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12)
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2장 조기 유학 부모들을 위한 조언
3. 공부가 너무 쉽다고?
초등학교급 조기유학으로 오는 많은 한국 학생들의 걱정이 비슷하다. 학교가 공부를 많이 안 시키고 느슨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영미지역 여러 나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초기 학년에 있는 한국 유학생과 학부형과 이들과 잘 아는 제3자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
조기유학생들의 문제가 뭐냐고 묻는 질문에 어떤 가디언은 한국에서처럼 세지 않은 공부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서슴지 않고 대답한다. 이는 분명히 한국의 교사, 속도, 전달, 경쟁 중심 교육에 이들이 익숙해졌던 탓이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답은 역시 왜 조기유학은 가야 하는가와 한국과 영미지역간 교육 철학과 방법의 차이를 알아야 가능하다. 영미지역 초등학교 직전 4-5세 아동이 들어가는 유치원 과정이야 말할 것 없고, 그 후 15-16세 연령대인 10학년까지의 교육의 목표는 지식 전달보다 건전한 발육과 성장이다.
시드니의 명문 사립고교인 교사로 지내다가 은퇴한 교포 이경재 씨에 따르면 초기 학년의 필수 과목이 4개 넘고, 집에서 가서 하는 숙제가 40분을 초과하면 비교유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 패턴은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점차 달라지므로 공부가 약하다는 평도 길게 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영미 학교에 다니는 한국 유학생들이나 교포 학생들의 실제 사례를 보면 초급학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고학년에 가서는 뒤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특히 대1학년까지는 그런대로 잘 나가다가 2학년부터는 급격히 뒤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한국 학생들은 초·중·고등학교 중반 수준까지에는 과외공부의 도움과 수학, 화학, 물리 등 수치와 공식 중심의 학과의 이점으로 앞설 수 있으나 고학년과 대학에 가면 상황이 바뀐다. 그 이유로는 수치와 공식에 대하여도 이 수준에서는 귀납적이거나, 좀 더 창의와 리서치에 바탕을 두어 설명되어야 하는데 과외학원의 주입식, 수동적인 지식 축적 모델에 익숙해진 한국 학생은 여기에서 한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또 대학 진학을 적성과 취미가 아니라 받은 점수를 살려 학교와 학과를 정하니 능률이 오를 수 없어 그렇다는 점도 지적된다.
해외도 한국을 닮아가고 있다
시드니의 명문 여고의 하나인 [Sydney Girl’s High]를 다녔고 과외도 해본 양윤경 양의 말을 들어보자. “중고 수준에서는 교사가 리드하는 과외에 힘입어 자기가 잘한다고 자신을 가졌던 학생들이 대학에 오면 그게 아님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는 교사가 리드하고 방법을 가르쳐주는 공부가 아니다. 자기가 해야 한다. 창의력이 더 중요하다.” 인문분야에서라면 이 차이는 더 확연히 나타난다. 이런 공부 차이에 대하여는 제4장 공부충격에서 더 자세히 검토하게 된다.
한편 영미사회에서도 근래에는 대학진학률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일류대학열이 뜨거워지고 있는 추세를 간과할 수 없다. 2000개가 넘는 영국의 사립 중고등학교의 랭킹은 매년 [A-level]이라고 불리는 대입 국가시험 결과에 따라 졸업생 몇 프로가 명문 대학 진학했는가를 가지고 결정한다. 미국 또한 고교 랭킹은 SAT 성적에 따른 일류 대학 진학률을 중심으로 결정되는 추세다.
시드니가 있는 호주 뉴사우즈웰스 주에는 한국인들이 영재학교라고 부르는 [셀렉티브 스쿨/selective school]제도가 있다. 지역적으로 공개 시험을 거쳐 선발된 우수한 학생들만이 다닐 수 있는 특수 공립학교인데 사립으로 갈 수 없거나, 갈 수 있어도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가기 위하여 선택하는 학교다. 명문 대학과 학과로 진입하는 루트로 받아지고 있으며, 그런만큼 이들 학교 상급반에 가서는 대입시 준비를 위한 면학 분위기가 분명하다(참고로 이 학교들은 유학생을 받지 않는다).
우리와는 달리, 공부를 꼭 하겠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학을 안가고, 또 일류 대학에 목을 매지 않는다는 서양인들에게도 이런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은 어느 나라와 어느 나라 국민도 지금의 국제화와 국제경쟁 압력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현실에 있다. 여기에는 이민에 의한 제3세계 지역의 대거 인구 유입과 이들 부모들의 일류 학교를 향한 교육열, 이에 영합하여 특수를 누리는 이민자 경영 과외학원 산업이 한 몫 한다.
한편 교육의 균등이 강조되는 영미사회에서도 엘리트와 수월교육의 전통이 계속 이어지고, 능력에 따른 차별교육이 오래 동안 안보이게 실천되어온 게 사실이다. 귀족풍을 자랑하는 영국 모델의 사립학교, 공립 초등공립학교에 있는 4학년 때 전반적인 학습 능력을 평가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따로 모아 5. 6학년 때 운영하는 [Opportunity Class], 사립고등학교에 있는 비슷한 제도인 [Gifted & Talented Stream] 등이 그것이다. 모두 우리식으로 말한다면 영재반, 또는 특별학급이다.
결 국 공부가 약하다는 우려는 1-2년 짧게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갔을 때 따라갈 진도가 문제인 학생들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