), <이구아나의 밤> (1962) 등이 있고, 양상과 형태가 다른 작품으로는 <카미노 레알> (1953), <지난 여름 갑자기> (1958)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그로테스크한 내용을 취급하고 있다.
근작으로는 <밀크 열차는 이제 이곳에 서지 않는다>, <작은 배의 위험신호> (1972) 등이 있지만 과거의 빛은 사라진 듯하다.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내용
미국 남부 농장의 지주인 블랑슈 뒤부아 (Blanche Dubois)는 어린 시절 결혼한 남편의 충격적인 죽음과 농장의 몰락으로 받은 정신적인 고통을 남자들과의 욕정으로 채워나가던 여자이다. 고향에서 쫓겨나다시피 해서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에 남편과 살고 있는 동생 스텔라 코왈스키 (Stella Kowalski)의 집에 예고 없이 찾아간다. 블랑슈는 그녀의 과거를 숨긴 채 우아하고 순결한 여자처럼 행동한다. 그런 그녀의 실상을 눈치 챈 스텔라의 남편 스탠리 코왈스키 (Stanley Kowalski)는 그녀와 꾸준히 갈등을 빚게 된다.
블랑슈가 도착한 다음날 스탠리는 그의 친구들과 포커게임을 하던 와중 취해서 부인 스텔라를 때리는 바람에 겁에질린 스텔라와 블랑슈는 이층 주민 유니스 (Eunice)의 집으로 도망간다. 다음날 스탠리가 울며 빌자 스텔라가 집으로 돌아가 스탠리에게 안기는것을 보고 블랑슈는 스탠리의 폭행에 대해 야만인이라 칭하지만 스텔라는 듣지않고 스탠리와 애정행각을 벌인다.
스탠리와 블랑슈의 갈등은, 스탠리가 블랑슈와 사귀게 된 그의 친구 미치 (Mitch)에게 그녀의 과거와 거짓 증언을 알려주며 둘의 결혼이 무산됨으로써 최고조에 이른다. 스텔라가 아이를 낳으러 가고 블랑슈와 스탠리가 단둘이 대면할 때 블랑슈는 강간을 당하고 결국 블랑슈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블랑슈는 의사에게 그녀의 명대사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는 항상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하며 살아왔어요”
(Whoever you are, I have always depended on the kindness of strangers.)라는 말을 남긴다.
○ 서적소개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테네시 윌리엄스 / 민음사 / 2007.11.20)
미국 현대 희곡의 거장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유리 동물원』과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등, 테네시 윌리엄스는 발표하는 희곡 대부분이 연극 공연은 물론, 영화화될 정도로 1950년대, 1960년대 미국인들의 자화상을 실감나게 그리며 현대 멜로드라마의 대표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몰락한 남부 귀족 가문의 블랑시 두보아를 주인공으로,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물과 현실에 철저하게 적응해 동물적으로까지 보이는 인물 간의 극단적인 대립을 상징적인 무대장치와 시적인 대사를 통해 감각적으로 보여 준다.
초연 당시 855회나 연속 공연되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으며, 테네시 윌리엄스는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과 뉴욕 극비평가상을 수상하였다.
– 목차
1장~11장
작품 해설 – 김소임
작가 연보
– 저자소개 : 테네시 윌리엄스 (Thomas Lanier Williams, 1911 ~ 1983, 본명 : 토머스 러니어 윌리엄스)
1911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외조부의 목사관에서 평온하게 생활하다 도시로 이주하면서 도시 빈민가 생활에 큰 충격을 받는다. 이때 독서와 글쓰기를 도피처로 삼게 되었다. 1935년에 소극 『카이로, 상하이, 봄베이』라는 작품을 완성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깨달은 윌리엄스는 아이오와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1939년에 자신의 이름을 ‘테네시 주’에서 따와 테네시 윌리엄스로 개명한다.
1944년에 발표한 『유리 동물원』이 성공을 거두며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이 작품으로 뉴욕 극비평가상을 수상하였다. 다음 작품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가 퓰리처상과 뉴욕 극비평가상을 수상하면서 유진 오닐 이후 최고의 미국 극작가라 불리게 된다. 1955년에 발표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역시 퓰리처상과 뉴욕 극비평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그 밖에 『장미 문신』(1951), 『카미노 레알』(1953), 『우유 기차는 이제 여기 멈추지 않는다』(1963), 『비유 카레』(1977), 『여름 호텔을 위한 의상』(1980) 등 많은 희곡을 발표했다.
세속과 타협하지 못하는 예술가적 기질을 지닌 인물이 파멸해 가는 이야기 통해 약육강식의 사회구조를 드러내며 비판을 가하는 글을 즐겨 썼다. 윌리엄스 역시 자신이 그려 낸 작품 속 등장인물들처럼 극적인 삶을 살다가 1983년 2월, 뉴올리언즈의 한 호텔방에서 타계했다.
– 역자 : 김소임
이화여대에서 영어영문학을 공부하고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매디슨)에서 영문학 석사, 에모리 대학교에서 사무엘 베케트 연구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사무엘 베케트』(공저), 『연극의 이해』(공저),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의 세계』, 『영문학으로 문화읽기』, 『현대 영어권 극작가 15인』, 『그리스.로마극의 세계 1』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해롤드 핀터의 『귀향』, 아놀드 웨스커의 『부엌』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 새로운 세기에 맞춰 재탄생한 20세기 희곡의 고전, 현실성을 살린 새로운 번역과 국내 저작권 독점 계약 판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1950년에 극단 신협이 우리나라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이래 연극 공연을 비롯하여 희곡집으로도 꾸준히 소개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작가 측과 직접 계약한 번역본은 없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저작권을 갖는 책이다.
희곡은 연극의 대본인 만큼 현실적인 언어로 쓰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문학적 언어를 포기할 수 없기에 희곡 번역은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그동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었지만 지나친 문어체를 사용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말투를 사용함으로써 연극 대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 이번에 출간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해롤드 핀터와 사뮈엘 베케트 등 현대 영미 희곡 번역에 힘써 온 김소임 교수(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부)가 번역하였으며, 현실 상황에 충실하면서도 문학적인 언어를 조화롭게 사용하여 새로운 번역 희곡의 표본을 제시한다. 주인공 이름인 Blanche Dobois는 인물의 성격을 살려 프랑스어 발음인 ‘블랑시’로 표기하였다. 또한 블랑시와 스탠리, 스텔라와 스탠리의 대화는 이들 간의 관계에 맞추어 다른 번역본과는 달리 존대를 쓰지 않았다.
. 우리 모두의 초상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난 언제나 낯선 사람의 친절에 의지해 왔어요.”
전형적인 미국 남부의 백인 블랑시는 집안 대대로 살아온 저택 ‘아름다운 꿈’, 벨 리브를 잃은 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뉴올리언스의 ‘극락’이라는 지역을 찾는다. 하지만 동물적인 본성만 지닌 남자 스탠리가 지배하는 그곳은 ‘극락’이 아니다. 블랑시는 꿈같은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스탠리와 결혼해 현실에 적응한 동생 스텔라와 생활하며 서서히 파멸한다. 어린 남편의 자살과 가족들의 잇단 죽음, 잃어버린 고향, 절망적인 과거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블랑시 자신의 예민한 기질과 현실의 폭압 아래 번번이 좌절된다. 과거의 영욕은 잊고 현재만을 생각하려는 스텔라를 사이에 두고 블랑시와 스탠리는 날카롭게 대립하며 둘의 갈등은 극단을 향해 치닫는다. 스탠리는 현실을 잊기 위해 육욕만을 좇던 블랑시의 과거를 들추어내 미치와의 결혼을 무산시킨다. 스텔라가 출산하러 간 사이 스탠리와 블랑시단 둘이 남겨지고, 스탠리는 블랑시를 결국 겁탈한다. 스탠리의 폭력에 정신을 완전히 놓아 버린 블랑시는, 동생 스텔라와 자신을 파멸시킨 스탠리, 그리고 그녀를 비정상적인 사람으로만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블랑시 두보아라는 독특한 여성 인물을 만들어 냈다. 블랑시는 섬세하고 서정적이며, 전통과 문화를 아는 교양인이지만 냉혹한 현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적응하지도 못하며 환상이나 과거, 때로는 방탕함에 자신을 내맡긴다. 꿈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현실에 비참히 깨지는 인물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다른 작품들, 『유리 동물원』의 아만다나 『여름과 연기』의 앨마 등에게서도 발견된다. 가족 중 정신병력을 가진 사람이 많았던 작가의 개인적 체험도 반영되어 있지만, 이들 인물은 세계대전이 끝난 뒤 급격히 변한 현대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변한다. 작가는 일련의 인물들을 통해 이재에 밝지 못하고 경쟁에서 낙오하면 가차 없이 도태당하는 현대 산업사회가 과연 정당한가를 묻는다. “난 언제나 낯선 사람의 친절에 의지해 왔어요.”라는 블랑시의 읊조림은 단순한 연민을 넘어 무자비한 현대사회에 대한 냉소와 분노를 자아내며, 자신은 진실을 말한 것이 아니라 ‘진실이어야만’ 하는 것을 말했다는 블랑시의 주장은 타락한 상황에서도 위엄을 드러낸다.
블랑시와 대척점에 놓인 인물이 스탠리이다. 강인하고 육적이며 현실적인 힘의 논리를 드러낸다. 현실은 스탠리와 그 친구들의 여흥인 포커나 볼링 게임처럼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또한 스탠리의 삶의 원천은 여성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스탠리는 삶의 중심이 여자와 나누는 쾌락이었다. 의존적이며 유약한 탐닉이 아니라 암탉에 둘러싸인 화려한 깃털을 가진 수탉이 지닌 힘과 자존심으로 쾌락을 주고받는다.” 아내 스텔라와의 관계도 이에 기초하여 스텔라는 스탠리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날 밤에도 여지없이 잠자리를 함께하며, 자신의 언니를 파멸한 장본인이 스탠리임을 예감하면서도 곁에 남는다.
이 극단적인 두 인물 사이에서 스텔라와 미치는 가장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로 등장한다. 스텔라는 언니를 사랑하지만 스탠리가 주는 육체적, 정신적 만족도 거부하지 못하며 현실에서 완전히 버림받은 언니를 선택하는 대신 승리자인 스탠리와 함께한다. 블랑시와 결혼까지 생각한 미치 역시 그녀의 타락한 과거를 알고 나서는 길거리의 여자로 취급하며, 블랑시가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것을 바라만 본다. 이 극에서 가장 현실성 있는 인물 두 사람이 꿈같은 환상(블랑시)를 애타게 바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냉혹한 현실(스탠리)에 편승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이 모습이 우리 모두의 초상이라며 냉소한다.
. 현실보다 밀도 있는 연극이라는 인생 무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현실을 현장감 있게 그려 내려는 사실주의에 기초하면서도 풍부한 상징과 시적 이미지가 넘친다. 블랑시의 감성적인 언어뿐만 아니라 무대장치, 소품, 인물의 의상, 조명 등을 통해서 작가는 관객의 공감각에 호소하는 무대를 만든다. 이 극의 제목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실제로 뉴올리언스에서 운행하는 전차 이름이다. 블랑시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묘지’라는 이름의 전차로 갈아탄 다음 ‘극락’이라는 곳에 와서 동생을 만난다. 블랑시는 남편과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의 반대 축으로 ‘욕망’을 택했지만, 결국 ‘묘지’의 기차를 타게 된다. 이 극에서 가장 큰 아이러니로 강조되는 것은 블랑시가 도착한 곳이 결코 ‘극락’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목뿐 아니라 소품으로 사용된 ‘종이 등’도 상징성을 지닌다. 종이 등은 알전구 앞에서 자신의 초라한 실체를 보이고 싶지 않은 블랑시의 마음을 상징한다. 하지만 극의 마지막으로 가면서 종이 등은 찢겨 나가 알전구가 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블랑시의 환상이 깨지고 자신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극의 상징은 곧 테네시 윌리엄스의 삶이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아버지는 술 마시고 포커 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인 반면, 어머니는 아주 예민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모계에 정신 병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으며, 누나인 로즈도 결국 정신분열증으로 전두엽 절제 수술을 받고 평생 금치산자로 살아간다. 테네시 윌리엄스 자신과 더불어 주변 인물들은 작품에서 주요 등장인물로 그려지며, 『유리 동물원』의 아만다는 로즈의 분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윌리엄스는 미국 남부 사람 특유의 향수를 간직하며, 사라져 가는 낭만에 대한 그리움과 각박한 현실을 극단적인 대립을 통해 그린다.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남부 지역은 블랑시가 ‘벨 리브’를 이상화하듯이 현실로부터 유리되었지만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곳이다.
이런 작가의 현실 의식은, 1960년대에 들어와 흑인 해방, 여성 해방, 베트남전쟁 반대 등 사회적 이슈를 담은 새로운 작가들이 주목받으면서 낡은 이상으로 비쳐지며 외면받는다. 동성애적 성향과 미국 남부에 대한 향수 등 ‘정상’적이지 않은 기질을 지닌 테네시 윌리엄스 역시 자신이 만들어 낸 등장인물처럼 현실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술과 마약에 탐닉하다 호텔방에서 병마개가 목에 걸려 세상을 떠난다. ‘친절을 베풀어 줄 낯선 사람’도 곁에 없이 외롭게 세상을 등진 것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의미를 지닌다면, 인간 본연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에서 우러난 작가의 의식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비단 남부 출신의 환상에 빠진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거짓으로라도 만들어 내려 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내가 바로 블랑시 두보아”라고 한 테네시 윌리엄스의 말은 큰 울림을 남긴다.
– 추천평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테네시 윌리엄스는 ‘성공’이라는 전차에 올라탔다. – 《뉴욕타임스》
테네시 윌리엄스의 어떤 작품도 이보다 비극적일 수 없다. – 아서 밀러
서정적이고 인간적이며 비극적이면서도 재미있다. – 프란시스 코폴라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