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아빠를 부탁해”
아빠와 딸이 함께하는 진솔한 여행…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1년 365일 모두가 가정의 달이 되어야 하지만 삶은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얼마전 본 개그 프로그램에선 직장인들에게 5월은 ‘가정의 달’이기 보다는 ‘걱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과 함께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5월에는 결혼식이 가장 많기 때문에 지출 또한 커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5월이 가정의 달이든 아니면 걱정의 달이든 분명한 것은 고국에 계신 부모님이 더 그리운 달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철모르고 살던 시절에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되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처럼 흰머릿카락이 쉽게 눈에 들어 오는 나이가 되면서 이제야 그리움을 알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한 번씩 만나도 왠지 그 어색함을 버릴 수 없습니다. 그져 그렇게 멀뚱멀뚱 지내다가 떠나는 날이 되어 공항입구에 들어서면 멈추었던 아쉬움이 더욱 크게 밀려 옵니다.
SBS가 지난 설날 특집으로 기획한 총 2부작의 <아빠를 부탁해> 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제목만 보면 왠지 ‘슬픈 이야기’ 처럼 느껴지지만 내용은 유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집의 시청률이 13%를 넘는 인기를 얻자 3월 21일부터 정규편성으로 첫 방송이 되었습니다. 아빠와 딸의 서먹한 관계를 친근한 관계로 만들어 가는 모습을 공감할 수 있게 그려 내며 4월 26일부터 ‘일요일이 좋다’의 1부 코너로 편성되었습니다. 여기에 아이유의 주제곡과 이효리의 나레이션이 더해져 따뜻한 부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빠를 부탁해> 에는 네 커플(?)의 부녀가 등장합니다. 첫째 커플은 연기자 강석우와 딸 다은이입니다. 늦둥이로 얻은 딸이다보니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일등입니다. 함께 등장하는 조민기와 함께 딸바보에 등극합니다. 여기에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아침 밥을 먹기는 모습은 다른 출연자들로부터 과도한 설정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합니다.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면서도 옆에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 모습도 다른 출연자들에게 의구심을 만들어 냅니다. 딸을 위해 토스트도 손수 만들고 머리를 넘겨주는 등의 행동은 질투를 만들어 냅니다. 딸을 위해 침대의 커튼을 손수 만들어 주는 등의 친절함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 다은이는 이경규와 예림이 부녀를 가장 부러워 한다는 말에 아버지 강석우를 멘붕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아마도 예림이가 편안하게 아버지와 지내는 모습이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다은이는 아버지 강석우를 좀 어려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흰머리를 보고 처음으로 손수 염색에 도전도 합니다. 강석우의 장난어린 잔소리에 힘들어 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을 하며 기뻐합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애교가 없는 자신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커플은 방송인 이경규와 딸 예림입니다. 아빠와 딸은 동국대 연영과 동문입니다. 집에 불독 두치와 뿌꾸를 포함해 강아지 다섯 마리와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딸 예림이와는 몇 마디 하지도 않습니다. 어릴 땐 같이 방송에도 출연했었지만 이젠 그져 서먹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예림이는 스마트폰을 만지고 이경규는 강아지 용변 뒷처리를 하다가 결국 VJ에게 30년을 개 수발 드는 인생이라고 투덜거리기도 합니다. 딸바보로 알려진 것과 달리 예림이와 눈 한 번 마주치는 것도 어색해 합니다. 결국 어색함을 못 이기고 자꾸 VJ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예림이에게 아빠 이경규는 “별로 엄하지도 별로 다정하지도 않은 애매한 아빠”라고 합니다. 화장을 하고 나오는 예림에게게 아빠 이경규는 청순한 게 좋다고 하면서 수수하게 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예림이는 자기는 청순한 컨셉이 안 어울리게 생겼다고 하며 화려한 컨셉이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늘 티격태격되는 두 사람은 모습은 부녀자간이라기 보다는 남매지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반려견에 관해서는 한마음입니다. 부녀 모두 2개월 전 죽은 반려견을 아직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특히 예림이는 꿈에 나오거나 잠자리에서 눈물을 흘릴 정도라고 합니다. 서로 무뚝뚝한 부녀답게 각자 멀찍이 떨어져 앉기는 했지만 사랑으로 키우던 반려견을 잃은 슬픔을 서로 덤덤하게 달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 냈습니다. 역시, 사람의 관계에는 서로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가 있어야 합니다.
생애 처음으로 아빠에게 만들어 준 예림이 샐러드는 무시무시 하였다. 요리 한번 제대로 안해본 느낌이 그대로 들어 났습니다. 예림이는 인터넷에 올라온 해괴한 레스피인 매실원액과 참기름과 소금을 넣은 기상천외한 소스를 만듭니다. 제작진까지도 이 레시피를 올린 사람 누구냐는 자막까지 넣을 정도입니다. 소스의 맛은 둘다 표현할 수 없는 맛이었지만 딸의 첫 요리를 버릴 수 없어 먹은 아빠는 인터뷰에서 만큼은 더럽게 맛없다는 솔찍한 평가를 내립니다.
세 번째 커플은 연기자 조민기와 딸 윤경입니다. 딸바보에 주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딸이 중학교때부터 유학생활을 하다보니 친밀했던 관계가 많이 사라져서 아쉬움이 큽니다. 딸 윤경이는 현재 미국 대학에서 화학공학과을 공부하는 공대생입니다. 강석우의 딸처럼 애교 또한 제로입니다. 아빠 조민기는 주부살림꾼입니다. 점심에 고기를 구워먹고 뒤이어 땀을 흘리며 열정적으로 설겆이를 합니다. 이런 모습은 다른 출연자들의 비난을 듣게 됩니다. 아들방이나 딸방까지도 청소하는 모습과 딸에게 다리미를 다루는 법과 청소하는 법을 알려주기까지 합니다. 이런 아빠들의 특징인 잔소리는 딸을 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면허 딴지 2일 만에 미국 유학을 간 딸이 못미더운 아빠는 운전연습장에 딸을 데려가 시험코스와 함께 거리실습을 나가게 됩니다. 초보운전의 모습을 본 아빠의 잔소리는 또 시작이 됩니다. 결국 아빠는 딸에게 면박을 받게되고 이런 아빠와 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냅니다.
딸과의 운전 연습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아빠는 “나중에 차를 사면 누굴 먼저 태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은근슬쩍 “아빠?”라고 말했다가 “운전을 잘하게 되면 남자친구를 태울 것 같아요”라는 대답을 보고 실망스러운 얼굴로 “술줘요~”라며 맥주잔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마지막 커플은 연기자 조재현과 딸 혜정입니다. 시청자들의 호감과 공감을 가장 많이 얻은 부녀입니다. 방송 후 조재현의 인터뷰에 따르면 딸 혜정은 배우로 활동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끝까지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순전히 부녀 관계 개선을 위해 조재현이 섭외에 응한 것이라 합니다. 딸 혜정은 스스로를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져서 아르바이트 하며 지내는 조혜정”이라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재현은 아버지 후광 없이 스스로 길을 개척 중인 딸이 은근히 대견한 눈치입니다. 혜정은 늘 아빠와 대화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딸의 이런 사인을 아빠는 전혀 알아채지 못합니다. 24살의 딸이 항상 방문을 열어 놓은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관찰카메라를 지켜본 다른 아빠들 모두 “혜정가 아빠와 대화하고 싶어 방문도 닫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해도 아빠는 무덤덤 합니다.
이 커플은 말도 예쁘게 하고 애교도 많고 속 깊은 딸과 지나치게 무뚝뚝한 전형적인 경상도 아빠입니다. 혜정은 “아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3점이지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마 10점일 것”이라며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아빠는 너무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됐고 무명배우의 자격지심 탓에 밖에서 함께 추억을 만들기 보단 집에만 있었다고 합니다. 혜정의 적극적인 아빠의 사랑 때문에 주위에서 딸에게 좀 잘대해주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그 때문인지 나쁜 아빠가 되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른 아빠 출연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아빠와 딸. 참 어려운 관계입니다. 그러나 불면 날아갈까 조심스럽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이 딸이라고 했습니다. 철이 들기 전에는 부대끼며 한없이 가까울 수 있는 관계이지만,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는 가장 껄끄러운 관계가 딸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잔소리를 멈추지 않다가 이제는 봐도 못본척하는 이웃처럼 지내기도 합니다. 아빠의 머릿속에선 아직도 다섯 살 딸만 남게 됩니다.
오늘은 딸들에게 부탁을 드립니다. 아빠와의 어색한 넘어서 진솔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 보시면 어떨까요! 혹시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 가운데 있다면 우리 주변의 딸들이 그런 딸이 될 수 있도록 도와 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가 이르되 내 딸아 여호와께서 네게 복 주시기를 원하노라… 네가 베푼 인애가 처음보다 나중이 더하도다> (룻기 3: 10)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크리스챤 커뮤니티’ 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messageschool.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