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40)

‘다시 보기’ ‘다시 듣기’ ‘다시 읽기’
우리는 이미 여러 번 읽었던 경전이나 고전도 가끔은 거듭해서 다시 읽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읽을수록 새롭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똑같은 성경도 20대, 30대, 60대, 70대, 나이에 따라, 읽을 때 마다,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쳤던 새로운 것, 다른 것이 보였습니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나이나 경험, 환경이나 상황의 변화는 우리의 이해나 느낌, 감동이나 적용을 새롭게 해 줍니다. 젊었을 때, 신학생 때, 처음 목사가 되었을 때, 이민목회를 처음 시작했을 때, 그리고 은퇴한 지금, 똑같은 성경이지만 읽고 또 다시 읽으면 새로운 세계가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런 안목의 변화는 성경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책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는 잡기장에서도 그렇지만 다른 때도 가끔 책소개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전에 벌써 읽었는데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도 저는 그리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또 읽어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종교적 경전과 마찬가지로, 논어나 맹자, 노자나 장자, 대학이나 중용, 그리고 세익스피어나 유고, 톨스토이가 토스토옙스키 등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다시 읽으면’ ‘새로운 교훈과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똑같은 ‘소크라테스의 변명’도 학생 때 읽었던 경험과 가르치는 나이가 되어서 읽었던 렛슨이 아주 다른 것을 깨우친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독서는 나이와 경험, 상황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제각기 다른 의미와 중요성을 전달해 줍니다. 그래서 ‘다시 읽기’는 참 중요합니다.
음악과 미술도 마찬가지 입니다. 바하, 헨델, 베토벤, 모짜르르, 슈베르트, 차이콥스키, 와그너, 브람스, 슈만, 쇼팡, 멘델스존, 리스트, 베르디, 슈트라우스, 비발디, 푸치니, 로씨니, 그리그, 비제, 구노…. 수없이 거듭 들어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따른’ 새로운 위로와 교훈과 용기와 깨우침을 줍니다. 그래서 ‘다시 듣기’는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질 것입니다.
미술의 세계 역시 똑같습니다. ‘다시 보면 볼수록’ 감추어 있던 새로운 세상이 보여집니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다빈치, 라파엘로, 루벤스, 렘브란트, 샤갈, 달리, 모네, 마네, 고호, 고갱, 마그리트, 피카소, 김홍도, 신윤복, 장승업,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김기창, 백남준 등등… 모두 마찬가지 입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유투브를 통해서 다시 찾아 봅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달라졌기에, 그들의 작품들도 달리 보입니다.
영화도 그렇습니다. 퀘바디스, 사운드 오브 뮤직, 미션, 인생은 아름다워, 엘 시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로마의 휴일, 콰이강의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 벤허, 십계, 쉰들러 리스트, 춘향전, 서편제… 처음 보았을 때, 젊었을 때, 그리고 나이들어 보았을 때, 그 느낌과 감명은 결코 똑같은 것이 아닙니다. 똑같은 영화인데도 슬플 때, 힘들 때, 기쁠 때, 행복했던 순간에 따라 마음에 와 닫는 장면과 그 감명은 한결같질 않습니다.
똑같은 ‘사운드 오브 뮤직’도 초등학교 저학년인 우리 작은 손녀들은 폰 트랩 대령의 막내 딸, 5살 짜리 그래틀이 다친 손가락을 내밀 때 울적입니다. 하이 스쿨 손녀들은 우편 배달하는 랄프를 좋아하는 맏 딸 리즈에게 눈이 꽂힙니다. 3,40대 여성들은 주인공인 수녀 마리아를, 50대 남자들은 남자 주인공 폰 트랩대령의 말과 행동과 줄거리를 따라 감동을 받습니다. 그러나 6,70대에 들어서면 마침내 에델바이스를 넘어서서 새로운 자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인생이라 무엇인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은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할까?’ 그러면서 우리는 그 영화 한편을 통해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인생과 역사 안에 있는 사랑과 희망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은 나이를 더해가고 경륜을 보태가면서, 똑같은 것도 달리 보게 되고, 높이 보게 되고, 깊이 볼 줄 알게 되고, 또 넓게 보는 눈과 마음과 지혜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그래서, 우린 책도 ‘다시 읽고’ 음악도 ‘다시 듣고’ 그림도 ‘다시 보아야’합니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져서 ‘다시 보기’ ‘다시 듣기’가 아주 손쉬워졌습니다. TV에서는 뉴스, 연예, 다큐, 영화, 뮤지컬 등등 거의 모든 것을 ‘다시 보기’로 안내해 줍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럭다운이 길어지면서, 이렇듯 꼼짝 못 할 때는 ‘다시 보기’ ‘다시 듣기’ ‘다시 읽기’가 어떨까 싶어서 드리는 말씀 입니다.
지난 해,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우리 시드니 인문학 교실이 제대로 모이질 못하고, 모였다 쉬었다 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늘까지 저는 인문학 라틴어 60번에 잡기장 140번, 그래서 모두 200 쪽의 어줍잖은 글들을 우리 카톡방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몇몇 아는 분들에게 ‘전달’해 왔습니다.
‘말이 많으면 실수도 많은 법’이라 ‘그만 둬야지’ 하면서도, 평생 말하는 것으로 먹고 살아온 재주 밖에는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인지 끝내질 못하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참고 읽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겸손해서가 아니라, 다시 읽어보니 진짜로 부족하고 부끄러운 글들이 수두룩했습니다.
말은 뱉어버리면 내 말이 아니고, 글은 써버리고 나면 내 글이 아니라고 하는데, 정말 부끄럽기도 하고, 수습 불가능한 것들도 있어서 한숨이 나옵니다.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저를 포함한 우리네 한국인들은 대체로 말이 많은 편입니다. 조선시대, 주자학을 중심한 당파 싸움 후에는 말싸움이랄 수 있는 공리공론으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실력은 부족하면서도, 큰소리 치고, 목소리 크고,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득세하던 시대적 경험을 해 왔습니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서양사람들은 총으로 싸운다는데, 명분을 쫓아가는 우리 한국인들은 주로 말과 글로 싸우는데 익숙한 사람들인지라 자꾸 뒤로 밀린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남 말 할것 없이 저부터 이번 주말에는 ‘다시 읽고’ ‘다시 보고’ ‘다시듣고’ 다시 생각하리라, 또 한번 더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Carpe Diem !!!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