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10)
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2장 조기 유학 부모들을 위한 조언
21세기 한국의 유학 풍속도에 일어난 큰 변화는 분명 계속 느는 조기유학이다. 몇 살, 몇 학년까지가 조기유학인가? 유학 허가와 여권 발급 규제가 아니라면 나이에 따른 개념 논의는 무의미하다. 대개 조기란 그런 법적 측면을 떠나 본인의 선택과 자율에 맡길 수 없어 부모의 감독이 필요한 연령대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18세까지를 미성년자로 보는 개념과 조기유학은 대개 일치하지만, 17, 18세에 이미 어른과 같은 학생도 있고 그 나이를 넘어서도 어린 학생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조기유학은 물론 영미지역으로의 유학이다. 한국에서 흔한 조기유학 논의는 조기유학을 보내는 것이 현명한가와 보낸다면 언제 또는 몇 살에 보내야 하느냐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일률적인 해답은 물론 없다. 왜 가려는가가 관건이다.
조기유학 결정론으로서 입시지옥과 고액과외비 부담 등 열악한 국내 교육환경이 곧 잘 거론된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장기적이고 중요한 이유라면 장래 더해질 국제화 추세에 대비, 자녀들을 일찍부터 국내가 아니라 세계의 넓은 운동장에서 잘 뛸 수 있는 인재로 키우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들을 전문성 외에 국제 공용어가 되고 있는 영어를 원어민과 똑 같이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어려서부터 영어사용 국가 학교를 다니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잠깐 다녀오는 유학을 제외하고는 빠를수록 좋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고등학교 2, 3학년(영국과 호주 학제로는 11, 12 또는 13학년) 때 간다면 나이가 18세 이전이라고 할지라도 조기유학의 효과는 덜하다. 다른 언어는 몰라도 영어라면 한국인의 경우 17, 18, 19세 연령대가 되면 현지에 가 살아도 대부분의 경우 현지인 같게 안 된다.
또 영미권에서는 고1(10학년) 정도까지는 공부가 느슨하다가도 초중고과정 마지막 단계인 고2, 3년과 대학부터는 갑자기 세지기 시작한다. 그때 와서 따라가려고 한다면 아주 어렵다. 이때 실패하는 율이 아주 높다. 늦은 나이에 이민와 고등학교와 대학을 겨우 나왔으나 방황하는 이른바 1.5세들의 사례를 보면 잘 안다.
이점 일제 때 한국인의 일본 유학과 크게 다르다. 그때는 커서 일본으로 유학 간 많은 한국인들이 고등문관시험(해방후 고등고시)에 합격할 정도로 일본화가 빨랐다. 국내 교육이 대부분 일본 교육이었지만 그것만이 이유가 아닐 것이다. 한국인에게 일본어는 영어와는 비교가 안되게 구조적으로 가깝다.
영미지역에 부모를 따라 이민 온 자녀들이 풀려나가는 과정을 봐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고2와 고3, 대학 재학 중 온 구릅이 사회진출 패턴이 대개 다르다. 대입이 국가시험 성적 결과로만 결정되는 호주에서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온 한인이 수학, 물리, 화학 등 필수와 선택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맞아 인기학과인 의과, 치과, 법과를 들어가 졸업을 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영어만을 쓰는 공공병원이나 외국계 로펌이 아니라 교포 환자와 고객을 주로 하는 자영업인 [GP/ general practioners/일반의사]와 치과 클리닉을 열거나, 한인 경영 법률회사에 고용되는 게 보통이다. (이 직업들의 보수와 조건이 영어만 쓰는 자리만 못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정부 의료보험제도에 힘입어, 교포사회가 큰 경우 그 반대일 수도 있기는 하다)
늦은 나이에 이민 와 대학의 다른 일반 학과에 들어간 학생들의 맘고생도 엄청나다. 영미국가 대학에 개설된 한국학(한국어 중심) 코스에 교포 학생이 더 많고, 심지어 거기에는 일부 유학생이 섞여 있는 사례도 보게 되는데 학점 따기의 어려움을 덜하기 위한 고려가 있다고 봐진다. 그리고 해외 1.5세대 청소년 가운데 공부를 마치고 부모의 자영업을 이어 받기도 하고, 한국에 나가 직장을 잡는 율이 높은데 이 경우는 고국에 대한 [노스탈지아/nostalgia] 말고도 현지 주류사회 진입에 느끼는 부담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액센트 있는 영어로는 곤란
외국인이 영어를 한다고 할 때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각자 다른 영어 실력으로 현지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는 노동시장의 현황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한 예를 들면, 영미지역에서 지금 간호사는 부족직종이다. 따라서 간호사 자격증이 있고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영어(해당 전문분야에서 최소 필요한 이른바 기능영어/functional English, 제7장 254쪽 참조)를 할 수 있으면 직장을 얻고 일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수한 인재가 몰리는 고위관료, 큰 로펌과 회계법인, 큰 금융회사라면 사정은 다르다. 주어진 일만 해낼 수 있는 능력만으로는 어렵다. 정책을 논하고, 고객을 잘 관리하고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시켜줄 사람이어야 한다. 로펌 경영층인 [파트너/partner]가 되자면 일거리를 많이 따와야 한다. 그런 자리는 기능영어만 가지고 안 된다. 언어와 전문지식과 대인관계 면에서 주류층 구성원으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어야 한다. 언론사 입사도 그렇다.
영어사용 국가에서는 이민자에 대하여 액센트가 있다는 말을 곧잘 듣게 된다. 이때 액센트는 단어 발음의 강약 위치가 아니라 이민자들이 갖는 원어민과는 다른 영어를 뜻한다. 실세 정치인, 법관, 공기관과 기업의 CEO가 되려면 액센트가 없어야 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 몇 인사의 유엔사무총장 출마가 거론 됐었다. 소속 국가가 아니고 국제기구를 대표하여 막후에서 외교교섭을 벌여야 하는 그 자리는 의사소통이 되는 영어로만으로는 어려울 텐데 하는 생각을 해봤다.
영미국가에서는 최근 부족한 전문 및 기술직 인원 보충의 한 가지 방책으로 해당 분야 학업을 마친 유학생들에게 영주권을 내주고 있으나 이들이 정착한 후에도 택시 운전 등 전공과는 다른 일을 잡거나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 분야에 몰리는 것을 보게 된다. 역시 현지인과 다른 영어가 문제다. 회계, 컴퓨터 등 전문직 분야에서 기술이민 카테고리로 이민을 왔으나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했거나, 찾았어도 언어 고충에 못 이겨 한국으로 돌아간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사례를 인종차별 결과로 속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런던에 가 한 동안 지내봤다. 세계 경기가 나쁘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부분 지역이 관광객으로 곽 차 활기찼고, 옥스퍼드가 거리는 토요일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이러한 분주한 상가의 식당과 점포와 거리에서 잡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파키스탄, 인도, 아프리카와 아랍계다. 이에 비하여 런던의 금융가인 [City of London지역/뉴욕의 월가와 비슷]에서 일하는 전문인 가운데는 백인이 눈에 뜨이게 많다.
이런 차이를 보고 외부인은 인종차별의 결과로 속단하기 쉽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속단이라고 본다. 이런 궂은일을 하는 사람들의 영어와 매너를 보건대 현지에서 어려서부터 착실히 배우고 노력한 사람들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일본인과 똑 같이 생기고 말하고 행동하는 한인도 정계와 관계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자란 화교들은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한국어를 한국인과 똑같이 해도 자영업에 머물러야 했다. 이에 비하면 백인사회의 인종차별은 훨씬 덜하다고 생각된다. 지금의 영미국가에서라면 이민자도 현지인과 똑 같은 영어와 자격을 갖추었다면, 대부분 전문분야에서 최고경영층은 몰라도 중간경영층까지는 무난히 올라갈 수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조기유학과 관련해서는 나중에 국내에서의 진도 따라 잡기와 사회 재적응의 어려움, 국내 인맥의 상실 등을 근거로 유학은 적어도 중학 또는 대학 졸업 후가 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돌아오기 위한 유학은 몰라도 세계무대를 바라보고 하는 유학이라면 가능한 한 빠른 게 좋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완전한 영어습득을 위해서 빠를수록 유학이 좋은 이유는 (1) 어려서가 아니면 원어민과 똑같은 발음 습득이 어렵고, (2) 나이가 어릴수록 대화 내용이 간단해 배우기 쉽고, (2) 인종에 대한 의식 없이 현지인들과 섞이기 쉽고(현지인 아이들 또한 어릴 때 인종에 대한 의식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3) 나이가 어릴수록 문화적 실수에 대한 의식과 수치감이 적어 주류사회에 끼어들기 쉽고, (4) 영미국가에서 대충 중1까지는 공부가 비교적 쉬워 큰 부담 없이 따라가기 쉽다 등을 들 수 있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