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경제윤리 연재기획3
토지/주택(부동산)에 관한 기독교경제윤리
부동산 문제, 성경은 어떻게 말씀하고 있나(2)
희년까지 토지 사용권 임대와 토지 무르기
하나님께서는 평등하게 분배받은 땅을 빼앗거나 영원히 팔아넘기는 것을 금지하시지만, “희년 후의 연수를 따라서 너는 이웃에게 살 것이요 그도 그 열매를 얻을 연수를 따라서 네게 팔 것인즉(레 25:15)”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불운이나 재난, 질병, 부상 등을 당해 자신이 노동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 돌아오는 희년까지만 토지의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을 한시적으로 매매하도록 허용하신다. 이는 매매라기보다는 사실상 토지 사용권의 임대에 가깝다. 희년은 안식년(7년)이 일곱 번 지난 49년 다음 해인 50년째 해를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희년까지 토지 사용권을 사고팔 때의 가격에 대해서도 “연수가 많으면 너는 그것의 값을 많이 매기고 연수가 적으면 너는 그것의 값을 적게 매길지니 곧 그가 소출의 다소를 따라서 네게 팔 것이라(레 25:16)”고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
토지 사용권을 희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사고팔 때 토지의 가격은 현대의 토지 사유제처럼 토지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아닌 다음 희년까지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실제 열매의 가치를 따라서 결정하도록 말씀하신다. 예를 들어 만약 40년째 해에 토지 사용권을 판다면 돌아오는 희년까지 10년이 남았기 때문에 10년 동안 토지를 빌려 주고 얻을 수 있는 실제 열매의 가치를 받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부득이한 경우 어쩔 수 없이 토지 사용권을 희년까지만 팔았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토지 무르기를 통해 토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너희 기업의 온 땅에서 그 토지 무르기를 허락할지니(레 25:24)”라고 말씀하신다.
희년까지 토지 사용권을 팔았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친족(goel)이나 자신이 판값을 도로 주고 무르기를 할 수 있도록 “만일 네 형제가 가난하여 그의 기업 중에서 얼마를 팔았으면 그에게 가까운 기업 무를 자가 와서 그의 형제가 판 것을 무를 것이요. 만일 그것을 무를 사람이 없고 자기가 부유하게 되어 무를 힘이 있으면 그 판 해를 계수하여 그 남은 값을 산 자에게 주고 자기의 소유지로 돌릴 것이니라(레 25:25~27)”고 말씀하신다.
토지 무르기는 먼저 친족(goel)이 대신 물러 주기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가난해져서 희년까지 땅을 팔 수밖에 없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가장 가까운 친족이 이웃이나 다른 지파, 이방인에게 팔린 토지를 되사서 물러 주기(룻기의 보아스의 예)를 하거나 친족의 선매권 행사(친족 하나멜의 아나돗 땅을 산 예레미야의 예)를 행함으로써 토지 무르기를 대신 해 주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가난해진 사람이 희년까지 판 땅을 친족이 대신 물러서 희년까지 보유하고 있다가 희년에 되돌려 주거나 지파나 가문의 소유로 돌린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토지를 하루 빨리 회복하라는 하나님의 전체적인 성경 말씀과 의도에 비추어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서라도 어려움에 처한 친족의 땅을 대신 물러서 되돌려 주는 것이 희년 말씀과 정신에 맞는 친족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희년까지 팔아 버린 토지를 물러 줄 친족이 아무도 없을 경우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고용되어 열심히 일해서 부유해졌을 때는 자신이 직접 무르기를 할 수 있다. 토지 무르기를 할 때 하나님께서는 토지 사용권을 팔 때와 마찬가지로 토지를 판 해를 계산하여 다음 희년까지 남은 값을 지불하고 무르도록 “그 판 해를 계수하여 그 남은 값을 산 자에게 주고 자기의 소유지로 돌릴 것이니라(레 25:27)”고 말씀하신다.
토지 사용권을 희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사고팔 때 땅에서 실제로 열리는 열매를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것처럼, 토지를 무를 때도 토지의 수요와 공급이 아닌 다음 희년까지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열매를 따라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40년째 해에 토지를 팔았는데 5년이 지났으면 다음 희년(50년)까지 남은 햇수가 5년이기 때문에 5년치의 열매값을 다시 주고 토지 무르기를 할 수 있다.
희년의 토지 회복은 서로 간의 계약을 지키는 정의
친족이나 자신이 토지 무르기를 할 수 없는 경우 마지막으로 희년이 되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토지를 회복한다. 토지는 희년까지만 사용권을 한시적으로 임대한 것이기 때문에 희년이 되면 모든 토지의 한시적 임대 계약이 종료되고 본래의 소유자에게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희년에 토지를 되돌려 주는 것은 자비나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닌 서로 간의 계약을 지키는 정의다.
하나님께서는 “너희는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하게 하여 그 땅에 있는 모든 주민을 위하여 자유를 공포하라. 이 해는 너희에게 희년이니 너희는 각각 자기의 소유지로 돌아가며 각각 자기의 가족에게로 돌아갈지며(레 25:10)”, “자기가 무를 힘이 없으면 그 판 것이 희년에 이르기까지 산 자의 손에 있다가 희년에 이르러 돌아올지니 그것이 곧 그의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니라(레 25:28)”고 말씀하신다.
희년인 50년째 해 7월 10일 대속죄일(욤 키푸르)에 지성소에서 양각나팔(요벨)을 불어 희년을 선포하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땅을 회복한다. 모든 사람이 희년까지만 토지 사용권을 팔았기 때문에 희년이 되면 모든 한시적 토지 임대 계약이 종료되고 토지가 원래의 소유자에게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스라엘 율법에서는 희년에 마땅히 되돌려 주어야 할 다른 사람의 토지를 되돌려 주지 않는 것은 강탈과 도둑질이다. 따라서 희년에 모든 토지가 다시 회복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 사람이 자기 땅과 가족을 회복하여 다시 새 출발하는 해가 바로 복된 해인 희년(禧年)이다.
십일조를 통해 레위지파와 사회적 약자의 토지권/생존권을 보장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 가나안 땅을 공평하게 분배해 주시고 모든 사람에게 땅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말씀을 하셨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 땅을 분배받지 못한 레위지파를 위해 십일조를 통해 그들의 토지권을 보장하신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이스라엘의 십일조를 레위 자손에게 기업으로 다 주어서 그들의 하는 일 곧 회막에서 하는 일을 갚나니(민 18:21)”라고 말씀하시면서 토지를 분배받은 지파가 토지를 분배받지 못한 레위지파에게 십일조를 거두어 주어서 레위지파의 토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신다.
생산 활동을 할 수 없는 레위지파는 땅을 분배받지 못한 대가로 다른 지파에게서 십일조를 받아서 생활하고 예배와 공공의 업무를 안심하고 수행한다. 또 하나님께서는 매 3년마다 내는 십일조로 땅이 없는 레위지파뿐만 아니라 나그네와 고아, 과부 같은 땅을 잃은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도 보장하도록 말씀하신다.
이는 땅을 분배받은 지파가 십일조를 거두어 주어서 땅을 분배받지 못한 레위지파의 토지권을 보장하고 나그네와 고아, 과부 같은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토지를 분배받은 사람이 토지를 분배받지 못한 사람에게 주는 이러한 십일조 관련 말씀에서 토지 가치 공유의 원리가 나온다.
땅의 십일조를 받는 레위지파는 예배, 율법 교육, 율법에 따라 재판, 전염병 감별과 방역, 도피성 운영 등의 공공 업무를 수행한다. 레위지파의 업무는 오늘날 교회와 정부가 하는 역할과 비슷하다. 오늘날로 보면 토지 가치(땅의 사용료인 지대)를 걷어서 교회와 정부, 사회적 약자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희년 말씀과 십일조의 토지 가치 공유 원리는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를 세금으로 걷어서 사회를 위해 쓰고 노동의 열매는 개인에게 최대한 보장해 주자는 헨리 조지(Henry George)의 지공주의(地公主義) 사상에 연결된다. 모든 사람에게 실질적인 토지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는 사회가 공유하고 노동의 결과는 노동한 사람에게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헨리 조지가 쓴 <진보와 빈곤>의 핵심 내용이다.
토지에 관한 성경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뜻은…
토지에 관한 여러 성경 말씀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이 토지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항상 누릴 수 있도록 여러 단계의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의도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것은 무엇일까?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어떻게든 하루 빨리 자신의 토지권을 회복하여 땀 흘려 일해서 노동의 열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신다는 자비로운 뜻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토지에 관한 희년 말씀과 여러 성경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뜻은 “모든 사람이 땀 흘려 일하여 노동의 열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토지와 노동에 대한 권리를 항상 보장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나님은 사람이 먹고 살아가는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말씀을 통해 가르쳐 주시고 보장해 주시는 자비롭고 사랑이 많으신 아버지이시다.
다음 글에서는 신약에서 예수님과 초대교회는 토지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행했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또한 토지에 관한 신구약 성경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에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고영근 / 희년함께 사무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