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22-2)
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4장 주거와 문화체험
2. 금강산도 식후경 – 공부도 잘 먹고 잘 자고 난 후
이 책에서 유학생이 충격으로 겪어야 하는 분야를 공부, 언어, 문화, 인종으로 나눠보았지만, 숙식 문제 또한 그런 분야다. 해외에서 주거와 식생활을 걱정해야 한다면 공부가 잘 될 리 없다. 공부에도 모자라는 시간을 이사 다니느라 보낸다면 한 가지 그런 예다. 주거 관련 유학생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는 현지에 도착한 직후와 그 후 처음 몇 주 또는 몇 달인 게 보통이다. 머물 주거는 어느 나라, 지역에서든 있다. 문제는 떠나기 전 준비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준비를 잘 했어도 예약 등 뭔가가 잘못되어 도착하여 당황하기 쉽다. 또 계획대로 되었어도 시행착오로 조정기간이 대개 필요하다. 예컨대 원한대로 됐으나 직접 와서 보니 생각과 다르다든가 그보다 나은 곳을 알게 되어 맘이 달라지는 경우가 그렇다.
주거에 있어서 요즘의 유학생은 행운아다. 위에서 말한 대로 유학생이 나가는 주요 영미지역에는 어디나 한인사회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과 같이 한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 친척이나 친한 친구 가정 하나 없는 한국 가정은 드물다. 또 해외 한인사회에는 어디에나 방문자를 상대로 하숙을 치는 가정이나 숙박업이 많다.
필자가 뉴욕으로 공부하러 갔을 때는 컬럼비아대학 근처에 있는 국제학생을 위한 기숙 시설인 [인터내셔널 하우스/이하 I-House]에 사전 입주 신청서를 보내고 회답을 받기 전에 도착했다. 도착한 날이 마침 미국의 [노동절/Labor Day] 연휴 시작이었다. 하우스 사무실에 찾아 가보니 방이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다. 정식 직원들 대신 나온 학생 봉사원이 잘 모르고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성급히 임시 거처할 싸구려 호텔(이름이 호텔이지 자취를 하는 공동 아파트다)에 가보니 있을 곳이 못됐다. 그러나 다음날 등교일이고 첫날부터 취재 나가야 하는 숙제가 떨어지는 판에 어쩔 수 없이 한동안 머물러야 했다. 집기와 식료품 쇼핑을 하느라 생소한 지역을 걸어서 헤매고, 음식도 맞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생전에 없던 치질까지 생겨 막막했다. 지금 같았으면 일단 한국인 가정에 짐을 풀고 2-3주 지내면서 천천히 해결해 나갔으면 그런 고생은 안했을 것이다. 얼마 후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I-House]에 가보니 방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 왔느냐는 것이었다.
영미지역에 나간 한국 유학생의 주거 해결 방법은 대개 다음 몇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로 조기유학생의 경우는 부모가 동반, 독채 집이나 방을 따로 얻어 살게 된다. 이 비율이 높아가고 있다. ‘나 홀로’ 유학은 위험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홀로 보내야 할 경우는 친척 집, 친구망을 통하여 알게 된 믿을만한 한인 가정, 일부 생계 방편으로 하숙과 가디언을 겸하는 한인 목회자 가정, 아니면 기숙사립학교로 보내게 된다.
영미지역 대부분 대학은 신입생을 위한 기숙사 시설을 여러 개 갖추고 있다. 무슨 무슨 이름을 붙인 [college나 hall & residence]가 [기숙사/dormitory]다. 미국은 대학마다 등록금과 함께 [하숙/room and board]비를 미리 알릴 정도로 기숙사 시설이 일반화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타주에서 오는 대학 신입생이면 비교적 나이가 어려 거의가 학교 기숙사로 들어간다. 같은 지역 학생들도 부모를 떠나 기숙사에 들어와 사는 경향이 있다. 기숙사의 공통점은 방 내부에는 가구가 비치되어 있고 부엌, 화장실, 세탁장 등은 공동 이용이다. 기숙사 생활의 좋은 점이라면 학교 내 행사 참여와 친구 사귀기가 쉽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이든 대학은 대개 기숙사 말고도 캠퍼스 내 또는 밖의 가까운 곳에 임대해줄 주택을 관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학생처 안 주거 담당관실을 찾아가면 알 수 있다. 학교 게시판에는 집과 방을 임대할 사람, 룸메이트를 구하는 광고 쪽지가 너줄하게 붙어 있다. 직업학교와 대학 수준의 미혼 유학생이라면 한 집에서 여럿이 나눠 사는 이른바 [셰어/shared room 또는 house]가 가장 보편적이다. 4개의 [침실방/bedroom]이 있는 하우스라면 1인 1실에 변소와 취사장은 공동 이용이다. 일부 큰 도시의 큰 대학 근처에는 유학생을 위한 국제적 시설인 인터내셔널 하우스가 있다.
원어민 가정에서 하는 우리식 하숙은 현지 말로 [홈스테이/Homestay]이다. 홈스테이의 장점이라면 숙식 해결과 함께 원어민과의 가정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시아 영어연수생들의 영미지역으로의 러시가 시작된 80년대 초부터 영어학교가 열심히 판촉해온 아이템이다.
[신동아] 2000년 10월호에는 그간의 시드니지역의 한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홈스테이 사레를 모아 필자가 쓴 상당이 긴 글이 [홈스테이? 영어는커녕 배곯고 마음고생만]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홈스테이 가정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판촉물에 쓰인대로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고,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았다는 게 결론이다. 잡지에 나오는 많은 실태보고가 독자의 흥미성과 선정성에 영합한 결과 과장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글도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들어 있어 그런 인상을 남길 수 있지만, 누구보다도 사실에 충실하게 양심적으로 썼다고 자부한다. 이 글을 위하여 학생들을 대신하여 여러 학교 홈스테이 담당 직원과 홈스테이 가정을 일일이 찾아가 만났었다.
이 책을 위하여 필자는 최근의 상황을 몇 군데 유학원 관계자들과 점검해봤다. 7년 전 필자의 보도는 정확했던 셈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같다. 홈스테이는 대부분 성인 학생들이 초기 1개월 정도를 하고는 견디지 못하고 친구를 찾아 ‘셰어’로 옮겨가는 게 보통이다. 영국과 미국 같다. 시드니 같은 도시에서는 늘어나는 유동 인구에 부응 급속히 늘어난 소형 아파트가 많아 셰어용 집 구하기가 용이하다. 룸메이트로는 중국과 동남아 학생 등 외국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동안 각국 교육 당국에서도 홈스테이의 문제들을 인식한 듯 감독이 강화되었다. 시드니에서는 각 영어학교와 대학교 복덕방이나 지역신문들 외에 주 정부의 사전 허가와 사후 감독을 받는 홈스테이 전문 네트워크가 몇 개 늘어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조기유학생들의 경우 비자 발급 조건으로서 공인된 네트워크 회원 가정 아니면 가디언과의 협의 아래 정해진 주거를 비자 받기 전 조건으로 명시해야 한다. 한편 네트워크는 회원 가정을 정하기 전에 현장 답사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는 같아 쉽게 달라질 일이 아니다. 그 이유를 요약해보면,
(1) 홈스테이 가정은 대체적으로 안정된 중산층 가정이 아니다. 예외가 있지만 그런 가정은 몇 푼의 돈을 보고 잔일 많은 홈스테이 주인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2) 음식이 맞지 않는다. 이는 음식 문화의 차이 외에 홈스테이에 내는 돈하고도 관계가 있다. 호주 홈스테이 학생을 위한 식단은 대개 같다. 아침은 우유 한 컵에 토스토 정도, 점심은 샌드위치와 사과 하나가 든 도시락, 저녁은 카레라이스, 스파게티, 가끔 스테이크 등이다. 이 정도로는 푸짐한 밥과 고기국과 반찬 등에 익숙한 한인 젊은이들에게는 음식 자체가 맞지도 않지만 배가 고프다.
2인 1실 호주화 220불(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도 큰 차이는 안난다)을 받는 홈스테이 호주인은 그 돈으로 더 잘 해줄 수 없다며 인색하다. 냉장고에서 음식을 마음대로 꺼내 먹지 못하게 한다. 교포 가정 하숙비는 이보다 높은 호주화 300-350불 수준인데, 차이는 하루 세끼 충분한 한식 제공 때문으로 풀이된다.
(3) 문화, 성장 배경, 생활양식의 차이로 서로에 대한 기대 간 충돌이 잦다. 홈스테이로 오는 학생은 외국생활이 처음인 것이 보통이다. 당연히 큰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홈스테이를 해본 한국 학생은 하숙 주인들이 까다로운데 놀란다. 여기에는 한국에서의 우리대로의 굳어진 습성을 바꾸지 않는 학생의 책임도 크다.
(4) 이 책의 여러 곳에서 지적하지만 학교나 현지 사회나 기관과의 과계에서 일어나는 오해, 유학생들의 애로와 입장이 상대 쪽으로 전달되고 개선 방법으로 협의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전혀 없다. 이 점은 유학이 아직도 전적으로 셀러스 마켓으로 놓아두는 한국의 교육 당국의 무관심과 유학생을 대변해야 할 유학을 알선하는 유학원 업계의 무책임을 탓할 수밖에 없다.
(5) 성공적인 사례가 물론 없지 않다. 원만했던 홈스테이 경험으로 헤어질 때 아쉬워하고 후에도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내는 미담도 적지 않다. 단체 주관의 청소년 문화교류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도시가 아닌 특정농촌 지역에 방학 등 짧은 기간 나가 홈스테이를 해본 학생들의 경험도 대개 좋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상처 입은 사례가 훨씬 많다. 시드니의 한 유학원 담당자는 처음 홈스테이로 와서 오래 견디는 비율을 5-10% 수준이라고 말한다.
(6) 교포가정 하숙에 들어간다면 음식과 생활환경 면에서 편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여기에도 또 다른 ‘악덕 하숙방’의 사례가 생기고 있다. 신분도 확실치 않은 방문자가 생계를 위하여 집을 임대, 침실과 라운지와 다른 공간을 모두 이용하여 너무 많은 하숙생을 받는 ‘벌집형’ 하숙이나 ‘셰어’가 그것이다. 백인 가정에 그런 일은 드물다.
이때까지 말한 부정적인 사례는 대개 인구가 과밀한 대도시 이야기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