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서의 뒷담화
Hole 6 (Now & Here)
Par 4 Blue Red
거리 276m 251m
인덱스 17/35 10/29
골프 경기를 하다 보면 좀 잘되면 자만하고, 좀 안되면 바로 실망하고. 꼭 미친넘 널뛰기 하는 것 같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가면 보다보다 성질 급한 파트너가 한마디 한다. “마음 비우고, 한타 한타에 집중해야지.” 좋은 말인 것 누구는 모른당가! 실천이 안되서 문제지. 골프 업계의 명언인 ‘마음 비우고, 한타 한타에 최선하라.’ 이 말을 실천할 수 있다면 라운딩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는 것은 식은죽 먹기다. 문제는 늘 잡생각이 끼어들면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데 있다. 매 샷을 할 때마다 마음을 비우고 집중해야지 다짐한다. 그러나 지난 홀에 못쳤던 원망스런 기억과 더불어 또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이 시소타듯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지금, 이곳(Now & Here)를 강조하는 책들이 봇물을 이룬다. 그 이유는 아무리 강조를 해도 연약한 인간들은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더 많이 걱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에크하르트 톨레가 쓴 ‘The power of Now’라는 책은 현재의 중요성에 대해서 실감나게 강조를 한다. “과거와 미래는 우리가 보고 있는 하느님을 가려버린다. 이 둘(past & future)을 불태워 버려라.” 현재에 대해 이렇게 강조할 수도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가 진정으로 현재에 몰입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늘 반복되는 후회와 걱정. 기대감과 불안감이 우리의 DNA에 각인되어 있어서인 것 같다.
골프도 인생살이인지라 역시 잘못친 홀에 대한 후회, 다음 홀은 잘 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쉴새없이 반복된다. 첫 홀을 시작해서 대여섯 홀 정도 돌게 되면 슬슬 분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물에 빠뜨린 타이틀리스트 Pro-V 새 공이 눈에 아른 거리고, 조금만 더 길게 쳤어야 했는데… 신파극 레퍼토리가 시작되면서 어깨는 쳐지고, 후회감에 발걸음도 무겁다. “다음 홀도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들이 바둑판 복기하듯이 새로 짜기도 하고 지우기도 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러한 경험은 많은 골퍼들이 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할 차례이다.
전 홀에 잘못 쳐서 물에 빠졌던 아픈 기억이든 훼어웨이를 가르는 환상적인 드라이버 샷이던 과거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내 발앞에 놓여있는 볼을 잘 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 샷에 대한 미련이 지금 새로운 샷을 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고수나 하수나 똑같이 실수를 하지만, 고수는 실수가 만들어준 감옥에서 빨리 탈출한다. 고수 역시 많은 실수를 경험한다. 하지만 실수의 감옥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탈출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찾기 때문에 고수인 것이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한 번 실수를 하더라도 이것을 극복하고 바로 내 게임에 충실할 수 있느냐에 있다.
우선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한두 홀 실수가 전체 경기를 망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비법은 역시 복식호흡. 숨을 길게 들이쉬고, 내쉬고. 몇 번만 반복해도 순식간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더 이상 걱정과 두려움이 들어서지 못한다.
지금과 이곳에 집중하기 위한 좋은 연습 방법은 퍼팅이다. 퍼팅은 다른 샷에 비해 거리가 짧기 때문에 연습도 별로 하지 않고, 테크닉이 많이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소홀히 하기 쉽다.
하지만 200미터가 넘는 드라이버 샷이나 1미터가 되는 퍼팅이나 같은 한타라는 불합리한 경기방식을 고려한다면 퍼팅의 중요도는 정말 크다.
퍼팅할 때 흔히 하는 실수가 너무 빨리 고개를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퍼팅을 한 후에 hole 안으로 공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라는 명언이 생겼다. ‘땡그렁’ 호주 골프장은 한국과 달라 이런 경쾌한 홀컵 소리가 나지는 않지만 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다는 조언은 좋은 퍼팅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짧은 거리의 퍼팅이지만 잠깐 머리를 먼저 돌려 홀컵을 보는 순간 내 몸이 들려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보내기가 어렵다.
또 하나 흔히 하는 실수는 착시 현상이 일어날 때 내가 정해놓은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공에서 홀까지 가는 방향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 통상 볼에서 1-2미터 뒷편에서 공과 홀을 잇는 일직선을 그은 후 볼 약간 앞쪽에 하나의 가상의 스폿을 표시해 그 방향으로 볼을 보내면 정확히 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내가 셋업을 취한 후 공을 위에서 내려 볼 때 갑자기 스폿 방향이 홀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착시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 미리 정해놓은 스폿 방향을 무시하고 내가 착시를 일으킨 방향으로 볼을 보내게 되면 볼은 홀을 벗어나게 된다. 마치 텐핀 볼링을 할 때 세모 모양의 스폿 위로 공을 굴리지 못하면 핀을 제대로 못 맞추는 것과 같다.
조금은 과장된 비유이지만 퍼팅할 때 공의 위치를 현재, 홀을 미래, 공 뒷편을 과거로 상정하고 현재의 공에 좀 더 집중한다면 퍼팅 실력이 향상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지금 이곳에 있는 현재의 집중을 방해한다.
“Past is the history, future is the mystery but present is the gift.” 내가 서 있는 지금 현재에 감사하며 즐기는 것이 골프를 즐기는 방법이다.
마이클 림
mcilim@hotmail.com
백세 인생이라는 재미있는 노래를 들으며, 이제는 백세까지 사는 것이 희귀한 일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환갑 전이라기보다는 왠지 50대 후반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살갑게 들리는 나이다. 앞으로 40년을 더 산다는 것이 끔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을 느낀다. 골프는 내 인생의 후반전을 좀더 활기차게 보내기 위한 선택이고, 이 컬럼을 쓰는 것 역시 좀더 풍성한 삶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전에 종교간의 대화 모임이었던 길벗 모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모임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인생의 도반, 좋은 길벗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돌같이 굳은 심장에 약간의 설렘이 속삭인다. 골프를 통한 새로운 도반, 길벗들이 인생 후반기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Michael Lim, www.crazygolfdeals.com 한국 마켓팅 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