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42-2)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제7장 바다를 건너면 맥 못 추는 영어 – 언어충격
2. 짧게 줄여 쓰는 말을 조심해라
오랜 기간을 거쳐 세계적으로 넓게 퍼져나갔지만, 놀라울 만큼 동질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쓰이고 있는 게 영어다. 한국에서 나온 영어사전은 미국,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 뉴질랜드 등 영어를 사용하는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아주 미미한 철자법 차이 말고는 그대로 쓰인다. 많은 영문 서적들이 어디에서 발행됐든 모든 영어사용 국가에서 그대로 판매되고 읽힌다. 교육 받은 영어사용 국가 사람들이라면 어디에서 왔든 서로 영어로 대화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 점은 똑 같은 문법을 쓰는 [문어체 영어/literary English]일 때는 당연히 그렇다. 그러나 [구어체 영어/spoken English]에서는 많은 변칙과 지역적으로 다른 [용례/usage]를 허용하기 때문에 그런 영어를 즐겨 쓰는 사람을 만나면 상황은 바뀐다. 한국에서 제대로 배운 정식영어가 나와서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이미 위에서 설명했다.
여기서는 호주에서 잘 쓰이는 영어 [준말/shortend words]을 한 가지 그런 실례로 들어보고자 한다. 아마도 그들의 실용주의 생활양식 때문인듯 다른 영미인들도 준말을 잘 쓴다. 준말은 구어체에서의 사소한 변칙이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영어를 하는 한국인이 밖에 나가 상대의 말을 못 알아듣고 어리둥절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호주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사느라 돈을 꺼내 주면, 저쪽에서 받으면서 [ta!]하고 대답하는 일이 흔하다. 이 때 처음 온 한국인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당황하게 된다. [Ta]는 [thank you] 또는 [OK, good]의 뜻일 뿐이지만 영어 교과서나 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호주인들이 흔하게 쓰는 표현이다.
호주에 금방 온 한국 유학생은 현지인으로부터 [Are you a uni student?]라는 질문을 받으면 [Sorry? What student?/미안합니다. 무슨 학생이라고요?] 하고 되묻기 쉽다. 호주에서 흔히 [university]는 [uni]로 줄여서 말한다.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는 잘 못 듣는 말이다. 직장에서 바쁜 호주인에게 말을 걸면 [Justsec!]하는 수가 많다. 또 [Have a cuppa]도 있다. 분명 새로 온 한국인은 순간 못 알아듣게 되어 있다. 기껏 [Just a second/잠깐만] 과 [Have a cup of tea/차 한잔]인데 말이다.
하루는 필자가 카페에 들어가 [카푸치노/cappuccino]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웨이트레스가 [jumbo or regular?] 하고 묻는 말을 못 알아듣고 어리둥절했다. 점보는 점보 여객기에서 나온 대형이란 뜻이다. 제일 큰 컵 잔을 그렇게 둔갑시킨 것이다.
[handkerchiefs를 hankies], [television은 telly], [vegetables를 vegie], [the Salvation Army를 the Salvo], [kindergarden을 kindy], [sick leave를 sickie], [flexible time을 flexi/원하는 시간 출근제], [expatriate를 expat], [football를 footie], [breakfast를 brekkie], [registration을 rego/자동차 등록 등] 등으로 줄여 쓰는 사람이 많다. 또 특정 집단을 지칭하는 명사 끝에 [y]나 [ie]를 붙여 단어를 줄이는 버릇이 있다. 예컨대 [bookie/bookmaker, 출판사가 아니고 경마장 마권 파는 업주를 말함], [bikie/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갱], [cabbie /cab driver, 택시기사], [truckie/truck driver, 트럭기사), [yachtie/요트 애호가], [greenie/녹색 운동가, 환경 운동가], [junkie/drug addict/ 마약중독자), [soccer goalie/축구 골키퍼], [Tassie/Tasmania사람들], [Aussie/호주인] 등으로.
[How are you?]에 대한 우리가 배운 영어 대답은 [I am fine, thank you]이다. 호주에서는 대화에서 주로 [I am good 또는 단지 Good, thank you]로 통한다. 호주의 가게나 관청에 들어가 서 있으면 직원이 [You right?]하고 독특한 발음으로 묻는다. [Are you right?]를 줄여서 말하는 것으로 직역하면 무슨 문제가 없느냐,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괜찮으냐? 가 된다. [Can I help you/도와 드릴까요?] 같은 정식영어를 배워 들어 온 한국 사람은 이 간단한 말마저도 처음 들으면 순간적으로 혼선을 일으킨다.
[She’ll be right!]은 호주인 식자층에서도 잘 쓰는 말인데 직역하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여자는 잘 될 겁니다]가 된다. 그러나 영문법에서 배운 대로 [she]를 나라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쓸 때는 호주의 국민성과 관련 짖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나라(호주)가 잘 되겠지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의 뜻으로, 호주인들이 낙천적이고 태평한 태도를 보여주는 표현이다.
이 말을 한국의 현실에 적용한다면, 나라를 걱정하여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She will be right]라고 한다면 “당신이 걱정 안해도 돼요. 내버려 두세요”와 같은 말이 된다.
호주의 국토는 남한의 거의 80배, 거기에 사는 인구는 남한의 반도 안된다. 천연자원이 무진장하고, 땅은 [Down Under]라고 별명이 붙을 만큼 지구 아래쪽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핵전쟁이 일어나도 안전한 곳이니 그 국민의 낙천성은 이해가 간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