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새정부 윤곽 발표, 총리 대행에 모하마드 하산
20여개국 화상회의, ‘탈레반 정부, 행동으로 평가받을 것’ 비판적 관여 입장
미 “탈레반 정부, 국제사회 구성원으로 인정 안 해”
미군 철수와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 정부의 윤곽을 발표했다.
9월 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 등 내각 명단을 공개했다.
하산은 탈레반이 결성된 남부 칸다하르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탈레반의 최고 위원회인 레흐바리 슈라를 이끌었다. 그는 군사 업무보다는 종교 관련 분야에서 주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과거 통치기 (1996∼2001년) 때는 외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맡기도 했다.
다만 그간 정부 수반 후보로 거론됐던 압둘 가니 바라다르에 비하면 무게감이 크게 떨어지는 인물이다. 바라다르는 새 정부에서 부총리 대행을 맡는다.
이날 탈레반 발표에 앞서 인도 NDTV는 하산의 정부 수반 내정 소식을 전하며 이번 인선은 조직 내 정파들이 경쟁 끝에 타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9월 3일 출범식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정이 미뤄져 왔다. NDTV는 그 이유에 대해 바라다르 측, 탈레반의 연계 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 칸다하르 정파, 동부 지역 반독립 조직 등이 권력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발표된 내각 구성은 ‘과도 정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2001년 미국의 침공에 의해 정권에서 밀려난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군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으며 지난달 15일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정부 측의 항복을 받아냈다. 탈레반은 이후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유화책을 내놓으며 새 정부 구성을 준비해 왔다.

이런가운데 7일 주요 각료 명단을 발표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과도정부에 대해 국제사회가 비판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관여의 끈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독일 람스테인 미군 기지에서 탈레반 과도정부의 출범 이후 국제사회의 공조를 위해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20여개국이 참여한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의 뒤 탈레반 과도정부는 “그 행동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어떠한 합법성, 어떠한 지지도 자격이 되어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사회로부터 합법적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그에 걸맞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과도정부 구성을 봤을 때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한 필수적인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며 “포용성이라는 시험에 분명 충족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이날 회의가 탈레반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에 관한 “국제적 공조의 출발점”이라면서도 탈레반 과도정부가 여성이나 비탈레반 인사를 포함하지 않고, 미국이 테러 혐의로 수배한 인사를 내무장관에 임명한 점 등을 들어서,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국제사회는 탈레반이 여성 인권을 포함한 인권 옹호,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접근 허용, 원하는 사람들의 출국 허용 등을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국무부의 고위 관리는 탈레반의 오랜 동맹이던 파키스탄을 포함해 이번 회의에 참가한 국가들이 탈레반 과도정부 대처에 같은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자신들의 독특한 역할에 대해 말했고, 그들은 우리가 어느 정도 관여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확실히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관리는 “우리가 가까운 장래에 그 정부를 인정하거나 합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미국 등 서방 국가와 파키스탄 등이 탈레반을 당장 승인하진 않겠지만, 관여는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샤 마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불안과 불안정으로 이끄는 아프간에서의 정치적 공백이 만들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며 “안정되고 평화로운 아프간은 더 많은 지역 및 국제적 관여를 통해서만 달성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탈레반 임시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파이잘 빈 파르한 외무장관은 “외세의 간섭에서 벗어난 그 나라의 미래에 대한 아프간 국민들의 선택”에 대한 아프간인들의 지지를 확인했다면서, 임시정부의 구성이 “안보와 안정을 이루고, 폭력과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이런 열망과 함께 하는 밝은 미래를 구축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한 걸음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과거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함께 탈레반 정권을 승인했던 국가로 지금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의 또다른 이웃국가이자 사우디의 숙적인 이란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무부 관리는 아프간 문제를 두고 미국이 이란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탈레반에 반대해 왔지만, 최근 들어 관계를 개선해왔다.

미국이 탈레반을 당장 승인하진 않을 것이란 방침은 백악관 발표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바이든 미국 정부는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의 새 정부를 아직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발표한 새 정부 구성안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엔 부족해 보이고. 정통성 인정 여부는 향후 그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에서는 대통령이나 외교안보팀의 누구도 탈레반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을 만한 가치 있는 구성원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렇게 평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발표한 새 정부 내각 명단에 연방수사국(FBI)이 지정한 테러리스트가 다수 포함돼 있음에도 탈레반과 대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사키 대변인은 “이 과도정부는 수감됐던 4명의 탈레반 전사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정부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서둘러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은 이것에 앞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